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외국인투자 동향과 제도 개편 배경

스페인은 유럽연합(EU) 단일시장에 속해 있으며 유럽과 중남미를 연결하는 사업 거점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 외국기업의 투자 대상국으로 꾸준히 주목받고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고 자동차, 항공우주, 바이오·의료, 정보통신 등 다양한 산업 기반을 갖춘 점도 강점이다. 스페인 산업관광부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스페인에 유입된 외국인직접투자액은 약 124.5억 유로로 전년 동기 대비 31.2% 증가했다. 특히 공장이나 연구시설 등을 새로 설립하는 그린필드 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했다.

최근 스페인 정부는 대규모·전략적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보조금 등 금전적 지원뿐 아니라 복잡한 인허가 절차와 전력망 접속 지연 등 투자 과정에서 발생하는 행정적 장벽도 완화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스페인은 중앙정부와 17개 자치주, 지방자치단체가 산업·환경·도시계획 관련 권한을 나눠 갖고 있어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여러 기관의 승인과 협의가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스페인 정부는 2026년 9월 왕령 제731/2026호를 통해 국가 전략적 투자 프로젝트의 지정 기준과 절차를 마련했다. 이와 함께 지정학적 갈등과 핵심기술 보호 필요성이 커짐에 따라 외국인투자 심사제도 개편에도 착수했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산업투자는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한편, 경제안보와 관련된 외국인투자는 보다 면밀하게 심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략적 투자 프로젝트의 대상과 평가 기준

국가 전략적 투자 프로젝트는 스페인의 기술·과학·산업 생산역량을 높이고 공공·사회·환경·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투자사업을 의미한다. 스페인 기업뿐 아니라 외국기업도 신청할 수 있으며, 신규 투자와 기존 시설 확대, 재투자, 민관협력사업 등이 대상이 될 수 있다. 사업에 필요한 기반시설과 네트워크 구축도 프로젝트 범위에 포함할 수 있다. 반면 스페인 기업의 주식이나 지분을 인수하는 거래, 단순 증자, 합병·분할 등 기업 구조 변경은 전략적 투자 프로젝트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따라서 스페인 기업 인수를 추진하는 외국기업은 전략적 프로젝트 지정이 아닌 외국인투자 심사 대상 여부를 우선 확인해야 한다.

프로젝트 지정 과정에서는 먼저 투자 규모와 고용 창출 효과를 평가한다. 국가 또는 지역경제에서 의미 있는 규모의 투자인지, 고급인력이나 대규모 고용을 창출하는지, 기존 산업 일자리를 유지하거나 근로자의 재교육에 기여하는지 등이 주요 기준이다.

이와 함께 다음과 같은 요소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 핵심기술 개발과 디지털 전환에 기여하는지

- 연구개발과 산업재산권 창출 가능성이 있는지

- 핵심 소재·부품과 필수 투입재의 공급 안정에 기여하는지

- 스페인과 EU의 전략적 자율성 및 경제안보에 도움이 되는지

- 현지 산업생태계와 가치사슬 형성에 기여하는지

- 지역경제와 국토 균형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지

- 에너지·자원 효율성과 탄소중립에 기여하는지

- 근로자 교육, 재교육 및 성평등 계획을 갖추고 있는지


일정 규모 이상의 투자와 고용 창출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지만, 독창성이 높은 핵심기술 또는 연구개발 프로젝트는 투자액과 고용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더라도 전략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최소 연구개발 투자액과 전문인력 채용계획 등을 제시해야 한다. 신청 기업은 세금과 사회보장 부담금을 정상적으로 납부하고 있어야 하며, 공공기관에 대한 미납채무나 지급불능 문제가 없어야 한다. 사업계획을 실제로 추진할 수 있는 기술적·재무적 역량도 입증해야 한다.

신청 절차와 지정 시 지원

기업은 정부가 지정하는 전자창구를 통해 신청서와 사업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지정 절차는 예비 지정과 최종 지정의 두 단계로 진행된다.

먼저 전략적 투자위원회(Comité de Inversiones Estratégicas)가 투자 규모, 고용 창출 효과, 기술적 가치 등을 검토해 예비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예비 지정 기한은 신청일부터 1개월이다. 다만 예비 지정은 프로젝트가 최종평가를 받을 자격이 있다는 의미로, 이 단계에서는 인센티브나 행정상 혜택이 부여되지 않는다.

예비 지정을 받은 기업은 투자 일정, 자금조달 계획, 고용 효과, 환경·사회적 영향, 정부에 요청하는 지원조치 등을 담은 세부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투자 예정 지역의 자치주 정부도 프로젝트에 관한 의견을 제시한다. 최종 지정은 전략적 투자위원회의 제안에 따라 스페인 정부 경제업무위원회(Comisión Delegada del Gobierno para Asuntos Económicos)가 결정하며, 전체 처리기한은 최초 신청일부터 최대 3개월이다.

외국인투자 사전승인이 필요한 사업은 전략적 투자 프로젝트로 최종 지정되기 전에 해당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전략적 프로젝트 지정이 외국인투자 승인이나 산업·환경·건축 관련 인허가를 대신하지는 않는다는 의미이다.

최종 지정된 프로젝트에는 다음과 같은 지원조치가 적용될 수 있다.

- 사업 관련 인허가 절차의 우선 처리 및 신속 심사

- 전력·용수·교통 등 사업에 필요한 기반시설 연결 지원

- 산업용 전력 수요 프로젝트의 전력망 접속 우선 처리 및 일정 기간 접속용량 확보

- 특정 보조금과 공공기금 신청절차 신속화 및 지역투자 인센티브 우선 심사

- 중앙정부·자치주·지방자치단체 간 인허가 절차 조정

- 프로젝트 전담 부서 지정 및 사업기간 전반에 걸친 행정 지원


이 가운데 전력망 관련 지원은 대규모 공장 등 전력 사용량이 많은 사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전략적 프로젝트로 지정된 산업용 전력 수요 사업은 다른 일반 사업보다 전력망 접속 심사에서 우선순위를 받을 수 있으며, 필요한 접속용량을 일정 기간 확보하는 조치도 적용될 수 있다.

다만 지원내용은 프로젝트별로 결정된다. 기업이 필요한 지원조치를 제시하면 전략적 투자위원회가 필요성과 실현 가능성을 검토하고, 실제 적용할 지원내용을 최종 지정 결정문에 명시한다. 따라서 전략적 프로젝트로 지정되더라도 보조금 지급이나 각종 인허가 승인이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투자 심사제도 개편 방향

스페인 정부는 2026년 9월 외국인투자 관련 법률 개정을 위한 의견수렴에 착수했다. 이번 개편은 EU의 새로운 외국인투자 심사 규정에 맞춰 심사 대상과 절차를 보다 명확하게 정비하는 데 목적이 있다.

첫째, 한시적으로 운영해 온 일부 EU·EFTA 역내 투자 심사를 상시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스페인은 비EU·EFTA 투자뿐 아니라 EU·EFTA 투자자가 민감 업종의 스페인 상장기업에 투자하거나 5억 유로를 초과하는 투자를 하는 경우에도 사전승인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한시적으로 도입된 이 제도를 정식 심사제도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둘째, 사전승인을 받아야 하는 투자자와 업종의 범위를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할 방침이다. 기존 법률에는 핵심 인프라, 핵심기술, 필수 원자재, 민감정보, 언론 등이 심사 대상 분야로 규정돼 있으나, 실제 사업이 어느 분야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었다. 정부는 개편을 통해 어떤 투자자와 사업이 심사 대상에 포함되는지를 보다 명확하게 제시할 계획이다.

셋째, 투자 승인 이후의 절차와 제재 기준을 정비할 예정이다. 사업 일정이 지연돼 승인 유효기간을 연장해야 할 경우 적용되는 절차를 마련하고, 사전승인을 받지 않거나 승인 조건을 이행하지 않은 투자에 대한 조사와 제재 절차도 구체화할 방침이다. 외국인투자 신고와 연례보고 의무, 이를 위반했을 때의 제재 기준도 함께 정비할 예정이다.

다만 이번 개편은 의견수렴 단계로, 심사 대상 업종과 투자자 범위 등 구체적인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다. 따라서 스페인 진출을 검토하는 기업은 향후 공개될 법률안과 시행령의 내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우리 기업에게 주는 시사점

스페인의 이번 제도 개편은 전략성이 높은 투자는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한편, 국가안보와 경제안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외국인투자는 더욱 면밀하게 심사하겠다는 방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우리 기업도 투자 형태와 업종에 맞춰 전략적 프로젝트 지정과 외국인투자 승인 여부를 구분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생산시설이나 연구개발 거점을 신설·확대하려는 기업은 국가 전략적 투자 프로젝트 지정을 활용할 수 있다. 반도체, 배터리, 재생에너지, 방산, 바이오·의료, 첨단소재 등 스페인과 EU가 중점적으로 육성하는 분야는 프로젝트의 전략적 가치를 설명하는 데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다만 투자 규모만으로 전략성을 인정받기는 어렵다. 현지 연구개발, 전문인력 채용, 스페인 협력기업과의 공급망 구축, 핵심 부품의 현지 생산, 근로자 교육 등을 사업계획에 구체적으로 포함해야 한다. 투자액과 고용인원, 연구개발비, 온실가스 감축 효과 등 경제·사회적 기여도도 가능한 한 수치로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지 선정 단계에서는 전력망 접속과 지방정부 인허가 가능성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전략적 프로젝트로 지정되면 전력망 접속과 행정절차에서 우선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전력망이 포화된 지역에서는 필요한 전력용량을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 또한 전략적 프로젝트로 지정되더라도 자치주와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는 환경·도시계획·건축 관련 인허가는 별도로 받아야 한다. 따라서 중앙정부뿐 아니라 투자 예정 지역의 자치주 및 지방자치단체와도 사업 초기부터 협의할 필요가 있다.

그 밖에, 스페인 기업의 지분을 인수하는 투자는 전략적 투자 프로젝트의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인수 대상 기업이 핵심기술이나 인프라 관련 사업을 영위한다면 외국인투자 사전승인이 필요할 수 있다. 이 경우 투자계약서에 정부 승인 취득을 거래 완료의 선행조건으로 반영하고, 심사기간을 고려해 전체 거래일정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료: 스페인 경제통상기업부, 스페인 산업관광부, 스페인 관보(BOE), 유럽연합 및 현지 언론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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