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는 거대하고 치밀한 흐름으로, 이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친환경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문자 그대로 전례 없는 도전이다. 업계에서는 업무 과정에서의 페이퍼리스 실현, 지속 가능한 포장재로의 교체, 전 공급망의 단계별 탄소 배출량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측정하는 그린가시성(Green Visibility) 확보 등 다양한 노력이 요구된다. 그러나 전환 효과가 가장 큰 분야는 단연 '차량의 전동화'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맥킨지 등 주요 연구 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물류·운송 부문 탄소 배출 중 약 70%가 도로 부문 운송 차량에서 발생한다. 포장재 교체나 페이퍼리스가 환경개선의 기반을 다지는 수준이라면, 차량 전동화는 전체 배출량의 수십 퍼센트 이상을 즉시 감축시키는 가장 결정적인 요소임이 데이터로 입증되고 있다. 특히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 National Renewable Energy Laboratory)의 분석에 따르면, 중·대형 물류 트럭은 전체 등록 차량의 5% 미만에 불과하지만 운송 부문 온실가스의 20% 이상을 배출하며 압도적인 오염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15~2024년 글로벌 물류·운송 부문별 탄소 배출 현황>


[자료: IEA, World Energy Outlook 2025 (CC BY 4.0)]
항만과 대형 물류단지에서는 디젤 트럭의 반복적인 운행과 공회전으로 미세먼지, 블랙카본, 질소산화물 등 유해 대기오염 물질이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특히 항만 주변에는 트럭뿐 아니라 선박, 하역장비, 철도기관차와 창고가 함께 밀집해 있어 주민들은 여러 오염원에 중첩 노출된다.
2024년
항만과 물류시설은 토지가 저렴하고 고속도로 접근이 용이한 저소득층·소수인종 거주지역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아, 대기오염으로 인한 피해와 위협이 특정 지역사회에 불균형하게 전가되고 있다. 따라서 물류차량의 전동화는 탄소중립을 위한 산업 전략인 동시에, 지역사회의 건강과 환경정의를 위한 과제기도 하다.
이처럼 물류 차량의 전동화에는 분명한 사회적 필요성이 존재하지만, 이를 견인해 온 미국의 정책적 동력은 오히려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2025년 7월 제정된 OBBBA(One Big Beautiful Bill Act)에 따라 상용 친환경차 세액공제인 Section 45W가 종료됐고, 그로 인해 같은 해 9월 30일 이후 신규 취득된 상용 친환경 차량들은 더 이상 세액공제 대상이 되지 못했다. 또한 2026년 2월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2009년 온실가스 위해성 평가’ 폐지를 공식 발표했고, 이에 따라 상용 트럭(중·대형차) 및 승용차에 적용되던 온실가스 배출 규제도 효력을 잃게 되면서 연방 차원의 재정적 지원과 규제 압박이 동시에 크게 약화됐다. 시장 일각에서 녹색 물류 전환이 동력을 잃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러나 미국 물류 현장의 움직임은 이러한 비관론과 방향을 달리하고 있다. 아마존, 페덱스, UPS, DHL 등 글로벌 물류기업들은 넷제로 목표 달성을 위해 친환경 차량 도입을 지속하는 한편, 장기적인 총소유비용(TCO, Total Cost of Ownership) 절감 효과를 근거로 제시하며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초기 도입 비용보다 장기적인 운영 효율과 비용 절감을 중시하는 기업 전략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며, 단순히 전기 트럭의 보급 대수를 늘리는 단계를 넘어 데이터 기반의 차량 관리와 충전 인프라 최적화를 통해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시장의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책 지원 약화 이후, 경제성이 이끄는 전동화
이러한 변화의 배경으로는 우선 전기차의 주행 에너지 효율성을 들 수 있다.
<전기 자동차의 도심 및 고속도로 복합 주행 에너지 요구량>

[자료: U.S. Department of Energy and U.S.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Fuel Economy Website,
Where the Energy Goes: Electric Cars. Accessed July 10, 2024.]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에 비해 열 손실이 크게 적고 회생제동이 가능하다는 기술적 특징을 지닌다. 미국 에너지부(DOE)에 따르면 일반적인 전기차의 에너지 효율은 회생제동을 포함할 경우 87~91%에 달하는 반면, 가솔린차는 약 30% 수준으로 구동 방식에 따른 효율 차이가 뚜렷하다. 특히 미국 대형 트럭의 약 80%가 주로 200마일(약 320km) 이내 범위에서 운행되는 것으로 나타나 단거리·지역 운송을 중심으로 전동화 잠재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향후 전동화가 확대된다면 디젤 대비 낮은 유지비와 에너지 비용을 바탕으로 물류 트럭의 총소유비용(TCO)경쟁력 또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더불어 배터리 가격 하락도 전기 상용차의 경제성 개선을 뒷받침한다. BloombergNEF에 따르면 2025년 리튬이온 배터리팩의 글로벌 평균 가격은 킬로와트시(kWh)당 108달러까지 떨어졌으며, 이 중 순수 전기차(BEV)용 팩 가격은 2024년에 이어 2년 연속 100달러 미만을 유지하며 kWh당 99달러를 기록했다.
<리튬이온 배터리 팩 가격>

주:2025년 실질 가치(화폐 가치)를 기준으로 한 거래량 가중 평균(Volume-weighted average)
[자료: BloombergNEF 2025 Lithium-Ion Battery Price Survey]
초기 차량 가격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가격 하락은 연간 주행거리가 길고 차량 가동률이 높은 물류 환경에서 보조금 없이도 전기차가 총소유비용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아마존은 전동화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2022년 첫 투입 당시 1000여 대 수준이었던 리비안(Rivian) 전기 배송 밴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현재 미국 전역에서 4만 대 이상 운행 중이며, 올해는 스웨덴 물류 기술 기업 아인라이드(Einride)의 대형 전기 트럭 75대를 미국 중간 물류망에 투입했다. 새롭게 도입된 차량들은 연간 최대 300만 마일을 운행할 예정이며, 미국 내 5개 물류 거점의 충전 인프라 구축 역시 아인라이드가 담당한다. 특히 아인라이드의 디지털 운송 플랫폼인 사가(Saga)는 이동 경로와 충전 계획 등 운행 전반을 통합 관리할 수 있으며, 아마존은 이를 통해 전기 트럭의 가동률을 높이고 주행 에너지 비용을 줄이는 한편, 디젤 가격 변동에 따른 운영 리스크도 완화할 수 있다.
<아마존의 리비안 전기 배송밴(좌)과 아인라이드 전기트럭(우)>

[자료: Amazon 및 Einride 홈페이지]
페덱스(FedEx) 역시 물류 현장의 전기차 전환에 적극적인 기업이다. 2040년까지 소포 픽업·배송 차량을 친환경 차량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GM의 상용 전기 배송 밴 브라이트드롭(BrightDrop)을 북미 물류망에 투입하는 한편, 차량 전동화에 맞춰 충전 인프라도 확대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는 500기 이상의 충전시설을 구축했으며, 전력회사와 협력해 향후 전기차 충전에 필요한 전력 수요를 예측하고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전력망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충전 속도와 시간대를 조절해 전력 사용을 분산하고 전기요금을 낮추는 스마트 충전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대규모 전기차 운용에 필요한 충전 인프라 확충과 안정적인 전력 공급 여건 마련을 병행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탄소 배출 저감뿐만 아니라 충전 비용과 차량 운영비를 관리해 장기적인 총소유비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으로도 볼 수 있다.
UPS도 소형 배송 차량부터 대형 트럭까지 운행 환경과 용도에 맞춰 상용차 전동화를 추진해 왔다. 2020년에는 라스트마일 부문의 전동화를 위해 영국 전기차 스타트업 어라이벌(Arrival)에 투자하고 UPS 전용 전기 배송차량 최대 1만 대의 구매 계획을 발표했으며, 이후 대형 화물 운송 부문에서도 다임러 트럭의 클래스 8 대형 전기트럭인 프라이트라이너 이캐스캐디아(Freightliner eCascadia)를 도입하는 등 전기차 적용 범위를 넓혀 왔다. 다만 어라이벌의 경영난을 비롯해 배터리 및 전기 상용차 공급 제약 등이 전동화 확대의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대규모 물류 플릿(Fleet)의 전환에는 차량 성능과 경제성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차량 공급망 확보 역시 중요한 과제임을 보여주고 있다. 플릿은 기업이나 기관이 사업 목적으로 보유·운영하는 차량 그룹으로, 물류·운송 기업 등이 영업 및 서비스 제공을 위해 대량으로 보유·운영하는 상용 차량단(트럭, 화물차 등)을 지칭한다.
이처럼 아마존을 비롯한 글로벌 물류기업들이 전기 배송 차량 도입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지만, 전체 상용차 운송 체계의 전동화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전기 상용차의 성능과 경제성이 개선되더라도 대규모 현장 투입을 위해서는 차량 도입과 함께 충분한 충전·전력 인프라가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력망, 눈에 보이지 않는 핵심 병목
대형 물류 거점은 다수의 대형 트럭이 집중적으로 오가는 곳이다. 이들 차량의 전동화가 본격화되어 물류창고나 항만 등에서 동시에 충전할 경우, 기존 전력 설비로는 감당하기 힘든 대규모 부하가 발생할 수 있다. 즉, 친환경 트럭 보급의 핵심 병목 가운데 하나는 이를 뒷받침할 전력 공급 인프라다. National Grid의
<미국 동북부 71개 고속도로 부지의 예상 충전 용량>

주: 연간 최대 전력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시간에 따른 전력량(메가와트, MW)
[자료: National Grid,Electric Highways Study (2022)]
이처럼 대형 충전 거점의 전력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를 수용하기 위한 핵심 전력기기를 확보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미 에너지부(DOE)와 미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를 배전용 변압기 수요 증가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NREL은 미국의 배전용 변압기 설치 수요가 2050년까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공급망 부담도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배전용 변압기의 납기는 2019년 3~6개월 수준에서 2023년 12~30개월로 크게 늘어난 데 이어, 2024년에도 1~2년 이상의 긴 납기가 지속되는 등 공급망 병목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형 전기트럭 충전 수요가 본격적으로 확대될 경우 전력 인프라에 대한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송배전망을 확충하는 동시에 대규모 충전 수요를 안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변압기와 개폐기 등 전력기기의 공급 기반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미국은 노후 전력망 교체와 전력망 투자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AI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신규 전력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전력기기 수급 부담은 오히려 심화되고 있으며, 이러한 시장 환경은 변압기, 초고압 케이블, 개폐장치 등 전력기기와 핵심 소부장을 공급하는 한국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은 초고압 변압기와 고압 차단기, 가스절연개폐장치(GIS) 등 송변전 핵심 장비를 미국에 공급하고 있다. 이들 전력기기는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송전·변전하고 각 수요처로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전력망의 핵심 장비로, 글로벌 전력망 투자 확대와 함께 높은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LS전선의 전력 케이블과 LS일렉트릭의 배전반 및 개폐장치 등 송배전 기자재 역시 전력망 구축에 필요한 핵심 품목으로, 현재 미국에 공급되고 있다.
전력기자재 산업은 다양한 부품과 소재가 결합되는 대표적인 밸류체인 산업이다. 변압기용 전기강판과 절연재, 부싱, 특수 케이블 소재, 커넥터, 센서, 제어장치 등을 생산하는 국내 중소·중견 소부장 기업들도 대기업 중심의 생산 생태계에 참여하고 있어 미국의 전력망 투자 확대는 전력기기 완제품 기업뿐만 아니라, 이들과 협력하는 국내 소부장 기업에도 새로운 시장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미국이 자국 전략산업에 중국산 기술 및 제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한국 기업에 유리한 기회가 열렸다.
다만, 연방 재정이 투입되는 인프라 사업의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Build America, Buy America Act)’ 등 자국산 우대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현지 생산·조립 체계 구축이 중요해지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현지 생산설비 구축에 따른 상당한 투자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더불어 미국 현지의 숙련공 구인난과 노무 관리 문제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현재의 성장세를 장기적인 경쟁력으로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의 구매 담당자 N씨는 KOTRA 실리콘밸리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기술력이 매우 우수하더라도 문제 발생 시 시차를 두고 소통해야 한다면 공급망 신뢰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다양한 돌발 상황에서도 24시간 내에 현지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현재 바이어들의 핵심 요구 사항"이라고 전했다. 결국 우수한 기술력뿐만 아니라 미국 현지의 생산·물류 기반과 신속한 고객 대응 체계를 갖추는 것이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 되고 있다.
부품에서 인프라까지, K-소부장의 기술 경쟁력
전력망이 전기 상용차 시대를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라면, 차량의 핵심 부품 기술은 전기차의 성능과 경제성을 좌우하는 또 다른 축이다. 차량 내부로 공급된 전력을 바퀴까지 효율적으로 전달하고 차체를 경량화하는 것은 TCO 경쟁력 확보의 중요한 요소다. 이를 위해서는 전력 전달과 구동 효율을 높이고 열관리를 최적화해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는 설계가 요구되며, 전력분배장치(PDU, Power Distribution Unit)와 전동식 워터펌프(EWP) 등 고효율 전장·열관리 부품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관련 시장은 독일·일본·미국에 기반을 둔 글로벌 부품 기업들이 오랫동안 주도해 왔으며, 높은 정밀도와 내구성, 장기간 축적된 기술력과 품질 인증 체계 등으로 신규 기업의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다. 이러한 시장에서도 국내 기업들은 독자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공급망 편입을 확대하고 있다. 영화테크는 상용차용 전력분배장치(PDU)를 개발·공급하며 상용차 전동화 분야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으며, 지엠비코리아는 전동식 워터펌프(EWP)를 통해 배터리와 전장부품의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등 전동화 차량의 열관리 효율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완성차 공급망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기술력 뿐만 아니라 가격, 품질, 공급 안정성, 현지 대응 역량 등을 함께 강화해야 한다. 또한 실증 사업을 통한 트랙 레코드(제품의 실제 산업 현장 적용 및 주행 실적 데이터) 확보와 초기 제품 개발 단계부터 글로벌 완성차 및 부품 기업들과의 공동 R&D 확대 전략이 중요하다. 이는 향후 글로벌 전동화 공급망에서 한국 소부장 기업의 위상을 결정짓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차량 내부 핵심 부품의 효율화와 더불어 초고출력 충전과 수소 저장 기술 역시 전기 상용차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전동화 차량은 배터리를 기반으로 구동되지만, 대형 상용차의 장거리 운행과 고중량 화물 수송에서는 배터리 중량과 충전시간이 여전히 중요한 기술적 과제로 꼽힌다. 이에 따라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한 상용차 기술 개발도 이어지고 있으며, 수소 상용차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압 수소를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는 경량 저장탱크 기술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대형 전기트럭의 충전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메가와트(MW)급 초고속 충전 인프라는 기존 급속 충전보다 훨씬 높은 전압과 전류를 안정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 높은 전력 부하와 발열을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전력변환장치와 냉각 시스템은 물론, 반복적인 체결·탈착에도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 고전압 케이블과 커넥터 등 충전 시스템 전반의 기술 고도화가 요구된다.
이러한 흐름에 국내 기업들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미국 교통부(USDOT)와 연방도로청(FHWA)이 주관하는 NEVI(National Electric Vehicle Infrastructure) 사업에서, 2024년 5월 기준 충전기 공급사 가운데 가장 많은 선정 사이트를 확보한 SK시그넷은 상용차용 메가와트급 충전기 프로토타입을 공개하는 등 관련 기술 개발을 추진해 왔다. 수소 저장탱크 분야에서는 일진하이솔루스가 700bar급 Type 4 수소 저장탱크 기술과 양산 경험을 확보하고 있으며, 2022년 현대자동차의 북미 수출용 대형 수소트럭에 적용되는 수소 저장탱크 공급사로 선정되는 등 북미 수소 상용차 시장 진출을 추진해 왔다. 한국이 국제표준을 주도하는 위치는 아니지만, 관련 기술과 제품을 바탕으로 미국 시장 진출 기반을 넓혀가고 있다.
메가와트급 충전과 수소 저장 분야의 국제 표준화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지만, 기술 규격과 상호운용성, 실제 시장 적용을 둘러싼 경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제품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더라도 국제 표준과의 정합성 및 상호운용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시장 진입과 확산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독자적인 기술 개발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완성차·물류기업과 협력해 한국 기술이 국제표준과 글로벌 공급망에 반영될 수 있도록 표준화 논의에 적극 참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시사점
캘리포니아의 강도 높은 환경 규제가 전기차 시장의 토대를 마련했지만, 정작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뒤흔든 힘은 창의적인 기술 혁신이었다. 당시 강도 높은 규제에 대응해 기존 자동차 기업들도 전기차 개발에 나섰지만, 주행거리와 배터리 성능 등에서 시장 확산을 이끌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08년 테슬라는 노트북 등에 사용되던 소형 리튬이온 셀 수천 개를 연결해 대용량 배터리 팩을 구현한 로드스터를 선보였다. 이 과감한 발상의 전환은 업계의 고정관념을 정면으로 돌파하며 전기차 대중화의 가능성을 열었다.
세액공제 폐지와 연방 규제 완화라는 역풍을 맞은 현재의 미국 친환경 물류 시장도 그 본질은 같다. 제도적 유인은 시장의 출발을 도울 수 있지만, 결국 승자를 가르는 것은 총소유비용(TCO), 에너지 효율, 공급망 신뢰성과 같은 시장 경쟁력이다. 한국 소부장 기업 역시 정책의 수혜자가 아니라, 미국 물류기업이 먼저 선택할 수밖에 없는 기술과 제품으로 스스로를 증명하는 것이 앞으로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자료: IEA, World Energy Outlook 2025, 세계보건기구(WHO), 대기질 가이드라인, 미국 보건영향연구소(HEI), Grid Strategies & Wood Mackenzie (2024), Amazon, Einride, FedEx, UPS 공식 홈페이지 및 보도자료, 로이터통신, 블룸버그NEF(BloombergNEF), U.S. Department of Energy (DOE), National Renewable Energy Laboratory (NREL), CharIN 공식 웹사이트, KOTRA 실리콘밸리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