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가 반복되는 여름 폭염 속에서 ‘냉방 빈곤(Cooling Poverty)’이라는 새로운 사회 이슈에 직면하고 있다. 로마, 피렌체, 볼로냐, 브레시아, 토리노 등 주요 도시에는 이탈리아 보건부가 최고 등급의 폭염 적색경보(Bollino Rosso)를 연이어 발령했으며, 폭염이 건강·주거·에너지 비용 문제로 확대되면서 취약계층의 냉방 접근성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에어컨 있어도 전기요금이 문제
이탈리아의 냉방기기 보급은 빠르게 늘고 있다. 이탈리아 통계청(ISTAT)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이탈리아 가정 중 최소 1개 이상의 냉방 시스템을 보유한 비율은 56.0%로, 2021년 48.8%에서 상승했다. 이탈리아 환경의학협회(SIMA)는 2026년 현재 민간주택의 약 60%가 최소 1개 이상의 냉방 시스템을 갖춘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2013년 29.4%와 비교하면 10여 년 만에 두 배 수준으로 확대된 수치다.
그러나 보급률 상승이 곧 냉방 부담 해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여전히 약 40%의 주택에는 냉방 시스템이 없고, 에어컨을 보유한 가정도 기기 효율에 따라 냉방비 부담이 크게 달라진다. 이탈리아 소비자단체 Federconsumatori가 2026년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고효율 에어컨 2대를 하루 7시간 사용하는 가구의 월 냉방비는 66.40유로로 추산된 반면, 노후 저효율 에어컨 2대를 사용하는 가구는 월 159.20유로를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시간 에어컨을 사용하더라도 기기 효율에 따라 월 냉방비가 두 배 이상 차이 나는 셈이다.
이 같은 냉방비 부담의 배경에는 높은 가정용 전기요금이 있다. Statista가 Eurostat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한 2025년 하반기 유럽 가정용 전기요금 비교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kWh당 33.3유로센트로 EU 평균인 29.42유로센트를 웃돌았다. 독일, 아일랜드, 벨기에보다는 낮지만 유럽 주요국 가운데 상위권에 속한다. 여기에 2026년에도 전기요금 부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올여름 때 이른 폭염으로 에어컨 사용 시간이 늘면서, 전기요금은 가계의 냉방비 부담을 키우는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2025년 하반기 유럽 가정용 전기요금 상위 10개국>
(단위: 유로센트/kWh)
[자료: Statista]
'에어컨 대체'가 아니라 '에어컨 보완재'로
제품 구매 단계의 부담도 적지 않다. Federconsumatori에 따르면 2026년 이탈리아의 고효율 에너지(A++) 벽걸이형 에어컨은 299~529유로, 최고효율 프리미엄(A+++) 등급 제품은 999~1,500유로 수준이며, 여기에 155~360유로의 설치비가 추가된다. 반면 20단 조절 선풍기는 123~279유로, 일반 3단 선풍기는 20~100유로 수준이다. 고정식 에어컨의 초기 구매비와 설치비, 이후 전기요금 부담까지 고려하면 소비자들이 저전력 선풍기, 서큘레이터, 제습기, 포터블 에어컨 등 보완형 냉방가전에 눈을 돌리는 흐름은 자연스러운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런 배경에서 이탈리아 소비자들이 향하는 곳은 대형 에어컨을 완전히 포기하는 선택지가 아니다. 고정식 에어컨의 구매·설치 비용과 전기요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선풍기, 서큘레이터, 제습기, 포터블 에어컨 등을 함께 사용하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현지 대형 가전 유통망에서도 이들 제품은 ‘공기 처리(Trattamento Aria)’ 카테고리에서 함께 판매되고 있으며, 저가형 기본 선풍기뿐 아니라 저소음, 저전력, 자동운전, 수면모드 등 편의 기능을 갖춘 제품도 눈에 띈다. 냉방가전 소비가 단순히 가장 저렴한 제품을 찾는 방식에서, 필요한 공간을 효율적으로 식히고 에어컨 사용 시간을 줄이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현지 판매업체 인터뷰에 따르면, ‘폭염 이후 이탈리아 매장에서는 포터블 에어컨과 선풍기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전하며, 고정식 에어컨은 제품 확보와 설치 일정 문제로 바로 사용하기 어렵다는 점이 이동형 냉방기기 수요를 키우는 요인으로 언급된다. 특히 임대주택이나 노후 건물처럼 실외기 설치가 쉽지 않은 주거환경에서는 설치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 냉방가전 시장은 고정식 에어컨 중심에서 벗어나, 에어컨을 보조하거나 특정 공간을 효율적으로 냉방하는 보완형 제품군으로 수요가 넓어지는 모습이다.
현지 판매·노출 제품도 저소음·저전력·포터블 중심
현지 온라인 유통망과 소비자 추천 기사에서 눈에 띄는 제품도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 침실·서재에서 쓰기 좋은 저소음 타워팬, 소비전력과 소음을 낮춘 DC 모터 기반 선풍기, 설치 공사가 필요 없는 포터블 에어컨 등이 주요 제품군으로 노출되고 있다.
<이탈리아 냉방기기 분야 인기 판매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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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명 |
이미지 |
특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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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O 20dB Silent Tower Fan(92cm) |
- 가격: 89~99유로 - Amazon.it 타워형 선풍기 베스트셀러 카테고리 상위 제품 - 20dB 저소음, 90도 회전, 타이머, 복수 운전모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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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voit TempSense 36 DC |
- 가격: 110유로 - 이탈리아 가전 유통 채널에서 '스마트 공기 처리' 제품으로 인기 - DC 모터, 자동 온도감지 운전, 수면모드, 저소음 기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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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wenta Silence Extreme VU5640 |
- 가격: 129~149유로 - 이탈리아 전통 강자 브랜드로, 5엽 날개를 통한 압도적인 풍량 제공 - 강력 AC 모터 스탠드팬으로, 야간 저소음(Silent Night) 모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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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impia Splendid Dolceclima Compact 10P |
- 가격: 319~349유로 - 이탈리아 소비자 연맹(Altroconsumo) 가성비 우수 제품 선정 - 설치 공사 불필요, 300유로 안팎 가격대, 임대주택·노후건물 대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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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goclima Relax Space |
- 가격: 260~299유로 - 현지 가전 유통 채널 및 Amazon.it의 스테디셀러 - 300유로 미만의 가격경쟁력과 직관적인 LED 디스플레이로 진입 장벽이 낮음 |
[자료: Amazon.it, Unieuro, MediaWorld 홈페이지]
이들 제품이 공통적으로 내세우는 키워드는 강한 냉방 성능 자체보다 저소음, 낮은 소비전력, 이동성, 수면모드, 자동운전, 설치 편의성이다. 이는 이탈리아 소비자가 냉방가전을 단순히 실내 온도를 낮추는 제품으로만 보기보다, 전기요금 부담과 주거환경 제약 속에서 필요한 공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생활가전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사점
이탈리아 냉방가전 시장에서는 폭염 대응 수요가 커지고 있지만, 소비자 선택은 고가의 고정식 에어컨으로만 향하지 않고 있다. 높은 전기요금, 노후 주택과 임대주택의 설치 제약, 에어컨 설치비와 대기기간 등이 새로운 에어컨 설치의 장벽으로 작용하면서, 현지 소비자들은 필요한 공간을 효율적으로 식히고 전력 사용을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냉방 대안을 찾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은 이탈리아 시장에서 제품을 단순 소형가전이 아니라 에어컨 사용 부담을 낮춰주는 보완형 냉방 솔루션으로 제안할 필요가 있다. 저소음, 저전력, 이동성, 수면모드, 자동운전, 리모컨·스마트 기능 등 현지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편의 기능을 강조하고, 바이어 상담 시에는 소비전력, 예상 전기요금, 사용면적, 에어컨 병행 사용 시 절감 효과 등을 수치로 제시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으로 여겨진다.
자료: ISTAT, SIMA, Federconsumatori, Eurostat, Statista, Amazon.it, Unieuro, Altroconsumo, MediaWorld각 사 홈페이지, 밀라노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