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AI를 활용한 상품 탐색과 비교가 확산되면서 ‘에이전틱 커머스’가 새로운 유통 방식으로 부상하고 있다. Kmart, Woolworths 등 유통업체도 AI 쇼핑 기능을 확대하는 가운데, 한국 기업은 온라인 상품정보와 리뷰 등을 충실히 구축해 AI가 제품을 발견하고 추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호주 소비자의 쇼핑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온라인 쇼핑 시 검색창에 원하는 제품명을 직접 입력한 뒤 여러 온라인몰을 방문해 가격과 제품 정보를 비교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의 이름을 정확히 알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필요와 조건을 자연어로 설명하는 것만으로 원하는 제품을 찾을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민감성 피부에 사용할 수 있는 SPF50+ 선크림을 30호주달러 이하로 찾아줘” 또는 “아침에 간단하게 먹을 수 있으면서 단백질 함량이 높은 한국식 간편식을 추천해줘”라고 요청하면, AI가 조건에 맞는 상품을 탐색하고 비교해 적합한 선택지를 제시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소비자의 요구를 이해하고 상품 탐색과 비교를 지원하는 AI가 쇼핑 과정에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호주 온라인 유통업계에서는 ‘에이전틱 커머스(Agentic Commerce)’가 새로운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AI에게 “무엇을 살까?” 묻는 호주 소비자

호주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AI의 영향력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Deloitte의 2026년 조사에 따르면 호주 소비자의 40%가 이미 쇼핑 과정에서 AI 에이전트를 사용해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50%는 자신을 대신해 검색·비교·거래를 수행하는 AI를 신뢰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더 나아가 응답자의 79%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면 구매 업무 자체를 AI 에이전트에게 위임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Australia Post의 2026 eCommerce Report에서도 호주 쇼핑객의 62%가 AI를 사용하고 있으며, 32%가 이미 쇼핑 조언을 위해 AI를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AI 활용은 특히 상품을 알아보는 초기 단계에서 두드러진다. 소비자는 검색엔진이나 개별 유통업체의 검색창에 제품명을 입력하는 대신, 자신의 상황과 원하는 조건을 AI에게 설명하고 적합한 상품을 추천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존 온라인 쇼핑에서는 ‘sunscreen’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한 뒤 가격, 성분, 사용후기를 소비자가 일일이 직접 비교했다면, AI쇼핑에서는 “호주의 여름 바닷가에서 사용하기 좋고, 끈적이지 않으며 무향인 SPF50+ 선크림을 30달러 이하로 찾아줘”라고 요청할 수 있다. 그러면 AI는 소비자를 대신하여 가격, SPF등급, 성분, 용량, 사용목적 등 여러 조건을 종합해 비교 대상 상품을 좁혀준다.

에이전틱 커머스, 검색에서 결제까지 쇼핑을 대신해준다

이러한 변화가 한 단계 더 발전한 개념이 에이전틱 커머스다. AI에이전트가 소비자의 요구를 이해하고 상품을 검색하고 비교하여 상품을 골라준다면, 에이전틱 커머스는 재고와 가격을 확인하고 장바구니에 담으며, 결제 및 배송까지 수행하는 방식이다.


2025년 이후 Google, Open AI, Visa, Mastercard 등 주요 기술 및 결제 기술 기업들이 AI 에이전트 쇼핑 및 결제를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토콜과 서비스를 잇달아 선보이면서 관련 생태계도 형성되고 있다. 현재는 하나의 표준이 시장을 독점하기 보다는 AI를 통한 상품 검색, 결제 권한 검증, 결제 승인 등 서로 다른 기능을 담당하는 여러 기술이 병존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호주에서도 에이전틱 커머스는 이미 단순한 개념을 넘어 실제 유통 현장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Australia Post에 따르면 호주 기업의 44%가 에이전틱 커머스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85%는 향후 AI 에이전트 기반 쇼핑 환경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소비자 중 에이전틱 커머스에 적극적인 비율은 16%로 기업과 소비자 사이에는 아직 상당한 온도 차가 존재한다.


따라서 호주 시장은 현재는 ‘AI가 모든 쇼핑을 대신하는 시대’가 이미 도래했다고 보기보다는 AI가 소비자를 대신하여 상품을 골라주는 단계에 진입했고, 결제까지 해주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호주 유통 업계도 ‘AI 쇼핑 도우미’ 도입 확대

호주 유통업체들도 AI 도입 초기 단계에서는 단순한 질의응답형 챗봇을 도입하는 수준에 그쳤다면, 최근에는 양상이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형 잡화 유통기업 Kmart의 AI 쇼핑 어시스턴트 ‘Joy’다. Joy는 Gemini Enterprise 기반의 에이전틱 AI 플랫폼으로, 2026년 6월부터 Kmart 앱 전반에 순차 적용되고 있다. 소비자가 “주방에 둘 작은 수납장을 찾고 있어. 예산은 100달러 이하야”처럼 자연어로 조건을 설명하면, Joy는 관련 상품을 찾아주고 비교한다. 또한 사진을 업로드하면 해당 이미지를 기반으로 한 추천도 가능하며, 의류 가상 착용이나 가구를 자신의 공간에 미리 배치해보는 기능도 함께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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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Kmart홈페이지]

Kmart와 같은 계열의 철물 및 인테리어 전문점 Bunnings는 앞서 출시한 AI 어시스턴트 ‘Buddy’를 통해 구매 전환율이 두 배 이상 상승하고 평균 구매 단가도 높아지는 성과를 보고한 바 있다. 대형 슈퍼마켓 체인 Woolworths 역시 기존 챗봇 ‘Olive’에 에이전틱 기능을 순차 도입해, 식단 계획 수립이나 손글씨 레시피 해석, 장바구니에 추천 상품을 자동으로 담는 기능까지 구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mazon 역시 이러한 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Amazon은 2026년 5월 기존 AI 쇼핑 도구였던 ‘Rufus’를 ‘Alexa for Shopping’으로 확대·개편했으며, 소비자는 자연어로 상품을 검색하고 개인화된 상품 추천과 비교 정보를 받을 수 있다. 가격 이력 확인, 할인 상품 탐색, 장바구니 구성 및 반복 구매 자동화 등으로 기능도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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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Amazon 어플리케이션]

AI 쇼핑의 핵심 변화는 ‘검색’이 아니라 ‘상품 발견’

AI 쇼핑이 확산되면서 기업의 온라인 마케팅 방식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기존 온라인 쇼핑에서는 소비자가 특정 상품이나 브랜드를 검색하는 상황을 전제로 검색 결과에서 상위에 노출되는 것이 중요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검색엔진 최적화(SEO), 상품명과 키워드 관리, 광고 등을 통해 검색 순위를 높이는 데 집중해왔다. 그러나 AI 쇼핑에서는 소비자가 특정 상품명을 모르는 상태에서도 자신의 필요를 설명하고 상품을 추천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민감한 피부에 적합하고 호주에서 야외활동을 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선크림’을 찾는다면 AI는 여러 상품의 성분, 기능, 가격, 용량, 리뷰 등을 종합해 적합한 제품을 선별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는 단순히 ‘검색되는 상품’에서 ‘AI가 이해하고 추천할 수 있는 상품’으로 경쟁의 기준이 확대된다. 이를 위해서는 상품명과 브랜드뿐 아니라 주요 기능과 특징, 사용 용도 및 타깃 소비자, 성분 및 소재, 규격·용량·사이즈, 가격 및 할인정보, 원산지, 알레르기·주의사항, 제품별 옵션과 구성, 소비자 리뷰 및 평점 등 상품을 판단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빠짐없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 결국 AI 시대의 상품페이지는 단순히 소비자에게 보여주기 위한 판매 페이지를 넘어 AI가 상품을 이해하기 위한 데이터베이스의 역할까지 하게 된다. 기존 전자상거래가 소비자의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상품의 메인 이미지가 눈에 띄도록 하고 상품페이지를 보기 좋게 디자인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면, AI 쇼핑에서는 여기에 더해 상품 정보를 구조화하고, 누락 없이 제공하며, 기계가 읽고 비교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작업이 중요해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기존의 SEO나 상품페이지 관리가 중요하지 않게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검색 최적화와 AI 최적화를 함께 준비해야 하는 단계에 가깝다. 검색엔진에서는 키워드와 검색 순위가 중요하다면, AI 쇼핑에서는 상품 데이터의 완전성, 정확성, 일관성에 더해 소비자 리뷰와 외부 콘텐츠 등 상품의 신뢰성을 뒷받침하는 정보까지 중요해진다.

한국 소비재 기업이 준비해야 하는 부분

그렇다면 AI 쇼핑이 확산되는 호주 시장에 진출하려는 한국 소비재 기업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첫째, 호주 온라인 유통채널에서 상품의 ‘기본 정보’를 제대로 구축해야 한다.


AI가 상품을 추천하기 위해서는 우선 참조할 수 있는 상품 및 판매 정보가 온라인상에 충분히 존재해야 한다. 따라서 Amazon, eBay 등 주요 온라인 플랫폼이나 현지 전문 유통채널, 자사 온라인몰 등에 상품을 입점하고 호주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는 영문 상품정보를 충실하게 구축하는 것이 기본이다. 단순히 한국에서 사용하던 상품 설명을 번역하는 것보다 호주 소비자가 실제 구매 시 고려하는 용량, 성분, 사용법, 인증, 주의사항, 배송 및 반품 조건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상품 데이터를 여러 채널에서 일관되게 관리해야 한다.


AI가 여러 상품을 비교할수록 가격, 용량, 성분, 기능, 재고 등 상품 속성의 정확성이 중요해진다. 따라서 기업은 제품별 주요 정보를 표준화하고 판매채널이 달라지더라도 핵심 정보가 일관되게 유지되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 향후 AI 기반 상품 검색이 확대될수록 구조화된 상품 데이터의 중요성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화장품의 성분, 식품의 원재료 및 알레르기 정보, 제품의 인증 및 친환경 정보 등 한국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강점들은 AI와 호주 소비자 모두가 쉽게 확인할 수 있는 형태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셋째, 상품 자체뿐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외부 정보를 축적해야 한다.


AI가 상품을 추천할 때 판매자가 제공하는 상품정보만이 아니라 리뷰와 외부 콘텐츠 등 다양한 정보를 참고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호주 소비자의 실제 사용 후기를 확보하고, 현지 미디어, 블로그, 인플루언서 등 다양한 온라인 채널에서 제품에 대한 신뢰도 높은 콘텐츠를 축적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제품의 장점을 추상적으로 강조하기보다 실제 사용 상황과 구체적인 제품 특성을 설명하는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넷째, 결제까지 AI에 맡기는 단계에 대비해 결제 인프라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현재 호주 소비자는 AI를 통한 상품 탐색과 비교에는 상당히 개방적이지만, AI가 실제 결제까지 대신하는 것에는 아직 신중하다. 하지만 향후 AI 에이전트가 상품을 선택하고 거래까지 연결하는 비중이 높아질 가능성에 대비해 호주 시장에서 사용하는 결제대행사(PSP)가 향후 에이전틱 커머스 환경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는 향후 에이전트가 결제까지 완결하는 것을 원할 경우 아예 거래 대상으로 인식되지 않을 수도 있다.

시사점

AI 쇼핑의 확산은 온라인 유통에서 상품이 소비자에게 선택되는 방식도 바꿀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소비자가 검색할 만한 키워드를 활용해 검색 결과 상위에 상품을 노출하는 것이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소비자가 제품을 직접 검색하지 않더라도 AI가 먼저 제품을 제안하도록 만드는 것이 새로운 과제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한국 기업은 단순히 제품을 온라인에 입점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AI가 제품의 강점과 특성을 파악할 수 있도록 상품 정보를 구체적으로 제공하는 한편, 소비자 리뷰와 사용 후기 등 신뢰할 수 있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축적할 필요가 있다. 특히 호주 소비자가 실제로 사용하는 표현과 구매 기준을 반영해 제품 정보를 현지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실제로 호주 온라인 유통업체 바이어 L씨는 멜버른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온라인에서 새로운 제품을 검토할 때 제품의 주요 정보가 얼마나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제공되는지를 중요하게 본다”며 “성분, 제품 특징, 사용법, 소비자 리뷰 등 구매 판단에 필요한 정보가 충분히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AI 쇼핑 시대에도 결국 온라인에서 제품을 얼마나 잘 설명하고 신뢰를 확보하느냐가 제품의 선택 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AI 쇼핑 시대의 시장 진입 전략은 단순한 ‘온라인 입점’을 넘어 ‘AI가 발견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으며,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드는 것’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자료: Deloitte, Australia Post(2026 eCommerce Report), Kmart, Bunnings Warehouse, Amazon Australia, 호주 주요 언론사 기사 및 KOTRA 멜버른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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