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특성
칠레 전력 시스템은 지속 가능한 구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큰 변화를 겪고 있다. 태양광·풍력 등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는 재생에너지가 전력망에 대거 편입되면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고, 이에 에너지저장시스템은 전력의 유연성과 효율성을 보장하는 수단으로 주목받게 됐다.
칠레 전기서비스 일반법(Ley General de Servicios Eléctricos, 법률 제20936호)은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을 전력 계통에서 전기를 받아 화학에너지·위치에너지·열에너지 등의 형태로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다시 공급할 수 있는 설비로 정의한다. ESS는 배터리뿐 아니라 양수발전 등 다양한 저장 방식을 아우르는 상위 개념으로, 칠레에서는 발전·송전·배전과 구분되는 독립적인 산업 영역으로 인정된다. 이 가운데 배터리를 저장 매체로 쓰는 방식이 배터리 에너지저장시스템(BESS)이며, 그중에서도 리튬이온·리튬인산철 배터리가 주를 이룬다. 칠레 내 ESS 프로젝트는 풍부한 태양광을 바탕으로 대부분 BESS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BESS의 규모는 두 가지로 표기된다. 저장용량은 담아 둘 수 있는 총에너지(Wh), 설비용량은 한 번에 내보낼 수 있는 출력(W)이다. 칠레 국가전력조정기구(CEN)가 발표한 국가전력시스템(SEN) 내 BESS 저장용량은 1만 3528MWh, 설비용량은 2026년 4월 기준 3072MW에 달하며 라틴아메리카 내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한다. 이러한 위상은 단기간에 이뤄졌다. 2025년 말 가동 중인 BESS 설비용량은 1850MW였으나, 불과 몇 개월 만인 2026년 3월에 2030년 목표치였던 2000MW를 공식적으로 달성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다음 목표치인 2050년 6000MW 또한 연말에서 2027년 초 사이에 조기 달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 중인 프로젝트 또한 2024년 1949MW에서 2025년 8월 5859MW로 급증했다. 2025년 중반 기준 건설 중인 전체 용량 가운데 59%는 태양광 발전 단지와 결합한 하이브리드 프로젝트였고, 29%는 독립형(stand-alone) BESS 프로젝트로, 이는 낮 시간대에 집중되는 태양광 전력을 수요가 큰 저녁 시간대로 옮겨 쓰려는 목적에서 비롯한다. 이와 함께 전력망에 직접 연결되는 프로젝트, 광업을 비롯한 대규모 산업 수요처를 겨냥한 응용 시장도 형성되고 있다.
칠레 BESS 산업의 성장은 규제 정비와 투자 인센티브에도 힘입었다. 2022년부터 저장 설비를 갖춘 재생에너지 발전소는 용량요금(capacity payment)을 정산받을 수 있게 되었으며, 이는 BESS 투자의 핵심 유인으로 작용한다. 향후 전력망에 실시간 조절 능력을 제공하고 보상받는 '유연성 서비스' 시장도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정책 및 규제
칠레의 에너지 저장 관련 규제 체계는 안정성을 높이고, 변동성 재생에너지의 계통 통합을 지원하며, 새로운 저장 기술에 대한 투자를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다. 첫 번째 주요 법률은 2016년 제정된 제20936호로, 전기서비스 일반법에 에너지저장시스템을 정의함으로써 국가 전력 시스템에 기여하는 주요 구성 요소로 인정받게 했다.
2022년 제정된 법률 제21505호 저장·전기모빌리티법(Ley de Almacenamiento y Electromovilidad)은 해당 시스템이 용량요금을 정산받을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BESS 프로젝트의 경제성과 재무 안정성을 크게 높였다. 용량요금은 수요가 최고조에 이르는 시간대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인 확정용량(firm capacity)을 국가전력조정기구가 평가해 보상하는 제도로, 그간 주로 화력발전소가 받아온 수익원이다. 더 오래 배터리를 방출 또는 방전(discharge)할 수 있을수록 더 높은 용량을 인정받는 구조로, 예를 들어 최대 출력이 100MW인 BESS가 있다면 3시간 방전 가능 시 85%를 인정받아 85MW에 대해서 용량요금을 받게 된다. 상세 비율은 다음과 같다.
<방전 시간별 용량 인정 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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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전 시간 |
인정 비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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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
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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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
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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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
8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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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 |
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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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간 |
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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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젝트 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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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칠레 에너지부, 2026]
기술·운영 측면에서는 2019년 제정된 두 대통령령이 저장 설비의 계통 통합을 규율한다. 제125호는 저장 설비의 충전·방전을 비롯해 계통 운영 전반을 다루고, 제113호는 저장 설비가 주파수·전압 제어, 부하 차단 등 보조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이어서 2021년 대통령령 제37호는 송전망 확충 계획을 세울 때 에너지저장시스템을 발전 자원과 함께 고려하도록 했다.
한편, 전기·연료감독청(SEC)은 자가소비용 BESS의 설치와 안전을 규율하는 기술 지침(RGR N°06/2024)을 운영하고 있다. 이 지침은 BESS의 설계·설치·운영에 관한 기술 및 안전 요건을 담고 있으며, 시스템을 조립 형태에 따라 ▲제조사가 모든 부품을 하나로 통합해 공급하는 '일체형' ▲전기적 구성을 공장에서 미리 갖춰 현장에서 설치만 하는 '공장 조립형' ▲설치업자가 현장에서 배터리를 직접 연결하고 부품 용량을 산정하는 '현장 조립형' 세 가지로 분류한다. 이와 함께 설치 위치 제한과 안전 조치, 초기 가동 절차 등을 규정한다. 다만 이는 대규모 전력망용 대형 BESS가 아닌, 배전망에 연결되거나 자가소비를 목적으로 한 소규모 설비에 적용된다.
마지막으로, 에너지부가 주도하는 국가 에너지 정책(Política Energética Nacional)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전력 시스템을 100%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전환하는 비전을 담고 있으며, 이를 장기에너지계획(PELP), 탈탄소화 계획, 국가 그린수소 전략 등의 구체적 로드맵으로 이행한다. 국가 에너지 정책은 위 규제 체계와 상호 보완 관계를 이루며, 투자자에게 법적 안정성을 제공한다.
주요 기업 현황
1. 주요 발전사
칠레는 1982년 전력서비스 일반법 제정을 통해 전력산업을 발전·송전·배전으로 분리하고, 전력시장 민영화를 추진한 나라다. 현재 다수의 글로벌 발전사가 활동하고 있으며, 이들은 유연하고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전력 믹스로의 전환을 주도하기 위해 BESS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기업 중 프랑스계 엔지(Engie)는 노후화된 화력발전 부지를 재생에너지 발전·저장 설비로 전환하는 작업을 추진해 왔다. 대표 프로젝트는 BESS 토코피야(Tocopilla)로, 116MW·660MWh 규모의 독립형 시스템이다. 리튬이온 배터리 컨테이너 240기를 탑재하고 있으며, 2026년 2월 상업 운전을 개시했다.

[자료: Engie, 2025]
엔지는 특정 발전단지에 결합해 그 단지가 생산한 전력을 저장했다가 공급하는 설비도 운영한다. BESS 칼파(Kallpa)는 북부 탈탈(Taltal) 지역 풍력 발전단지와 연계된 57MW·285MWh 규모의 시스템으로, 칠레 최초로 풍력발전소에 저장장치를 통합한 사례이며 약 5시간 동안 재생에너지를 연속 공급한다. BESS 카프리코르니오(Capricornio)는 동명의 태양광 발전단지의 전력을 최대 5시간 저장하는 48MW·264MWh 규모의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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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Engie, 2025]
이 밖에도 주요 발전사로 에이이에스 안데스(AES Andes, 미국)는 BESS로 용량요금 시장에 참여하고 있으며, 스타트크라프트(Statkraft, 노르웨이)는 2027년 가동을 목표로 첫 BESS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디에프(EDF, 프랑스)는 학술기관과 협력하여 장주기 에너지저장의 계통 기여 효과를 분석하고, 에넬(Enel, 이탈리아)은 출력제한 감축 수단으로 BESS를 활용하는 등, 기업별로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대형 발전사 외에 독립 개발사업자도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그중 미국의 애틀러스리뉴어블에너지(Atlas Renewable Energy)가 아타카마 사막에 개발한 BESS del Desierto 설비는 라틴아메리카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독립형 시스템 중 하나다. 2025년 준공됐으며, 200MW·800MWh 규모로 최대 4시간 전력을 공급한다. 애틀러스리뉴어블에너지는 이외에도 칠레에서 약 1,500MW 규모의 전력 공급계약을 맺고 있으며, 코피아포 솔라(Copiapó Solar) 등 태양광 하이브리드 프로젝트를 포함해 12억 달러 이상의 사업 자금을 조달했다.

[자료: Atlas Renewable Energy, 2025]
2. 중국 기업
칠레 BESS 시장에서 씨에이티엘(CATL), 비야디(BYD), 트리나 스토리지(Trina Storage), 화웨이(Huawei) 등 중국 기업의 존재감은 특히 상업·산업용 솔루션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이들이 배터리 등 장비를 공급하면 현지 파트너가 유통, 설치 및 시공, 유지보수 등을 맡으며, 대표적으로 에맛 칠레(EMAT Chile)는 화웨이 공식 대리점으로 장비 판매와 기술 지원을 담당한다. 또한 그리너지(Grenergy), 악시오나 에네르히아(Acciona Energía), 티파워(T-Power) 등은 프로젝트 개발과 구축에서 중국의 기술이 칠레의 규제·운영·물류 여건에 맞도록 지원해 왔다.
<칠레 내 중국 BESS 공급업체 주요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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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명 |
프로젝트명 |
현지 파트너 |
소재지 |
저장용량 |
적용 기술 |
상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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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na Storage |
루스 델 노르테(Luz del Norte) |
T-Power |
코피아포 |
722MWh |
Elementa 2, PCS·SCADA 시스템 |
2026년 가동 예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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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L |
말가리다 태양광단지(Parque Solar Malgarida) 저장 시스템 |
Acciona Energía |
아타카마 |
약 1000MWh |
TENER Stack |
2027년 초 가동 예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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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D |
센트럴 오아시스(Central Oasis) 플랫폼 |
Grenergy |
칠레 중부 |
2600MWh |
MC Cube-T, 블레이드 배터리, 액체 냉각 |
2026~2027년 구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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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awei |
유틸리티급 프로젝트 및 퓨전솔라(FusionSolar) 솔루션 |
EMAT Chile |
칠레 전역 |
총 2600MWh |
LUNA2000 시스템, 모듈형·확장형 솔루션 |
가동 및 확장 중 |
[자료: 각 기업 홈페이지 및 현지 언론 종합, 2026]
중국 기업의 경쟁력은 배터리에서부터 제어 시스템까지 통합 솔루션을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하는 데 있으나, 칠레에서의 성패는 현지 파트너와의 협력에 크게 좌우되는 편이다. 특히 재생에너지 연계 역량, 구축 속도, 현장 관리 능력 등이 중요한 경쟁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기술 동향
1. 장주기 에너지저장(long-duration energy storage, LDES)
장주기 에너지저장이란 짧게는 8~10시간, 길게는 며칠간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공급하는 기술로, 태양광·풍력처럼 출력이 불규칙한 재생에너지를 보완하고 석탄화력발전을 단계적으로 대체할 수 있어 칠레 에너지 전환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기존 BESS가 몇 시간 분량만 저장하는 것과 달리, 장주기 저장은 재생에너지 발전이 부진한 기간에도 대응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큰 계통일수록 이런 특성이 공급 안정성을 크게 끌어올린다.
칠레에서 가장 유망하기로 평가되는 장주기 저장 방식은 양수발전(pumped storage hydropower, PSH)이다. 잉여 전력으로 물을 상부 저수지에 끌어올렸다가 수요가 늘면 그 물을 터빈으로 떨어뜨려 전기를 생성하는 방식으로, 장주기 저장 기술 가운데 가장 성숙하나, 대량의 물과 함께 고저차가 있는 지형이 필요하여 칠레에서는 아직 초기 단계이다. 관련 프로젝트들은 해수 담수화를 이용한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이외에도 ▲압축공기 저장(compressed air energy storage, CAES) ▲액화공기 저장(liquid air energy storage, LAES) ▲열저장(thermal energy storage, TES) ▲열저장을 갖춘 집광형 태양열발전(concentrated solar power with thermal energy storage, CSP-TES) 방식도 주목받고 있다.
<양수발전 원리>

[국제수력협회(IHA), 2026]
2. 그리드포밍(grid-forming)
그리드포밍은 인버터(inverter)가 전압과 주파수를 스스로 형성·유지하며 기존 발전소처럼 '합성 관성'을 제공하는 기술이다. 기존에는 화력·수력 발전소의 대형 터빈이 계통에 자연 관성을 공급해 변동이나 고장 시에도 주파수와 전압을 잡아줬다. 그러나 태양광·풍력 등 변동성 재생에너지가 늘면서 이 자연 관성이 줄었고, 이를 대체할 기술이 필요해졌다.
이에 국가전력조정기구는 인버터 기반 기술을 기존 계통 조건을 따라가기만 하는 그리드팔로잉(grid-following)과, 전압·주파수를 스스로 형성하고 유지하는 그리드포밍으로 구분했다. 그리드포밍은 합성 관성을 직접 공급해 자연 관성의 공백을 메우므로, 재생에너지 비중이 커질수록 계통 안정에 필수적이다. 실제로 칠레 전력 부문의 기술적 규제를 담당하는 에너지위원회(CNE)는 2026년 2월 계통에 연계되는 인버터 기반 설비에 대한 최소 요건을 신설했으며, 여기에 그리드포밍 설비에 대한 합성 관성 및 동적 전압 지원 의무가 포함된다.
3. 전기차 계통 연계(vehicle-to-grid, V2G)
V2G는 전기차가 전력을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계통에 역송전할 수 있게 하여, 전기차를 이동형 저장장치로 활용하는 기술이다. 2022년 저장·전기모빌리티법은 전기차를 이동형 저장 장치로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으며, 이에 맞춰 전기차가 전력망의 구성 요소로서 공식적으로 전기를 판매하고 보상받을 수 있도록 규제 정비가 진행 중이다.
이는 분산에너지자원(distributed energy resources, DER) 확장의 일부로 볼 수 있다. 분산에너지자원이란 대형 발전소와 달리 수요지 가까이에 흩어져 배치된 소규모 발전·저장 자원으로, 태양광 자가발전, 가정·기업의 BESS, V2G의 배터리가 이에 해당한다. 칠레에서는 특히 태양광 기반 소규모 분산발전이 늘면서 산업·기업·일반 사용자의 직접 전력 생산 및 저장 활동이 확대되고 있다. 이를 효과적으로 통합하려면 실시간 모니터링, 자동화, 지능형 제어가 가능한 한층 디지털화된 배전망이 필요하다.
산업 과제
칠레의 에너지저장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장기적 발전을 위해 풀어야 할 경제적·규제적·기술적 과제가 남아 있다. 최우선 과제 중 하나는 수익성 확보로, 특히 장주기 저장 설비에 대한 보상 체계 정비가 필요하다. 현 제도는 확정용량을 평가해 보상하는 기준을 명시하고 있으나, 이는 주로 피크 시간대의 공급 능력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장주기 저장 설비가 계통에 제공하는 유연성이나 안전성 전체를 포괄하기에는 제한적이다. 또한 단주기 BESS가 빠르게 확산하면 경쟁이 심해지고 시간대별 가격 차이가 줄어, 에너지 차익거래(arbitrage)로 얻는 수익이 위축될 수 있다.
자가소비용 저장에 대한 인센티브도 제한적이다. 300kW 이하 설비를 대상으로 하는 넷빌링(net billing) 제도는 있으나, 대규모 산업용 자가소비나 저장 설비 도입을 직접 장려하는 유인책은 부족하다. 이에 전문가들은 집단 자가소비, 수요 집합 등으로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분석한다.
한편, 재생에너지 발전의 가속화된 성장이 전력망의 수용 능력을 이미 초과함에 따라 송전 인프라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특히 북부 지역의 태양광 발전 과잉으로 인해 계통한계가격이 '0' 또는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가 빈번해졌으며, 이에 따라 발생하는 에너지 출력제한 현상이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아울러 저장 설비에 요구되는 기술 및 안전 요건 또한 갈수록 강화되고 있어, 이를 충족하지 못할 시 수익성이 높은 주파수·전압 제어 등 보조서비스 시장에 참여하는 데 제약이 따를 수 있다.
산업 수급 현황
1. 투자
칠레의 BESS 산업은 적극적인 탈탄소화 정책과 대규모 외국자본 유입에 힘입어 가장 역동적인 투자 분야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2025년 말 기준 환경평가시스템(SEIA)에 등록된 에너지 부문 프로젝트는 159건, 총투자액 약 625억 달러였으며, 이 중 발전 프로젝트가 110건으로 투자액 약 197억 달러, 용량 1만 3123MW 규모다. 투자 재원은 캐나다, 중국, 콜롬비아, 스페인 등 외국자본 비중이 높다. 다만, 송전 부문은 발전 부문보다 참여 주체가 적다.
칠레의 위상은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2025년 블룸버그(Bloomberg) 기후투자보고서는 규제 안정성과 적극적인 탈탄소화 정책을 높이 평가하여 칠레를 재생에너지 투자에 가장 매력적인 신흥국 3위이자 라틴아메리카 1위로 꼽았다. 특히 2022년 법 제정으로 용량요금을 정산받을 수 있게 된 뒤로 BESS의 사업성과 재무 안정성이 높아졌고, 이를 통해 신규 투자를 유인할 수 있게 됐다.
칠레는 대규모 프로젝트의 재무적 타당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여러 인센티브도 두고 있다. 먼저 투자액 500만 달러 이상 에너지 프로젝트에는 부가가치세(IVA)를 면제하고 있다. 또한 칠레 생산진흥청(CORFO)은 기후변화 완화에 기여하는 프로젝트를 위한 금융 프로그램(Crédito Verde)을 운영하고 있으며, 기업은 총투자액의 최대 90%를 3000만 달러 한도로 조달할 수 있다. 이외에도 정부는 전략적 에너지 프로젝트를 돕기 위해 국유지를 양허하고 있으며, 애틀러스 리뉴어블 에너지의 BESS del Desierto 설비가 대표적인 사례다.
2. 생산
칠레의 저장용량 공급은 국가전력시스템(SEN) 역사상 가장 빠른 기술 확장 사례 중 하나로, 정부와 업계의 당초 전망마저 뛰어넘고 있다. BESS 부문이 2030년 목표였던 2000MW를 4년 앞당겨 달성한 배경에는 빠르게 늘어난 재생에너지가 있다. 전체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2만 4931MW로, 칠레 전체 가동 설비용량(3만 6390MW)의 68%에 이른다.
이미 가동 중인 설비에 더해, 뒤이어 들어올 물량도 성장세가 뚜렷하다. 2026년 3월 기준 건설 중인 BESS가 38건·4597MW, 시험 단계가 13건·2119MW이며, 독립형 프로젝트는 21건·4625MW로 계통에 순차 투입될 예정이다. 이들이 실현되면 칠레의 BESS 설비용량은 2050년 목표인 6000MW를 훨씬 웃도는 것은 물론, 장기에너지계획에서 100% 재생에너지 전환에 필요하다고 제시된 3~4만 MW 규모까지 바라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3. 내수
칠레의 에너지저장 수요는 전력 계통의 구조적 필요와 에너지 다소비 산업에서 비롯되며, 이러한 수요를 이끄는 핵심 동력은 태양광·풍력 발전량 증가다. 송전망이 급증하는 발전량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쓰지 못해 버려지는 양은 2024년 한 해 5900GWh를 넘어섰으며, 이에 따라 잉여 전력을 수요가 많은 시간대로 옮기는 저장 설비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전체 전력 소비의 약 35%를 차지하는 핵심 수요처인 광업에서는 안정적인 재생에너지 공급 확보와 탈탄소화, 구리·리튬의 지속가능성·이력 추적에 대한 국제적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저장 설비 수요가 커지고 있다.
계통 안정성도 에너지저장 수요를 키우는 요인이다. 석탄화력발전이 단계적으로 폐쇄되면서, 그간 화력이 맡아온 확정용량과 주파수·전압 제어 등 보조서비스를 BESS와 장주기 저장이 대신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와 향후 그린수소 산업 같은 신규 수요처도 24시간 연속 공급을 뒷받침할 설비를 요구한다.
4. 수출입
현재 칠레 시장은 에너지저장 설비 개발에 필요한 장비와 기술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칠레는 이러한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투자액 500만 달러 이상 프로젝트에 자본재 수입 시 부가가치세 면제를 허용함으로써 칠레에서 추진되는 BESS 프로젝트에 쓰이는 기술의 도입을 지원해 왔다. 주요 수입 품목으로는 리튬이온 배터리 컨테이너, 전력변환장치, 변압기, 제어 시스템 등이 있으며, 엔지, 에넬 등 국제 기업과 CATL·BYD 같은 중국 제조사가 주도하고 있다.
수출 측면에서 칠레는 현재 에너지저장 관련 설비 대부분을 수입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들 기술을 발판으로 청정에너지와 그 파생물을 수출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하려 한다. 이 맥락에서 에너지저장은 그린수소 산업 발전을 뒷받침하는 핵심 기반으로 여겨지며, 향후 그린암모니아와 합성연료(e-fuel) 수출로 이어질 수 있다. 에너지부가 추진하는 장기에너지계획은 국가 간 전력 교환을 위해 2050년까지 국제 연계 송전망을 구축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진출 전략
1. SWOT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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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engths |
Weakness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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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아메리카 최대 BESS 시장으로 사업 기회 풍부 -높은 재생에너지 비중과 풍부한 태양광 자원으로 저장 수요 견고 -용량요금 정산 허용 등 제도 정비로 사업성 및 수익 모델 확보 용이 |
-현지 제조 기반이 없어 단독 진출이 어렵고 현지 파트너 확보 필요 -송전망 확충이 재생에너지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프로젝트 입지·계통 연계에 제약 -자가소비·분산형 저장 인센티브 미흡으로 소규모 사업 모델 제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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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portunities |
Threat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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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업, 데이터센터 등 대형 수요처 확대로 시장 성장 지속 -장비·기술을 수입에 의존하는 시장 구조로 해외 기업의 진입 여지가 큼 -그린수소·암모니아 산업 육성으로 이를 뒷받침할 에너지저장 수요 동반 확대 |
-BESS 과잉 공급으로 시간대별 가격 차가 줄어 차익거래 수익 위축 -중국 기업의 가격 경쟁력·시장 선점으로 후발 진입 부담 -출력 제한에 따른 프로젝트 수익 손실 위험 |
2. 유망 분야
1) 재생에너지 발전소와의 하이브리드화
가장 빠르게 떠오르는 분야는 기존·신규 재생에너지 발전소에 BESS를 결합하는 하이브리드화다. BESS를 갖춘 재생에너지 발전소는 용량요금을 정산받음으로써 수익을 낼 수 있으며, 또한 태양광 과잉 시간대의 전력을 저녁에 방전하는 것으로 차익거래가 가능하다. 칠레가 장시간 저장을 장려하는 만큼, 칠레 하이브리드화 분야에 진출하고자 하는 우리 기업은 수명이 길고 안전성이 높은 솔루션을 제시해야 하며, 이를 통해 칠레 발전사나 광업·데이터센터 등 대형 수요처가 발주하는 자가소비용 BESS 조달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
2) 독립형(stand-alone) 프로젝트
발전소와 결합하지 않고 송전망에 직접 연결해 계통에 유연성을 공급하는 독립형 설비는 계통 안정과 주파수 제어와 같은 고부가가치 보조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익원이 될 수 있으며, 발전 자산이 없는 기업도 단독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턱이 상대적으로 낮다. 대규모 독립형 설비인 BESS del Desierto와 같이 칠레 정부의 국유지 양허 제도를 활용한다면 부지 확보 부담도 덜 수 있다. 우리 기업은 독립형 설비의 직접 개발·운영 외에도, 송전 혼잡 구간에 BESS를 배치하는 계통 보강용 설비 공급, 산업 고객을 위한 서비스형 저장 등 다양한 모델을 제안할 수 있다.
3) 그린수소 시장
그린수소는 변동성이 큰 태양광·풍력으로 수전해 설비를 돌려 생산된다. 이때 설비를 계속 가동하려면 BESS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하므로, 그린수소 산업이 성장할수록 BESS 수요도 함께 커질 전망이며, 이에 따른 초기 시장 선점이 중요하다. 또한 칠레 정부는 '그린수소 행동계획(Plan de Acción de Hidrógeno Verde 2023-2030)'에 따라 산업 육성 자금을 집행하고 있으므로, 우리 기업은 이러한 지원과 연계된 프로젝트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4) 전략적 거점 지역
칠레 정부는 자원 잠재력에 따라 지역별로 차별화된 에너지 거점을 키우고 있다. 북부는 대규모 태양광, BESS 하이브리드화, 그린수소 생산의 중심으로 대규모 저장 설비가 들어설 예정이며, 특히 안토파가스타 지역 항구 도시인 메히요네스(Mejillones)는 항만 인프라를 갖추고 광산 수요처가 가까워 그린수소 생산 및 수출 최적지로 꼽힌다. 한편, 남부는 풍부한 풍력 자원을 바탕으로 그린수소·합성연료 수출 단지가 집중적으로 들어서고 있으며, 수도권을 포함한 중부는 데이터센터용 24시간 전력 공급과 지능형 부하 관리가 유망하다. 따라서 우리 기업은 지역별 BESS 수요의 특성을 고려해 자사 역량에 맞는 거점을 골라 진입 방식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5) EPC 파트너십 활용
칠레 진입 시에는 현지 EPC 기업과의 협업이 효과적이다. 프로젝트의 전 과정을 일괄 수행하는 칠레 내 EPC 기업들은 인허가·시공·발주처 네트워크를 이미 확보하고 있으므로, 우리 기업은 이들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시장 진입을 검토할 수 있다.
<칠레 주요 EPC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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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명 |
전문 분야 |
EPC 서비스 범위 |
홈페이지 |
비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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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N CHILE |
BESS 엔지니어링·시공 |
EPC 또는 BOS 방식으로 제공. 엔지니어링(기본·상세 설계), 턴키 시공, 시운전, 시공감리(ITO) 포함 |
ion-chile.com |
칠레 기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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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TORAGE |
유틸리티급 BESS의 설계·제조·통합 |
개념 설계, 공급 관리, 시공, 계통 연계, 시운전을 아우르는 턴키 EPC 솔루션 제공 |
csestorage.com |
캐나다 기업 Canadian Solar 자회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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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tec Intervento |
대규모 태양광·BESS 저장 프로젝트 |
예비·상세 설계, 주요 자재 구매, 시공, 시운전을 포함한 EPC 전반 |
tritec-intervento.cl |
스위스-독일 기업 |
[자료: 각 기업 홈페이지, 2026]
한편, 칠레 발전협회(Generadoras de Chile)는 발주사가 EPC 계약자를 선정할 때 비용·기술뿐 아니라 재무 건전성, 안전보건, 청렴성, 지역사회 관계 등을 함께 평가하도록 권고한다. 즉, 칠레 발주사는 협력사를 까다롭게 검증하므로, 우리 기업은 이러한 기준을 충족하는 현지 EPC를 물색하거나, 자체적으로 해당 요건을 갖춰 직접 참여할 수 있다. 주요 평가 영역은 다음과 같다.
<칠레 EPC 기업 선정 단계별 평가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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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 |
평가 요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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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적격 심사 |
-법률·재무 건전성: 칠레 내 사업 연혁, 재무 상태, 자본·자산, 보증·보험 가입 여부 및 노동 소송, 노동청 제재, 파산 이력, 주주·대표자 평판 -청렴성·기업윤리: 뇌물·자금세탁·부패 방지를 위한 준법 정책과 인권·다양성·성평등 존중 실적 -조직 역량·안전보건: 조직 구조, 칠레 내 직접 고용 규모, 재해율·사망률 등 안전 지표와 환경·폐기물 관리 수준 -지속가능성·지역사회 관계: 탄소 배출 저감, 수자원 관리, 사업 지역의 문화·사회적 유산 보호 노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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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 제안서 검토 |
-지역 발전 계획: 숙식·운송 등 현지에서 조달할 서비스 명시, 지역 공급업체와 중소기업 참여 방안 -하도급 투명성: 하도급 업체 정보 공개 필요 -보완 계획: 안전·환경·사회 관리에 미흡한 부분 있을 시 계약 전 시정 조치와 이행 기한을 담은 개선 계획 제출 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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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찰 및 이행 |
-보증·유보금: 이행보증서 필요 -협력업체 대금의 적기 지급: 중소기업 인증(Sello Pro-Pyme) 기준 또는 송장 수령 후 10~30일 이내 지급 약정에 따라 현지 협력업체에 대금 지급 필요 -소통·민원 창구: 노동자·지역사회 민원 접수용 창구 운영 및 발주사에 해당 내용 정기 보고 의무 준수 |
[자료: 칠레 발전협회, 2025]
칠레 발주사는 사전 적격 심사를 통과한 협력업체를 명부로 관리하며 이후 입찰에서 우선 검토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첫 입찰에서 최종 낙찰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초기에 적격성을 인정받아 두면 후속 입찰에서 유리해질 수 있으므로 중장기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자료: 칠레 에너지부(Ministerio de Energía), 국회도서관(BCN), 투자청(InvestChile), 생산진흥청(Corfo), 국가전력조정기구(CEN), 칠레 에너지위원회(CNE), 칠레 발전협회(Generadoras de Chile), 칠레수소협회(H2 Chile), Energía Estratégica, Reporte Minero, La Tercera, Infobae, Diario Financiero, PV Magazine Latam 등 현지 언론 종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