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포도 산업 개요


브라질은 남미의 포도 생산 강국으로 2025년 기준 세계 포도 생산량 13위에 올랐다. 남미 대륙에서는 칠레, 아르헨티나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포도를 생산하고 있다. 2024년 기준 브라질의 포도 생산량은 약 182만 톤에 육박한다. 이는 자국의 최남단인 남위 31º부터 적도선과 인접한 북동부 남위 5º 지역까지 펼쳐진 약 8만 4000헥타르의 광범위한 포도밭에서 수확된 것이며, 이 면적은 서울시 면적의 약 1.4배에 달한다. 브라질은 기후 및 환경적 다양성에 따라 150개 이상의 품종을 상업적으로 재배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완연히 다른 특성을 가진 포도 및 와인 생산 허브들이 존재한다. 이들 생산 허브는 기후 조건에 따라 크게 네 가지 그룹으로 분류된다.


<브라질의 주요 포도 재배지>

[자료: Embrapa]


▷ (그룹 ①) 남부 지역과 남동부 일부의 온대 및 아열대 지역으로, 연 1회 수확 후 겨울철 휴면기를 갖는 전통적인 단일 수확 주기 시스템을 따르며 주로 가공용 포도 생산에 집중한다.

▷ (그룹 ②) 북동부 반건조 지역인 상프란시스쿠 밸리로, 관개시설을 통해 2회의 영양 주기와 가지치기를 거쳐 연 2~3회 이상의 수확을 실현하며 생과·와인·주스 산업을 모두 아우른다. 이 지역은 ‘연간 다회 수확’을 위해 품종 교체 및 적응 작업을 진행했다.

▷ (그룹 ③) 파라나 북부, 상파울루 및 미나스제라이스 남부 등으로, 2회의 영양 주기와 가지치기를 거치되 일반적으로 연 1회 수확을 특징으로 한다.

▷ (그룹 ④) 미나스제라이스 북부와 상파울루 북서부, 고이아스 등의 아열대 환경으로, 관개 시설을 필수적으로 사용하여 2회 가지치기와 연 1회 수확을 수행하며 주로 식용 포도나 와인 관광형 프로젝트에 주력한다.


<브라질의 포도 산업 현황>

[자료: Embrpa]


현재 브라질에서 생산되는 포도는 전체의 54.7%가 생과 소비용(식용)으로, 45.3%가 와인이나 주스 같은 가공용으로 유통되고 있다. 전통적인 포도 생산 강자인 남부와 중서부 지역에서는 생산량의 절대 다수가 가공용으로 투입되는 반면, 그 외 지역에서는 식용 포도가 주력 출하처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브라질 포도 산업의 생산 중심지는 남부에서 북동부로 급격히 이동했다. 2020년만 해도 전체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했던 남부 히우그란지두술주의 비중은 2024년 37% 선으로 하락한 반면, 대표적인 식용 포도 주산지인 '상프란시스쿠 밸리(VSF)'가 위치한 페르남부쿠주의 비중은 42%까지 치솟았다. 인근 바이아주 역시 같은 기간 생산량이 5만 5000톤에서 11만 톤으로 2배 가까이 대폭 늘어났다.


<브라질 포도 생산량 중 생과 소비량 및 가공량 비교>

[자료: Embrapa]


상프란시스쿠 밸리를 중심으로 한 식용 포도 시장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중대한 변화를 겪어왔다. 초기에는 '이탈리아(Itália)', '루비(Rubi)', '베니타카(Benitaka)', '브라질(Brasil)' 등 전통적인 씨 있는 유럽종 품종들이 시장을 지배했으나, 이후 소비자의 선호도 변화에 따라 씨 없는 무핵 품종(Apirênicas)으로 빠르게 대체되었다. 이 과정에서 연간 다회 수확이 가능한 열대 기후의 강점을 활용하려 했으나, 기존 유럽계 무핵 품종들이 브라질 현지 우기의 진균성 질병과 비로 인해 열매가 터지는 열과 현상에 취약하다는 치명적인 한계가 드러났다.


이러한 기후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브라질 농업연구청(Embrapa)은 현지 기후에 최적화된 토종 무핵 품종들을 개발하여 보급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탄생한 'BRS 비토리아(BRS Vitória)', 'BRS 이시스(BRS Ísis)', 'BRS 누비아(BRS Núbia)', 'BRS 멜로디아(BRS Melodia)' 등은 우수한 환경 적응성과 높은 시장 경쟁력을 증명해 냈다. 최근에는 유전자원 개량 프로그램을 통해 청포도 계열의 씨 없는 신품종인 'BRS 54 루미아(BRS 54 Lumiar)'까지 추가로 출시되며 라인업이 더욱 탄탄해졌다. 한편 재래종 식용 포도 부문에서는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니아가라 로자다(Niágara Rosada)'가 여전히 막강한 위상을 유지하고 있으나, 최근에는 수확 후 저장성이 뛰어난 'BRS 누비아'로 전환하는 추세도 뚜렷하게 관찰된다.


이러한 품종 혁신은 브라질 농가 구조에도 흥미로운 양극화와 시장 분담을 가져왔다. 대형 생산자들이 로열티가 비싼 글로벌 특허 품종으로 선회한 반면, 로열티 부담이 없는 Embrapa의 BRS 품종들은 자본력이 부족한 현지 중소 규모 가족농들의 핵심 구원투수가 되었다. 이들 중소 농가는 가족 노동력을 활용해 초기 투자 부담을 낮추고, 단축된 유통 단계를 통해 낮은 산지 출하가로도 충분한 수익성을 확보하며 내수 시장에서 강력한 주도권을 쥐게 되었다.


브라질의 와인/주스 등 포도 가공산업


▷ 브라질 와인 산업의 위상과 내수 시장의 성장세


브라질은 아르헨티나와 칠레에 이어 남미 3위, 세계 15위권의 와인 생산국이다. 남반구에 위치하여 남쪽으로 갈수록 선선하고 추워지는 기후 특성상, 브라질 포도 가공 및 와인 산업의 중심에는 최남단에 위치한 히우그란지두술(Rio Grande do Sul)주가 자리 잡고 있다. 이 지역의 와인 산업은 19세기 말 이탈리아 북부 이민자들이 이식한 포도 재배 기술과 양조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이는 '세하 가우샤(Serra Gaúcha)'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을 짙은 이탈리아 색채로 변화시켰다.


1913년 최초의 스파클링 와인 생산을 시작으로 1970~80년대 다국적 기업의 투자와 미올로, 카사 발두가 같은 로컬 거물들이 등장하며 현대적인 기술 체계를 완성했다. 현재 브라질 와인의 수도로 불리는 벤투 곤사우베스(Bento Gonçalves)와 스파클링 와인의 수도인 '가리발디(Garibaldi)'가 이 지역의 핵심 기지이다. 히우그란지두술주의 포도 재배는 가공 산업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발전해 왔으며, 자체 가공뿐만 아니라 타 주의 와이너리에도 양조용 원료를 공급하는 최대 공급지 역할을 맡고 있다.


국제와인기구(OIV)에 따르면 전 세계 와인 소비량이 196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며 하락세를 걷고 있는 것과 달리, 브라질 와인 업계는 내수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다. 실제 2026년 기준 브라질 국내 와인 시장의 거래 규모는 220억 헤알(한화 약 5조 80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 시장의 이원화: 대중적인 테이블 와인과 수입산이 장악한 고급 와인


브라질 법령상 고급 와인(Vinhos Finos)은 유럽종(Vitis vinifera) 포도로, 테이블 와인은 미국종 및 하이브리드 품종으로 제조된 와인을 뜻한다. 고급 와인 세그먼트는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오크통이나 병 숙성 단계를 거쳐 수년간 보관한 뒤 출하하는 반면, 테이블 와인과 주스는 별도의 장기 숙성 없이 바로 유통하는 것이 특징이다. 통계적으로 브라질은 테이블 와인의 생산량이 고급 와인보다 월등히 많다. 2024년 기준 브라질 포도 가공량의 81%가 히우그란지두술주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해당 주의 통계를 보면 전반적인 브라질 와인 시장을 파악할 수 있는데, 당시 히우그란지두술주의 테이블 와인 생산량은 1억 리터에 달한 반면 고급 와인은 2254만 리터, 스파클링 와인은 1059만 리터에 머물렀다.


<히우그란지두술 지역의 와인 및 주스 가공량>

(자료: 리터)

[자료: Embrapa]


이처럼 브라질이 아르헨티나나 칠레 등 이웃 국가와 달리 주스와 대중적인 테이블 와인을 압도적으로 많이 생산하는 데에는 명확한 지리적, 역사적, 경제적 이유가 존재한다.


첫째는 고급 와인 생산에 불리한 덥고 습한 기후다. 고급 유럽종 포도는 성장기인 여름에 비가 적고 건조한 기후에서 잘 자라지만, 브라질의 주산지인 남부 세하 가우샤(Serra Gaúcha) 지역은 연간 강수량이 1700㎜에 달해 고온다습하다. 이로 인해 유럽종 포도는 곰팡이 병이나 뿌리 부패에 취약해지며, 수확기 강우로 인해 당도와 풍미를 확보하기도 어렵다. 둘째는 생존력이 강한 미국종 포도의 정착이라는 역사적 선택이다. 1870년대 후반 정착한 이탈리아 이민자들은 유럽종 재배에 실패한 후, 병충해와 습기에 강한 미국종 및 하이브리드 품종을 선택했다. 셋째는 주스와 대중 와인을 선호하는 거대한 내수 시장의 수요다. 인구 2억 명이 넘는 브라질은 일상적인 포도 주스 소비량이 엄청나며, 실제로 포도밭의 과반 비율 이상을 미국종 포도가 차지하고 있다. 브라질 국립농업연구소(Embrapa) 등 정부 차원에서도 까다로운 고급 와인보다는 농가 수익에 직결되는 주스 및 테이블 와인용 신품종(BRS 르네상스, BRS 마그나 등) 개발에 오랜 기간 집중해 왔다.


이 시장을 지탱하는 대표적인 미국종 품종으로는 이자벨, 보르도, 니아가라가 있다. 이자벨(Isabel)은 미국종 기반의 자연 교배종으로, 습기와 곰팡이에 비정상적으로 강해 브라질 대중 주스 생산의 압도적인 비율을 책임지고 있다. 프랑스 지방과 이름이 같은 보르도(Bordô)는 사실 미국 원산의 '아이브스 시들링(Ives Seedling)'이 정착한 것으로, 색이 짙고 병충해에 강해 현지인들이 식당이나 가정에서 일상적으로 마시는 붉은색 테이블 와인(Vinho de Mesa)의 핵심 원료로 쓰인다. 미국 뉴욕주에서 교배된 청포도 품종인 니아가라(Niagara)는 브라질에서 분홍빛 변이종인 '니아가라 로사다(Rosada)'로 대성공을 거두며 생과일용이나 가벼운 화이트 와인의 주재료로 활용되고 있다. 이 품종들로 만든 테이블 와인은 현지 가정에서 가볍게 즐기는 용도로 구매되어 거대한 대중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반면 식당이나 팡지아수카르, 카르푸 같은 대형 마트의 전문 코너에서 주로 찾아볼 수 있는 고급 와인 시장은 수입 제품이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수입산은 브라질 전체 고급 와인 유통량의 88%를 장악했으며 이 수치는 수년간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이는 국산 고급 와인이 생산 효율성, 물류 인프라, 복잡한 세제 정책, 규모의 경제 및 강력한 브랜드 네임의 부재 등으로 인해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한계에 부딪혔음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최근에는 유럽종 포도를 활용한 국산 파인 와인 시장도 기술 도입을 통해 한계를 극복하며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히우그란지두술, 산타카타리나, 상파울루, 남부 미나스제라이스 등에 소재한 와이너리들은 후발주자의 불리함을 극복하고자 세계 와인대회에 적극적으로 참가하여 수많은 상을 받고 있으며, 국제적 인지도가 높아짐에 따라 향후 성장 여지도 크다. 뒤에서 자세히 언급하겠지만, 브라질 동남부 지역에서는 여름 대신 건조하고 서늘한 겨울에 포도를 수확하도록 성장 주기를 인위적으로 바꾸는 신기술을 도입하여 고품질의 시라(Syrah)나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을 성공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이와 달리 국산 스파클링 와인(내추럴 및 모스카토 계열) 시장은 처음부터 정반대의 양상을 보이며 독보적인 입지를 다지고 있다. 브라질 소비자들은 수입산보다 국산 스파클링 와인을 명확하게 선호한다. 세하 가우샤의 높은 습도와 산도는 샴페인 스타일의 와인을 만들기에 오히려 유리한 무기가 되었으며, 이 지역의 모스카텔 스파클링 와인은 산뜻한 풍미를 앞세워 국제 대회에서 상을 휩쓸며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샹동(Chandon)과 같은 글로벌 와인 기업들도 브라질 스파클링 와인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여 히우그란지두술 등지에 직접 양조장을 건설하고 운영하는 추세다.


<브라질 고급 와인 및 스파클링 와인 통계>

(단위: 천 리터)

[자료: Embrapa]


▷ 기술 혁신이 이끄는 신흥 테루아: '이중 가지치기'와 '열대 와인'


최근 브라질 와인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술 혁신은 미나스제라이스주와 상파울루주 등 고지대 신흥 생산지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한 '이중 가지치기(Dupla Poda)' 시스템이다. 미나스제라이스 농업연구공사의 무릴루 드 아우부케르키 헤지나 박사가 정립한 이 기술은 연간 두 번의 가지치기를 통해 식물의 자연적인 주기를 의도적으로 뒤집는 공법이다. 포도 수확 시기를 비가 많고 습한 여름에서 강수량이 적고 건조하며 밤낮의 일교차가 큰 겨울로 옮김으로써, 포도가 익어가는 수확기에 풍부한 일조량과 낮은 강수량 등 우호적인 기후 조건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포도 알맹이에 당분이 제대로 축적되고 페놀 화합물의 농도가 높아지며, 곰팡이성 질병 발생이 감소하여 고품질 와인 제조에 필수적인 뛰어난 위생 상태와 균형 잡힌 성숙도를 갖추게 되었다.


겨울의 강한 햇빛과 서늘한 밤 기온은 포도의 풍미를 복합적으로 변화시켜 알코올 도수가 높고 구조감이 뛰어난 고품질 '겨울 와인'을 탄생시켰으며, 이 기술 덕분에 미나스제라이스주는 재배 면적이 대폭 증가하는 등 성장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2010년 최초로 겨울 와인을 출시한 '프리메이라 에스트라다'가 대표적이며, 전통적인 저가 테이블 와인 중심지였던 상파울루주의 역사적인 '상호키' 지역 역시 이 기술을 도입해 카베르네 소비뇽, 시라, 소비뇽 블랑 등을 재배하는 고급 파인 와인 산지로 탈바꿈했다. 상호키의 '비니콜라 고에스'나 '비니콜라 알마 가리사'는 국제 대회 수상 라인을 선보이며 관광과 품질을 동시에 잡고 있다. 또한 상파울루 북부에 위치한 '구아스파리 시라 비스타 두 샤'는 2016년 브라질 레드 와인 최초로 데칸터 월드 와인 어워즈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보르도 샤토 슈발 블랑의 디렉터 피에르 뤼르통이 자문한 '카사 테스'의 카베르네 프랑 와인은 식재부터 병입까지 10년의 노력을 거쳐 '2025 세계 최고 소믈리에 셀렉션'에 브라질 와인 최초로 이름을 올리며 품질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이중 가지치기 기술은 브라질 남부의 전통적인 와인 생산 축을 벗어난 미나스제라이스, 상파울루, 리우데자네이루, 에스피리투산투 등의 남동부 지역뿐만 아니라 고이아스와 연방특구 등의 중서부, 그리고 바이아주의 샤파다 디아만티나 등 북동부 고지대 와이너리까지 폭넓게 자리를 잡았다. 이들 지역에서는 시라, 소비뇽 블랑, 카베르네 프랑, 카베르네 소비뇽, 샤르도네, 말벡, 피노 누아 등 다양한 품종이 성공적으로 재배되며 매년 균일하고 안정적인 고품질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이 기술은 농가의 경제적 변화도 이끌어내고 있는데, 회원 와이너리의 약 90%를 차지하는 가족 경영 농장들이 기존의 커피, 곡물, 낙농업 중심에서 벗어나 포도 재배 및 와인 양조를 선택하며 소득을 다각화하고 가치를 창출하는 대안으로 삼고 있다. 더불어 이러한 성장에 발맞추어 안프로빈(Anprovin)은 브라질리아에 설치된 분석 및 인증 센터를 통해 공정의 표준화와 제품 검증을 담당하며, 원산지와 고도 및 생산 로트를 식별하는 인증 마크를 통해 와인의 추적 가능성과 품질 보증을 강화하고 있다.


한편, 또 다른 혁신 축인 '열대 와인(Vinhos Tropicais)'은 연간 기후 변화가 적어 포도나무가 쉬지 않고 자라는 특성을 활용해 일 년에 2회 이상 수확하는 포도로 만든 와인을 뜻한다. 이는 주로 페르남부쿠주와 바이아주 경계에 위치한 북동부의 전형적인 열대 기후 지역인 '상프란시스쿠 밸리(Vale do São Francisco)'에서 생산된다. 이 지역에서는 인공 관개 시스템을 통해 포도나무의 생장 주기를 인위적으로 조절하며, 덕분에 한 포도밭에서 일 년에 2번, 기술적으로는 최대 3번까지도 수확이 가능하여 온대 기후 중심의 전통 생산국들과 차별화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 후방 인프라 투자 확대


와인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에 발맞춰 산업 인프라 투자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세계적인 유리 포장재 기업인 프랑스 베랄리아(Verallia)는 히우그란지두술주 캄푸 봉(Campo Bom) 공장에 약 8000만 유로를 투자해 용광로를 증설했다. 이를 통해 하루 병 생산 능력이 기존 60만 병에서 130만 병으로 2배 이상 늘어났으며, 이는 브라질 국내 와인, 스파클링 와인, 포도 주스용 유리병 공급 안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브라질의 스파클링 와인 산업>


브라질 스파클링 와인(Espumante) 시장은 뛰어난 품질과 높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입산을 압도하며 눈부신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수입 비중이 높은 고급 와인과 다르게, 브라질 내수 시장에서 국산 스파클링 와인의 점유율은 83%에 육박하고 있으며 수입산은 17%에 그치고 있다.


브라질 스파클링 와인이 이처럼 압도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것은 우수한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의 입맛에 맞는 모스카텔(Moscatel) 품종이 시장의 성장을 견인했기 때문이다. 현재 브라질 스파클링 와인 시장은 아우로라(Aurora), 살톤(Salton), 가리발디 협동조합(Garibaldi), 페리니(Perini), 샹동 브라질(Chandon Brasil), 노바 알리안사(Nova Aliança), 파밀리아 발두가(Famiglia Valduga) 등 상위 5개 업체가 전체 판매량의 70% 이상을 점유하며 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이 중 가리발디 협동조합은 스파클링 와인을 가장 수익성이 높은 제품군으로 꼽으며 이를 통해 470여 회원 농가를 안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발두가 그룹(Grupo Famiglia Valduga) 역시 현재 전체 사업 비중의 50% 수준인 스파클링 와인 비율을 향후 수년 내에 8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브라질 스파클링 와인 산업이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존재한다. 가장 큰 장벽은 이탈리아의 프로세코(Prosecco)와 같은 글로벌 저가 대량 생산 제품과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각광받는 와인 관광 산업


▷ 남부 지역


히우그란지두술주와 산타카타리나주를 포함한 남부 지역은 브라질 와인 산업의 전통적인 허브이다. 특히 히우그란지두술주의 벤투곤살베스와 가리발디 등 주요 주산지에는 관광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와이너리가 밀집해 있으며, 벤투곤살베스에서는 와이너리 투어용 기차가 명물로 운영되고 있다. 인근 산타카타리나 지역 역시 서늘한 산맥 지형을 중심으로 고급 와이너리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해발 900~1400m의 고지대인 상조아킹(São Joaquim)은 서늘한 기후적 이점을 살려 뛰어난 품질의 화이트 와인과 스파클링 와인을 생산하며 와인 관광의 중심지로 탈바꿈했다. 이곳에 위치한 '파젠다 봉 헤치루(Fazenda Bom Retiro)'는 800헥타르 규모의 대단지에 테라 와이너리(Vinícola Thera), 부티크 호텔을 포함한 고급 주거 단지를 조성하여 자본가와 관광객을 적극적으로 끌어모으고 있다.


▷ 미나스제라이스


미나스제라이스주에서는 와인 산업의 양적·질적 성장이 동시에 가속화되는 추세다. 2020년 50개에 불과했던 와이너리 프로젝트는 2025년 130개로 급증했다. 이 지역은 상파울루, 벨로리존치, 캄피나스 등 소비력이 우수한 대도시들과 인접해 있어 관광을 겸한 와이너리 프로젝트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대표적인 와이너리인 '스텔라 발렌티노(Vinícola Stella Valentino)'는 소비뇽 블랑, 시라, 템프라니요, 마르산느 등 7종의 고급 와인을 생산하며 농장 내 고택을 활용한 와인 관광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주 내 최대 재배지인 상곤살루 두 사푸카이(São Gonçalo do Sapucaí) 지역의 '비니콜라 알마 제라이스(Vinícola Alma Gerais)'는 소비뇽 블랑과 시라 품종으로 각각 2025 데칸터 월드 와인 어워즈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수상하는 성과를 냈으며, 자체 관광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커피 재배에서 업종을 전환해 2017년 설립된 '비니콜라 피올리(Vinícola Pioli)' 역시 시라 솔라 프레텐지오조로 은메달을 획득하고 이와 연계된 관광 프로그램을 제공 중이다.


▷ 상파울루 및 리우데자네이루


상파울루주는 만치케이라(Mantiqueira) 산맥 등 고지대 신흥 테루아를 중심으로, 상위 소득층의 와인 관광 수요를 겨냥한 '겨울 와인' 프로젝트를 가장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특히 브라질의 대표적인 최고급 겨울 휴양지인 캄포스두조당(Campos do Jordão) 인근을 기반으로 럭셔리 관광형 와이너리들이 성업 중이다.


상파울루시 서쪽에 위치한 전통의 와인 마을 상호키(São Roque) 지역의 대전환도 주목할 만하다. 과거 저가형 대중 테이블 와인 생산에 머물렀던 이곳은 거대한 도시 관광객 수요에 발맞춰 이중 가지치기 기술을 도입, 고품질 파인 와인 생산 체제로 완벽히 탈바꿈했다. 현재 약 16km에 달하는 상호키의 명물 ‘와인 루트(Roteiro do Vinho)’에는 와이너리와 에스테이트 레스토랑 등 57개의 관련 전문 업체가 밀집해 거대한 관광 생태계를 구축했다.


아울러 상파울루 북부의 유명 스페셜티 커피 주산지인 아우타 모지아나(Alta Mogiana) 등지에서도 고지대 기후를 활용한 와이너리 프로젝트가 잇따라 전개되고 있다. 상파울루는 브라질에서 구매력이 가장 높은 인구가 집중된 지역인 만큼, 체험형 와인 비즈니스를 펼치기에 최적의 요충지라는 평가다.


한편 리우데자네이루주에서는 대형 문화 자본 및 기획자와의 연계를 통한 초프리미엄화 전략이 관찰된다. 세계 최대 음악 페스티벌 '락 인 리오(Rock in Rio)'의 공인 기획자인 거물 호베르투 메지나(Roberto Medina) 회장은 리우주 아레아우(Areal) 지역의 과거 낙농업 부지를 인수해 친환경 하이엔드를 지향하는 '솜니움 와이너리(Somnium Winery)'를 출범시켰다.


이곳은 프랑스 보르도 출신의 세계적인 에놀로지스트(우수 양조학자) 로드리고 라이트의 정밀 컨설팅을 바탕으로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특히 전통적인 오크통 대신 포도 고유의 순수한 풍미를 살리기 위해 '이탈리아산 특제 자기(Ceramic) 배럴'을 전격 도입하고, 부지 내 천연 광천수를 양조 공정에 활용하는 등 극단적인 차별화 요소를 적용했다.


▷ 세하두 및 기타 신흥 지역


브라질리아 인근 세하두 지역은 10년 전만 해도 포도를 전혀 생산하지 않았으나, 현재 최소 10개의 와이너리가 등장할 만큼 급성장했다. 1970년대 정부의 농업 장려 정책에 따라 남부에서 이주한 농부들이 곡물 농사를 짓던 땅에 유럽식 와인 문화를 심기 시작했으며, 드립 관개 시스템과 생물학적 해충 방제 등 현대 농업 기술을 적극적으로 접목했다. 2024년 4월 개장한 '비니콜라 브라질리아(Vinícola Brasília)'는 지역 내 10명의 생산자가 협업하는 공동체로, 수확량의 60%를 공동 브랜드 와인에 사용하고 나머지는 개별 브랜드로 출시하는 독특한 상생 모델을 구축했다.


이웃한 고이아스(Goiás)주의 와인 산업 역시 이타베라이, 코칼지뉴, 피레노폴리스 등을 중심으로 와인 관광에 초점을 맞춘 조직적 구조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최근에는 파라우나 시의 '세하 다스 갈레스 와이너리(Vinícola Serra das Galés)'와 크리스탈리나 시의 '에르코아라 와이너리(Vinícola Ercoara)' 프로젝트가 지역의 주요 명소로 자리잡았다.


와인 수출입 동향


브라질 식용 포도는 꾸준히 수출하고 있다. Embrapa의 지원 등으로 고품종 식용 포도들을 생산하고 있으며 내외수 지배력을 유지하는 중이다. 스파클링 와인은 자국산 인기가 높지만, 무역수지를 보면 수출보다 수입량이 많다. 다만 내수 소비량 비중을 보면 수입량보다 자국산 소비 비중이 높은 점은 고무적이다. 아직 내수 시장 공급에 머물러 있다. 고급 와인도 수입 비중이 매우 높다.(수입 비중 88%) 자국산 생산량이 늘어나고 있지만, 늘어나는 수요에 비해 자국산 생산량 확대 비중이 낮은 것이 문제다. 슈퍼나 와인셀러에 가면 오히려 브라질 와인을 찾는 것이 더 어렵다. 포도 주스는 수출을 많이 하고 있다. 브라질에서도 인기가 많은데, 슈퍼마켓에 가면 히우그란지두술 등에서 생산한 포도 주스 브랜드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브라질 포도 및 가공제품 수출입 통계>

[자료: Embrapa]


건포도 부문에서 브라질은 완전한 순 수입국이다. 브라질 포도 산지의 기후 특성상 열대 지역이라 할지라도 강수량(우기) 문제로 인해 건포도를 가공할 수 있는 상업적·비용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메르코수르(Mercosur)와 유럽연합(EU) 간의 무역 협정 체결로 유럽산 와인에 부과되던 수입 관세가 향후 12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폐지될 예정이어서 내수 시장에서도 외산 제품과의 경쟁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며, 브라질 포도 및 와인 생산 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브라질 와인 업계는 국내 소비가 상대적으로 적은 북부, 북동부 및 동남부 지역의 소매 시장 점유율을 높여 국내 소비 기반을 넓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일단 내수 시장을 장악하고 향후 수출도 확대하려는 것이 목표다.


시사점


브라질의 포도 및 와인·주스 산업은 대두, 옥수수, 사탕수수 등 전통적인 거대 작물에 비해 아직 절대적인 규모는 작지만, 명실상부한 브라질 농업의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 주도의 정밀한 품종 개량과 후방 인프라 확충, 그리고 고부가가치 밸류체인 구축을 향한 현지 농가들의 혁신 노력이 맞물리며 질적·양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와이너리를 중심으로 한 6차 융복합 관광 산업(Enoturismo)의 활성화는 산업의 부가가치를 한층 더 끌어올리고 있다.


이 같은 브라질 포도 산업의 대전환기는 첨단 기술력을 보유한 한국 스마트팜 및 농기자재 기업들에 거대한 비즈니스 기회의 창을 열어주고 있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갑작스러운 폭우나 가뭄 등 현지 농가들이 직면한 작황 리스크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형 스마트팜 솔루션은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자동화된 식물 수확기를 비롯해 토양 및 식물 생장의 모니터링을 실시간으로 지원하는 스마트 센서 등 정밀 농업 인풋 장비의 현지 진출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만하다.


특히 연간 다회 수확의 메카로 떠오른 북동부 상프란시스쿠 강 유역의 활성화를 주목해야 한다. 반건조 지형이라는 특성상,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제어하는 한국의 정밀 관개 설비 및 솔루션이나 건조 기후 최적화 스마트 농업 기술은 현지에서 높은 수요를 창출할 가능성이 크다.


전략적 교역과 문화적 결합을 통한 ‘K-푸드 영토 확장’ 시나리오도 유효하다. 브라질이 기후 다양성을 무기로 다양한 포도 종자를 상업화하고 있는 만큼, 한국의 우수한 프리미엄 포도 종자를 현지에 공급해 재배하는 역발상 전략이 가능하다. 나아가 브라질 현지에서 한국 음식(K-바비큐, 삼겹살, 해산물 요리, 튀김류 등)과 브라질 국산 와인을 유기적으로 매칭하는 '로컬 와인-K푸드 페어링(Pairing)' 마케팅을 전개한다면, 브라질 내수 시장은 물론 메르코수르 인근국까지 한류의 영토를 넓히는 강력한 모멘텀이 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국제 대회에서 품질을 공인받으며 독보적인 가성비를 자랑하는 브라질의 '모스카텔 기반 스파클링 와인'을 선제적으로 발굴해 한국 시장에 역수입하는 비즈니스 모델 역시 매력적인 선택지다. 양국 농업의 강점을 결합한 기술 제휴와 상호 교역은 가파르게 성장하는 중남미 최대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입지를 넓힐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열쇠가 될 것이다.



자료: Embrapa, Globo Rural, AgroRevenda, 각 와이너리 홈페이지, 상파울루 주정부, KOTRA 상파울루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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