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협 변호사, 더헝로펌

jinguangxie@deheng.com


중국에서는 정년퇴직 후에도 기업에서 계속 근무하거나 퇴직 후 재고용되는 이른바 '정년초과 노동자(超龄劳动者)'의 활용이 늘고 있다. 그동안 기업들은 정년초과 노동자와의 관계를 일반 '노동관계(劳动关系)'가 아닌 민사상 '노무관계(劳务关系)'로 보는 경우가 많았다. 노동관계는 <노동계약법> 등 노동법령의 적용을 받아 사회보험 납부, 최저임금·근로시간 규제, 경제보상금 등 근로자 보호가 뒤따르고 분쟁 발생 시 노동중재를 거쳐야 하는 반면, 노무관계는 <민법전>상 계약관계로 취급되어 근로조건도 당사자 간 약정에 맡겨지며 분쟁 발생 시 바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근로자 보호 수준에 큰 차이가 있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정년초과 노동자에 대해서는 그동안 '기본양로보험 급여를 받기 시작하면 노동계약이 종료되므로, 이후 기업과의 관계는 당사자 간 자유로운 계약에 따른 노무관계'라는 인식이 실무상 널리 자리 잡아 왔다.


그러나 최근 관련 제도가 크게 바뀌었다. 2025년부터 점진적 정년연장이 시행된 데 이어, 같은 해 기존의 ‘정년 초과=노무관계’라는 사법상 판단기준이 폐지됐으며, 2026년에는 정년 초과 노동자의 기본권익과 분쟁 처리를 별도로 규율하는 제도까지 마련됐다. 이제 기업은 정년 초과 노동자를 단순한 ‘노무 제공자’로 취급하기보다, 실제 고용형태를 기준으로 법률관계를 판단하면서도 일정한 노동권익은 별도로 보장해야 하는 대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1. ‘노동 관계’와 민사상 ‘노무 관계’의 차이

정년 초과 노동자의 법적 지위를 이해하려면 먼저 중국법상 노동 관계(劳动关系)와 민사상 노무 관계(劳务关系) 간 차이를 알아야 한다. 두 관계 모두 한쪽이 노동·노무를 제공하고 다른 한쪽이 대가를 지급한다는 점은 같지만, 법적 성격은 크게 다르다.

구분

노동관계 (劳动关系)

노무관계 (劳务关系)

성격

회사에 고용되어 지휘·관리를 받으며 노동을 제공

당사자 간 계약으로 정한 노무를 제공하고 대가를 수령

적용 법규

노동법·노동계약법 등 노동관계 법규 전면 적용

민법전을 기본으로 하는 민사 계약관계

기업의 의무

노동계약 체결, 최저임금·근로시간 준수, 사회보험 가입, 산재 보호 등 폭넓은 사용자 책임

업무내용·보수·기간 등을 당사자 합의로 정함, 지휘·관리 정도 약함

분쟁 처리

노동중재 선행 후 소송 제기

중재 없이 법원에 직접 소송 제기

정리하면, 노동관계는 ‘회사에 고용되어 지휘·관리를 받으며 일하는 관계’이고, 민사상 노무관계는 ‘당사자가 계약으로 정한 노무를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관계’다. 어떤 법률관계가 성립하는지는 단순한 용어 문제가 아니라 임금·근로시간·사회보험·산재보장 및 분쟁 해결 절차 등 기업의 비용과 책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핵심 쟁점이다.

2. 과거에는 왜 정년 초과 노동자를 ‘노무관계’로 봤나

중국 <노동계약법>은 근로자가 법에 따라 기본 양로보험 급여를 받기 시작하면 노동계약이 종료된다고 규정한다. 이에 따라 법정 정년에 도달하고 양로보험 급여까지 받기 시작한 근로자가 이후에도 계속 근무하는 경우, 기존 노동계약이 이미 종료됐으므로 새로운 고용관계는 민사상 노무관계라는 판단이 일반적이었다. 이러한 관행은 최고인민법원의 관련 사법해석으로도 뒷받침됐다.

그 결과 기업은 정년퇴직자를 계속 고용하더라도 일반 근로자와 동일한 노동법상 의무를 부담하지 않고, 별도의 노무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 실무적으로 널리 활용됐다.

3. 이제는 ‘정년 초과=노무 관계’로 단순하게 볼 수 없다

2025년 1월 1일 중국의 점진적 정년연장 제도가 시행되면서 정년초과 노동자의 고용·권익보장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도화됐다. 이어 2025년 9월 1일 시행된 <최고인민법원의 노동분쟁 사건 심리 시 법률 적용 문제에 관한 해석(Ⅱ)>는 기존 사법해석(Ⅰ)의 관련 규정을 폐지했다.

기존에는 양로보험 급여나 퇴직금을 수령하는 정년 초과 노동자와 기업 간 분쟁을 일률적으로 노무관계로 처리했지만, 이제는 정년초과라는 이유만으로 관계를 그렇게 단정할 수 없다. 예컨대 계약서상 ‘노무계약’을 체결했더라도 실제로는 일반 직원과 동일하게 출퇴근을 관리하고 업무를 지시·감독한다면, 계약서의 명칭만으로 민사상 노무관계라고 보기 어려울 수 있다. 앞으로는 ‘어떤 계약서를 작성했는가’보다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근무하고 있는지’가 판단의 핵심이 된다.

4. 정년초과 노동자는 노동관계인가

이번 제도 변화가 모든 정년 초과 노동자를 일반 노동관계로 인정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핵심은 노동 관계와 민사상 노무 관계 중 어느 하나로 일률적으로 분류하던 방식에서 벗어났다는 데 있다. 법률관계 자체는 실제 고용형태에 따라 판단하되, 정년 초과 노동자에게 필요한 일부 기본권익은 노동관계 여부와 무관하게 법률로 별도 보장하는 방식이다.

실무에서는 이를 ‘불완전 노동관계’라는 표현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다만 이는 중국 법률에 정식으로 규정된 독립적 법률관계 명칭이 아니라, 노동관계와 민사상 노무관계의 중간 영역에서 일정한 노동 보호규범이 적용되는 특수한 고용형태를 설명하기 위한 실무적 표현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5. 정년초과 노동자에게 보장해야 할 ‘4대 기본권익’

2025년 정년연장 정책은 기업이 정년 초과 노동자를 고용할 경우 노동 보수·휴식·휴가·노동안전보건·산재보장 등 기본권익을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이 원칙은 <정년 초과 노동자 기본권익보장 잠정규정(超龄劳动者基本权益保障暂行规定)>을 통해 더욱 구체화됐다. 이 규정은 2026년 5월 10일 인력자원사회보장부·국가위생건강위원회·응급관리부·국가세무총국·국가의료보장국 공동 제56호령으로 공포되어 총 24개 조항으로 구성되며, 2026년 7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기업이 특히 주의해야 할 사항은 다음 네 가지다.

권익 항목

핵심 내용

노동보수

- 현지 최저임금 기준을 준수하고, 매월 1회 이상 화폐 형태로 정해진 기일에 전액 지급해야 함

- 현물·유가증권 등으로 대체 불가

근로시간·휴식·휴가

- ‘노무계약’이라는 이유로 근무시간을 임의로 정할 수 없음

- 법정 근로시간·휴게 규정을 준수해야 하며, 연장근무 시에도 노동법 관련 조항 적용

안전·보건

- 연령·건강 상태에 부적합한 업무 배치 금지

- 안전생산·직업위생 교육 실시 및 작업환경·보호장비 관리 필요

산재 보장

- 정년퇴직자라는 이유로 산재보장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음

- 지역별 산재보험 가입 방식을 확인하고 우선 검토 필요

‘정년퇴직자이므로 산재보장 대상이 아니다’와 같은 단순한 판단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6. 기업이 가장 먼저 바꿔야 할 것은 ‘계약서’다

기업은 기존의 일반 노동계약서 또는 노무계약서를 정년초과 노동자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방식을 재검토해야 한다. 실제 고용형태를 반영한 별도의 ‘정년초과 노동자 고용협의서(超龄劳动者用工协议)’를 마련하고, 업무내용 및 근무장소, 계약기간, 노동보수 및 지급방식, 근로시간 및 휴식·휴가, 안전·보건 관련 사항, 산재보험 ·사회보험 관련 사항, 계약 해지·종료 조건, 분쟁 해결 방법 등 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계약서 내용과 실제 근무환경을 일치시키는 것이다. 계약서에는 ‘독립적인 노무 제공자’라고 기재하면서 실제로는 일반 직원과 동일하게 관리한다면, 계약서의 명칭만으로 법적 리스크를 피하기 어렵다.

7. 재중 한국기업의 대응 방법: ‘정년 확인 → 계약 → 권익 보장’ 순으로

1) 실제 법정 정년연령 확인

점진적 정년연장 제도가 시행 중이므로 과거의 고정된 연령기준만으로 정년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2) 실제 고용형태 판단

해당 인력을 어느 정도로 지휘·관리하는지, 근무시간과 업무내용을 어떻게 정하는지를 기준으로 법률관계를 검토해야 한다.

3) 계약내용을 실제 고용형태에 맞게 작성

계약서의 명칭보다 실제 업무내용과 관리방식이 우선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4) 4대 기본권익 별도 관리

임금, 근로시간, 휴식, 휴가, 안전·보건, 산재보장을 일반 인사관리 항목과 분리해 점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국에서 정년 초과 노동자를 고용할 때 ‘노동 관계’인지 ‘노무 관계’인지는 이제 더 이상 이분법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과거에는 ‘정년퇴직→노동계약 종료→민사상 노무관계’라는 구조가 비교적 명확했다면, 현재는 ‘정년 연장→정년초과 노동자 고용 확대→노무관계 기준 폐지→기본권익 별도 보장→분쟁 유형 세분화’라는 방향으로 제도가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도 정년 퇴직자의 계속 고용을 단순한 인력 활용 문제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계약의 명칭보다 실제 고용관계의 실질을 기준으로 법률관계를 판단하고, 정년초과 노동자에게 법적으로 보장되는 기본권익을 별도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년초과 노동자의 고용이 늘어날수록, 일반 근로자와는 구분되는 정년초과 노동자 특화 계약·근로시간·안전보건·산재보장 관리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 해당 원고는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원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