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세포의 가격은 놀랍게도 ‘5억 원’. 본격적으로 시작된 일본의 재생의료 사업
- iPS 세포 제품 상용화와 보험 적용, 두 건의 세계 최초
- CDMO(개발·제조 수탁)를 중심으로 한국 기업에 사업 기회 있어
2026년 5월, 일본 의료계에 역사적인 소식이 전해졌다.중추신경계 분야에 강점을 가진 국내 준대형 의료용 의약품 기업 스미토모 파마(Sumitomo Pharma)의 파킨슨병 치료제 ‘암셰프리’(Amchepry)의 공정가격(약가)이 환자 1인당 5,530만 6,737엔(약 5억 2,373만 원)*으로 결정되어, 올해 5월 20일부터 공적 의료보험 적용 대상이 되었다.iPS 세포로 만든 신경 세포를 환자의 뇌에 주입해 부족한 도파민을 보충하는, SF 영화에서나 볼 법한 치료가 세계 최초로 ‘보험이 적용되는 의료’가 된 순간이다.
* MUFG Bank, Ltd. Exchange Quotations As of June 22, 2026(Korean Won, TTM, 100KRW=10.56JPY) 기준으로 환산.
iPS 세포 콜로니. 심근이나 신경 등 특정 세포로 분화하는 기반이 된다.

출처: THE GOVERNMENT OF JAPAN (사진 제공: 교토대학교 야마나카 신야 교수)
암셰프리가 파킨슨병 환자에게 투여되기까지의 단계

출처: 요미우리 신문
약값이 무려 5억 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약값이다. 하지만 일본의 공적 의료 제도에는 ‘고액 요양비 제도’나 ‘지정 난치병 의료비 지원’ 등 의료비의 상한선을 제한하는 여러 가지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따라서 이번 암셰프리 사례로 말하자면, 평균 연봉을 받는 환자라면 본인 부담금은 연간 53만 엔 정도로 제한된다.‘상상을 초월하는 첨단 의료’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보험 진료’가 공존하는 점이야말로 일본의 재생의료 비즈니스를 이해하는 열쇠이다.
스미토모 파마의 iPS 세포 의약품 제조 시설 ‘SMaRT’(아래), 동사의 제약 생산 현장(위)

출처: 스미토모 파마, 스미토모 그룹
사실 세계 최초는 하나가 아니다. 2026년 3월, 후생노동성은 세계 최초로 iPS 세포 유래 제품 2종에 조건 및 기한을 붙여 제조·판매 승인을 내렸는데, 그것이 바로 암셰프리와 오사카대학 출신 스타트업 퀄립스의 중증 심부전용 심근 세포 시트 ‘리하트’이다.노벨 생리학·의학상을 수상한 교토대학 야마나카 신야 교수가 2006년에 iPS 세포를 제작한 지 20년 만에, 만능 세포가 드디어 연구실을 벗어나 ‘제품’이 되었다.
2026년에 승인된 두 가지 iPS 세포 유래 의약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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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셰프리(Amchepry) |
리하트(Rehear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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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기업 |
스미토모 파마 |
콰립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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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질환 |
파킨슨병(진행성) |
중증 심부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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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원리 |
iPS 유래 도파민 신경 전구세포를 뇌(피질하핵)에 주입 |
iPS 유래 심근 세포 시트를 심장 표면에 이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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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보험 |
약가 5,530만 엔. 2026년 5월 20일 보험 적용 |
보험 등재 절차 진행 중. 2026년 가을경 판매 예정 |
그렇다면 왜 일본이 iPS 실용화의 선두를 달릴 수 있었을까. iPS 세포의 제도적 실용화에서 일본이 선두에 설 수 있었던 것은 기술력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제도’가 큰 역할을 했다. 일본은 2014년, 안전성이 확인되고 유효성이 기대되는 단계에서 검증 지속을 조건으로 판매할 수 있는 ‘조건·기한부 승인(조기 승인) 제도’를 마련했다. 암셰프리, 리하트도 이 제도를 통해 시장에 출시되었으며, 기한은 7년이다.암셰프리는 35명, 리하트는 75명의 환자에게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유효성을 검증한 뒤 정식 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그리고 여기에 국민건강보험이 더해진다. 승인된 제품은 원칙적으로 보험 적용을 받으며, 환자는 고액 요양비 제도의 보호를 받는다. ‘조기에 승인하고, 보험으로 지원한다’는 이 두 단계의 전략이야말로 일본이 이 분야에서 선도할 수 있었던 토대인 것이다.
세계 재생의학 시장은 향후 연평균 10% 성장해 2040년에는 12조 엔에 달할 전망
시장의 성장 여력도 크다. 재생의학·유전자 치료의 세계 시장은 2025년부터 2040년까지의 CAGR(연평균 성장률)이 +10.1%를 기록하며, 2030년에는 약 65조 원(약 6.8조 엔), 2040년에는 약 110조 원(약 12조 엔)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일본 정부도 바이오를 성장 전략의 중점 분야로 삼고, 그 핵심 축 중 하나로 재생의학의 산업화에 주력하며, 민관이 협력해 생태계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세계 재생의료·유전자 치료 시장 규모 전망 (단위: 10억 원)

※ ‘MUFG Bank, Ltd. Exchange Quotations As of June 22, 2026 (Korean Won, TTM, 100KRW=10.56JPY)’를 기준으로 환산
출처: 일반사단법인 재생의료 이노베이션 포럼
하지만 현실이 반드시 장밋빛인 것은 아니다. 첫째는 약가의 지속 가능성이다. ‘암셰프리’의 약가는 5,530만 엔이다. 암셰프리와 같은 5월 13일에 약가가 결정된 국내 바이오 벤처 기업인 산바이오의 외상성 뇌손상 치료용 ‘아쿠고(Akuugo)’ 에 이르러서는 약가가 약 7,272만 엔에 달하며, 잇달아 승인되는 재생의료 제품의 가격은 하나같이 고가다.스미토모 파마는 암셰프리의 대상 환자 수를 정점인 2035년도에 133명으로 전망하고 있다. 환자 수가 적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는 유지될 수 있지만, 심장이나 망막으로 적응증이 확대되면 사회 전체가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가 반드시 제기될 것이다.
둘째는 산업 기반의 취약성이다. 후생노동성의 전문가 검토회나 관민 대화 자리에서는 일본의 신약 개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규모가 유럽·미국에 비해 제한적이라는 점, 그리고 학계나 스타트업이 세포·유전자 제품의 국내 제조를 궤도에 올리기까지의 ‘죽음의 계곡’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세포 의약품은 배양·가공 공정 자체가 비용을 좌우하기 때문에 제조 원가가 높게 책정되기 쉽다.예를 들어 척수 손상 치료용 재생의학 제품 ‘스테미락 주사제’(Stemirac)의 경우, 약가가 약 1,500만 엔인 반면 제조 원가는 약 3,000만 엔이 든다고 해당 기업이 밝힌 바 있어, 수익성 확보가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연구 역량은 뛰어나지만 양산과 사업화 단계에서 난관에 부딪힌다. 이것이 재생의학 산업의 구조적 과제이다.
일본 재생의료 생태계의 강점과 약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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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강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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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약점·과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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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선도한 ‘조건·기한부 승인’ 제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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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투자가 유럽·미국에 비해 적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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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에 의한 확실한 보상 (환자 접근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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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 인력, 세포·유전자 제조 거점 부족 (‘죽음의 계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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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S 세포를 비롯한 탄탄한 기초 연구 기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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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 원가가 높아 수익성 확보가 어렵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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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의학을 성장 분야로 삼는 정부의 지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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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 약가의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 |
출처: 후생노동성 자료 등을 바탕으로 작성
이 ‘바이오 제조의 계곡’(죽음의 계곡)을 상징하는 것이 바로 확대되고 있는 세포 의약품 개발·제조 수탁(CDMO) 시장이다. 세포 CDMO의 세계 시장은 2025년 약 3조 원(약 22억 달러)에서 2030년에는 6.4조 원(약 42억 달러)로, 연평균 성장률(CAGR) +13.98%를 기록하며 확대될 전망이다.제품이 늘어나더라도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없다면, ‘일본산’이라 하더라도 해외의 제조 능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바로 여기에 외부 업체들의 시장 진입 여지가 생긴다.
전 세계 세포 치료제 CDMO 시장 규모 전망 (단위: 10억 원)

※ ‘MUFG Bank, Ltd. Exchange Quotations As of June 22, 2026 (Cross rate, TTM, 1USD=1530KRW)’를 기준으로 환산
출처: 아서 D. 리틀 재팬
재생의료를 뒷받침하는 공급망
재생의학 시장의 확대는 치료제 그 자체뿐만 아니라 주변 산업에도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다. 이하에서는 주요 6가지 계층으로 정리했다. 여기서도 주목해야 할 것은 앞서 언급한 CDMO 계층이다. 2025년, 경제산업성과 FIRM이 공동으로 국내 CDMO 기업 목록을 공표하고, 세포·유전자 치료 분야의 제조 수탁에 대응할 수 있는 26개사의 정보를 정리했다.iPS 세포 제품의 상용화가 본격화됨에 따라 제조 능력 확보가 업계 전체의 과제가 되고 있으며, CDMO에 대한 수요는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또한 배지·시약·소모품의 경우, 현재 국내 수요의 상당 부분을 해외 기업(Thermo Fisher, Merck 등)이 담당하고 있다는 구조적인 과제가 있다. 배지 및 시약의 국산화·아시아 내 조달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재생의료를 뒷받침하는 공급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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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층 |
주요 용도·내용 |
대표 기업(일본·해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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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MO(개발·제조 위탁) |
세포·유전자 치료제의 개발 및 제조 일괄 수탁. iPS 세포 제품의 상업적 생산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 |
【일본】테이진(테이진 리제넷), 타카라바이오, 후지필름, 니콘(니콘 셀 이노베이션) 【해외】Lonza, Thermo Fisher, Catalen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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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시약·소모품 |
세포 배양을 위한 배지·혈청·시약·용기 등. 제조 공정에서 지속적으로 소비되는 소모품 |
【일본】아지노모토(배지 원료·CDMO), 스미토모 베이클라이트(배양 용기) 【해외】Thermo Fisher, Merck(Sigma-Aldrich), Corn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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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리액터·자동 배양 장치 |
세포를 대량 배양하기 위한 장치. 싱글유스형(일회용)이 주류 |
【일본】시마즈 제작소, 야마하 발동기, 시부야 공업 【해외】Sartorius, Cytiv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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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 관리·검사 서비스 |
세포 제품의 안전성 및 유효성을 확인하기 위한 품질 시험·규격 시험 서비스 |
【일본】LSI 메디엔스, BML, 스미카 분석센터(SCAS) 【해외】SGS, Charles Riv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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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저온 보관·콜드 체인 |
세포 제품의 동결 보존·수송. −150℃ 이하의 초저온 관리가 필요 |
【일본】야마토 운수(바이오로지스틱스), NXHD 【해외】World Courier, Cryopor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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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시험 지원(CRO) |
재생의료 제품의 임상시험 설계·실시·데이터 관리. PMDA 대응에 필요한 전문 지식이 중요 |
【일본】CMIC, EPS(이피에스) 【해외】ICON, PPD(Thermo Fisher 산하) |
출처: 각종 시장 조사 자료, 경제산업성, FIRM 등을 바탕으로 KOTRA 도쿄무역관에서 작성
일본의 약점은, 반대로 보면 한국 기업의 강점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 가장 큰 기회는 역시 CDMO 분야일 것이다. 세계 최대급 생산 능력을 갖춘 삼성바이오로직스(Samsung BioLogics)는 2025년 도쿄에 영업 거점을 개설하고, 일본 시장에서 수주 확보에 나서고 있다.일본 재생의료 산업이 안고 있는 ‘죽음의 계곡’은, 한국이 갈고닦아 온 대규모·고품질 생산력이 빛을 발할 수 있는 무대 그 자체다.또한 바이오시밀러(바이오 후속 제품)로 일본에 교두보를 마련한 한국의 대형 바이오의약품 기업 셀트리온(Celltrion)처럼, 2014년 일본 법인 설립 이후 인플릭시맙을 비롯한 여러 바이오시밀러에 대해 PMDA(의약품·의료기기 종합기구)에 약사 신청 및승인 획득, 제조판매 승인 승계를 거듭하며 일본의 규제 대응 실적을 쌓아온 기업의 경우, 그 노하우를 발판으로 세포·유전자 치료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갈 길도 있다. 원재료·배지·장비의 공급, 신약 개발 벤처 기업에 대한 투자나 공동 개발 등 ‘제품 그 자체’ 이외의 진입 경로는 다양하다.
시사점
일본에서 ‘암셰프리’가 iPS 세포를 이용한 재생의료 제품으로 세계 최초로 승인 및 보험 적용을 받아 화제가 되었다. 세계 최초의 iPS 세포 재생의료 실용화와 약 5억 원이라는 고액의 약가에 주목이 집중되었다. 일본이 iPS 실용화의 선두를 달릴 수 있었던 이유는 기술력뿐만 아니라 ‘조기 승인 + 공적 보험을 통한 환자 접근성 보장’이라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출구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리고 이 소식은 한국 기업과 무관한 것이 아니다. 제품을 만들어내는 역량이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제조·공급·투자 측면에서 관여한다면, 한국 기업은 경쟁자가 아닌 파트너로서 일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재생의학은 고시정권이 내세운 17대 중요 투자 분야에도 선정되어 있는 만큼, 일본 재생의학 시장 진출은 충분히 검토해 볼 가치가 있을 것이다.
자료 : 스미토모 파마, 일본 정부, 요미우리 신문, 재생 의료 혁신 포럼, 후생 노동성, 아서 디 리틀 재팬, 기업 홈페이지, KOTRA 오사카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