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수출은 사상 최대, 외국인 투자는 위축
파키스탄 중앙은행(SBP, State Bank of Pakistan) 국제수지 통계에 따르면 2026 회계연도(2025년 7월~2026년 6월) 통신·컴퓨터·정보서비스 수출은 46억 달러로 전년(38억1400만 달러) 대비 21% 증가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재무부 「2025-26 경제백서」(Pakistan Economic Survey 2025-26)에 따르면 등록된 IT·IT기반서비스(ITeS, IT-enabled Services) 기업도 3만4420개에 이르러, 현지 협력 파트너와 개발 인력 기반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자본 유입은 정체됐다. 같은 회계연도 순 외국인직접투자(FDI, Foreign Direct Investment)는 16억3700만 달러로 전년(24억7700만 달러) 대비 34% 감소했고, 통신 부문은 4억5600만 달러 순유출을 기록해 전년(7000만 달러 순유출)보다 유출 폭이 커졌다. 2025년 12월 노르웨이 Telenor가 현지 법인을 파키스탄 통신사 PTCL에 1080억 루피(약 3억8500만 달러) 규모로 매각하며 투자 유출에 영향을 준 시기와도 맞물린다. IT 산업의 성장세가 곧바로 외국인 투자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 만큼, 투자 판단은 산업 규모보다 개별 사업의 재원과 실행 가능성을 기준으로 할 필요가 있다.
재원 확보 단계에 들어선 AI·디지털 인프라 사업
정책의 무게중심은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과 디지털 공공인프라로 옮겨가고 있다. 정부는 2025년 7월 국가 AI 정책을 승인했고, 2026년 2월 셰바즈 샤리프 총리는 2030년까지 AI 분야에 1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이는 다년도 계획으로, 집행이 확정된 예산과는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연방정부 관계자 A씨는 KOTRA 카라치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10억 달러 계획은 원칙적으로 승인됐으나 재원 문제로 집행이 지연되고 있다"며 "공여기관 등과 재원 협의를 진행 중이며, 재원이 확정되면 2026년 말이나 2027년 초부터 본격 집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개별 사업은 승인과 재원 확보 단계에 따라 진척 정도가 다르다. 파키스탄 중앙개발실무위원회(CDWP, Central Development Working Party)는 2026년 6월 130억 루피(약 4670만 달러) 규모의 국가 AI 생태계 개발 프로그램(NAIEDP, National Artificial Intelligence Ecosystem Development Programme)과 79억3000만 루피(약 2850만 달러) 규모의 신기술 데이터센터 사업을 심의해 상위 승인 절차로 넘겼다. 이 중 NAIEDP는 인프라 수요와 재무 타당성을 검토하는 사전 타당성 조사 성격이 강하다. 한국수출입은행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Economic Development Cooperation Fund) 차관으로 추진되는 IT파크 사업도 지역별로 속도에 차이가 있다.
이슬라마바드 IT파크(총사업비 약 8838만 달러)는 연면적 6만6893㎡ 규모로 한국 기업 컨소시엄이 공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카라치 IT파크(부지 6에이커, 연면적 약 10만6400㎡)는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절차를 다시 준비하고 있다. 두 시설이 완공되면 우리 기업이 현지 거점으로 검토할 수 있는 기술 클러스터가 된다. 또한 세계은행은 디지털경제강화사업(DEEP, Digital Economy Enhancement Project)과 커넥티드 펀자브 프로그램을 승인했다. 민간에서는 현지 대기업 계열의 콴텀 글로벌 데이터센터(QGDC, Quantum Global Data Centre)가 해외 정보통신기술(ICT,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 기업과 기술협력을 맺고 초기 2억3000만 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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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명 |
규모 (US$ 백만) |
재원 |
진행 단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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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Park 이슬라마바드 |
88.4 |
한국 EDCF(76.3), 파키스탄 정부(12.5) |
공사 진행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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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Park 카라치 |
186.7 |
한국 EDCF, 파키스탄 정부 |
시공사 입찰 준비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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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경제강화사업(DEEP) |
78.0 |
세계은행 |
2024년 3월 승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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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넥티드 펀자브 프로그램 |
278.0 |
세계은행(70.0), 펀자브주 정부(208.0) |
2026년 6월 승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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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 데이터센터 |
28.5 |
연방정부 |
2026년 6월 ECNEC 회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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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AI 생태계 개발 프로그램(NAIEDP) |
46.7 |
연방정부 |
2026년 6월 ECNEC 회부 (타당성 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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콴텀 글로벌 데이터센터(QGDC) |
230.0(초기 투자) |
현지 민간 그룹 |
2027년 상업운전 목표 |
[자료: STZA, 세계은행, 파키스탄 계획개발특별사업부, 언론 보도 종합('26.9월 조회)]
외국인투자 환경과 기술산업 인센티브
파키스탄은 IT와 통신을 포함한 서비스 분야에서 업종별 인허가 요건을 전제로 외국인이 최대 100%까지 지분을 보유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직접적인 지분 소유가 사업모델에 적합한 경우 한국 기술기업은 파키스탄에 100% 소유의 현지법인을 설립할 수 있다. 다만 공공조달 참여와 현지 사업 수행이라는 측면에서는 파트너십도 여전히 유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외국인 투자자는 파키스탄 중앙은행(State Bank of Pakistan)의 절차에 따라 인가된 은행 채널을 통해 자본금, 이익 및 배당금을 해외로 송금할 수 있다. 다만 제도와는 별개로 현지의 불안정한 제도적 구조 및 행정 처리 지연 및 송금 불허 등에 따른 애로사항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
요건을 충족하는 기술기업은 특별기술구역청(Special Technology Zones Authority, STZA) 제도를 이용할 수도 있다. 현재 Zone Enterprise에 제공되는 혜택에는 이익 및 자본이득에 대한 세금과 최소매출세(minimum turnover tax)의 10년 면제, 요건을 충족하는 자본재 수입에 대한 세제 혜택, Special Foreign Currency Account 이용 등이 포함된다. 다만 별도의 면제조치가 적용되지 않는 경우 주정부가 부과하는 서비스 판매세는 계속 적용될 수도 있으므로, 사전에 지역에 따른 제도 적용 범위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변수는 인센티브의 지속성이다. 이러한 인센티브의 장기적인 가치는 이제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파키스탄은 국제통화기금(IMF, International Monetary Fund) 확대신용(EFF, Extended Fund Facility) 3차 검토 과정에서 경제특구(SEZ, Special Economic Zone)와 특별기술구역(STZ) 관련 법을 2027년 6월까지 개정해 이익 기반 세제 혜택을 비용 기반 지원으로 전환하고, 2035년까지 재정 인센티브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현재의 혜택이 즉시 폐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간에 걸쳐 추진되는 프로젝트라면 현재의 세제상 이점이 유지되는 경우와 유지되지 않는 경우를 모두 가정해 사업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국 기업을 위한 IT·AI 투자 기회 및 단계적 진출 방안
가장 유망한 기회는 정책적 지원이 이미 재원이 확보된 프로젝트나 공공조달과 연결되어 있는 분야에서 나타난다. 2026년 연방정부 기관들은 주권형 AI 인프라, AI 허브, 파키스탄 국내에 호스팅되는 정부 AI 시스템을 추진했으며, 지방정부 프로그램에는 GPU 서버, 데이터센터 인프라 및 정부 클라우드 사업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사이버보안, 클라우드 아키텍처 및 시스템통합 분야에서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조달도 시장 진입 경로가 될 수 있으나 입찰 참가자격은 입찰별로 다르다. 파키스탄 정보통신부 산하의 국가기술기금인 Ignite의 2026년 Sovereign National AI Infrastructure 조달사업은 PPRA/e-PADS에서 요건을 갖춘 등록 입찰자를 대상으로 하는 현지 입찰(Local Tender)로 등록돼 있다. 따라서 한국 기업은 직접 참가할 수 있다고 전제하기보다 각각의 입찰 조건을 확인해야 한다. 현지기업 지위가 요구되는 경우에는 파키스탄 현지법인이나 자격요건을 충족하는 현지 파트너를 활용하는 것이 더 현실적일 수 있다.
- AI·클라우드·데이터 인프라: 정부 AI 프로그램, DEEP, Connected Punjab,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및 Cloud First 프레임워크는 컴퓨팅, 호스팅, 보안, 시스템통합 분야의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공공부문 클라우드 사업에서는 인증과 데이터 관련 요건 역시 중요하다.
- 핀테크·사이버보안: 디지털뱅킹과 결제 분야는 상업적 기반을 갖추어 나가고 있다. 파키스탄 중앙은행의 규제 샌드박스(Regulatory Sandbox)에서는 오픈뱅킹, 기술 기반 해외송금 유입, 원격 가맹점 등록 등을 시험해 왔으며, 이는 외국기업에 통제된 환경에서 기술을 시험할 수 있는 경로를 제공한다.
- 디지털 정부: 공공기관에서는 안전한 데이터 교환, 신원확인, 정부 컴퓨팅 및 모니터링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현지 시스템통합업체와의 파트너십은 초기부터 대규모 투자를 하지 않고도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따라서 실질적인 사업 기회는 명확한 구매자, 예산, 조달 경로 및 사업 이행 일정을 확인할 수 있는 경우에 가장 크다. 단순한 정책 발표보다 재원이 확보된 프로젝트와 현재 진행 중인 입찰이 단기 수요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되는 근거가 된다.
진출 방식은 사업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 시스템 구축형 사업은 현지 시스템통합(SI) 기업, 통신사, 은행과의 협력으로 시작하면 초기 투자 부담을 줄이면서 발주처 접근성과 현지 실행 역량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정부 조달은 입찰마다 현지 등록 요건이 다르므로 공고별로 참가 자격을 확인해야 하며, 현지 법인이나 자격을 갖춘 파트너가 필요할 수 있다. 클라우드·관리형 서비스처럼 반복 매출이 발생하는 사업은 현지 영업·기술 인력을 갖춘 법인 설립을 검토할 만하다.
운영 측면의 준비도 필요하다. 현지 IT 인력 저변은 넓지만 업계 채용 수요가 중·고급 경력직에 집중돼 있어, AI·클라우드·보안 분야의 교육과 인증 비용을 사업 계획에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데이터 보호와 정보보안 관련 규범이 정비되는 과정에 있으므로, 데이터 처리 비중이 큰 사업은 향후 현지 저장이나 보안 인증 요건이 강화될 가능성을 계약과 설계 단계에서 고려해야 한다.
결국 파키스탄 IT 시장은 수요 신호는 분명하지만 사업별 성숙도 차이가 크다. 재원이 확정된 사업, 발주처와 예산이 명확한 조달, 실행 가능한 현지 운영 모델을 갖춘 기회부터 접근하고, 반복 수요가 확인되는 시점에 법인 설립과 STZA 라이선스 취득으로 단계를 높이는 방식이 리스크를 줄이는 현실적인 경로다. 특히 인센티브 적용 조건이 바뀔 수 있으므로, 장기 투자를 검토하는 기업은 STZA와의 사전 협의를 통해 혜택 적용 범위와 기간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자료: 파키스탄 중앙은행(SBP) 국제수지·외국인직접투자 통계, 재무부 「2025-26 경제백서」, 특별기술구역청(STZA), 세계은행, IMF, 현지 언론 기사, KOTRA 카라치 무역관 인터뷰 및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