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고령화, 장수와 예방 웰니스에 대한 관심 확대
싱가포르는 2026년 65세 이상 시민 비중이 20%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고령화에 대한 논의도 단순히 기대수명을 연장하는 데서 벗어나, 건강하게 사는 기간인 건강수명(healthspan)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이는 중·장년층 이후의 삶 전반에 걸쳐 예방적 건강관리, 영양, 신체 상태, 외모와 전반적인 웰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장수 트렌드는 전통적인 의료 영역뿐 아니라 보충제, 기능성 식품, 안티에이징 스킨케어 등 일상적인 건강관리를 표방하는 제품에 대한 관심 증가에서도 나타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주목할 부분은 싱가포르 소비자에게 전통적인 아시아 건강관리 개념이 여전히 친숙하다는 점이다. 현대 서양의학 중심의 의료체계가 발달한 싱가포르에서도 중의학(Traditional Chinese Medicine, TCM)은 생활 속 건강관리 방식 중 하나로 활용되고 있다. 등록 중의사 수는 2010년 2,421명에서 2025년 3,615명으로 증가했으며, 젊은 소비자들도 소화, 스트레스, 피부 질환, 전반적인 웰니스 등을 위해 점차 중의학을 찾고 있다.
싱가포르 보건부에 따르면 성인 5명 중 1명이 매년 중의학을 이용하고 있으며, 중의학 이용자의 약 40%는 동일한 질환에 대해 서양의학도 함께 이용하고 있다. 이는 중의학이 현대 의료를 대체하기보다는 병행해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며, 건강한 노화를 위한 보다 통합적이고 예방적인 접근으로의 전환과도 맞닿아 있다. 이처럼 전통적인 건강관리 개념에 대한 높은 친숙도가 한국 기업에 어떠한 새로운 시장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지 살펴보고자 한다.
전통 웰니스, 클리닉에서 일상 소비재로
싱가포르에서 전통적인 건강관리 방식에 대한 관심은 병원이나 중의학 클리닉에만 머물지 않는다. 전통적으로 사용돼 온 허브와 건강 원료가 현대 소비자의 생활방식에 맞춰 보충제, 농축액, 파우치, 음료, 퍼스널케어 제품 등으로 다양하게 상품화되고 있다.
싱가포르의 대표 중의약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를 잘 보여준다. Eu Yan Sang은 전통 중의약(TCM) 제품을 지속적으로 판매하는 한편, 제품군을 보충제, 건강식품, 음료, 즉석 섭취형 토닉, 퍼스널케어 제품 등 일상적으로 사용하기 쉬운 형태로 확대하고 있다.
건강보조식품, 건강식품, 전자상거래로 사업을 확장한 현지 한방제품 유통업체 H사의 관계자는 “고객층이 점차 젊어지고 있으며, 현대적인 보충제와 전통적이고 통합적인 웰니스 접근을 함께 활용하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료: Eu Yan Sang 공식 사이트]
이러한 변화는 전통 웰니스의 상업적 의미도 바꾸고 있다. 소비자는 반드시 스스로를 환자로 인식하거나 중의사를 방문하지 않아도 해당 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 전통 건강관리 개념은 보다 폭넓은 장수 루틴의 일부가 될 수 있으며, 소비자들은 건강수명의 서로 다른 측면을 관리하기 위해 다양한 프리미엄 제품을 활용할 수 있다. 일상적인 웰빙을 지원하는 보충제와 기능성 음료부터 외모와 활력을 관리하는 이너뷰티 제품과 안티에이징 스킨케어까지 그 범위가 넓다.
이러한 변화에서 한국 기업이 주목할 부분은 ‘중의학 시장’ 자체보다 전통 원료와 건강관리 개념이 현대적인 소비재로 재해석되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는 더 이상 전통 건강 원료를 질병 치료를 위한 약재로만 인식하지 않는다. 일상적인 컨디션 관리, 활력, 면역, 소화, 수면, 피부 및 노화 관리 등 다양한 웰니스 목적에 따라 제품을 선택한다. 특히 복용과 휴대가 간편한 제품 형태, 세련된 패키지, 명확한 기능성 메시지를 갖춘 제품은 젊은 소비자에게도 접근하기 쉽다.
한국 소비재에서도 이러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한국 전통 건강문화와 밀접한 대표 원료 중 하나인 홍삼은 싱가포르 내 다양한 유통채널에서 농축액뿐만 아니라 간편한 1회 섭취 형태의 제품으로도 판매되고 있다. 이러한 전통 건강문화는 전통 한방 원료를 활용한 한국 화장품인 ‘한방 화장품’을 통해 프리미엄 뷰티 분야로도 확장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도 탄력, 피부 활력 및 노화 징후 개선 등을 내세운 한방 스킨케어 제품이 다양한 유통채널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자료: Fairprice Singapore 공식 사이트]

[자료: Sephora 공식 사이트]
TCM의 인기가 한국 건강제품에도 기회가 될 수 있는 이유
중의학(TCM)과 한국의 한의학은 동일한 전통의학은 아니다. 각각 오랜 기간 서로 다른 의료체계와 제도, 처방 및 임상 관행으로 발전해 왔다. 따라서 싱가포르에서 TCM 이용이 활발하다는 사실을 한국 한방 제품에 대한 직접적인 수요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다만 한국 기업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싱가포르 소비자가 이미 전통 아시아 건강관리에서 활용되는 원료와 ‘보양·활력·균형·예방’ 등의 개념에 비교적 익숙하다는 점이다.
인삼을 비롯한 일부 원료와 건강관리 개념은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에서 오랜 기간 활용돼 왔다. 이러한 문화적 친숙도는 한국 기업이 전통 원료를 활용한 제품을 싱가포르 시장에 소개할 때 완전히 새로운 개념부터 설명해야 하는 부담을 낮춰줄 수 있다.
다만 한국 제품은 TCM 제품을 그대로 모방하기보다 한국의 독자적인 건강문화와 제품 경쟁력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홍삼을 비롯한 전통 건강 원료를 농축액, 스틱, 젤리, 음료 등 현대적인 형태로 상품화해 왔으며, 최근에는 전통 원료와 현대적인 기능성 소재를 결합한 건강기능식품, 이너뷰티 등으로 제품군을 넓히고 있다.
즉, 싱가포르 소비자에게 익숙한 ‘전통적 건강관리’라는 출발점에 한국의 제품 개발력, 편의성, 디자인 및 K-브랜드 이미지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차별화할 수 있다.
홍삼에서 이너뷰티까지, 넓어지는 한국 건강식품의 영역
싱가포르 시장에서 가장 익숙한 한국 전통 건강 원료 가운데 하나는 홍삼이다. 현지에서는 한국산 홍삼 농축액뿐만 아니라 스틱, 파우치, 음료 등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한국 건강식품의 기회는 홍삼에만 머물지 않고 있다.
한국산 식품 보충제 수입은 장기적으로 크게 증가했으며, 최근의 증가세는 비인삼 보충제에 더 집중되어 있다. 인삼 기반 보충제와 음료용 조제품도 여전히 수입되고 있지만, 최근 확대의 주된 동력은 아니었다.
(단위: US$ 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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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HS 코드 |
품목 |
2021 |
2022 |
2023 |
2024 |
2025 |
2025 증감률 |
|
21069071 |
인삼 기반 식품 보충제 |
2,741 |
2,429 |
1,550 |
1,916 |
1,361 |
-29.0% |
|
21069072 |
기타 식품 보충제 |
6,264 |
6,914 |
6,085 |
6,153 |
8,477 |
+37.8% |
|
합계 |
식품 보충제 |
9,005 |
9,343 |
7,635 |
8,070 |
9,838 |
+21.9% |
[자료: Global Trade Atlas, 2026.9.30]
이는 한국 기업의 기회가 전통적인 인삼 제품에만 한정되지 않음을 시사한다. 한국은 전통 건강문화라는 유산과 보충제, 기능성 식품, 프리미엄 스킨케어에 걸친 소비재 역량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어, 여러 프리미엄 제품군에서 전통 원료와 통합적 건강 개념을 활용할 수 있다. 변화하고 있는 싱가포르의 장수 시장에서는 전통 원료를 현대 소비자에 맞게 재해석해, 건강과 외모를 보다 오래 유지하기 위한 신뢰할 수 있고 편리하며 프리미엄한 방식을 제시할 수 있는 기업에 큰 기회가 열리고 있다.
시사점
싱가포르의 장수·웰니스 시장 확대는 한방 원료 소비재 기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단순히 ‘한국의 전통 한방 제품’이라는 점만 강조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싱가포르 소비자는 TCM을 통해 전통적인 아시아 건강관리 개념에 익숙한 동시에 글로벌 건강기능식품과 현대적인 웰니스 브랜드를 폭넓게 접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기업은 전통성과 현대성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기보다 두 요소를 결합하는 전략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국 기업에도 기회는 ‘한방을 수출하는 것’보다 한국의 전통 건강 원료와 건강관리 문화를 현대적인 소비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것에 있다. 싱가포르 소비자에게 이미 친숙한 아시아의 전통적 건강관리 개념을 출발점으로 삼되, 편리한 제형, 명확한 기능적 포지셔닝, 신뢰할 수 있는 품질과 프리미엄 브랜딩을 결합한다면 한국 건강식품은 홍삼을 넘어 보다 다양한 장수·웰니스 소비재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료: Singstat, Singapore Ministry of Health,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Practitioners Board, The Business Times, KOTRA 싱가포르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