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력 부족 대응, 기계화를 넘어 '데이터 연계·제도화'로 진화
일본 농업은 2025년 기준 기간적 농업종사자의 평균 연령이 67.6세에 달하고, 65세 이상이 69.5%를 차지하는 등 심각한 고령화와 인력 부족에 직면해 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정밀농업과 ICT·로봇 기술의 연구개발을 지속해 왔으며, 2019년부터는 ‘스마트농업 실증 프로젝트’를 전국적으로 추진해 AI·IoT·로봇 등을 활용한 스마트농업의 현장 확산을 본격화하고 있다. 스마트농업의 사회실장이 진전되면서 정책 영역도 개별 농기계의 실증·도입에서 농업 데이터의 연계·활용, 공통 기반 구축, 제도 정비로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인 데이터 기반 인프라가 농업 데이터 연계기반 WAGRI이다. WAGRI는 내각부 SIP를 통해 개발되어 2019년부터 농연기구(NARO)가 운영하고 있으며, 기상·농지·시황·생육예측·병해충 등 다양한 데이터를 API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이를 활용해 민간기업은 다양한 농업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으며, FarmChat은 병해충 이미지 판별 및 시황 데이터 등을 연계해 농가의 생산·방제·출하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일본은 이러한 데이터 연계를 통해 경험 중심 농업에서 데이터 기반 영농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자료: WAGRI 운영사무국]
아울러 일본 정부는 2024년 6월 「농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스마트농업기술 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스마트농업기술활용촉진법)」을 제정하고 같은 해 10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동 법은 스마트농업 기술과 이에 적합한 새로운 생산방식을 도입하는 농업인 등을 대상으로 한 ‘생산방식혁신실시계획’과 스마트농업 기술의 개발 및 보급을 추진하는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개발공급실시계획’ 등 2개의 인증제도를 마련했다. 인증을 받은 농업인과 관련 사업자는 일정 요건에 따라 일본정책금융공고의 장기·저리 융자와 세제상 우대조치 등을 활용할 수 있다. 이는 일본의 스마트농업 정책이 개별 기술의 실증·도입을 넘어 기술 개발과 현장 보급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사회실장 단계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조사기관 IMARC Group에 따르면 일본 스마트농업 시장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정밀농업, IoT·AI 등 디지털 기술의 확산을 배경으로 2025년 약 13억8560만 달러에서 2034년 약 44억6000만 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공장에서 서비스까지 농업의 생산방식과 비즈니스 모델이 바뀐다
스마트농업의 확산은 농산물의 생산방식뿐 아니라 농업기술을 공급하고 이용하는 비즈니스 모델도 변화시키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기후와 농업인력 부족이 심화되면서, 외부 기상환경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고 연중 계획생산이 가능한 식물공장과 수직농장이 새로운 농업 생산방식으로 주목 받고 있다. 일본 농림수산성의 「대규모 시설원예 및 식물공장 시설 수」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인공광형 식물공장은 2012년 106개소에서 2023년도 말 195개소로 약 2배 증가했다. 한편 IMARC Group에 따르면, 온실·실내 수직농장·컨테이너팜 등을 포함한 일본 실내농업(Indoor Farming) 시장은 2024년 약 13억3670만 달러에서 2033년 약 29억5160만 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최근에는 자동화와 식물공장 기술의 패키지화를 추진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뉴저지주에서 대규모 딸기 식물공장 ‘Amatelas Farm’을 운영하는 Oishii Farm은 2026년 8월 도쿄도 하무라시에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를 개소했다. 동 센터에서는 일본의 농업·제조업 기술을 결집해 식물공장의 생산성·자동화·지속가능성 향상과 새로운 작물의 재배기술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다.
Oishii Farm은 향후 일본의 농업·제조업 기술을 활용해 식물공장의 패키지화와 연구개발을 확대하고, 관련 기술의 글로벌 사업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일본이 농업기술과 제조업 기술을 융합한 차세대 AgriTech의 연구개발 및 글로벌 사업화 거점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오이시 팜 아마테라스 딸기 농장의 모습>

[자료: 오이시 팜]
또한 고가의 스마트농업 장비 도입 부담을 줄이기 위해 농작업 대행, 농기계 임대·공유 등 서비스형 비즈니스도 확대되고 있다. 2024년 시행된 「스마트농업기술활용촉진법」은 농작업 위탁, 농기계 임대·공유, 전문인력 파견, 농업데이터 분석·컨설팅 등을 ‘스마트농업기술활용서비스’로 법제화했다. 이를 통해 농가가 고가의 스마트농기계를 직접 보유하지 않고 전문 사업자의 기술과 서비스를 활용하기 용이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주요 농기계 기업들도 단순한 장비 판매를 넘어 데이터 기반 영농지원 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쿠보타의 ‘KSAS(Kubota Smart Agri System)’는 농지·작업이력, 수확량·품질, 드론·위성 등을 통한 생육정보 등을 통합 관리하고, 이를 활용한 재배관리와 가변시비 등 데이터 기반 농업을 지원한다.
이처럼 스마트농업은 장비의 ‘소유’에서 ‘이용’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중소 농가도 초기 투자 부담을 줄이면서 방제·수확·데이터 분석 등 전문 서비스를 필요에 따라 활용할 수 있게 되고 있다. 일본 정부도 농업지원서비스 사업자의 육성·보급을 지원하고 있어 향후 스마트농업의 서비스화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변화 대응의 새 농업자재, '바이오스티뮬런트' 시장 확대
일본 농업의 혁신은 디지털·자동화에 그치지 않고, 기후변화 대응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차세대 농업자재 분야로도 확대되고 있다.
친환경·지속가능 농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바이오스티뮬런트(Biostimulant)"가 차세대 농업자재로 주목 받고 있다. 바이오스티뮬런트는 식물의 영양 이용 효율을 높이고 고온·가뭄·염류집적 등 비생물적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을 강화하는 자재로, 해조 추출물, 부식산·풀보산, 아미노산, 미생물 등이 활용된다. 일본 농림수산성도 2025년 5월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며 제도적 기반을 정비했다.
IMARC Group에 따르면 일본 바이오스티뮬런트 시장은 2025년 약 1억9390만 달러에서 2034년 약 3억1430만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친환경 농업 확대와 기후변화 대응 수요 증가, ‘미도리 식량시스템 전략’ 등이 시장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2018년 설립된 일본바이오스티뮬런트협의회를 중심으로 기술 정보 공유와 자율 기준 정비가 추진되고 있다. 덴카(Denka)는 풀보산 기반 제품을 상용화했으며, 일본소다(Nippon Soda)도 관련 자재의 개발·제품화를 추진하는 등 관련 시장의 확대가 기대된다.
시사점
일본 농업정책은 고령화와 인력 부족 대응을 위한 기술 실증을 넘어 스마트농업의 사회실장과 관련 산업의 사업화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데이터 연계, 스마트농업 서비스, 식물공장 등에서는 기술 개발과 현장 도입을 연결하는 제도와 협업 기반이 강화되고 있다. 이와 함께 농기계 업체뿐 아니라 IT·로봇·데이터 기업의 농업시장 참여도 확대되고 있다. 2024년 시행된 「스마트농업기술활용촉진법」은 기술 개발·보급과 관련 서비스 활용을 제도적으로 지원하며, 농업과 제조업·IT·서비스업의 융합 확대의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이와 함께 농기계 업체뿐 아니라 IT·로봇·데이터 기업의 농업시장 참여도 확대되고 있다. 2024년 시행된 「스마트농업기술활용촉진법」은 기술 개발·보급과 관련 서비스 활용을 제도적으로 지원하며, 농업과 제조업·IT·서비스업의 융합 확대의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일본 지자체 관계자 인터뷰 결과, 관계자 A과장은 "농업 현장의 인력 부족이 주요 과제로 언급됐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스타트업의 기술·서비스를 활용한 실증 및 협업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라고 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도 단순 장비 수출을 넘어 일본 기업·농업법인·JA·농업지원서비스 사업자뿐 아니라 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한 현지 실증, 공동개발, 서비스형 비즈니스를 검토할 수 있다. 특히 고품질화, 환경부하 저감, 인력 절감 등 일본 농업의 주요 과제에 대응하는 솔루션은 시장 진출 기회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자료: OECD 농업정책평가 보고서, IMARC Group 일본 스마트농업·실내농업·바이오스티뮬런트 시장 보고서, JPFA 심포지엄, Oishii Farm, 일본 농림수산성(WAGRI), KUBOTA(KS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