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의 새로운 변수,

미국 전역에서 인공지능(AI) 붐을 타고 데이터센터 건설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이번엔 '물'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지난 7월 14일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가 행정명령으로 전국 최초의 주(州) 차원 데이터센터 모라토리엄(신규 데이터센터에 대한 인허가 일시 중단)을 발동했다. 그동안 데이터센터 리스크는 전력망 용량과 전기요금 문제가 중심이었는데, 이제 물 문제까지 더해진 셈이다.

데이터센터가 쓰는 물은 서버를 식히는 데 직접 들어가는 물과, 데이터센터에 전기를 공급하는 발전 과정에서 간접적으로 쓰이는 물로 나뉜다.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 추산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직접 소비량은 연간 약 174억 갤런, 간접 소비량은 약 2,110억 갤런으로 직접 소비량의 12배 가까이 된다. 전체로 보면 미국 전체 물 소비량의 1%가 채 안 되지만, 진짜 문제는 이 물 소비가 전국에 고르게 퍼져 있지 않다는 데 있다.

<미국의 데이터센터 물 소비 구조 (2023년 기준)>

[자료: Lawrence Berkeley National Laboratory(LBNL), 2024 United States Data Center Energy Usage Report, KOTRA 실리콘밸리무역관 재구성]

물 소비를 규제하는 주체는 연방정부가 아니라 개별 주(州)다. 애리조나·캘리포니아 같은 서부 건조 지역과 가뭄이 잦은 텍사스는 이미 물 부족을 겪고 있는 반면, 동부는 상대적으로 물 사정이 넉넉하다. 그런데 계획 중인 데이터센터의 상당수가 하필 가뭄에 취약한 지역에 몰려 있다. 그만큼 수자원 문제는 이제 유역 단위로 따져봐야 할 실질적인 입지 변수가 됐다.

주(州)번지는 규제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주 정부 입법은 2025년부터 빠르게 확대됐다. 그해에만 50개 주에서 데이터센터 관련 법안이 200건 넘게 발의됐고, 이 가운데 40건 이상이 실제 법으로 만들어졌다. 이런 흐름은 2026년에도 이어져, NCSL 집계로는 2026년 7월 기준 14개 주에서 데이터센터 금지나 모라토리엄이 논의되고 있다.

<주(州)별 데이터센터 규제 입법 확산 추이>

[자료: ITIF, KOTRA 실리콘밸리무역관 재구성]

규제가 확산되면서 실제 투자도 위축되고 있다. 2026년 1분기에만 1,300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차단되거나 지연됐는데, 2025년 한 해 전체 지연·철회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주마다 규제 모델이 다르다 보니, 데이터센터 개발업체나 이를 이용하는 기업으로서는 어느 주에 투자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규제 환경과 마주하게 된다.

뉴욕·텍사스·캘리포니아, 가지 다른 선택

물 규제를 둘러싼 각 주의 대응은 크게 세 갈래로 갈린다. 신규 허가 자체를 막아선 뉴욕, 적극적으로 유치하면서도 물 부족 위험에 노출된 텍사스, 규제 입법이 막혔지만 다시 도전에 나선 캘리포니아다.

<주요 주 별 데이터센터 관련 입법 동향>

구분

핵심 내용

현재 상태

뉴욕

주의회 통과 법안(20MW 이상, 6월 4일)은 주지사 서명 대기 중

7월 14일 별도 행정명령 62호(50MW 이상 대상)로 인허가 일시 중단 시행

행정명령 시행 중

(전국 최초),

법안은 서명 대기

텍사스

적극적 유치 정책 속 주 전체 물 사용량이 2030년까지 3,990억 갤런으로 급증할 전망

힐카운티는 모라토리엄 제정 후 개발업체 제소로 철회

규제 유동적,

용수 리스크 있음

캘리포니아

물 사용량 공시 의무화 법안(AB 93)이 주지사 거부권으로 무산

2026년 지하수 과다양수 유역 규제 등 재발의 법안 논의 중

재입법 시도 중

[자료: governor.ny.gov, DLA Piper, Texas Scorecard, CalMatters 등 종합]

다만 뉴욕주 사례는 두 조치를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주의회는 6월 4일 20메가와트(MW) 이상 신규 데이터센터에 1년 허가 모라토리엄을 적용하는 '책임있는 데이터센터 개발법'(S10642/A11560)을 통과시켰다. 그런데 이 법안은 7월 21일 현재 양원을 통과했으나 아직 주지사에게 정식 송부되지 않은 상태다. 대신 호컬 주지사는 7월 14일 별도의 행정명령 62호를 발동해 50MW 이상 데이터센터에 대한 주 환경보전부(DEC)의 재량적 인허가 발급을 최대 1년간 중단시켰다. 대상 범위는 주의회 법안(20MW 이상)보다 좁지만, 행정명령이 곧바로 효력을 가지면서 뉴욕주는 사실상 전국 최초로 주 차원 데이터센터 모라토리엄을 시행한 주가 됐다. 반면 비슷한 모라토리엄을 추진했던 메인주는 상황이 달랐다. 주지사는 법안 취지 자체에는 공감했지만, 최종안에 특정 대형 프로젝트(제이 소재 5억 5,000만 달러 규모 시설)의 예외 조항이 빠졌다는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모라토리엄에 대한 정치적 공감대가 있어도, 개별 프로젝트를 둘러싼 이해관계에 따라 결과가 갈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텍사스는 데이터센터 유치에 가장 적극적인 주로 꼽히지만, 동시에 만성적인 가뭄 지역이기도 하다. HARC의 최신 백서(2026.1)에 따르면 텍사스 데이터센터의 물 소비량은 2025년 약 250억 갤런에서 2030년 약 290억~1,610억 갤런으로 늘어날 전망이며, 상단 추정치 기준 텍사스 전체 물 사용량의 최대 2.7%에 해당한다. 힐카운티는 2026년 5월 1년 모라토리엄을 제정했다가 개발업체가 제소하자 6월 4일 이를 철회하고 프로젝트별 심사 체계로 바꿨다.

캘리포니아에서는 2025년 데이터센터의 물 사용량을 사전·연례로 공시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AB 93)이 주의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개빈 뉴섬 주지사는 '사업과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경직된 보고 의무를 부과하기는 어렵다'며 거부권을 행사했고, 법안은 결국 무산됐다. 하지만 법안을 발의했던 의원은 2026년 들어 재도전에 나섰다. 시·카운티 보고 의무를 추가한 재발의 법안(AB 2619)과 함께, 데이터센터 입지 시 물 공급 평가와 물 부족 대응계획 등 사전 심사 요건을 강화하는 법안(AB 2469)도 진행 중이다.

다만 짚어볼 부분이 있다. 지금 시행되거나 추진 중인 주 정부 규제는 대부분 데이터센터 사업장이 직접 쓰는 냉각수(공시·모라토리엄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런데 LBNL 추정으로는 전체 물 소비의 92%가량이 발전 과정에서 나오는 간접 소비다. 사업장 단위 규제만으로는 데이터센터로 인한 수자원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ITIF 보고서도 이 공백을 인식해, 주 에너지국·공익사업위원회·수자원 당국이 전력 부하와 물 사용을 함께 들여다보는 '통합 물-에너지 심사' 체계를 제안하고 있다. 지금은 규제 초점이 직접 취수에 머물러 있지만, 앞으로 발전 부문의 간접 취수까지 규제 범위가 넓어진다면 업계가 마주할 리스크는 한층 커질 수 있다.

기술은 해법이 될 수 있을까

규제가 강화되면서 데이터센터 냉각 기술과, 이를 뒷받침하는 발전 부문의 냉각 기술도 함께 진화하고 있다. 과거 데이터센터에서 주로 쓰던 증발식 냉각은 물을 많이 소비했지만, 최근에는 물 소비를 거의 0에 가깝게 낮추는 기술이 상용화되고 있다.

<냉각 방식 별 특징과 물 소비 수준>

냉각 방식

특징

물 소비 수준

증발식 냉각

가장 오래된 방식으로 물을 직접 증발시켜 냉각. 최근의 고밀도 랙과 고발열 칩에는 한계

높음

건식 냉각 (Dry Cooling)

팬으로 외부 공기를 순환시켜 물 사용을 거의 없앰. 다만 전력 사용량이 늘고 고온 지역에서는 성능이 떨어짐

매우 낮음

직접 칩 냉각 및 액침 냉각 (Liquid-to-Chip 등)

랙·칩 단위에서 직접 열을 제거하는 폐회로 방식. 외부 열 방출을 건식 냉각과 결합할 경우 물 소비를 거의 0으로 낮출 수 있음(엔비디아 Vera Rubin, MS 신형 AI 데이터센터 등이 채택)

매우 낮음

하이브리드 냉각 (발전소 냉각)

평상시 건식, 고온 시 습식 냉각을 병행. 습식 단독 대비 연간 증발 손실을 최대 약 75% 절감

낮음~중간

무방류(ZLD) (발전소 냉각)

냉각탑 블로다운(농축 배수)을 역삼투압으로 회수·재활용해 폐수 배출을 최소화. 증발 손실 자체는 계속 발생

중간

※ 하이브리드 및 무방류(ZLD) 방식은 데이터센터 자체가 아니라,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소의 냉각(간접 소비)에 주로 적용되는 기술

[자료: ITIF, KOTRA 실리콘밸리무역관 재구성]

엔비디아는 최신 루빈 세대 AI 인프라가 최대 섭씨 45도의 고온 액체 냉각 루프를 활용해 물 소비를 거의 0으로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도 2024년 8월부터 신규 데이터센터 설계에 폐회로 방식의 직접 칩 냉각을 적용해 냉각 과정에서 물을 전혀 증발시키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피닉스·위스콘신 시설에서 2026년 시범 적용 중이며, 실제 가동은 2027년 말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다만 이런 기술은 초기 도입 비용이 높다. 2 상(phase) 액침 냉각에 필요한 PFAS(과불화화합물) 기반 냉각액은 기존 독점 공급사였던 3M이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공급망 자체가 불안정해졌다. 기술적 해법은 이미 나와 있지만, 비용과 공급망이라는 별개의 제약이 확산 속도를 좌우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기업이 준비할 것들

미국 내 데이터센터나 반도체 공장처럼 물을 많이 쓰는 시설에 투자하는 한국 기업은 이제 전력망 용량뿐 아니라 물 규제 동향까지 입지 선정과 리스크 관리에 반영해야 할 시점이다. 특히 텍사스·캘리포니아처럼 대규모 투자가 몰린 주에서는 규제가 언제든 강화될 수 있다고 보고 시나리오별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물 사용량 공시 의무화 시도가 여러 주에서 반복되고 있는 만큼 사업장별 용수 데이터를 평소에 관리·기록해 두는 편이 좋다. 나중에 규제에 대응할 때 드는 비용을 줄여줄 것이다. 신규 입지를 검토할 때는 해당 유역의 물 스트레스 수준과 주 정부 인허가 절차(사전 평가, 가뭄 시 취수 제한 조항 등)도 초기 단계부터 챙겨봐야 한다. 저용수 냉각 기술은 초기 도입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향후 규제 대응 비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에 함께 검토할 만하다.

자료: ITIF, Lawrence Berkeley National Laboratory, Houston Advanced Research Center(HARC), governor.ny.gov, Axios, CNBC, NBC News, Washington Post, Austin Chronicle, Texas Scorecard, Maine Morning Star, WBUR, Inside Climate News, CalMatters, Hanson Bridgett, Data Center Dynamics, KOTRA 실리콘밸리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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