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화장품을 수출하는 A기업은 지금까지 물류사의 수입신고자(Importer of Record, IOR) 대행 서비스를 이용해 미국에 제품을 수출해왔다. 그러나 최근 물류사로부터 조만간 수입신고자 대행 서비스를 종료할 예정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러한 통보를 받은 기업은 비단 A기업뿐만이 아니다. 이러한 트렌드는 지난 6월 3일, 백악관이 발표한 ‘관세 집행 강화(Strengthening Customs Enforcement)’ 행정명령에서 시작됐다.

트럼프 행정부, 해외 수입자 통관 장벽 높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해당 행정명령은 불법 환적, 원산지 허위 신고, 저가 신고, 강제노동 생산품 유입 등을 전면 차단하는 것을 골자로,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과 국토안보부(DHS)에 강력한 단속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요 내용으로는 수입자(Importer of Record, IOR)의 신원 및 소유구조, 미국 내 자산과 담보 능력 검증 강화, 해외에 본거지를 둔 수입자(Foreign Importer of Record, FIOR)의 통관 요건 강화, 수입자에게 요구되는 최소 담보(Bond) 및 미국 내 유형 자산 요건 상향 조정, 관세법 위반에 대한 벌금 감경을 제한하는 50% 최소 벌금 하한선(Penalty Floor) 도입 지시 등이 포함됐다. 또한 해외 수입자(FIOR)에 대해서는 간이통관(Informal Entry)을 제한하고, 정식통관(Formal Entry)에서도 추가적인 담보 및 CTPAT(미국 민관 합동 공급망 보안 프로그램) 관련 요건을 적용하도록 했다.

통관에서 수입신고자의 역할은 어떻게 변화하나?

미국 통관 과정에서 물품 수입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는 주체를 IOR이라고 하며, 이 중 해외 소재 회사가 IOR로 수입자 역할을 할 경우 FIOR로 부른다. 그동안 한국을 포함한 많은 해외 기업들은 미국 내 별도의 법인이나 자산을 두지 않고도, 미국 통관 대행사 혹은 브로커를 통하거나 해외 본사 명의 자체를 FIOR 등록해 비교적 자유롭게 수입자 지위를 유지해 왔다. 대다수의 FIOR들은 ACE(The Import and Export Processing System, CBP의 전자 수출입 통관 및 물류 시스템) 통관 시스템상 특별한 제재 없이 ‘활성(Active)’ 상태를 유지하며 일반 형식 통관뿐만 아니라 간이 통관까지 손쉽게 진행할 수 있었다. 현실적으로 미국 내 통제 장치가 부족한 상황에서 일부 해외 기업들은 페이퍼컴퍼니 형태 FIOR을 등록하는 사례도 있었다.

통관 관련 업무를 진행 중인 B씨는 뉴욕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는 이러한 편법이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행정명령과 미 관세국경보호청(CBP)의 후속 조치에 따라 수입자(IOR)의 실질적인 미국 내 존재 및 책임 능력 검증이 강화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IOR에 대해 미국 내 유형 자산(Tangible Domestic Assets), 보증금 또는 이들의 조합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소유주 및 실소유주 정보(Ownership/Beneficial Ownership), 예상 수입 물량, 설립 연도, 미국 내 자산 정보 등의 추가 제출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CBP는 수입자의 준법 이력(Compliance History) 등을 기준으로 위험 기반 등급(Risk-based Tier)을 설정하고 비활성 수입자(Inactive IOR)를 정비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물류사나 관세 브로커 역시 명목상 IOR 제공이나 대행 서비스에 대해 이전보다 훨씬 신중하게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행정명령은 해외 수입자(FIOR)의 간이 통관 제한을 지시하고 있어, 기존 해외 업체를 FIOR로 설정한 소액/간이 통관(Low-value/Informal Entry) 방식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다만, 즉시 중단보다는 CBP나 미 국토안보부(DHS)가 후속 지침을 내놓을 것으로 보여 그 상세 내용 확인이 필요하다. 미국 내 법인 혹은 자산이 없는 해외 기업이 단순히 주소만 등록해 놓는 방식도 앞으로 유지하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그러나 이것이 미국 법인이 없으면 수입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는 아니고 일정 조건 하에 거주 대행인(Resident Agent) 및 관세 브로커(Customs Broker)를 활용하는 구조 등이 존재하므로, 후속 규정에 따른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

CBP는 최근 ACE 시스템에 ‘통관 목적 비활성화(Inactive for Entry Purposes)’라는 새로운 상태(Status)를 전격 도입했다. CBP는 IOR 등록부를 업데이트하여 비활성 IOR를 분류하고, 활성 IOR이 보통 상태(Good Standing)을 유지하도록 조치할 예정이다. B씨는 “CBP는 현재 기존 5106 서식 기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제출된 정보가 부정확하거나 불완전한 경우 해당 IOR 번호를 무효화(void)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은 CBP에 등록된 정보를 다시 한 번 검토하길 권장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IOR 번호가 무효화되면 해당 번호를 사용하여 물품을 수입할 수 없게 될 리스크가 존재하기 때문에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주소지에 대해서는 “등록 대리인(Registered Agent), 관세사(Customs Broker), 물류사(Freight Forwarder), 사업서비스센터(Business Service Center) 주소, 사서함(P.O. Box), 기타 제3자의 주소를 IOR주소로 설정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시사점

미국 관세사 C씨는 뉴욕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행정명령은 미국의 수입 규제 체계 자체를 재편하고, 한층 강화된 통관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구축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한국의 주요 수출시장인 만큼 이번 행정명령이 제조업, 전자, 반도체, 화학, 철강 등 핵심 수출 산업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수출 통관은 물론 계약 관계와 법적 책임 배분에도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기업들의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통관 과정에서의 실사와 신고 정확성에 대한 관리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C씨는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이 통관 브로커들에게 고객사에 대한 실사(Due Diligence) 의무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며 “사소한 데이터 오기나 누락만으로도 ACE 시스템에서 통관 목적의 비활성화 조치가 이뤄질 수 있는 만큼 관련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CBP 신고 서류의 항목을 꼼꼼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자료: EY Global, US Customs and Border Protection, The White House, Latham & Watkins LLP, Holland& Knight, KOTRA 뉴욕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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