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작비 압박 속, 촬영지는 ‘배경’에서 ‘비용 구조’로 변화

글로벌 영상 제작시장에서 촬영지는 더 이상 단순한 배경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영화와 OTT 시리즈 제작에서는 로케이션의 시각적 완성도뿐 아니라 제작비, 현지 인센티브, 촬영 허가, 장비 수급, 숙련 스태프 확보, 보험·세무 처리, 포스트프로덕션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검토된다. 촬영지는 작품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창작 요소인 동시에 제작비와 운영 리스크를 좌우하는 사업적 변수로 바뀌고 있다.

유럽 내 콘텐츠 제작투자는 루마니아를 포함한 유럽 제작 거점의 시장 기반을 보여주는 배경 지표로 볼 수 있다. European Audiovisual Observatory(2025)에 따르면 방송사와 스트리밍 사업자가 유럽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투자한 비용은 2014년 134억 유로에서 2024년 251억 유로로 증가했다. 이는 한국 콘텐츠 제작사가 직접적으로 해당 투자금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유럽 내 촬영지, 현지 제작서비스, 제작 인력, 인센티브 제도에 대한 수요가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콘텐츠 제작사 입장에서는 루마니아를 단순 해외 촬영지가 아닌 유럽 시장을 겨냥한 제작비 절감형 제작 거점 후보로 검토할 여지가 있다.

[유럽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추이]

[단위: 십억유로(€bn)]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CLP000042f45d84.bmp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760pixel, 세로 299pixel

* 뉴스 및 스포츠 라이센스 비용을 제외한 2014~2024년 유럽 오리지널 콘텐츠 지출 규모

[자료: European Audiovisual Observatory(2025), KOTRA 재구성]

이러한 흐름 속에서 중동부 유럽 국가는 제작비 경쟁력과 환급 인센티브 제도를 결합해 해외 제작 유치에 나서고 있다. 루마니아도 그중 하나이다. 카르파티아 산맥, 원시림, 중세 도시, 공산주의 시기 건축물, 산업시설, 농촌 풍경 등을 비교적 가까운 이동거리 안에서 제공할 수 있어 한국 제작사 입장에서는 유럽풍, 산악, 원시림, 중세 도시, 산업시설 장면을 구현할 때 검토 가능한 촬영지로 부상하고 있다.


사례가 보여준 루마니아 로케이션의 활용 가능성

최근 한국 콘텐츠의 루마니아 촬영 사례로는 나홍진 감독의 신작 가 거론된다. 영화 는 나홍진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은 2026년 한국 장편영화로 제79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었으며 출연진에는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테일러 러셀 등이 포함됐다.

루마니아 현지 매체는 영화 일부 장면이 루마니아 발레아 슴베테이(Valea Sâmbetei)와 레테자트 산맥(Munții Retezat) 일대에서 촬영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루마니아가 대규모 장면 구성과 장르적 몰입감을 구현할 수 있는 로케이션 자산을 보유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특히 SF, 스릴러, 액션, 판타지, 시대극, 글로벌 OTT용 시리즈 등 공간감과 이국성이 중요한 장르에서는 루마니아의 산악, 숲, 중세 도시, 산업시설 등이 촬영지 후보로 검토될 수 있다.

한국 제작사가 실제로 루마니아 촬영을 검토하기 위해서는 배경으로서의 매력뿐 아니라 현지 제작비 구조, 제작서비스 역량, 행정 절차, 인센티브 제도까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루마니아 정부는 해외 제작사의 현지 촬영과 콘텐츠 투자 유치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센티브 제도가 OFIC(Oficiul de Film și Investiții Culturale, 영화·문화투자청)가 관리하는 cash rebate 프로그램이다.

루마니아, 로케이션 경쟁력에 제작 인센티브 결합

루마니아는 해외 프로덕션의 제작 유치를 위해 별도의 제작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루마니아 영화·문화투자청인 OFIC는 영화 및 시청각 작품 제작 인센티브를 관리하는 기관으로 cash rebate 프로그램 운영, 촬영 허가 지원, 프로젝트 지원, 산업 네트워크 구축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OFIC는 루마니아 내에서 발생한 적격 제작비에 대해 30% cash rebate를 제공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OFIC 환급 인센티브는 전체 제작비가 아니라 루마니아 현지에서 실제로 발생한 적격 지출을 기준으로 일정 비율을 환급하는 구조이다. 기본 환급률은 루마니아 내 적격 촬영 비용의 30%로 정리된다. 이때 pre-production 비용과 홍보·배급 비용은 제외되며 루마니아 외부에서 발생한 제작비는 환급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로케이션 비용, 현지 인력 고용비, 장비 대여비, 현지 서비스 비용처럼 루마니아 내 소비가 명확한 지출을 증빙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OFIC 안내 기준으로 장편영화는 최소 10만 유로, 시리즈는 에피소드당 10만 유로, 다큐멘터리는 5만 유로, 단편·애니메이션 등은 1만 5000유로의 현지 지출 기준이 적용된다. 프로젝트당 환급 한도는 최대 1000만 유로이며 연간 예산은 5500만 유로 수준으로 안내된다. 프로젝트는 사전 테스트도 통과해야 한다. OFIC는 49점 중 최소 18점을 충족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으며 장편영화, 단편영화,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시리즈 등이 적격 프로젝트에 포함된다.

제도 지속성 측면에서도 최근 변화가 있었다. 2026년 HG 478/2026 개정을 통해 H.G. 421/2018에 기반한 시청각 작품 제작 지원 국가보조금 제도는 금융약정 체결 기한이 2029년 12월 31일까지 연장되었고, 지원금 지급 기한은 2031년 11월 1일까지로 연장되었다. 해당 법령은 전체 예산을 12억 RON, 약 2억 4112만 유로 수준으로 명시하고 있다.


선지급 보조금이 아닌 ‘사후 환급형’ 제도

한국 제작사가 유의해야 할 점은 OFIC cash rebate가 선지급 보조금이 아니라는 점이다. 제작사가 이 제도를 곧바로 '제작비 30% 절감'으로 계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실제 환급 가능 금액은 루마니아 내 적격 지출 인정 범위, 현지 파트너 구조, 신청 시점, 예산 잔여분, 정산 서류의 완성도, 감사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타 EU 회원국 공동제작 등 특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다른 국가보조 규정과 결합해 지원율이 최대 60%까지 상향될 가능성도 있으나 이는 프로젝트 구조와 요건 충족 여부에 따라 별도 검토가 필요하다.

OFIC 안내에 따르면 신청 절차는 등록 신청, 적격성 인증서 발급, 루마니아 내 적격 지출 발생, 월별 지출 보고, 금융 신청, 감사보고서 제출, 지급 신청 순으로 이어진다. 등록 신청은 프로젝트 시작 전에 이루어져야 하며 적격성 인증서 발급 후 60일 이내에 활동을 시작하고 첫 적격 지출을 발생시켜야 한다. 루마니아 내 촬영은 적격성 인증서 발급 후 9개월 이내에 시작해야 하며 월별 지출 보고 의무도 존재한다.

금융 신청은 루마니아 내 마지막 활동일로부터 60영업일 이내에 제출해야 하며 지급 신청 시 적격 비용을 확인하는 감사보고서가 필요하다. 지급 신청이 승인되면 OFIC가 최종 검토를 진행하고 문제가 없을 경우 승인 결정일로부터 120일 이내에 지급이 이뤄지는 구조이다. 따라서 한국 제작사는 촬영이 끝난 뒤 정산을 시작하는 방식이 아니라 촬영 전 단계부터 현지 파트너와 회계·감사·증빙 구조를 함께 설계하는 것이 좋다.

루마니아는 비용만 보고 들어오는 시장이 아니라 로케이션 허가, 현지 제작관리, 세무 정산, 인센티브 신청 경험이 결합될 때 경쟁력이 생기는 시장이므로 제작 시 현지 파트너를 참여시키는 것이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루마니아, 단순 촬영지가 아닌 제작서비스 시장

루마니아의 경쟁력은 자연 풍경이나 비용 경쟁력에만 있지 않다. 해외 제작사가 실제 촬영을 진행하려면 현지 제작 파트너가 필요하다. 루마니아 내 촬영 허가, 국립공원·보호구역 접근, 현지 스태프 및 장비 섭외, 차량, 숙박, 통역, 세무·회계, 보험, 안전관리까지 모두 프로젝트 운영 범위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루마니아 제작사인 Keystone Films의 총괄 프로듀서 Laura Dulea는 KOTRA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제작사가 루마니아에 진입할 때 가장 현실적인 방식은 현지 서비스 프로덕션 파트너와 협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구조에서 한국 제작사는 프로젝트, 예산, 창작 방향, 제작 요구사항 등을 제공하고, 루마니아 파트너사가 로케이션, 촬영 허가, 현지 스태프, 물류, 예산 관리, 회계 및 법률 조율을 지원한다.

Laura Dulea는 루마니아 내 환급 인센티브 제도를 활용하려는 해외 제작사의 경우 루마니아 파트너와 서비스 계약 또는 공동제작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OFIC도 외국 제작사가 cash rebate를 신청하려면 루마니아 제작사와 서비스 계약 또는 공동제작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해당 인터뷰에 따르면 Keystone Films는 한국 제작팀과 여러 차례 협업한 경험이 있고 현재도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한국 프로덕션이 루마니아 인센티브 제도를 통해 실제 환급을 받은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루마니아가 한국 제작사에 전혀 새로운 시장이라기보다는 이미 일부 실무 경험이 축적되고 있는 협력지라는 점을 보여준다.


루마니아, 제작·후반작업·인센티브를 패키지로 홍보

루마니아는 최근 국제 콘텐츠 마켓에서도 자국 촬영·제작 역량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2026년 2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NATPE Global에서는 Discover Romania: Your next filming destination 세션을 통해 루마니아의 다양한 로케이션, 제작·포스트프로덕션 시설, 경쟁력 있는 비용, 30% 현금 환급 제도가 주요 강점으로 제시됐다. 해당 세션은 루마니아가 우수한 촬영 인력, 다양한 로케이션, 현대적 제작·후반작업 시설, 비용 대비 품질 경쟁력을 갖춘 촬영지라고 소개했다.

이는 루마니아가 단순히 저비용 촬영지를 홍보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촬영지, 제작서비스, 후반작업, 인센티브를 하나의 패키지로 제안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한국 콘텐츠 기업 입장에서는 루마니아를 개별 로케이션 후보지로만 볼 것이 아니라 현지 제작사, 로케이션 매니저, 장비 업체, 포스트프로덕션, 세무·법률 자문사까지 포함한 제작 생태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단기 로케이션 협력부터 단계적 검증이 현실적

루마니아 촬영·제작 시장은 한국 콘텐츠 기업에 유럽 진출을 위한 실무형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영화 사례는 한국 대형 콘텐츠가 루마니아 로케이션을 실제 활용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여기에 OFIC 인센티브 제도와 현지 제작서비스 생태계가 결합되면서 루마니아는 단순한 촬영 후보지를 넘어 제작 파트너 시장으로 검토될 수 있다.

루마니아의 OFIC cash rebate 제도는 별도로 검토할 가치가 있다. 다만, 이 제도는 전체 제작비를 일괄적으로 낮춰주는 구조가 아니라 루마니아 내 적격 지출을 기준으로 사후 환급하는 방식이다. 한국 제작사는 첫 프로젝트부터 대규모 장기 촬영을 추진하기보다 일부 시퀀스 촬영, 로케이션 테스트, 포스트프로덕션 일부 외주 등 제한된 범위에서 현지 파트너 역량과 제도 활용 가능성을 검증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장기적으로는 루마니아 제작사와의 공동제작, 후반작업 협력, 유럽 마켓 공동 진출까지 검토할 수 있다. 글로벌 콘텐츠 제작이 비용 절감과 현지화 전략을 동시에 요구하는 방향으로 바뀌는 상황에서 루마니아는 한국 콘텐츠 기업이 유럽 제작 생태계에 진입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중동부 유럽 거점 후보지로 평가된다.

핵심은 루마니아를 단순 촬영지가 아니라 로케이션, 제작관리, 인센티브 제도가 결합된 제작 파트너 시장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한국 콘텐츠 기업에는 비용 절감 가능성만이 아니라 유럽 제작 네트워크 진입, 현지화, 공동제작 경험 축적이라는 측면에서도 검토 가치가 있다.


자료:

European Audiovisual Observatory, Audiovisual services spending on original European content – 2014-2024 data (2025)

OFIC (https://ofic.ro/cash-rebate/)

루마니아 공식 법령 포털 (https://legislatie.just.ro/)

루마니아 현지 매체 Monitorul de Făgăraș 기사

(Pe Valea Sâmbetei și în Retezat s-au filmat secvențe pentru un film coreean. Regizorul Na Hong-jin a fost impresionat de sălbăticia pădurilor din Carpați | Monitorul de Făgăraș)

Keystone Films, Laura Dulea Excutive Produ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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