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력 부족과 데이터 활용 제도 정비, AI 도입의 배경


헝가리 의료현장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헝가리 병원협회가 2026년 2월 25일 개최한 ‘AI와 로보틱스 2026’ 콘퍼런스에서 토트 가보르(Tóth Gábor) 협회장은 로봇수술과 진단 의사결정 지원, 데이터 기반 진료 과정 관리 등 다양한 기술이 이미 헝가리 의료기관에서 활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시기 국가병원총국도 병원 내 AI 활용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AI 활용 필요성이 커지는 배경에는 의료인력 부족이 있다. 헝가리 중앙통계청이 집계한 2025년 활동 의사 수는 4만 2117명으로, 전년의 4만 3123명보다 2.3% 감소했다. 2020~2024년 이어졌던 증가세가 꺾인 것이다. 1차 의료에서도 인력 공백이 나타나고 있다. 헝가리 의사협회와 국가건강보험기금관리공단에 따르면, 2026년 3월 기준 전국 가정의 담당 진료구역 6373곳 중 1021곳(약 16%)이 공석이었다. 한정된 인력으로 진료 수요에 대응해야 하는 만큼, 판독을 보조하거나 반복적인 기록 업무를 줄이는 AI 기술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의료 데이터를 AI 개발에 활용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도 마련됐다. 헝가리 전자보건정보시스템(EESZT)에는 하루 약 80만 건의 전자 처방과 30만 건의 의료문서를 비롯해 수백만 건의 데이터가 축적된다. 정부의 「인공지능 전략(2025~2030)」은 이 같은 의료 데이터의 활용을 주요 과제로 다룬다. 2026년 1월 1일부터는 EESZT 데이터를 AI 개발에 활용하고, 이를 기반으로 의사·약사의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 규정이 시행됐다. 데이터 활용은 AI 알고리즘의 학습·시험·평가와 의료기기·디지털헬스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목적으로 허용된다. 이용자는 허가 절차를 거쳐 익명화된 데이터를 안전한 처리 환경 안에서만 활용할 수 있다. 이와 함께 EESZT에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해 의료진의 판단을 지원하는 ‘지능형 EESZT(iEESZT)’ 개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진단부터 수술·진료기록까지, 의료현장에 도입되는 AI·로봇 기술


진단은 헝가리 의료현장에서 AI가 활용되는 대표적인 분야다. 토트 가보르(Tóth Gábor) 헝가리 병원협회장은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AI가 도입되고 있으며, 특히 영상진단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별 병원에서도 도입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2026년 5월에는 헤베시주 마르코트 페렌츠 교육병원 병리과의 AI 스캐너 도입 사례가 알려졌다. 세포검사 검체 평가를 지원하는 장비로, 병원 측은 판독 속도와 정확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술 분야에서는 민간병원을 중심으로 AI 기능을 갖춘 정형외과 수술 보조 로봇이 활용되고 있다. 부다페스트의 Liv Duna Medical Center는 2024년 말 인공관절 수술용 로봇 ‘CORI’를 도입한 뒤 2025년 4월까지 무릎·고관절 인공관절 수술 74건을 시행했다. 2026년에는 민간병원 Mediversal도 같은 장비를 이용한 수술을 제공하고 있다. 병원 측 설명에 따르면 CORI는 수술 중 관절의 3차원 모델을 만들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의사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수술은 의사가 직접 장비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로봇수술 장비 도입도 이어지고 있다. 2026년 2월 병원협회 콘퍼런스에서 제시된 헝가리 내 다빈치(da Vinci) 로봇수술 시스템 가동 대수는 10대였다. 발표자는 이를 인구 96만 명당 1대 수준으로, 유럽 평균인 29만 명당 1대에 비해 보급이 적다고 설명했다. 다빈치는 의사가 직접 조작하는 로봇 보조 수술 시스템이다. 같은 해 7월에는 국립종양연구소(OOI)가 헝가리에서 처음으로 공공재정이 지원되는 진료에 Edge Medical의 단일포트(single port) 로봇수술 시스템을 도입했다. 해당 장비는 연말까지 시범 운영된다.


진료기록 작성에도 AI가 활용되고 있다. 헝가리에서 개발된 MedAssist는 의사와 환자의 대화를 바탕으로 병력, 진단, 치료 제안 등을 항목별로 정리한 외래 진료기록을 작성한다. 대면 진료와 원격 상담 모두에 사용할 수 있으며, 개발사는 환자 6명을 진료할 때마다 30~60분을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2026년 9월 민간의료 포럼에서 소개된 Genova AI는 기존 병원정보시스템(HIS)과 연동해 환자 기록을 정리하는 시스템이다. 발표자는 데이터를 내부에서 익명화해 처리하며, 8시간 근무 기준으로 기록 업무에 드는 시간을 최대 2시간 줄일 수 있다고 소개했다.



현장 수용성과 정책 지원이 확산의 관건


헝가리의 의료 AI 활용은 대학병원과 일부 민간병원의 도입 사례, 연구·개발 사업 등을 통해 구체화되고 있다. 데이터 활용을 위한 법적 기반이 마련된 가운데, 기술에 대한 현장의 이해와 수용성도 과제로 꼽힌다. 헝가리 병원 관계자는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AI가 반복적인 행정 업무를 줄여 의료진의 부담을 덜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현장 도입을 확대하려면 기술에 대한 거부감을 낮추고 병원 경영진의 이해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의료 디지털화를 둘러싼 정책 환경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2026년 5월 출범한 신정부는 독립 보건부를 신설했다. 헤게뒤시 졸트(Hegedűs Zsolt) 보건부 장관은 9월 17일 열린 병원협회 제38차 학술대회에서 보건의료 체계 개편 방향을 제시하며, 2027년 추가 확보를 추진하는 보건 재원을 디지털화에도 배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국가건강보험기금관리공단의 보험급여·진료비 지급 관련 데이터와 EESZT의 임상 데이터를 연계해 공공·민간 의료기관을 오가는 환자의 진료 과정을 파악하고, 응급환자의 도착부터 진단·입원까지의 과정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대시보드도 구축할 계획이다.


이러한 디지털화 구상이 구체적인 사업과 예산으로 이어질지가 향후 관심사다. 국가병원총국의 병원 AI 활용 현황 조사 결과와 2027년 예산안에 반영될 디지털화 재원, 데이터 연계 사업의 추진 일정은 헝가리 의료 AI의 보급 수준과 향후 사업 여건을 판단하는 데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료: 헝가리 중앙통계청, 헝가리 병원협회, 헝가리 정부 「인공지능 전략(2025~2030)」, Vilaggazdasag, Economx, Index, Portfolio, KOTRA 부다페스트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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