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문두스 아페르투스 법률회계법인

엄기웅 대표 변호사

(info@mundusapertus.com)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니어쇼어링(Nearshoring) 열풍 속에서 멕시코는 우리 기업들에게 미주 대륙 진출을 위한 가장 전략적인 생산기지이자 매력적인 내수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트럼프 관세라는 변수가 있지만, 현재 대기업과 협력사를 포함해 자동차, 부품, 장비 등 다양한 분야의 한국 기업이 멕시코에 진출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성공적인 현지 비즈니스를 위한 첫 단추는 독자적인 브랜드를 보호하는 '상표권 확보'다. 그러나 많은 기업이 상표 등록을 마쳤다는 안도감에 빠져 정작 중요한 사후 관리 규정을 놓치고 있다. 멕시코는 다른 국가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하고 엄격한 상표 관리 제도를 운용하고 있어, 이를 숙지하지 못하면 어렵게 취득한 상표권이 예고 없이 공중분해될 수 있다. 본 기고문에서는 멕시코 진출 및 수출 기업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3년 차 사용 선언’ 제도의 핵심 내용과 실무적 대응 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멕시코 상표 '사용 선언(Declaración de Uso)' 제도 개요

멕시코 정부는 실제 사용하지 않으면서 상표를 선점·독점하는 폐해를 막고 유효한 상표를 선별하기 위해 2018년 8월 10일 산업재산권법을 개정하여 이 제도를 도입했다. 핵심 규정은 다음과 같다.

1) 제출 시점 및 기한 (가장 중요)

상표가 멕시코 산업재산권청(IMPI)에 ‘등록된 날(Fecha de Concesión)’로부터 정확히 3년이 되는 날을 기준으로 한다. 출원일 기준이 아님에 주의해야 한다. 상표 등록 3주년이 되는 당일부터 반드시 3개월 이내에 사용 선언서를 제출해야 한다.

2) 미제출 시 자동 소멸

법정 기한 내에 사용 선언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별도의 유예기간(Grace Period)이나 구제 절차 없이 상표권이 즉시, 그리고 자동으로 소멸(Cancellation)된다.

3) 증빙 서류 요건 및 상품 한정

(1) 증빙 자료 미요구

미국 등과 달리 영수증, 제품 사진, 카탈로그 같은 실제 사용 증거(Specimen)를 첨부할 필요는 없다. 공식 서식에 "현재 멕시코 내에서 해당 상표를 실제적이고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취지에 서명하여 제출하면 된다.

(2) 지정 상품의 삭제

최초 출원 당시 지정했던 상품이나 서비스 품목 중, 3년이 지난 현재 ‘실제로 사용(유통) 중인 품목’만 선택하여 선언해야 한다. 선언하지 않은 품목은 선언서 제출과 동시에 자동 삭제된다. 선언하였더라도, 제3자가 실제로 사용(유통) 중이지 않다고 클레임을 걸었을 경우, 조사 후에 삭제될 수도 있다.

4) 10년 주기 갱신 시 재제출

본 제도는 3년 차에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는다. 상표권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매 10년마다 갱신(Renewal) 신청을 할 때도 사용 선언서를 함께 다시 제출해야 한다.

우리 기업들이 가장 자주 범하는 치명적 실수

많은 기업이 비용 절감을 위해 '마드리드 국제출원 시스템'을 통해 멕시코를 지정하는데, 이때 기업들은 WIPO(세계지식재산기구)의 국제등록일만을 기준일로 인지하는 실수를 범한다. 멕시코 현지 특허청(IMPI)이 심사를 완료하고 실제 승인한 날(Grant Date)은 국제등록일과 완전히 다르므로, 반드시 멕시코 국내 등록증(Título) 상의 날짜를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멕시코 산업재산권청(IMPI)은 기한이 도래했다고 해서 권리자에게 사전에 리마인더나 경고 통지서를 보내주지 않는다. 철저히 권리자가 스스로 기한을 챙겨야(Docketing) 하는 구조이므로, 현지 대리인과의 소통이 부실할 경우 기한을 놓치기 쉽다.

또한 기한에 쫓겨 실제 멕시코 내에서 판매하거나 유통하지 않는 상품 품목까지 전부 사용하고 있다고 허위 선언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추후 제3자로부터 허위 선언에 의한 상표 무효 심판을 당해 상표권 전체가 취소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주요국(미국·필리핀 등) 유사 제도와의 비교

대부분의 국가(한국, EU, 일본 등)는 상표 등록 후 일정 기간 쓰지 않더라도, 제3자가 '불사용 취소심판'을 걸어오기 전까지는 국가가 먼저 상표를 취소하지 않는 '소극적 태도'를 취한다. 반면, 멕시코처럼 권리자가 적극적으로 사용을 증명해야만 권리를 유지해 주는 국가는 다음과 같다.

<주요국 중간 등록 제도 비교>

국가명

주요 특징 및 차이점

멕시코

• 등록 후 3년 차(3개월 이내 제출)

• 별도의 물리적 사용 증빙 사진/영수증 제출 없음(선언서만 제출)

• 미제출 시 예외 없이 자동 소멸

한국

• 등록 후 관청에 주기적으로 사용 선언이나 증빙을 제출하는 의무 제도 없음

• 정당한 이유 없이 3년 이상 불사용시 제3자의 불사용 취소심판 대상이 됨

일본

• 한국과 마찬가지로 등록 후 정기적인 사용 선언/증명 의무 없음

• 계속하여 3년 이상 불사용 시 제3자 청구에 의해 취소심판이 개시될 수 있음

중국

• 등록 후 주기적인 사용 선언서 강제 제출 의무 없음

• 정당한 사유 없이 3년 연속 불사용 시 제3자가 불사용 취소(撤三) 신청 가능

미국

• 등록 후 5~6년 차 사이, 그리고 매 갱신 주기마다 제출

• 실제 상업적 사용을 입증하는 증거(Specimen) 제출 필수 (매우 까다로움)

유럽연합

• 등록 후 관청에 주기적으로 사용 증빙을 제출하는 의무 제도 없음

• 등록 후 5년간 불사용 시 제3자의 취소 청구 또는 타 상표 권리 행사에 제한을 받음


이미 3년 기한을 놓친 기업이 취할 수 있는 3가지 긴급 조치

만약 사내 관리 소홀이나 대리인의 실수로 등록 후 3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앞서 언급했듯이 멕시코 법은 유예기간을 주지 않으므로 해당 상표는 이미 소멸한 상태이다. 그러나 현지 비즈니스를 지속해야 하는 우리 기업들은 다음과 같은 차선책을 즉시 실행해야 한다.

먼저 상표권이 소멸했더라도 멕시코 산업재산권청(IMPI)이 이를 대외적으로 즉각 공표하거나 제3자에게 알리지 않기에 다른 경쟁사나 상표 브로커가 눈치채고 선점하기 전에 동일한 상표명과 지정 상품으로 최대한 신속하게 신규 출원을 진행해야 한다. 이때, 과거의 출원 번호나 등록 번호는 완전히 무효가 되므로 완전히 새로운 출원 절차를 밟아야 한다.

재출원을 진행하는 동안(심사 기간 약 6개월~1년 소요) 상표권이 없는 무방비 상태가 되고, 만에 하나 이 기간에 타인이 내 상표를 먼저 출원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멕시코 상표법은 '선출원주의'를 택하고 있지만, '실제 먼저 사용한 자(Prior User)'에게도 일정 부분 권리를 인정해 주고 있다. 따라서 멕시코 현지에서 제품을 판매한 인보이스(Factura), 수입 통관 서류, 현지 박람회 참가 기록, 현지 리플렛 등을 날짜별로 꼼꼼하게 모아두어야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상표 분쟁(선사용권 주장 및 타인 출원에 대한 이의신청)에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다.

또한 기한을 놓쳤다는 것은 현지 대리인이 리마인더를 주지 않았거나 사내 관리가 전혀 되지 않았다는 강력한 방증이다. 재출원을 진행할 때는 멕시코 상표 기한 관리(Docketing) 시스템이 자동화되어 있고, 한국 기업과의 소통이 원활한 대리인으로 교체하는 것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새 상표를 출원하는 시점부터 다시 '3년 뒤 사용 선언 기한'을 철저히 입력해 두어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우리 기업을 위한 체크리스트 및 시사점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USMCA 재검토 등 대외적인 통상 환경의 변화 속에서도, 멕시코는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한 대체 불가능한 핵심 생산기지로서 그 경쟁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이 이러한 거시적 기회를 온전히 누리기 위해서는, 내부적인 지식재산권(IP) 보호와 같은 기본적 리스크 관리가 선행되어야 한다. 멕시코 시장에 이미 진출했거나 진출·수출을 타진 중인 우리 기업들은 다음의 체크리스트를 즉시 실행할 것을 제안한다.

먼저 현재 보유 중인 멕시코 상표 등록증(Título)을 열어 '승인일(Fecha de Concesión)'을 확인하고, 3년 차 도래일을 사내 자산 관리 시스템이나 캘린더에 즉시 등록해야 한다. 그리고 현지 대리인이 3년 차 사용 선언 기한 관리(Docketing)를 철저히 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마드리드 출원의 경우 현지 대리인이 선임되어 있는지 재차 점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3년 차 선언 시점 전, 멕시코 현지에서 실제로 유통·통관·마케팅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품 카테고리를 명확히 분류하여 합법적이고 안전한 선언서가 제출되도록 준비해야 한다. 상표권은 취득하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 법이 정한 '3년의 함정'을 지혜롭게 넘어 우리 기업들의 소중한 브랜드 자산을 안정적으로 지켜내기를 기대한다.


※ 해당 원고는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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