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전력 수요 증가…미국, 원전 공급망 재건 본격화


생성형 AI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 확충과 제조업 리쇼어링으로 미국의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안정적인 기저 전원 확보가 주요 정책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미국 정부는 원자력발전을 에너지 전략의 핵심 축으로 삼고, 신규 원전 건설에 필요한 공급망 재건을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의 연간 전력 수요는 1970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 왔으며 최근에는 생성형 AI 확산과 데이터센터 건설, 제조업 리쇼어링 등의 영향으로 전력 수요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북미전력신뢰도공사(North American Electric Reliability Corporation, NERC)는 2033년 미국 전력 수요가 약 4,800TWh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미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ational Renewable Energy Laboratory, NREL)는 전력 수요 증가와 청정에너지 전환 속도에 따라 2035년에는 최대 6,200TWh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전력 수요 증가는 안정적인 기저 전원 확보와 송전망 확충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으며 미국 정부가 원전 공급망 재건과 신규 원전 건설을 적극 추진하는 주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전력 수요 추이 및 전망(1970~203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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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미 에너지부(DOE)]


최대 175억 달러 지원…장기 제작 품목 확보로 원전 건설 기간 단축


이러한 배경에서 미 에너지부(Department of Energy, DOE) 산하 에너지 지배력 금융 사무국(Office of Energy Dominance Financing, EDF)은 지난 6월 23일 최대 175억 달러 규모의 조건부 대출을 지원하는 ‘미국 원자력 공급망 대출(American Nuclear Supply Chain Loans)’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프로젝트당 원전 2기씩 최대 5개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장기 제작 품목의 구매를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이를 통해 미국 내 대형 상업용 원전 10기의 건설 시기를 최대 3년 앞당겨 2030년까지 착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대출 프로그램은 원전 건설비 전반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 제작 품목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장기 제작 품목은 원자로 압력용기, 증기발생기, 대형 단조품 등 제작과 납품까지 수년이 소요되는 핵심 설비를 의미한다. 이러한 기자재는 원전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서 확보하지 못할 경우 전체 공사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 공급망 병목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원자력 발전 회사인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 Electric)는 미국 전역의 전력회사 및 에너지 기업과 협력해 장기 제작 품목을 고정 가격 방식으로 조달하며, 각 프로젝트는 웨스팅하우스와 사업 파트너가 공동으로 소유한다. 대출을 지원받기 위해서는 웨스팅하우스와 사업 파트너가 각각 5억 달러씩, 총 10억 달러의 자기자본을 먼저 투자해야 하며, 이후 투자 일정과 사업 진행 상황에 따라 단계적으로 대출이 집행된다. 현재 웨스팅하우스는 7개 잠재 사업자와 프로젝트 부지를 포함한 의향서를 체결한 상태다.


또한, 이번 프로그램은 현재 미국에서 상업 운전 중인 대형 원전 노형인 AP1000 공급망을 중심으로 추진된다. AP1000 원전 1기의 발전 용량은 약 1.1GW이며 10기가 모두 건설될 경우 총 11GW의 발전 용량을 확보하게 된다. 이는 약 1,00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이다. AP1000은 기존 2회로형 가압경수로 대비 설비를 단순화한 표준 원전 노형이다. 밸브는 약 50%, 펌프는 35%, 배관은 80%, 냉난방 및 환기설비는 80%, 내진 건축물 부피는 45%, 케이블은 70% 줄여 설계됐다. 부품 수를 줄임으로써 건설 기간 단축과 유지 보수 비용 절감이 가능하며, 공급망 관리 효율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주요 특징으로 꼽힌다. 또한 AP1000은 가압 경수로*로, 외부 전력이나 운전원의 즉각적인 조작 없이도 중력과 자연적인 물의 순환을 활용해 원자로를 냉각하는 피동안전계통**을 적용해 안정성을 높였다.

* 가압경수로(Pressurized Water Reactor, PWR): 높은 압력으로 물을 끓지 않는 상태로 유지하면서 원자로의 열을 전달해 증기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원자로 방식

** 피동안전계통(Passive Safety System): 전원 공급이나 운전원의 즉각적인 조작 없이 중력, 자연순환, 압력 차이 등 자연적인 물리 원리를 이용해 원자로를 자동으로 냉각하는 안전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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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 Electric)]


한국 기업, 미국 원전 공급망 참여 기회 확대


이번 프로그램은 미국 내 원전 기자재 공급망을 재건하고 신규 원전 건설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인 만큼 국내 원전 기업에게도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장기 제작 품목의 조기 확보를 추진하면서 원자로 압력용기, 증기발생기, 대형 단조품 등 원전 핵심 기자재 및 부품에 대한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원전 건설 프로젝트의 설계, 엔지니어링, 시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내 기업의 참여 기회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2026년 7월에 미국 원자력 규제 위원회(Nuclear Regulatory Commission, NRC)의 외국인 소유·통제·지배(Foreign Ownership, Control or Domination, FOCD) 예외 규정이 발효되면서 한국 기업의 미국 원전 프로젝트 참여 범위도 확대됐다. 한국을 포함한 37개의 예외 적용 대상국 기업은 미국 원전 프로젝트의 지분을 보유하거나 사업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며, 향후 미국 원전 시장에서 기자재 공급을 넘어 투자와 사업 운영 등으로 협력 범위를 넓힐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미국 원전 프로젝트 참여를 위해서는 미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인허가 절차를 비롯해 외국인 투자 심의 위원회(Committee on Foreign Investment in the United States, CFIUS)의 국가 안보 심사 등 관련 규정을 충족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 기업은 공급망 확대 정책과 투자 규제 변화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미국 현지 기업과의 협력 및 장기적인 투자 전략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자료: 백악관(The White House), 북미전력신뢰도공사(NERC), 미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 미 에너지부(DOE),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 Electric), 미 원자력규제위원회(NRC), 미 재무부(U.S. Department of the Treasury), KOTRA 시카고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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