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보다 자산이 돈을 버는 시대
오랫동안 미국 사회에서 경제적 성공은 안정적인 직장에 취업해 꾸준히 승진하고 연봉을 높여가는 것이 대표적인 공식이었다. 높은 연봉을 받는 전문직이나 대기업에 입사하는 것이 곧 경제적 안정을 의미했고, 대부분의 가계 역시 근로소득(Wage Income)을 중심으로 소비와 저축, 자산 형성을 이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러한 공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높은 물가와 주거비 부담, AI 기술 확산에 따른 고용환경 변화, 금융 플랫폼의 대중화, 그리고 디지털 경제의 성장으로 인해 단순히 '일한 만큼 돈을 버는 구조'에서 벗어나 자산과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지속적인 현금흐름(Cash Flow)을 창출하려는 움직임이 미국 전역에서 확산되고 있다. 과거에는 은퇴 후를 대비한 투자 전략 정도로 여겨졌던 패시브 인컴(Passive Income)이 이제는 직장인과 대학생, 창업가를 포함한 다양한 계층의 경제활동 목표로 자리 잡으며 미국의 소득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는 새로운 경제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지속된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은 생활비 부담을 크게 높였으며, 특히 주거비와 교육비 상승은 중산층과 젊은 세대가 월급만으로 자산을 축적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동시에 생성형 AI와 자동화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많은 직장인들은 앞으로의 고용 안정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체감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하나의 직장에만 의존하기보다 투자수익, 배당금, 디지털 콘텐츠 판매, 온라인 구독 서비스 등 여러 소득원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all Street Journal)은 이러한 현상을 '새로운 아메리칸 드림(New American Dream)'이라고 표현하며, 과거처럼 높은 연봉을 목표로 하기보다 자산과 콘텐츠를 활용해 지속적인 현금흐름을 만드는 것이 새로운 성공 공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AI를 활용한 전자책 제작, 온라인 강의, 뉴스레터 운영, 디지털 템플릿 판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 부동산 임대, 차량 공유 서비스 등 다양한 형태의 소득 창출 방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생성형 AI는 이러한 디지털 비즈니스의 진입장벽을 크게 낮추는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인의 소득원, 근로소득에서 자산소득으로
미국인의 인식 변화는 실제 경제지표에서도 확인된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가계 소득이 임금과 급여 등 근로소득을 중심으로 형성됐지만, 최근에는 투자와 자산을 통해 발생하는 소득의 비중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특히 금융시장 접근성이 높아지고 디지털 플랫폼이 보편화되면서 자산소득은 더 이상 고소득층만의 영역이 아니라 일반 가계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소득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개인의 재무 전략을 넘어 미국 경제 전반의 소비 패턴과 투자 문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가 발표한 'Economic Well-Being of U.S. Households'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기준 미국 성인의 57%가 이자, 배당금, 임대수익, 연금 등 비근로소득(Non-labor Income)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약 37%는 예/적금 이자나 주식 배당, 부동산 임대수익 등 자산을 기반으로 한 소득을 얻고 있었으며, 30세 미만 성인의 약 30% 역시 투자나 금융자산을 통한 소득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자산소득이 특정 고소득층만의 영역이 아니라 점차 일반 가계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인기 투자 및 주식 관리 앱 “Robinhood”>

[자료: Robinhood]
또한 갤럽(Gallup)의 2025년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약 62%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 투자 플랫폼과 ETF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소액 투자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졌고, 저축 중심이던 자산 관리 방식도 투자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노동소득의 비중은 줄고 자본소득은 확대
반면 노동소득이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장기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경제학에서 '노동소득분배율(Labor Share of Income)'은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근로자에게 임금 형태로 지급되는 비중을 의미하는데, 최근 수십 년 동안 이 비율은 완만한 하락세를 이어왔다. 생산성과 기업의 이익은 꾸준히 증가했지만 자동화와 디지털 기술 발전, 글로벌 공급망 확대 등의 영향으로 임금 상승 속도는 상대적으로 제한되면서 기업의 자본수익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Reuters는 이러한 현상을 분석하며 미국의 노동소득 비중이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며, AI 기술이 산업 전반에 확산될 경우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반대로 기업의 이익과 금융자산 가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투자와 자산에서 발생하는 소득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처럼 미국 경제는 단순히 임금 수준이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소득을 창출하는 방식 자체가 노동 중심에서 자본과 자산 중심으로 이동하는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나의 월급보다 여러 개의 소득원을 만드는 시대
이러한 변화는 미국인들의 경제활동 방식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에는 승진이나 연봉 인상이 가장 중요한 소득 증가 수단이었다면, 최근에는 하나의 직업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수익원을 동시에 확보하는 '멀티 인컴(Multiple Income Streams)' 전략이 일반화되고 있다. 직장생활을 유지하면서 주식과 ETF에 투자하거나, 부동산 임대, 온라인 쇼핑몰 운영,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 디지털 콘텐츠 판매 등을 병행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나고 있으며, 이러한 추가 소득은 단순한 부업이 아니라 장기적인 자산 형성 전략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는 '월급을 많이 받는 것'보다 '지속적으로 현금흐름을 만들어내는 자산을 보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Financial Independence(경제적 독립)', 'FIRE(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 'Passive Income'과 같은 키워드가 꾸준히 높은 관심을 받고 있으며, 투자와 창업, 디지털 자산 구축 방법을 공유하는 콘텐츠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패시브 인컴이 완전히 노동이 필요 없는 수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디지털 콘텐츠나 온라인 강의, 구독형 서비스 역시 초기 투자와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며, 금융투자 또한 시장 변동성이라는 위험을 수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이 새로운 소득원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이유는, 하나의 직장과 월급만으로는 장기적인 경제적 안정과 자산 축적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시사점
미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소득 구조의 변화는 단순히 개인의 소득 창출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의미를 넘어, 소비시장과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소비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목적이 편의성과 품질에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자신의 생산성을 높이거나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한 구매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따라 AI 기반 업무 도구, 디지털 콘텐츠 제작 플랫폼, 온라인 교육, 투자 플랫폼, 구독형 서비스 등 '소득을 창출하도록 돕는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들에게도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 고객의 경제적 가치를 높여주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사업 전략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 기업들에게도 이러한 변화는 새로운 진출 기회를 제공한다. 미국 소비자들의 관심이 '무엇을 소비할 것인가'에서 '어떻게 더 많은 가치를 만들 것인가'로 이동하고 있는 만큼, 단순한 제품 판매보다 생산성 향상과 수익 창출을 지원하는 서비스 중심의 접근이 중요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AI 기반 업무 자동화 솔루션, 온라인 교육 플랫폼, 크리에이터 지원 서비스, 디지털 콘텐츠 제작 도구, 투자 및 자산관리 플랫폼 등은 미국 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평가된다. 또한 기존 제조기업 역시 제품 자체의 기능뿐 아니라 구독형 서비스, 데이터 기반 부가서비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을 결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함으로써 장기적인 고객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료: Wall Street Journal, Federal Reserve, Bureau of Economic Analysis, Bureau of Labor Statistics, Gallup, Robinhood, Reuters, KOTRA 로스앤젤레스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