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포르투갈 몬테네그루 정부(PSD·CDS-PP 소수 연립정부)가 2025년 7월부터 추진해 온 노동법 전면 개편안 '트라발류 XXI(Trabalho XXI)'가 2026년 6월 19일 의회 1차 표결에서 부결되며 좌초됐다. 이는 2025년 7월 24일 국무회의 통과 이후 약 11개월간 이어진 개편 시도가 마무리된 것을 의미한다. 이번 개편 시도는 두 차례의 총파업을 촉발할 만큼 사회적 파장이 컸던 사안이며, 포르투갈 노동시장의 만성적 한계인 임시직 남용, 정규직 해고 경직성, 국가경쟁력 저하를 해소하려는 정부 차원의 구조개혁 시도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노동개혁 배경

1. 포르투갈 노동법 개정의 역사 — 유연화와 재경직화의 반복

포르투갈은 1980년대부터 노동관계 규제완화 및 유연화 흐름이 시작되었으며, 2003년 최초로 통합 노동법(Código do Trabalho)을 제정했다. 이후 여러 차례 개정이 있었지만, 흐름상 가장 중요한 두 전환점은 다음과 같다. 2012년 개정은 2011~2014년 트로이카(EU·ECB·IMF) 구제금융 이행각서에 따른 것으로, 휴가일수 축소, 공휴일 4일 폐지, 개인별 시간은행제 자유화 등 노동시간 유연성을 확대하는 방향이었다. 반대로 2023년 개정(Lei n.º 13/2023)은 당시 사회당(PS) 정부가 '존엄한 노동' 의제 하에 유기계약·임시직 규제를 오히려 강화하는 내용이었다. 즉 포르투갈 노동법제는 2012년 노동시장 유연화와 2023년 근로자 보호 강화라는 상반된 방향으로 변화해 왔으며, 2025년 우파 연립정부의 트라발류 XXI(Trabalho XXI)는 노동시장 유연성을 다시 확대하려는 시도였다.

몬테네그루 정부는 이러한 방향 전환을 포르투갈 경제의 세 가지 구조적 문제인 낮은 임금,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정규직-비정규직), 그리고 이로 인한 저조한 생산성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라고 정당화했다.


2. 낮은 임금 수준

포르투갈의 임금은 EU 내에서도 하위권에 속한다. 유럽연합 통계청(Eurostat)에 따르면, 2025년 EU의 평균 시간당 노동비용은 34.9유로, 유로존 평균은 38.2유로인 반면, 국가 간 편차는 불가리아 12.0유로에서 룩셈부르크 56.8유로까지 폭넓게 나타났다. 포르투갈은 이 가운데 하위권인 19.4유로 수준으로, EU 평균의 절반 남짓에 그쳤다.


<2025년 EU 국가별 시간당 노동비용 비교>

[자료: Eurostat]


연봉 기준으로 보아도 격차는 뚜렷하다. Eurostat에 따르면, 2025년 포르투갈 미혼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1만 9,709유로(약 3,247만 원)로 EU 27개국 평균인 2만 6,929유로에 크게 못 미쳤으며, 27개국 중 임금이 가장 낮은 하위 10개국에 속했다.

최저임금 역시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포르투갈 본토 기준 최저임금은 2026년 월 920유로로, 법정 최저임금 제도를 운영 중인 EU 22개 회원국 평균(1,410유로, 불가리아 620유로~룩셈부르크 2,704유로)에 크게 못 미친다. 정부는 이러한 저임금 구조의 원인 중 하나로 낮은 노동시장 유연성과 기업의 낮은 인건비 지불 여력, 즉 낮은 생산성을 지목하며, 노동법 개정이 임금 상승의 전제 조건이라는 논리를 폈다.


3. 노동시장 이중구조

OECD는 2026년 발간한 OECD 포르투갈 경제보고서 2026에서 포르투갈 노동시장의 과도한 분절화를 핵심 과제로 지적했다. 포르투갈은 정규직 채용 및 해고 시 수반되는 법적 절차와 비용이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어, 기업들이 정규직 신규 채용을 두려워하고 대신 기간제·임시직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부작용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이로 인해 청년층과 저숙련 노동자가 단기 고용과 실업을 반복하는 '회전문 현상'에 몰리면서 국가 전체의 생산성과 인적 자본 형성이 저해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OECD의 고용전망 2026은 포르투갈을 프랑스·네덜란드·스페인과 함께 연속 기간제 계약 상한 등으로 인해 계약 종료까지 상당한 지연이 발생하고 동시에 퇴직금까지 요구되는 국가로 분류했으며, 이들 국가는 정규직 해고에 대한 규제 수준도 OECD 회원국 중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평가했다. 즉 정규직에 대한 보호는 매우 강한 반면, 그 반작용으로 기업들이 임시직·기간제 채용을 늘리는 이중구조가 제도적으로 고착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중구조에 대해 2023년 사회당 정부는 '비정규직 규제 강화'라는 억제책으로 대응한 반면, 몬테네그루 우파 정부의 'Trabalho XXI'는 정규직 진입장벽과 해고 부담을 낮춤으로써 역설적으로 기업의 정규직 신규 채용을 자발적으로 유도하고, 근로시간 및 계약 유연화를 통해 시장 전체의 고용 창출력을 회복시키는 대립된 접근법을 취한 것이다.


4. 저조한 생산성

이러한 노동시장의 구조적 한계는 국가경쟁력 지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2026년 6월 발표된 IMD 세계경쟁력 평가에서 포르투갈은 평가 대상 70개 경제 중 40위를 기록해 전년 37위에서 순위가 하락했다. 특히 4대 평가 분야 중 ‘기업 효율성’이 45위로 가장 낮았으며, 세부 항목에서도 노동시장 46위, 생산성 48위에 머물렀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서로 별개가 아닌 상호 연계된 구조적 문제로 설명하고 있다. 노동부 장관 로사리오 팔마 라말호는 포르투갈이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경직된 노동법제의 제약을 받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유럽 평균보다 35% 낮은 임금, EU 평균보다 28% 낮은 생산성, 전체 실업률보다 약 3배 높은 청년실업률 등을 주요 문제로 제시했다. 또한 경쟁력·생산성·임금 간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고 보고, 노동시장 유연성이 높은 유럽 국가일수록 생산성이 높고 더 높은 임금을 지급한다고 주장했다.


노동개혁 법안의 주요 내용

정부는 9개월간의 노사정 사회적 대화가 결렬되자, 자체 확정안(Proposta de Lei n.º 77/XVII/1.ª)을 2026년 5월 국회에 제출했다. 법안은 100여 개 조항을 다뤘지만, 앞서 짚은 세 가지 구조적 문제(낮은 임금·노동시장 이중구조·저생산성)와 직결되는 조항 중심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주요 내용>

항목

개정 전 (현행법)

Trabalho XXI (국회 제출 최종본)

수습기간

청년 첫 취업·장기실업자는 최대 180일

180일 연장 규정 폐지, 무기계약 근로자는 전원 90일로 통일

기간제 계약 최대 기간

2년

3년으로 연장

무기계약 경험이 없는 근로자의 기간제 채용

제한

전면 허용

시간은행제

단체협약이나 집단적 합의를 통해서만 운영 가능

노사 간 직접 합의만으로 개인별 시간저축제 시행 가능, 일 최대 2시간·연 150시간

조기퇴직자 재고용 제한

퇴직 후 3년간 동일 기업 재취업 금지

규정 폐지

부당해고 시 복직

법원이 부당해고 판결 시 근로자의 복직 신청 권한 우위

고용주가 법원에 복직 배제 신청 가능

정당해고 절차 간소화

10인 미만 기업만 간소화 절차 적용

250인 미만 중소기업 전체로 간소화 대상 확대

해고 후 아웃소싱 제한

부당해고/정리해고 후 해당 직무 아웃소싱 금지 기간 12개월

금지 기간을 6개월로 단축하고, 금지 대상도 기업의 핵심 업무 관련으로 제한

의무 직무 교육

모든 기업 연간 최소 40시간 교육 의무

영세기업에 한해 연간 최소 30시간으로 완화

[자료: 포르투갈 정부 발의문 Trabalho XXI (portugal.gov.pt)]


정부가 이중구조 완화책으로 제시한 핵심은 정규직 진입장벽을 낮추는 동시에 기간제 계약의 활용 폭도 넓히는 양방향 접근이다. 노동부 장관은 국회 심의(6월 18일)에서 이 법안이 노동을 더 생산적으로, 기업을 더 경쟁력 있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더 나은 임금 지급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적 갈등과 셰가(Chega)당의 반대로 본 부결 경과

2025년 7월 24일 초안 공개 직후부터 CGTP·UGT 양대 노총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초안을 노동자 권리에 대한 공격으로 규정했고, 두 차례에 걸친 전국 총파업을 단행하며 정부를 강하게 압박했다. 제1야당인 사회당(PS) 역시 자신들이 2023년 추진했던 '존엄한 노동(Trabalho Digno)' 의제의 입법 성과를 전면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보고 강경한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이러한 대치 국면에서 법안의 성패를 가른 결정적 변수는 극우 성향의 포퓰리즘 정당인 셰가(Chega)였다. 소수 연립정부를 이끄는 루이스 몬테네그루 총리가 입법을 완수하려면 여당(PSD·CDS-PP)과 자유이니셔티브(IL) 외에 셰가의 찬성이나 최소한의 기권표 확보가 필수적이었다. 우파 정당임에도 노동 유연화에 동조할 경우 주요 지지 기반인 서민층·노동자 표심이 이탈해 '기업 편만 드는 정당'이라는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는 정치적 셈법 속에서, 셰가는 법안 찬성의 조건으로 연차 25일 복원과 연금 수급개시연령 하향을 요구했다. 그러나 몬테네그루 총리는 이 중 연금 수급 연령 하향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끝까지 고수했고, 결국 PSD와 셰가 간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협상이 최종적으로 결렬되자 셰가는 반대표를 던졌다.

결국 2026년 6월 19일 국회 본회의 1차 표결에서 법안은 여당(PSD-CDS-PP)과 자유이니셔티브(IL)만 찬성한 채, 셰가(Chega)와 PS·Livre·PCP·BE·PAN·JPP 등 좌파 정당 전원이 반대해 부결됐다. 이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소수 정부의 입법 한계와, 극우 정당이 노동정책에서 좌파와 뜻밖의 이해관계를 같이하며 표결 결과를 좌우한 상황이 맞물려, 포르투갈의 구조개혁 시도가 다시 한번 좌초되었음을 보여준다.

의의 및 우리 기업에의 시사점

이번 부결은 포르투갈 노동시장이 당분간 지금의 경직된 틀 안에서 움직일 것임을 뜻한다. 몬테네그루 총리는 부결 직후에도 개혁 의지를 접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셰가당이 법정 연금수급 연령 인하를 요구한 데 대해 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유사한 형태의 법안이 재상정되더라도 정치적 교착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포르투갈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검토 중인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첫째, 기간제 계약 활용폭 확대, 3년 연장 등 인력 운용의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기대됐던 조항들이 모두 폐기됨에 따라, 현지 법인은 당분간 현행 2년 상한의 기간제 계약 규정과 정규직 해고 관련 엄격한 절차를 그대로 준수해야 한다. 신규 채용 시에는 기간제·수습 조항을 보수적으로 설계하고, 정규직 전환 및 해고에 따르는 법적 리스크를 사전에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둘째, 포르투갈의 시간당 노동비용(19.4유로)은 여전히 EU 평균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어, 인건비 측면의 가격 경쟁력 자체는 당분간 유효하다. 다만 이번 개혁 실패가 보여주듯 이 저비용 구조는 낮은 생산성·경직된 고용 규제와 맞물려 있는 구조적 현상이므로, 단순히 인건비만 보고 진출을 결정하기보다는 정규직 채용·해고에 따르는 시간과 비용, 인력 운용의 경직성을 총비용 관점에서 함께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이번 사례는 포르투갈과 같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정부 체제에서는 노동·연금 등 주요 구조개혁이 정치 상황에 따라 지연되거나 무산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우리 기업은 인건비·세제 등 현재의 경영 여건뿐 아니라 정책 변화와 제도 개편 가능성도 고려하여 중장기 인력 운용 및 투자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특히 노동법 개정은 기업의 고용 및 인력 운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현지 노동정책과 노사관계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자료: Eurostat, OECD, IMD, 포르투갈 정부(portugal.gov.pt), 리스본 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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