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서 한국 애니메이션과 웹툰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IP의 현지 사업화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다만 소비자 선호가 실제 유통·팬덤 형성·라이선싱 등 사업화로 이어지기까지는 현지화와 유통 기반 구축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이 글에서는 중동의 애니메이션 소비 기반과 한국 콘텐츠 선호 현황을 살펴보고, 실제 사업화 사례와 우리 기업의 진출 방향을 짚어본다.
성장하는 시장과 오래된 소비 기반
중동은 애니메이션이 낯선 시장이 아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1970~80년대부터 아랍어 더빙을 통해 중동에 소개되기 시작했으며, 이후 아랍어 더빙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공급한 채널들이 등장하면서 애니메이션 소비문화가 폭넓게 형성됐다. 특히 2000년 설립된 두바이 기반의 어린이 채널 Spacetoon은 다양한 애니메이션을 아랍어로 제공하며 현지 시청층을 확대하는 데 기여했다. 이러한 경험의 축적은 애니메이션을 특정 연령층에 한정된 콘텐츠가 아닌 대중적인 문화콘텐츠로 받아들이는 기반이 됐다.
이 같은 소비 기반에 더해 시장 자체도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MARC Group에 따르면 GCC 애니메이션 시장은 2025년 약 6억 9420만 달러에서 2034년 약 13억 2100만 달러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즉, 중동은 애니메이션 소비 경험이 축적된 가운데 관련 시장도 성장하고 있어,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수요를 처음부터 만들어내기보다 기존 소비층에 한국 IP를 연결하고 현지 유통·사업화 구조를 확보하는 접근이 중요하다.
높은 선호에 비해 제한적인 산업적 접점
문화체육관광부·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2025년 11~12월 30개국 2만 7400명의 한류 경험자를 대상으로 실시해 2026년 발표한 「2026 해외한류실태조사」에 따르면, 중동 응답자가 꼽은 인기 있는 해외 애니메이션 원산지는 한국이 65.0%로 가장 높았으며, 웹툰에서도 한국이 70.1%로 1위를 차지했다. 한국 웹툰 추천의향 역시 83.6%로 전체 평균(74.7%)을 웃돌아 소비자 측면의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선호도가 오프라인 팬덤이나 IP 사업으로 충분히 연결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동 대표 대중문화 행사인 중동영화코믹콘(MEFCC)은 4만 6000명 이상의 방문객을 확보하는 대형 플랫폼으로 성장했으며, 최근에는 일본 애니메이션·만화 등 관련 콘텐츠를 별도 공간에서 다루는 Otaku District도 운영하고 있다. 반면 한국 애니메이션·웹툰은 높은 소비자 선호도에 비해 현지 행사나 오프라인 팬덤과 연결되는 사례가 상대적으로 많이 축적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또한 중동 응답자가 선호한 한국 애니메이션도 (6.3%), (6.1%), (5.6%) 등으로 분산돼 있다. 이는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실제 팬덤 형성과 상품화·라이선싱으로 확장되기 위해서는 현지에서 인지도를 확보할 대표 IP의 발굴과 육성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자료: 현지언론 Gulf News]
실제 사업화도 시작됐다
그럼에도 콘텐츠 유통과 IP 사업화는 실제 시장 접점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우디리서치미디어그룹(SRMG) 계열 Manga Arabia는 2025년 4월 한국 키다리스튜디오·브이브로스와 협력해 한국 웹툰의 아랍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중동 시장에 한국 웹툰을 현지 언어로 정식 유통하는 구조가 구축됐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현지화 사례로 볼 수 있다.
UAE에서도 K-콘텐츠의 현지 소비와 사업화를 연결하는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25년 4월 두바이 Festival City Mall에 ‘KOREA 360 UAE’를 개관했으며, K-콘텐츠 및 연관 상품 158개 브랜드, 700여 종을 전시·판매하고 웹툰·캐릭터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과 비즈니스 상담 공간을 함께 운영했다. 2026년에도 콘텐츠 상품의 전시·판매와 현지 유통사·바이어 매칭을 지원하는 입점 사업이 이어지고 있다.
두 사례는 사우디의 아랍어 웹툰 유통과 UAE의 오프라인 전시·판매 및 바이어 연계 등 중동에서 K-콘텐츠의 사업화 접점이 다양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료: 무역관 직접 촬영]
시사점 및 우리 기업의 진출 전략
높은 소비자 선호를 실제 시장 성과로 전환하려면 단순 콘텐츠 수출을 넘어 IP 중심의 단계적 진출 전략이 필요하다. 「2026 해외한류실태조사」에서 중동 응답자가 지적한 한국 애니메이션의 호감 저해요인은 어렵고 생소한 한국어(22.3%), 성인 대상 콘텐츠 부족(20.2%), 접하기 어려운 환경(19.6%) 순으로 나타났으며, 웹툰에서도 번역 미흡, 접근성, 불규칙한 연재 주기 등이 주요 불편요인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아랍어 번역·더빙과 현지 플랫폼 입점을 통해 접근성을 높이고, 현지 배급사·플랫폼과 협력해 안정적인 유통 기반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현지 IP 유통 관계자 M씨는 “중동에서는 한국 콘텐츠의 인지도보다 아랍어 현지화와 안정적인 유통망 구축이 실제 사업화의 핵심”이라며 “현지 플랫폼·행사와 연계해 팬덤을 확보한 뒤 라이선싱·상품화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에는 현지 대중문화 행사와 연계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고, 작품·작가에 대한 팬덤을 형성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캐릭터 상품·라이선싱 등 부가사업을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현지 기업과의 공동제작으로 사업 범위를 넓히는 방식이 가능하다. 또한 국가·플랫폼별 문화·콘텐츠 기준을 고려해 폭력성·선정성 및 종교적으로 민감한 소재에 대한 사전 검토가 필요하며, 성인 대상 콘텐츠 수요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연령층을 겨냥한 작품 구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자료: 문화체육관광부·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2026 해외한류실태조사, 중동영화코믹콘(MEFCC), 걸프뉴스(Gulf News), IMARC Group, Spacetoon, 현지 언론 및 KOTRA 두바이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