식품 수입 91.5억 달러…가공식품에서도 나타나는 변화
파키스탄은 인구 대부분이 무슬림인 만큼 할랄은 식품 판매의 선택적인 마케팅 요소라기보다 기본적인 시장 진입 조건에 가깝다. 최근에는 이 조건이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수입 가공식품과 복합 원료가 다양해지면서 단순히 ‘할랄 인증서가 있는가’를 확인하는 데서 벗어나 인증기관의 적격성, 원료와 공정의 추적성, 제품 라벨, 유통기한, 통관서류를 함께 검증하는 방향으로 관리가 정교해지는 모습이다.
파키스탄 통계청(PBS, Pakistan Bureau of Statistics)에 따르면 2025/26 회계연도(FY25/26, 2025.7.~2026.6.) 식품군 수입액은 91억5000만 달러로 전년(81억9500만 달러) 대비 11.7% 증가해 전체 상품 수입(697억6100만 달러)의 13.1%를 차지했다. 팜유가 37억8500만 달러로 41.4%를 차지했지만, 개별 분류 품목을 제외한 '기타 식품'도 30억 1100만 달러로 31.6% 늘었다. FY26/27 7~8월 식품 수입액도 15억3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다.
(단위: US$ 백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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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
FY24/25 |
FY25/26 |
증감률 |
비중 |
|
식품군 전체 |
8,195 |
9,150 |
11.7 |
100.0 |
|
팜유 |
3,394 |
3,785 |
11.5 |
41.4 |
|
기타 식품 |
2,288 |
3,011 |
31.6 |
32.9 |
|
두류 |
1,016 |
832 |
-18.1 |
9.1 |
|
차 |
638 |
665 |
4.2 |
7.3 |
|
대두유 |
344 |
109 |
-68.4 |
1.2 |
|
그 외 품목(설탕 등) |
515 |
748 |
45.2 |
8.1 |
[자료: 파키스탄 통계청(PBS) 대외무역통계(2026.7.)]
가공식품 가운데 할랄 원료 검증과 연관성이 높은 대표 품목을 보면 변화가 더 선명하다. GTA(Global Trade Atlas)에 따르면 2025년 소스·혼합조미료(HS 210390) 수입은 1919만 달러로 184% 늘었고, 기타 조제식료품(HS 210690)은 7973만 달러로 17.8%, 계란을 포함하지 않은 비조리 파스타(HS 190219)는 72만2000달러로 125% 증가했다. 다만 이 통계는 해당 HS코드의 전체 수입액으로, ‘할랄 인증 제품 시장규모’를 의미하지 않는다. 품목에 따라 향료, 유화제, 효소, 젤라틴 등 원료 구성이 달라지는 만큼 수입 증가와 함께 할랄 검증이 필요한 제품의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는 시장 흐름을 파악하는 지표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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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 Code |
품목 |
2025년 파키스탄 수입 |
전년 대비 |
한국산 수입 |
한국 비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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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19 |
비조리 파스타(계란 미함유) |
72.2만 달러 |
+125% |
43.0만 달러 |
59.5% |
|
210390 |
소스·혼합조미료 |
1,919만 달러 |
+184% |
5.2만 달러 |
0.3% |
|
210690 |
기타 조제식료품 |
7,973만 달러 |
+17.8% |
7.3만 달러 |
0.1% |
* 주: 증감률은 전년 대비, 비중은 2025년 파키스탄 총수입 대비
[자료: Global Trade Atlas(2026.10.3.)]
할랄은 기본, 수입단계에서는 ‘인증서의 신뢰성’까지 본다
수입식품의 할랄 확인을 담당하는 핵심 기관은 파키스탄 할랄청(PHA, Pakistan Halal Authority)이다. PHA는 관련 법률에 따라 국내외에서 거래되는 제품·공정·서비스의 할랄 상태를 관리하며, 외국 할랄 인증기관의 등록과 수입 제품 검증도 담당하고 있다. KOTRA 카라치 무역관이 2026년 9월 면담한 PHA 관계자에 따르면, 할랄 적합성 신청에는 제품·선적 정보와 수입신고서(GD, Goods Declaration), 상업송장, 할랄 인증서, QA/QC 평가보고서가 필요하고 해당되는 경우 선적 전 검사보고서도 요구된다. 그는 검증 기간이 제품 추적성과 인증서 확인 상황에 따라 달라 일률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으므로, 화물이 항구에 도착하기 전에 신청해야 지연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검증이 끝나면 적합증명서(Certificate of Compliance)가 발급된다. 주요 보완 사유로는 만료됐거나 확인이 어려운 인증서, 제품과 인증서의 불일치, 원료·공급망 추적성 미흡, 부적합한 할랄 마크·라벨, 신청 지연이 꼽혔다.
중요한 점은 ‘할랄 인증서 한 장’만으로 모든 검증이 끝나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이다. PHA의 현행 할랄 적합성 신청서에는 제품과 선적 정보 외에도 Goods Declaration, 상업송장, 할랄 인증서, QA/QC 평가보고서 등이 포함되며, 해당되는 경우 선적 전 검사보고서도 요구된다. 관련 규정상 PHA는 인증기관과 시험기관의 적격성을 확인할 수 있으며 필요할 경우 수입 화물에서 시료를 채취해 할랄 상태를 추가 검증할 수 있다.
2026년 10월 기준 PHA가 공개한 등록 해외 할랄인증기관(FHCB, Foreign Halal Certification Body)은 러시아 Rus-Quality와 미국 IFANCA 두 곳으로, 한국 소재 기관은 포함돼 있지 않다. 그러나 이를 한국 인증서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뜻으로 단순화할 필요는 없다. PHA 관계자는 미등록 해외 기관의 인증서도 추적성과 증빙을 토대로 추가 검증이 이뤄질 수 있으며, 필요하면 시료나 시험자료 확인이 뒤따른다고 밝혔다. 한국에는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과 상호인정을 맺은 복수의 할랄 인증기관이 운영 중이고, PHA 등록기관과의 공동 인증으로 파키스탄 수출을 지원한 사례도 있다. 결국 국내 인증 취득 여부보다 해당 인증서가 파키스탄 수입단계에서 어떻게 검증되는지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증만큼 중요한 라벨과 유통기한
포장과 유통기한도 실제 통관을 좌우한다. 수입정책령은 통관 시 유통기한의 66% 이상 잔존을 요구하며, 미국 농무부 해외농업청(USDA FAS)의 파키스탄 FAIRS 보고서는 적하목록(IGM) 제출 시점 50% 이상 기준도 함께 제시한다. 성분·영양정보와 사용방법은 우르두어와 영어로 표시하고, 할랄 인증기관 로고와 제조일·유통기한은 개별 소매 포장에 인쇄해야 하며 스티커나 덧인쇄는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수출 전 단계부터 파키스탄용 패키지와 잔여 유통기한을 설계해야 한다. 소비자 포장 제품에는 우르두어 번역이 요구되며, 영양정보와 사용방법은 우르두어와 영어로 표시해야 한다. 또한 스티커 라벨은 허용되지 않고 제조일과 유통기한도 개별 소매 포장에 인쇄돼야 한다. 따라서 한국에서 생산을 마친 뒤 파키스탄 도착 후 스티커를 붙여 규정을 맞추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수출 전 단계에서부터 파키스탄용 패키지와 잔여 유통기한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한편 식품 수입 관련 제도 자체도 변하고 있다. 파키스탄은 국가농산물무역·식품안전청(NAFSA, National Agri-trade and Food Safety Authority)을 설립했으며 기존 동물검역·식물보호 등 무역 관련 위생·식물위생(SPS) 기능을 통합하며, 연방정부는 2026년 8월 운영 전환 상황을 점검했다. NAFSA의 기능은 PHA의 할랄 검증과 별개이므로, 할랄 요건을 충족해도 검역과 펀자브주 라벨 승인·제품등록 등 주(州) 단위 절차는 따로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할랄 요건을 충족했다고 해서 식품 수입에 필요한 검역·식품안전·지방정부 관련 절차까지 자동으로 충족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 식품, 라면 등 면류는 강하지만 소스·복합식품은 아직 초기
앞선 표에서와 같이 2025년 HS 190219에서 한국산 수입은 약 43만 달러로 전체의 약 60%를 차지해, 시장 규모는 작지만 뚜렷한 공급 기반을 확보했다. 현지 매장에서도 라면 외에 떡볶이, 한국식 소스, 김치맛 제품, 일부 과자류로 판매 품목이 넓어지고 있다. 반면 시장이 더 큰 HS 210390과 HS 210690에서 한국산 비중은 각각 0.3%, 0.1%에 그쳐, 면류에서 쌓은 인지도가 다른 가공식품으로 자동 확장되는 단계는 아니다. 카라치 소재 대형 유통·수입업체 A사 관계자는 2026년 9월 KOTRA 카라치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할랄 인증 가공식품과 아시아 식품에 대한 바이어의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이 업체는 중국, 태국, 튀르키예, 영국, 미국 등에서 수입식품을 조달하고 있다. 그는 할랄 준수는 기본 조건일 뿐 실제 구매는 도착가격, 최소주문량(MOQ, Minimum Order Quantity), 잔여 유통기한, 리드타임, 결제조건을 함께 따져 결정하며, 산업용 원료는 배치별 품질 일관성과 기술자료, 포뮬레이션 지원도 중요한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 공급업체는 컨테이너 단위 선적이나 파키스탄 전용 포장 생산에 앞서 현지 수입업체와 수요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증을 통과해도 가격이 맞아야 팔린다
가격 경쟁력도 사전에 따져봐야 한다. 파키스탄 무역정보포털(TIPP, Trade Information Portal of Pakistan)의 FY26/27 기준 PCT 19021990, 21039000, 21069090의 기본 관세율(Customs Duty)은 모두 20%다. 여기에 세부 품목별로 추가관세(ACD), 규제관세(RD), 판매세(ST)와 수입단계 소득세 등이 별도로 적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21039000에는 기본 관세 외에 ACD와 RD 등 추가 세목이 설정돼 있다. 다만 각 세목은 과세표준과 적용방식이 다르므로 단순 합산해 실효세율로 봐서는 안 된다.
또한 A사 관계자는 중국발 40피트 컨테이너 운임이 2026년 초 1700~1800달러에서 최근 4500~5000달러로 올랐다고 전했다. 개별 업체의 경험이지만, 운송 기간이 길어지면 판매 가능한 유통기한도 줄어든다. 따라서 한국 기업은 한국 출고가격만으로 현지 경쟁력을 판단하기보다 수출 전에 정확한 8단위 PCT를 확정한 뒤 현지 수입업체와 관세·세금·운송·통관·유통마진을 포함한 도착원가(landed cost)와 목표 소비자가격을 역산할 필요가 있다. 가격 민감도가 높은 파키스탄 시장에서는 할랄 인증을 확보하고도 최종 소비자가격이 현지 경쟁제품보다 크게 높아 시장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사점: ‘인증서 확보’보다 제품 설계 단계에서 시작해야
파키스탄 시장에서 할랄 대응은 수출 직전에 인증서를 추가하는 업무라기보다 제품 기획 단계부터 관리해야 할 시장 진입 요건에 가깝다. 특히 젤라틴, 동물성 지방, 효소, 렌넷, 향료·유화제 등 원료가 복합적으로 들어가는 제품은 완제품뿐 아니라 원료 출처와 제조공정까지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갖출 필요가 있다. 반대로 동물성 원료가 없는 비교적 단순한 식물성 제품은 할랄 적합성 관리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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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 |
주요 확인사항 |
실무 포인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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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선정 |
동물성 원료·젤라틴·효소·향료·유화제 등 |
원료 출처와 제조공정 추적 가능 여부 확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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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랄 인증 |
인증기관 및 인증서의 현지 검증 가능성 |
PHA·현지 수입업체와 선적 전 확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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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지 |
우르두어 표시, 영양·사용정보, 제조·유통기한 |
사후 스티커 방식보다 생산 단계 반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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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관 |
정확한 8단위 PCT 및 관련 서류 |
할랄 외 SPS·식품안전 요건도 별도 확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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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
관세·세금·물류·유통마진 |
FOB가 아닌 landed cost 기준 경쟁력 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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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테스트 |
MOQ·소비자가격·유통기한·판매속도 |
초도 물량 또는 혼합 선적을 통한 수요 검증 |
[자료: PSQCA, 현지기업인 인터뷰 및 카라치 무역관 종합]
현지 진출을 위해서는 국내에서 취득한 인증의 효력을 당연시하기보다는 현지 수입업체를 통해 인증서의 수용·검증 경로를 먼저 확인한 뒤 생산과 선적을 진행하는 것이 안전하다. 특히 패키지를 파키스탄 전용으로 생산하거나 대량 물량을 선적하기 전에 인증·라벨·유통기한과 PCT 분류를 동시에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시장 접근 역시 처음부터 대량 수출하기보다 검증형 전략이 현실적이다. 라면류처럼 이미 한국산이 자리를 잡은 분야에서는 제품군 확대를 모색할 수 있지만, 소스·조미료·복합조제식품과 식품서비스용 원료는 현지 바이어를 통해 제품별 수요와 인증 부담, 최종 소비자가격을 먼저 검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파키스탄의 식품 수입 확대는 한국 기업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하지만, ‘수입할 수 있는 제품’과 ‘반복적으로 팔리는 제품’은 다르다. 전자는 할랄·라벨·통관 규정을 충족해야 하고, 후자는 여기에 가격, 유통기한, 공급 안정성과 현지 소비자의 선택까지 통과해야 한다. 결국 향후 파키스탄 식품시장의 경쟁력은 할랄 인증서 보유 자체보다 이를 제품 설계부터 통관·가격·유통까지 일관되게 관리할 수 있는 능력에서 갈릴 것으로 보인다.
자료: 파키스탄 통계청(PBS), Global Trade Atlas, 파키스탄 할랄청(PHA), 파키스탄 상무부 수입정책령(IPO 2022), 파키스탄 무역정보포털(TIPP), 파키스탄 정부 관보, 파키스탄 정보부(PID), USDA FAS, 현지 유통업체 인터뷰 및 PHA 면담(2026.9.), KOTRA 카라치 무역관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