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의료기기 산업, 높은 기술력과 개방적인 시장환경

유럽 의료기술산업협회(MedTech Europe)가 2025년 9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독일은 2024년 기준 유럽 의료기기 시장의 25.2%를 차지하는 유럽 최대 시장으로, 글로벌 의료기기 산업의 주요 생산∙연구개발 거점이다. 최근 독일 의료기기 산업에서는 개별 장비의 성능 향상을 넘어 의료데이터 활용과 연결성, 원격 모니터링, 정밀진단과 자동화 등으로 기술혁신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의료기기의 역할도 단독으로 작동하는 장비에서 환자와 의료진, 의료 정보를 연결하는 수단으로 확대되고 있다.

독일 광학·포토닉스·분석·의료기술산업협회(SPECTARIS)가 발간한 연감(2025년 10월 기준)을 보면, 2024년 독일의 종사자 20인 이상 의료기기 제조기업 매출은 약 414억 유로로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 이 가운데 독일 내 매출은 약 132억 유로, 해외 매출은 약 282억 유로로 전체 매출의 68.1%를 차지해 독일 의료기기 산업의 높은 수출 비중을 보여준다.

(단위: 십억 유로)

[자료: SPECTARIS(2025.10.)]

독일에는 지멘스 헬시니어스(Siemens Healthineers), 프레제니우스 메디컬 케어(Fresenius Medical Care), 비브라운(B. Braun), 드래거(Dräger) 등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과 혁신 역량을 갖춘 중견∙중소기업인 ‘미텔슈탄트(Mittelstand)’가 폭넓게 자리 잡고 있다. SPECTARIS에 따르면, 2024년 독일의 종사자 20인 이상 의료기기 제조기업은 1508개사로 약 16만 6000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이와 별도로 종사자 20인 미만의 소규모 기업도 약 9500개사에 달해 약 9만 6000명을 고용하고 있다.

또한 독일 의료기기 산업은 높은 연구개발 투자와 활발한 특허 활동을 바탕으로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독일 의료기술산업협회 연구소(BVMed-Institut)에 따르면, 독일 의료기기 기업들은 평균적으로 매출의 약 8%를 연구개발에 투자하며, 신기술 연구·개발과 특허화에 연간 30억 유로 이상을 투입하고 있다. 의료기술 분야에서는 진단·수술기구, 체내 물질 주입장치, 보철·이식 관련 기술 등을 중심으로 특허 출원이 활발하며, 의료 정보통신기술 분야의 특허도 확대되는 추세다.

독일 의료기기 시장에서는 법정건강보험(GKV)의 재정 압박과 수가 정책 변화도 기업의 사업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독일 정부가 의료비 지출 억제와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독일 의료기기 업계 관계자는 KOTRA 프랑크푸르트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의료기기 시장은 보험수가 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는데, 최근 외래진료 수가체계인 EBM(Einheitlicher Bewertungsmaßstab)을 둘러싼 정책 변화로 시장 여건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한정된 시장을 둘러싼 기업 간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어 업계에서도 변화된 시장환경에 맞춰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의료데이터 연결과 재택∙원격의료 확산으로 디지털화 가속

한편, 독일 의료기기 시장에서는 의료데이터의 디지털화와 연결성 강화가 주요 변화로 나타나고 있다. 독일은 전자의무기록(ePA)을 중심으로 환자의 진료·처방·검사 정보를 의료기관 간에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의료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2025년 10월부터 병원과 의원 등 의료기관의 ePA 사용이 의무화되면서 의료기기도 단순히 진단·치료 기능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병원 정보시스템과 데이터를 원활하게 주고받을 수 있는 연결성과 상호운용성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의료기기와 병원 정보시스템 간 인터페이스와 데이터 표준화, 환자정보를 안전하게 처리하기 위한 사이버보안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의료데이터의 활용 범위도 연구와 의료기술 개발로 확대되고 있다. 독일 연방내각은 2026년 7월 보건의료 데이터 및 디지털 혁신법안(GeDIG)을 의결해 전자의무기록과 보건의료 데이터의 활용 확대 및 의료 IT 시스템 간 상호운용성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의료기기와 체외진단기기(IVD), 인공지능 시스템의 개발·시험·평가에 보건의료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다만 해당 법안은 현재 연방의회 입법절차가 진행 중이다.

의료서비스가 병원에서 외래와 자택으로 확대되는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 독일 연방통계청(Destatis)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요양이 필요한 약 570만 명 가운데 86%가 자택에서 돌봄을 받고 있다. 제도 측면에서도 고령화와 의료인력 부족에 대응해 입원 중심의 의료서비스를 외래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독일은 2024년부터 특정 수술·시술에 대해 외래와 입원 여부와 관계없이 동일한 수가를 적용하는 ‘하이브리드 DRG(Hybrid-DRG)’ 제도*를 도입했으며, 적용 시술코드(OPS)는 2025년 583개에서 2026년 904개로 확대됐다.

* 주: 하이브리드 DRG(Diagnosis Related Groups) 제도는 입원과 외래 진료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의료비 보상제도로, 불필요한 입원을 줄이고 외래 진료를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탈장∙충수∙담낭 수술과 혈관 시술, 골절 수술 등이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이러한 의료환경의 변화에 따라 병원 내 고정형 장비뿐 아니라 환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원격 모니터링 기기와 착용형 의료기, 필요한 장소로 이동해 사용할 수 있는 휴대용·이동형 의료기기의 활용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독일 의료기기 기업 드래거(Dräger)가 2026년 3월 공개한 이동형 환자 모니터링 기기 ‘Vista T100’은 심전도, 호흡수, 산소포화도, 맥박, 체온, 혈압 등 주요 생체정보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환자가 병동 내에서 이동하는 동안에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또한 무선 근거리 통신망(WLAN)을 통해 병원 네트워크와 중앙 모니터링 시스템에 연결되며, 의료정보 교환 표준(HL7)을 활용해 측정된 환자정보를 전자의무기록으로 자동 전송할 수 있다.

이처럼 독일 의료기기 시장에서는 개별 장비의 성능뿐 아니라 의료정보시스템과의 연계, 의료진의 업무 효율화, 다양한 진료환경에서의 활용 편의성 등이 제품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정밀의료 확산으로 고도화되는 진단기술

독일에서는 디지털 의료 인프라의 확대와 함께 환자의 유전적·분자적 특성을 바탕으로 질환을 보다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정밀의료도 확대되고 있다. 독일 정부는 2024년부터 희귀질환과 암 환자를 대상으로 유전체 정보를 진료에 활용하는 국가 유전체 분석 시범사업(Modellvorhaben Genomsequenzierung)을 추진하고 있으며, 2026년 7월까지 약 2만 5000건의 유전체 분석 데이터가 구축됐다. 이러한 의료데이터의 축적과 활용 확대는 질환을 세분화하고 환자별 특성에 맞는 치료법을 선택하기 위한 정밀진단 기술의 중요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암 진단 분야에서는 혈액 같은 체액 속에 존재하는 암 세포나 관련 유전자 등의 생체 지표(바이오마커)를 분석하는 액체생검(Liquid Biopsy)의 연구와 임상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조직을 직접 채취하는 기존 생검에 비해 환자의 부담이 적고 반복 검사가 가능해 질환의 조기 발견뿐 아니라 치료 반응과 재발 여부 등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독일에서도 일부 폐암 관련 검사에 보험이 적용되고 있으며,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정밀진단 기술의 발전은 최종 검사장비뿐 아니라 검사 전 단계에서 필요한 시료 전처리와 분석 자동화 기술에 대한 수요로도 이어지고 있다. 혈액 등에서 분석 대상 물질을 정확하게 분리·정제하는 기술은 검사 결과의 정확성과 재현성을 좌우하는 요소로, 엑소좀(Exosome) 등 세포외소포를 활용한 진단 연구에서도 관련 기술 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엑소좀 분리·분석 분야는 아직 대학·연구기관을 중심으로 활용되는 단계인 만큼, 상용화와 임상 적용을 위한 성능 검증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EU 규제 간소화에 따른 대응 강화 필요

EU에서는 의료기기 기업의 인증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의료기기규정(MDR)과 체외진단의료기기규정(IVDR) 개선이 추진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2025년 12월 인증 절차와 행정부담을 간소화하고 절차의 디지털화를 확대하는 내용의 MDR·IVDR 개정안을 제안했다. 다만 개정안은 현재 EU 입법절차가 진행 중이어서 기존 MDR·IVDR에 따른 인증 요건은 계속 적용된다.

새롭게 적용되는 등록 의무에도 대응이 필요하다. 2026년 5월 28일부터 유럽 의료기기 데이터베이스(EUDAMED)의 사업자 등록, UDI·제품 등록, 인증기관·인증서 및 시장감시 등 4개 모듈의 사용이 의무화됐다. 이에 따라 EU 시장에 진출하는 국내 의료기기 기업도 CE 인증과 함께 관련 사업자와 제품·인증정보의 EUDAMED 등록 등 변화된 관리체계에 대응해야 한다.

한편, EU가 추진 중인 과불화화합물(PFAS) 포괄 제한도 의료기기 업계가 주시해야 할 규제 이슈다. 독일·덴마크·네덜란드·노르웨이·스웨덴이 공동으로 제안한 PFAS 포괄 제한안에 대해 유럽화학물질청(ECHA)의 위해성평가위원회(RAC)는 2026년 3월 EU 차원의 제한이 필요하다는 최종 의견을 냈으며, 사회경제성분석위원회(SEAC)의 평가가 진행 중이다. 아직 최종 규제가 확정된 단계는 아닌 만큼, 관련 기업은 제품과 생산공정에서 PFAS 사용 여부와 대체 가능성을 점검하고 향후 규제 진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독일 시장에서는 이러한 EU 차원의 규제 변화와 함께 실제 의료현장에서 요구되는 제품 특성도 중요해지고 있다. 의료기기 자체의 성능뿐 아니라 이동성과 사용 편의성, 기존 의료정보시스템과의 연계, 검사·진료 과정의 효율성 등이 제품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제품 유형과 사용 환경에 따라 현지 의료기관이나 연구기관을 통한 성능 검증과 전문 유통·협력 파트너와의 협업도 독일 시장 진출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MEDICA 전시회 활용을 통한 독일 시장 진출 기반 강화

독일 의료기기 시장에서는 의료데이터의 활용과 연결성을 높이는 디지털화가 진행되는 한편, 정밀의료 확산과 함께 진단·분석 기술도 고도화되고 있다. 동시에 MDR·IVDR 개선 논의와 EUDAMED 의무화 등 EU 의료기기 규제체계도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독일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변화하는 의료환경에 부합하는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관련 규제에 지속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독일 의료기기 시장의 최신 기술과 수요를 파악하고 현지 파트너를 발굴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전시회로는 MEDICA가 있다. MEDICA 2026은 11월 16일부터 19일까지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개최되며, 영상·진단 의료기기와 병원설비, 실험실 장비, 의료 IT 시스템 및 솔루션, 재활·정형외과 기기 등 의료기술 전반이 소개될 예정이다. 의료기기 부품·소재 전문 전시회인 COMPAMED도 같은 기간 함께 개최된다.

올해 MEDICA는 ‘혁신에서 실제 적용으로(From innovation to implementation)’를 방향으로 제시하고, 신기술 자체보다 실제 의료현장에서의 활용과 구체적인 의료 수요에 초점을 맞춘다. 착용형 의료기기 분야에서는 환자의 생체정보를 디지털 방식으로 측정∙분석하는 디지털 바이오마커와 피부 등에 부착해 건강상태를 측정하는 스마트 패치, AI 기반 원격 모니터링 등 임상 활용 기술이 소개된다. 새롭게 개편된 ‘미래 병원(Hospital of the Future)’ 특별전에서는 환자의 진료 전 과정을 연결한 의료환경과 관련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올해 처음 개최되는 ‘독일 보건의료 회복탄력성 콘퍼런스(German Health Resilience Conference)’에서는 사이버 공격과 재난, 공급망 불안 등에 대응해 의료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이는 방안도 다룬다.

KOTRA는 지난해 MEDICA와 연계해 국내 의료기기 기업 41개사가 참가한 ‘K-MediTech Day’를 개최하고 수출상담회와 유럽 인증 컨설팅 등을 지원했다. 올해도 MEDICA 2026과 연계해 국내 의료기기 기업 약 36개사가 참가하는 ‘K-MediTech Day’를 개최하고 독일 및 유럽 바이어와의 상담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독일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국내 기업에는 MEDICA가 현지 의료기기 시장의 기술과 수요 변화를 확인하고 유통·협력 파트너를 발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시회명

독일 뒤셀도르프 의료기기 전시회

일시 및 장소

2026년 11월 16~19일 (총 4일)

독일 뒤셀도르프 전시장 (Messe Düsseldorf)

개최 규모

72개국 4,821개 기업(기관) 참가 예정

전시 분야

영상 및 진단 의료기기, 병원설비, 실험실 장비, 실험용품, IT 시스템 및 솔루션, 물리치료 및 정형외과 기기, 의료 소모품 등

주관기관

Messe Düsseldorf

공식 홈페이지

https://www.medica-tradefair.com/

[자료: 전시회 홈페이지]


자료: MedTech Europe, SPECTARIS, BVMed-Institut, 독일 연방보건부(BMG), 독일 연방의약품의료기기청(BfArM), 독일 연방통계청(Destatis), 독일연방보험의사협회(KBV), EU 집행위원회, MEDICA, Statista, Dräger, 의료기기 기업 홈페이지, 관계자 인터뷰 및 KOTRA 자체정보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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