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도 이어지는 만성질환 환자관리


스페인의 의료서비스에서 병원 밖 환자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스페인 통계청(INE)이 2026년 발표한 인구 전망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의 21.1%를 차지한다. 고령층의 의료 수요에 대응하는 과정에서는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과 함께, 일상생활 중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시점에 의료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관리체계도 중요하다.


원격 환자 모니터링은 이러한 관리체계를 뒷받침하는 수단이다. 환자가 자택에서 혈압, 체중, 산소포화도 등 건강 상태를 나타내는 수치를 측정하면, 해당 정보가 의료진이 사용하는 시스템으로 전달된다. 의료진은 기록의 변화를 확인하고 필요에 따라 환자에게 연락하거나 추가 진료를 안내한다. 스페인에서는 이러한 방식의 환자 관리 방식을 공공의료 사업으로 도입 중에 있다.

주로 심부전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EPOC)처럼 상태 변화에 대한 주기적인 확인이 필요한 질환이 주요 적용 대상이다. 병원 진료 시점에만 환자 상태를 확인하던 방식에 가정에서 수집한 정보를 더해, 진료 사이에 나타나는 변화를 파악하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스페인 남부에 위치한 안달루시아 지역의 주정부에서는 이러한 원격 모니터링을 통해 상태 악화를 조기에 발견하고, 불필요한 이동을 줄이며, 재택 환자관리의 연속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디지털 의료 서비스에 대한 투자로 재택 환자관리 기반 확충

스페인 정부는 디지털 기반 의료서비스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국가보건시스템 지능형 디지털서비스 개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디지털전환·공공행정부 산하 공공기관인 Red.es와 보건부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이 프로그램은 2024년 9월 시작됐으며, 2029년 12월까지 추진될 예정이다. 총예산은 2억 2300만 유로 규모로, 유럽지역개발기금(FEDER)과 보건부 재원을 활용한다.

주요 지원 분야는 만성질환 환자의 원격 모니터링과 원격돌봄, 보건 분야 데이터 분석 및 인공지능 활용 등이다. 환자가 집에서도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의료진의 관리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의료진의 진단과 환자관리를 지원하는 디지털 기술의 개발·도입을 추진한다. 각 자치주에서 개발한 디지털 의료 솔루션은 다른 자치주의 공공의료기관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러한 지원은 중앙정부와 각 자치주 간 협약을 통해 이뤄진다. 스페인은 각 자치주가 공공의료서비스를 운영하므로, 재택 환자관리 서비스의 도입도 지역별 의료 수요와 운영 여건에 맞춰 추진된다. 이에 따라 원격 환자 모니터링이 어떤 환자에게 적용되고, 어떤 의료기기와 시스템을 필요로 하는지는 각 자치주의 사업 사례에서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자치주별 환자 원격 모니터링 사업 사례

스페인 북부 아스투리아스 주정부는 2026년 6월 심부전 환자를 위한 원격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총사업 예산은 220만 유로로, EU 회복·복원력 기금(MRR)을 통해 조달된다. 첫 단계에서는 지역 내 환자 300명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점차 지역 전체로 도입을 확대할 계획이다. 서비스 이용 환자에게는 체중계, 혈압계, 산소포화도 측정기와 태블릿으로 구성된 기기 묶음이 제공된다. 환자가 매일 측정한 건강 데이터는 주정부 의료 시스템에 자동으로 전송되며, 의료진은 이를 바탕으로 환자의 상태 변화를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 환자도 주정부 의료 플랫폼인 ‘미 아스투르살루드(Mi Astursalud)’에서 자신의 건강 데이터를 확인하고 의료진의 안내를 받을 수 있다. 또한 기기에 SIM 카드를 내장해 가정에 인터넷이 설치돼 있지 않은 환자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스페인 남부 지역에 위치한 안달루시아 지역의 주정부는 2025년 4월 코르도바 시민들을 대상으로 원격 환자 모니터링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같은 해 7월부터 안달루시아 전역으로 확대하기 시작했다. 해당 서비스는 심부전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을 앓는 만성질환 환자 중 건강 상태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서비스 대상 환자에게는 체중계, 혈압계, 산소포화도 측정기와 안달루시아 공공의료 서비스 앱이 설치된 태블릿을 제공한다. 환자가 집에서 측정한 건강 데이터는 앱에 자동으로 전송되며, 의료진은 이를 확인해 환자의 상태 변화를 살펴본다. 상태가 악화되는 징후가 나타나면 의료진에게 알림을 보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다. 안달루시아 주정부에 따르면 2026년 1월부터 7월 말까지 관리한 원격 모니터링 사례는 1,694건으로, 도입 초기보다 서비스 이용 규모가 4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확인된다.

스페인의 수도인 마드리드주에서도 환자가 집에서 측정한 정보를 의료진이 확인할 수 있도록 병원용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마드리드주정부는 지역 내 공립 대학병원(Ramón y Cajal)의 심장내과 환자의 원격 관리를 위한 ‘모니토리사(Monitoriz@)’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2026년 3월 현지 IT기업인 인드라(Indra)와 약 95만 유로의 시스템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사업은 의료진이 집에 있는 환자의 정보를 확인하고 경과를 살펴보는 업무 화면을 개발하는 것이 주 목적이다. 또한, 마드리드주정부는 집에서 입원 치료를 받는 환자를 위한 ‘페르소날리사(Personaliz@)’ 사업도 추진 중이다.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병원 대신 집에서 치료를 이어가는 환자의 상태를 원격으로 확인하는 서비스로, 2026년 6월 현지 의료기기 기업인 메드트로닉 이베리카(Medtronic Ibérica)와 290만 유로의 시스템 구축 계약을 체결했다. 아울러 주정부는 만성질환 환자의 건강 데이터에서 이상 징후를 조기에 찾아내는 인공지능 사업인 ‘크론 IA(CRON-IA)’도 추진할 계획이다.

전망 및 시사점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스페인의 원격 환자 모니터링은 중앙정부의 디지털 의료 지원과 자치주별 사업을 바탕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아스투리아스에서는 심부전 환자, 안달루시아에서는 복합 만성질환자, 마드리드에서는 심장질환자와 자택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를 감안해 볼 때, 앞으로 더 많은 지역에서 유사한 원격 모니터링 서비스 개발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감안하면 우리 기업이 검토할 수 있는 품목으로는 혈압계, 산소포화도 측정기, 의료용 체중계 등이 있다. 이들 기기는 앞서 살펴본 아스투리아스와 안달루시아의 원격 모니터링 사업에서 공통으로 제공하고 있다. 환자가 집에서 직접 사용하는 만큼 스페인어 안내 기능과 측정 정확도는 물론, 화면의 가독성과 조작 편의성도 중요하다. 측정값을 자동으로 전송할 수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가정에 인터넷이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에서는 SIM 카드 등을 통한 통신 기능이 필요할 수 있다.

기기에서 수집한 정보를 의료진에게 전달하는 소프트웨어도 공급 대상이다. 환자용 앱과 의료진용 환자관리 화면, 이상 징후 알림 기능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제품을 공급하려면 현지 의료기관의 기존 시스템과 데이터를 연계할 수 있어야 한다. 설치와 사용 교육, 고장 대응, 기기 교체 등 공급 이후의 지원 범위도 함께 정해야 한다. 여러 기기와 소프트웨어를 묶어 도입하는 사업에서는 개별 제품 가격뿐 아니라 통신비와 유지관리비를 포함한 전체 비용이 검토 대상이 된다.

우리 기업이 이들 제품으로 스페인 공공의료시장에 진출하려면 현지 의료기기 수입·유통기업이나 환자관리 시스템 구축기업과 협력해 공급하는 방식을 우선 검토할 수 있다. 자치주별 사업 내용과 입찰 절차를 파악하고, 의료기관의 요구사항이나 기기 설치·유지관리 요청에 신속히 대응하는 데 현지 파트너의 경험이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현지 사업을 직접 수행할 역량과 인력을 갖춘 기업이라면 스페인에 판매법인을 설립해 입찰에 참여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스페인에서 의료용 진단기기를 유통하는 A사 관계자는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스페인의 원격 환자 모니터링 시장은 아직 형성 단계로,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이 뚜렷하지 않다”며 “사용하기 편리하고 기술력과 품질, 가격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라면 중장기적으로 성장할 여지가 있다”고 응답하였다.

규제 요건도 제품별로 점검해야 한다. 혈압계 등 의료기기는 EU 의료기기 규정(MDR)에 따른 적합성 평가와 CE 표시를 확인해야 하며, 혈당측정기 등 체외진단 의료기기에는 별도의 규정(IVDR)이 적용된다. 소프트웨어도 사용 목적과 기능에 따라 의료기기에 해당할 수 있다. 아울러 스페인 내 수입업자에게 적용되는 요건과 현지 공급 체계도 파트너와 확인해야 한다.

환자의 건강정보를 다루는 제품이라면 개인정보 보호와 정보보안도 중요하다. 의료기관 및 현지 파트너와 데이터의 저장·전송 방식, 접근 권한, 보안 책임을 협의해야 한다. 우리 기업은 기기의 성능뿐 아니라 현지 의료진이 제품을 업무에 활용하는 방식과 공급 이후의 지원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자치주별 사업에 맞는 공급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

자료원: 스페인 통계청(INE), 디지털전환·공공행정부, 아스투리아스주정부, 안달루시아주정부, 마드리드주정부, 스페인 의약품·의료기기청(AEMPS), 의료용 진단기기 유통기업 A사 인터뷰, 현지 언론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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