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카스트 정부는 투자 활성화의 일환으로 그간 지연되어 온 인프라 사업의 병목을 해소하고, 임기 내 현장에서 실질적인 투자 집행을 이끌어내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공공사업부(Ministerio de Obras Públicas, MOP)는 기술 전담팀과 함께 전국 300여 개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여 ▲투자 규모 ▲사업 진척도 ▲전략적 중요성 ▲지역 파급효과 ▲고용창출 능력을 기준으로 우선순위 사업 70건을 선정했다. 이를 통해 공공사업 투자를 회복하고 민관협력(PPP) 방식, 특히 그 핵심 수단인 컨세션(concesión) 제도를 활용하고자 한다.

<우선순위 인프라 사업 분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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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칠레 공공사업부 및 Diario Financiero, 2026]

이번 70개 우선순위 사업은 그 규모와 진행 수준을 고려할 때 중남미 최대 규모의 인프라 포트폴리오 중 하나로 평가된다. 총투자 규모는 약 280억 달러로, 칠레 GDP의 8.6%에 해당하며, 이 중 2024~2028년 입찰 예정인 사업만 176억2000만 달러에 이른다. 특히 컨세션 사업의 경우 해외 기업의 참여에 개방되어 있는 만큼, 향후 활발한 수주 경쟁이 전개될 것으로 기대된다.

칠레 컨세션 제도

컨세션은 대표적인 민관협력 방식으로, 양측의 책임을 명확히 분담한다. 정부는 사업 조건을 설정하고 자금 조달을 지원하며, 민간 기업은 자본과 기술을 투입하여 인프라를 건설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운영·관리한다. 칠레는 이러한 컨세션 방식을 법률 제20410호를 통해 제도화하여 민간 사업자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품질 기준을 강화하고, 계약 당사자 및 제3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여 사업의 안정성을 뒷받침해 왔다.

이러한 제도적 기반의 성과는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된다. 지난 30년간 총 108건의 컨세션 계약이 체결됐으며, 이 중 74건이 현재까지 유효하고 투자 규모는 270억 달러를 상회한다. 이는 칠레의 컨세션 제도가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대규모 민간 투자를 유치해 왔음을 보여준다.

칠레의 컨세션 제도는 외국인 투자자에게 여러 이점을 지닌다. 먼저 장기 계약을 통해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수익을 확보할 수 있으며, 또한 국가의 지원을 받아 현지 법인을 설립할 수 있어 진입장벽이 낮다. 이 과정에서 현지 기업과 동등한 조건이 적용된다. 나아가 이번 70개 우선순위 사업의 경우, 정부가 행정 소요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해당 사업을 전담하는 특별팀을 구성함에 따라 투자자는 사업의 조기 착수와 대기 기간 단축을 기대할 수 있다.

거버넌스 및 운영 방식

칠레의 컨세션 제도에는 여러 심의·분쟁 조정 기구가 마련되어 있다. 컨세션 위원회(Consejo de Concesiones)는 공공사업부 장관 주도로 공익 사업 추진, 추가 공사 발주, 계약의 조기 종료 등 주요 사안을 심의한다. 기술 패널(Panel Técnico)은 계약 이행 과정에서 기술적·경제적 이견이 생길 시 조정안을 제시한다. 다만, 이 조정안에는 구속력이 없다.

분쟁이 계속될 경우 중재위원회(Comisión Arbitral)가 개입한다. 중재위원회는 대법원과 자유경쟁보호법원(Tribunal de Defensa de la Libre Competencia, TDLC)이 제출한 명단에서 선임된 전문가 3인으로 구성되며, 그 결정은 양 당사자에 구속력을 가진다. 중대한 계약 위반이 확정된 기업은 향후 5년간 신규 입찰에서 배제된다.

컨세션은 건설·운영·양도(Build-Operate-Transfer, BOT) 모델로 운영된다. 그 과정은 크게 4단계로 볼 수 있다.

<컨세션 사업 운영 단계>

단계

내용

1. 공모·심사

정부가 참여 희망 기업을 공모하고, 기업의 재무·기술 역량을 심사한다.

민간 제안으로 시작되는 경우, 정부는 사전에 해당 사업을 공익 사업으로 지정해야 한다.

2. 선정

정부는 참여 기업이 제시한 요금, 요청 보조금, 예상 수입 등을 종합해 최종 제안을 선정한다.

3. 건설·운영

낙찰 기업은 컨세션 법인(sociedad concesionaria)을 설립한다. 컨세션 법인은 인프라를 건설한 뒤, 계약 기간 동안 이를 운영하며 공공사업부의 상시 점검을 받는다.

4. 변경·보상

정부가 공익상의 이유로 진행 중인 사업을 변경하고, 그 변경이 상당한 추가 투자(예: 최초 계약 예산의 5% 초과)를 수반하면, 정부는 해당 기업에 이를 보상해야 한다.


계약 기간이 끝나면 인프라와 운영권은 국가로 반환되며, 국가는 이를 다시 입찰에 부치거나 공공시설로 운영한다. 이러한 사업이 장기적으로 유지되려면 통행료나 이용요금 등에서 나오는 수입이 투자비와 유지·관리비를 모두 충당하고도 남아야 한다.

주요 분야 및 사업

공공사업부가 선정한 70개 우선순위 인프라 사업 중 도로 인프라 분야는 32건, 약 196억 달러 규모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 가운데 약 18억 달러 규모의 산티아고 북서부 순환도로(Orbital Norponiente) 프로젝트는 산티아고 외곽을 순환하는 총 66km 길이의 유료 고속도로를 구축함으로써 물류 시간을 단축하고 화물 통행을 분산하고자 한다. 2027년 하반기 낙찰을 목표로 2026년 10월 입찰 공고가 예정되어 있다.

<산티아고 북서부 순환도로 프로젝트 계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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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칠레 공공사업부, 2025]

교정시설 인프라는 두 번째로 비중이 큰 분야다. 개별 사업 8건에 약 42억 달러가 배정되어 있으며, 여기에 교도소 과밀 수용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교정시설 인프라 마스터플랜(Plan Maestro de Infraestructura Penitenciaria)’이 함께 추진된다. 현재 입찰이 진행 중인 대표 사업은 약 4억 달러 규모의 칼라마(Calama) 신규 교정시설로, 2026년 5월 공고되어 현재 진행 중이다.

<칼라마 신규 교정시설 예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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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칠레 공공사업부, 2025]

이 밖에도 물류 효율화, 치안 강화, 도시 이동성 개선, 수자원 확보 등 다양한 부문에서 인프라 사업이 추진되고 있어 진출 기회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입찰 중인 사업 목록과 일정은 공공사업부 홈페이지(concesiones.mop.gob.cl/concesiones/proyectos-en-licitacion/)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주요 컨세션 사업 입찰 일정>

사업명

사업규모

응찰 마감

5번 국도 2차 컨세션(코이풀리-테무코)

10억5000만 달러

2026년 8월 11일

57번 국도 2차 컨세션(산티아고-콜리나-로스안데스)

9억4620만 달러

2026년 8월 12일

발디비아 진입로(202번·206번 국도)

5억8700만 달러

2026년 12월 11일

칼라마 교정시설

3억9400만 달러

2026년 11월 24일

교정시설 3그룹(발디비아‧푸에르토몬트)

2억 달러

미정(2026년 8월 입찰 공고 예정)

교정시설 1그룹(알토오스피시오‧라세레나)

2억9700만 달러

미정(2026년 9월 입찰 공고 예정)

산티아고 북서부 순환도로

17억8200만 달러

미정(2026년 10월 입찰 공고 예정)

[자료: 칠레 공공사업부, 2026]

사회적·운영상 리스크 관리

칠레 정부는 투자 활성화를 위해 대형 인프라 사업에 따르는 사회적·운영상 리스크를 완화해 왔으며, 대표적인 수단으로 ‘부엔 베시노(Buen Vecino)’ 프로그램이 있다. ‘좋은 이웃’을 뜻하는 해당 프로그램은 컨세션 본 계약에 부대공사를 더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예를 들어 도로 사업에서 도시고속도로 상부를 덮어 공원이나 광장을 조성하거나, 교량·입체교차로 하부의 방치된 공간을 정비하는 등 도로가 지역을 단절시키는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공사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사업 운영의 연속성을 지키며 인근 주민의 생활 여건을 개선하여 인프라를 주변과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것이 목표다.

프로그램은 4개 축으로 구성된다. 첫째는 공간 회복으로, 낙후된 도시 지역을 정비해 도시 구조에 다시 편입시킨다. 둘째는 지속가능성과 안전으로, 안전하고 포용적이며 오래 유지되는 인프라를 만든다. 셋째는 지역 형평성으로, 인프라의 혜택이 지역별로 고르게 돌아가도록 한다. 넷째는 영향 완화로, 대형 도로 공사가 도시 구조와 주민 생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줄인다. 모든 축을 관통하는 요소는 주민 참여로, 계약 수립 단계부터 지역 주민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의견을 반영함으로써 공사가 실제 수요에 부합하도록 한다.

<산티아고 부엔 베시노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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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칠레 공공사업부, 2026]

프로그램의 규모와 예산은 빠르게 늘고 있다. 2023년 77개 사업에 대한 8100만 달러에서 2024년에는 163개 사업에 대한 1억5200만 달러로 확대됐다. 수도권을 대상으로 한 ‘산티아고 부엔 베시노(Santiago Buen Vecino)’ 부문도 신설되어 치안, 친환경 교통, 지역사회 참여를 다루고 있다. 2025년 3월부터 2026년 3월까지는 116개 사업에 대해 약 9010만 달러가 투입됐으며, 47개 행정구역 내 주민 약 99만 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시사점

칠레는 중남미에서 인프라 투자 여건이 가장 안정적이면서도 사업 규모가 큰 시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법적 안정성과 명확한 입찰 일정, 사업을 신속히 추진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맞물리면서, 280억 달러 규모 시장에 예측 가능한 조건으로 참여할 기회가 열려 있다.

칠레 컨세션 시장은 진입 문턱이 낮지 않다. 건설과 장기 운영을 한 계약에 묶는 구조여서 시공 실적뿐만 아니라 운영 단계의 기술력이 경쟁력을 좌우한다. 그러나 바꿔 말하면 운영 역량이 곧 경쟁력이 되는 시장이다. 신규 사업은 첨단 기술 적용을 전제로 발주되는 추세이며, 부엔 베시노 프로그램에서 보듯 정부는 인프라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까지 살피고 있다. 도로 관제 시스템, 지능형 교통체계, 스마트시티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우리 기업이 파고들 여지가 있는 대목이다.

다만, 사전자격심사와 제안서 준비가 뒤따르는 만큼 관심 사업의 입찰 일정을 미리 파악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칠레 투자청(InvestChile)이 공공사업부와 공동 운영하는 포털(tools.investchile.gob.cl/es/concesiones-infraestructura)을 참고할 만하다. 입찰 중인 사업과 발주 예정 사업의 상세 자료를 제공해 사업별 요구 사양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으며, 상담을 신청하면 시장 진출 자문과 현지 기관 연결 등도 무료로 지원받을 수 있다.


자료: 칠레 공공사업부(MOP), 공공사업부 산하 컨세션청(DGC), 칠레 관보(Diario Oficial), Diario Financiero, La Tercera, El Diario de Antofagasta, Meganoticias, ProyectaNegocios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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