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가 철강·알루미늄·구리 및 파생상품에 대한 무역확장법 제232조 관세 부과 방식을 전면 개편하면서, 한국산 전력 기자재의 대미 수출 환경에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2025년 파생상품 관세 확대 과정에서 변압기 등 전력 기자재가 232조 관세 대상에 포함되며 부담이 커졌으나, 2026년 4월 개편으로 복잡한 함량가치 산정 의무가 폐지되고 초고압 변압기 등 전력망 장비에는 2027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인하된 세율이 적용된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미국 전력망 투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나온 이번 조치는 한국 전력 기자재 기업에 우호적 환경을 조성하고 있으나, 최근 관세 정책 재편 흐름을 고려할 때 완화 기조가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미국 전력망 슈퍼사이클과 한국산 전력 기자재 수출 호조

미국에서는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과 노후 송전망 교체 수요가 맞물리며 전력 인프라 투자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 내 전력 기자재 공급 부족이 심화되면서 관련 시장 규모도 가파르게 팽창하는 추세다. 글로벌 산업분석기관 IBISWorld는 미국 전력기기 시장 규모는 전력회사 및 대규모 전력 소비 기업들의 노후 인프라 교체 수요와 AI 데이터센터 증설에 힘입어 2026년 기준 전년 대비 7.8% 증가한 814억 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특히 변압기 제품군은 160억 달러 규모로 전체 전력기기 제조업 매출의 19.6% 내외를 차지하는 핵심 세그먼트로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를 개편하여 외국산 초고압 변압기 등에 15%의 한시적 인하 세율을 적용한 근본적인 배경은 자국 내 극심한 공급 부족에 기인한다. 현재 미국 변압기 시장의 수입 의존도는 80%를 상회하는 반면, 수요 급증으로 인해 과거 1년 안팎이던 제품 조달 납기(Lead-Time)가 최소 3년에서 최대 4년까지 늘어나는 등 인프라 확충의 심각한 병목 현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전력망 인프라 교체 및 데이터센터 증설 호황에 힘입어, 2025년 11월 누계 기준 한국산 전력기기(변압기·배전반·전선 등)의 연간 수출액은 총 71억 3,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특히 미국 주력 수출품목인 초고압 변압기(HS Code 8504.23)은 2026년 5월 누계 수출액이 1억 1,156만 달러로 전년 대비 57% 증가한 수치이다. 이는 전체 초고압 변압기 수출액의 87.5%에 달하는 규모로, 한국 변압기 수출에서 미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임을 보여준다.

변압기, 232조 파생상품 관세 대상에 포함되기까지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2월 232조에 근거해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및 파생상품 수입에 관세를 전면 부과하고 파생상품의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같은 해 6월에는 관세율을 50%로 인상하면서 파생상품의 철강·알루미늄 함량가치에 232조 관세를, 비금속 함량에는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함량 기준 체계를 도입했다. 이어 8월 18일부터는 미국 산업계의 신청을 받아 407개 파생제품이 추가로 지정되었는데, 주요 영향 품목에 변압기가 포함되면서 한국산 전력 기자재가 본격적으로 232조 영향권에 들어왔다.

그러나 함량 기준 부과 방식은 시행 초기부터 논란이 됐다. 제품 내 철강·알루미늄 함량가치를 입증·산정해야 하는 부담이 수입자에게 전가된 데다 구체적인 산정 기준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6년 2월에는 미국 상공회의소를 포함한 20여 개 산업단체가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에 서한을 보내 함량 계산 기준 부재로 인한 불확실성과 행정 부담을 지적하기도 했다.

< 무역확장법 제232조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 관세 주요 경과 >

연번

시기

주요 내용

1

2025년 2월

철강·알루미늄 및 파생상품(derivative products)에 대한 232조 관세 전면 부과 및 파생상품 범위 대폭 확대(포고문 제10895 및 10896호)

2

2025년 6월

관세율 50%로 인상, 파생상품의 철강·알루미늄 함량가치에 232조 관세, 비금속 함량에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함량 기준 체계 도입

3

2025년 8월 18일

변압기, 냉장·냉동고, 건설기계 등 407개 파생제품 추가 지정(해당 품목 미국의 對한국 수입액 약 118.9억 달러)

4

2026년 2월

美 상공회의소 등 20여 개 산업단체, 함량 계산 기준 부재에 따른 불확실성·행정부담을 지적하는 서한을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에 발송

5

2026년 4월 2일

232조 관세 부과 방식 개편 포고문 발표(4월 6일 통관분부터 적용)

: 함량가치 기준 폐지, 통관가격 기준 50%·25%·15% 정률 체계 전환

6

2026년 6월 1일

후속 포고령 발표(6월 8일 적용)

: 한국 등 관세 합의국의 일부 이동식 산업기계 25%→15% 인하, 미국산 금속 사용 요건 95%→85% 완화 및 중량 85% 이상 충족 시 10% 우대세율 적용

[자료: 백악관, 미 상무부(BIS), 한국무역협회 등, LA무역관 가공]

2026년 4월 개편: 함량가치 폐지, 전력망 장비는 15% 한시 적용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2일 철강·알루미늄·구리 232조 관세 부과 방식을 개편하는 포고문을 발표했고, 동부표준시 4월 6일 00시 01분 통관분부터 새 제도가 적용되고 있다. 개편의 핵심은 함량가치 기준을 폐지하고 완제품 전체 통관가격(full customs value)을 기준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세율은 사실상 철강·알루미늄·구리로만 구성된 품목에 50%, 금속이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파생상품에 25%가 적용되는 정률 체계로 일원화됐으며, 철강·알루미늄·구리 중량이 전체의 15% 미만인 제품은 관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기존 연 3회 운영되던 파생상품 추가 신청 절차는 폐지됐으나 행정부 직권 추가는 유지되며, 상무부는 이번 조치를 90일 후 재검토할 예정이다.

전력 기자재 관점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미국 제조 공급망과 AI 전력망 확충에 필수적인 대형 변압기, 산업기계류 등 일부 품목에 2027년 12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25% 대신 15%가 적용된다는 점이다. 6월 1일에는 후속 포고령이 발표돼 한국 등 관세 합의 체결국의 지게차·불도저 등 일부 이동식 산업기계 관세가 25%에서 15%로 추가 인하(6월 8일 적용)됐고, 미국산 철강·알루미늄 사용 요건이 기존 95%에서 85%로 완화돼 중량 기준 85% 이상 미국산 금속을 사용한 제품에는 10% 우대세율이 적용된다. 해당 포고령은 6월 5일 관세국경보호청(CBP)에서 구체적인 HS Code 발표 이후 6월 8일 통관분부터 적용되고 있다. 특히 한국의 수출 주력 품목인 초고압 변압기(Power Transformer, HS Code 8504.23)는 지난 4월 발표된 포고령에서 'Annex III(부속서 3)'에 규정된 한시적 인하(Transitional Rate) 품목군에 해당되어 미국 전력망 공급 병목 현상 해소를 위한 전략적인 진출 기대감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 232조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 관세체계 개편 현황>

부속서 분류

조항 성격

적용 관세율 및 조치 내용

Annex I-A

철강 원자재 및 기초 제품군

• 관세율50%

• 기존 232조 철강 관세 기조 유지 및 전산 매핑 세분화

Annex I-B

알루미늄 및 구리 원자재군

• 관세율25%

• 비철금속 원자재 공급망 통제를 위한 기본 정률 관세

Annex I-C

이동식 산업기계 및 기계류

★ 6월 신설

• 기본 관세율 25%, 한국 등 무역 합의 체결국은 15%로 보정 적용

• 비철금속 원자재 공급망 통제를 위한 기본 정률 관세

Annex II

232조 관세 적용 제외 품목군

• 관세율0%

• 232조 관세 대상에서 제외(화장품, 식품, 생활화학제품 등)

Annex III

한시적 인하 품목군

초고압 변압기 8504.23 포함

• 한시적으로 15%로 조정

• '27년 12월 31일까지 한시 적용, 자국 내 전력망 부족 완화를 위한 예외적 우대 조치

Annex IV

원산지별 관세 감면 기준 및 계산 지침

• 원자재 속성에 따라 최소 0%~최대 25%

• 제품 내 금속 중량 비중이 15% 이하인 경우 관세를 면제하는 De Minimis 기준(0%)

• 미국산 인정 기준을 중량 비중 95%→85%로 완화 및 우대세율 적용(10%)

• 원자재 속성 판정에 따라 상한선 25%(Annex I-B), 하한선 15%(Annex III)

[자료: 백악관, 미 상무부(BIS), LA무역관 가공]

캘리포니아 전력망 투자 확대와 현지 진출 기회

이번 관세 완화의 효과가 가장 직접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지역 중 하나가 캘리포니아다. 캘리포니아주에는 200개 이상의 데이터센터가 운영 중으로 텍사스, 버지니아에 이어 미국 내 최대 데이터센터 거점 중 하나이며, 캘리포니아 에너지위원회(CEC)에 따르면 2026년 초 기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약 1,000MW로 캘리포니아 계통운영기구(CAISO) 피크 수요의 2% 수준이나 2040년에는 4,500MW, 피크 수요의 9%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대응하여, CAISO 2026년 5월 총 38개 인프라 프로젝트가 포함된 67억 달러 규모의 '2025-2026 송전망 계획(Transmission Plan)'을 최종 승인했다. 로스앤젤레스 인근에 위치한 버논(Vernon)시의 경우, 최근 프라임 데이터센터가 신규 개설을 완료한 데 이어 데이터뱅크(DataBank)사가 2027년 9월까지 가동 목표로 32MW 규모의 인프라 개발 계획을 전격 발표하는 등 신규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 캘리포니아주 버논(Vernon)에 위치한 데이터 센터(Prime Data Centers) >

An aerial view shows a large data center complex surrounded by warehouses and industrial buildings in a dense urban area. The main structure has a white facade with vertical window slits and a flat roof filled with cooling units, pipes, and mechanical equipment, while streets, parked cars, and power lines run along the perimeter. A hazy cityscape stretches into the distance beyond the industrial zone.

[자료: CalMatters]

캘리포니아의 전력망 투자는 데이터센터 수요뿐 아니라 산불 예방을 위한 배전망 지중화, 노후 설비 교체 등 신뢰도 개선 투자와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 변압기, 차단기, 케이블 등 전력 기자재 전반의 수요 기반이 두텁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232조 한시 인하로 가격 경쟁력이 개선된 2027년 말까지의 기간이 캘리포니아 유틸리티 및 데이터센터 디벨로퍼 대상 수주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이 될 수 있다. 미국 내 변압기 공급 부족과 긴 납기가 신규 프로젝트의 주요 병목으로 지목되는 상황에서, 납기 대응력과 초고압 제품 실적을 갖춘 한국 기업의 강점이 부각될 수 있는 환경이다.

전망 및 시사점

이번 232조 개편은 한국 전력 기자재 기업에 호재인 관세 완화 조치임과 동시에, 적용 기한이 한시적인 점을 주목해야 한다. 초고압 변압기 등에 적용되는 15% 세율은 2027년 12월 31일까지의 한시 조치로, 연장 여부는 미국 내 공급망 구축 진척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또한 2026년 2월 연방대법원의 IEEPA 관세 위헌 판결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232조, 301조 등 개별 통상법 권한을 적극 활용하는 방향으로 관세 정책을 재편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6월 2일 미 무역대표부(USTR)는 강제노동 관련 301조 조사 결과를 발표함과 동시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60개국에 국별 10~12.5%의 추가 관세 부과를 권고했으며 오는 7월 7일 공청회 등을 거처 최종안이 확정될 예정이다.

따라서 한국 기업은 한시 인하 기간을 활용한 수주·납기 전략과 함께 제도 변화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2027년 말 이전 인도 물량 중심의 계약 구조 설계와 관세 부담 분담 조항 정비, ▲미국산 철강·알루미늄을 중량 기준 85% 이상 사용할 경우 적용되는 10% 우대세율의 활용 가능성 검토, ▲한미 FTA 원산지 기준 충족을 통한 기본관세 측면의 경쟁력 유지, ▲7월초 최종 발효 예정인 90일 재검토에 대한 지속적인 동향 파악이 요구된다.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현지 생산 능력 확보 및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주요 전력망 투자 지역의 유틸리티 조달 동향을 선제적으로 파악해 수요처와의 장기 공급 관계를 구축하는 노력도 중요할 것으로 보여진다.

자료

The White House, U.S. Department of Commerce(BIS), California Energy Commission, CAISO, CFC solutions, CalMatters, 한국무역협회, KOTRA 로스앤젤레스 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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