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형식 변호사, 버드앤버드(Bird & Bird LLP 리야드 오피스 한국 업무 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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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우디가 해외 기술 파트너를 찾는 이유
사우디는 2016년 Vision 2030 출범 이후 자동차, 방산, AI·데이터센터, 광업, 재생에너지 등에서 국내 산업과 공급망 자체를 새로 구축하고 있다. 국가대표 기업을 세우는 것은 출발점일 뿐이고, 실제 현지화에는 부품·소재·기술을 공급하는 전문 제조·기술기업이 필요하다. 사우디는 자본과 내수시장, 정부계 수요를 갖췄지만 기술과 제조 노하우, 공급기업이 부족해 검증된 해외 파트너를 적극 유치한다.
이 정책의 실행 축이 공공투자기금(PIF: Public Investment Fund)이다. 운용자산은 9,000억 달러 이상이며 2021~2025년 사우디 내 신규 프로젝트에 1,99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신규 법인 설립, 해외기업 지분투자, 합작법인을 두루 활용하고, 현지 공급기업 지원 프로그램(Supplier Development Program)과 현지조달 플랫폼 MUSAHAMA(150개 이상 포트폴리오 기업의 조달 기회를 연결)도 운영한다.
2. 합작 구조에 정해진 공식은 없다
사우디 정부계 기업과 협력하려면 사우디 측이 과반 지분을 가져야 한다는 인식이 있지만 실제 구조는 다양하다. 2022년 Dussur와 세아창원특수강은 세아창원특수강 51%, Dussur 49%로 스테인리스 무계목 강관 합작법인을 세웠다. 반대로 PIF와 현대자동차는 Hyundai Motor Manufacturing Middle East를 PIF 70%, 현대차 30%로 설립했다. 50:50 합작, 소수지분 투자, 프로젝트 단위 공동투자, 기술 라이선스(기술 사용을 허락하는 계약) 등 구조는 각 당사자의 자본·기술·시장접근성 기여에 따라 협상된다. 기술 중심 중소기업에는 현금보다 독자 기술이 핵심 기여가 될 수 있다.
3. 해외 모회사 투자와 현지 합작법인을 결합하는 구조
최근에는 사우디 투자자가 해외 모회사에 직접 투자하는 동시에, 그 기업이 사우디에 제조·R&D 기능을 세우는 합작법인을 함께 추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PIF 소유의 Alat은 2025년 1월 중국 Lenovo에 20억 달러를 전환사채로 투자하며 리야드 지역본부와 생산시설을 유치했고, 2025년 8월에는 독일 TK Elevator 지분 15%를 취득하면서 1억6,000만 유로 규모 합작법인을 확정했다. 한국 사례로는 SITE와 안랩이 SITE 75%, 안랩 25%로 사이버보안 합작법인 Rakeen을 세웠고, SITE Ventures가 안랩 지분 10%를 별도로 취득했다. 광업(Ma'aden–Ivanhoe Electric의 50:50 탐사 합작과 지분 9.9% 취득), AI 반도체(Wa'ed Ventures의 Rebellions 투자)에서도 비슷한 형태가 나타난다.
이 구조는 시장 수요가 입증되기 전에 대규모 현금을 투입하기 어려운 한국 기업과, 검증된 기술과 장기적 현지화 참여를 원하는 사우디 측의 이해를 함께 충족한다. 따라서 “사우디에 얼마를 투자할 수 있는가”보다 “우리가 낼 수 있는 기술·지식재산권·노하우로 사우디 자본과 현지사업을 어떻게 하나의 거래구조로 설계할 것인가”가 먼저 던질 질문이다.
4. 기술과 지식재산권을 수익화하는 방법
많은 기술 중소기업의 핵심 자산은 현금이 아니라 특허, 소프트웨어, 제품 설계, 제조공정, 엔지니어링 역량 같은 지식재산권과 노하우다. 합작법인에서 이를 수익화하려면 세 가지를 정해야 한다.
첫째, 기술 보호다. 특허 등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제조공정, 소스코드, 기술자료는 공개하지 않을 때 가치가 커지므로 접근권한을 제한하고, 역설계(제품을 분해·분석해 기술을 알아내는 것)와 계열사·하도급업체로의 유출을 막으며, 임직원과 외부계약자에게 비밀유지 의무를 부과한다.
둘째, 사용 범위와 대가다. 소유권을 넘기는 대신 제품·지역·분야·기간을 제한한 라이선스를 주고 로열티와 엔지니어링·교육·기술서비스 수익을 받을 수 있다. 사우디 회사법은 현물출자(금전 대신 기술 등 재산으로 하는 출자)를 허용하므로, 기술 사용권을 평가해 합작법인 지분과 교환하거나 소액 현금출자에 라이선스와 로열티를 결합하는 구조도 검토할 수 있다.
셋째, 개량기술의 소유다. 사우디 사업에서 나오는 개량·신규 기술의 소유권을 사전에 정한다. 본사가 핵심 개량기술을 보유하고 합작법인에는 사용권만 주거나, 공동개발 기술에 별도의 소유·라이선스 구조를 둘 수 있다. 어떤 기술은 본사에 남기고 어떤 권리는 라이선스할지, 이를 지분가치·로열티·반복 서비스 수익으로 어떻게 바꿀지가 핵심이다.
5. 한국 중소기업에 기회가 큰 분야
사우디의 육성 정책, 정부계 수요, 현지화 목표가 겹치고 한국 기업의 검증된 역량이 있는 분야가 유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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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
사우디 측 주체 |
현지화 동력 |
참여 가능 품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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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항공우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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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까지 군사 관련 정부지출 50% 이상 현지화 목표(2024년 말 24.89%), 74개 공급망 투자기회(약 467억 달러) |
전자부품·센서, 통신시스템, 드론, 정밀가공, 광학장비, MRO, 사이버보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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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전기차 |
Lucid·Ceer·현대차 합작법인 등 입주, 공급기업 동반 유치 |
모터·전력전자, 배터리 부품, 열관리, 센서, 충전설비, 정밀부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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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데이터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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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각·전력장비·서버 랙 현지 생산 기회 제시 |
냉각시스템, 전력장비, 네트워크 부품, 랙, 제어장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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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제조 |
Alat |
해외기업 협력·기술이전·현지화 |
로봇, 산업자동화, 공작기계, 센서, 제어시스템, 특수소재, 시험장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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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업·핵심광물 |
Ma'aden |
광업 라이선스 2,401개(2024)→2,925개(2025), 미탐사 지역 확대 |
지구물리 탐사, 시추장비, 드론, 광산 자동화, 광물처리, 수처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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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수자원 |
풍력·태양광 설비 합작법인, 대규모 프로젝트 |
인버터, 에너지저장장치, 펌프·밸브, 전기장비, 케이블, 수소 장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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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케어·바이오 |
바이오의약품 국내 생산·공급망 안정 |
진단·의료기기, 시험·생산장비, 포장, 콜드체인, 디지털헬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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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화장품 |
화장품·퍼스널케어를 확대 분야로 지정 |
스킨케어, 원료, 제형기술, 위탁생산, 뷰티 디바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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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EdTech |
사립·국제교육 민간 참여 확대 |
STEM·로봇교육, AI 학습, 학습관리시스템, 직업교육 |
*GAMI: General Authority for Military Industries, SAMI: Saudi Arabian Military Industries, RELC: Renewable Energy Localization Company, HPDC: Halal Products Development Company
[자료: 버드앤버드 고형식 변호사 취합]
6. 현실적인 시장진입 방법과 시사점
처음부터 100% 자회사를 세우기보다 적합한 사우디 중소기업과 협력하는 것이 현실적일 수 있다. 사우디 기업은 현지 라이선스, 시설, 인력, 고객관계, 정부조달 경험을 갖고 있고 한국 기업은 기술과 검증된 제품을 갖고 있어 서로 보완적이다. 기술 라이선스, 전문장비·엔지니어링 서비스 공급, 현지 조립·제조시설 구축, 공동법인 지분투자 등으로 설계할 수 있으며, PIF 포트폴리오 기업이나 Aramco 계열 투자기관이 투자자로, 정부계 기관이 앵커 고객(핵심 초기 수요처)으로 참여하면 구조가 강화된다.
따라서 먼저 사우디의 구체적인 산업·공급망 수요를 찾고, 관련 PIF 포트폴리오 기업이나 현지 파트너를 파악한 뒤, 어떤 기능을 현지화하고 어떤 지식재산권을 본사에 남길지 정해야 한다. 파트너는 각 기업 홈페이지, PIF 공급업체 플랫폼, KOTRA 및 현지 네트워크로 발굴할 수 있다. 한국이 과거 사우디의 물리적 인프라를 세웠다면, 이제는 자사 기술을 지키면서 사우디의 산업 기반을 함께 만드는 파트너십을 설계할 때다.
자료: PIF, GAMI, SAMI, Alat, SITE, Dussur, Ma'aden, HUMAIN, 각 사 공식 웹사이트 및 보도자료와 사례, Bird & Bird 리야드 오피스 한국 업무 총괄 변호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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