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자원 투입과 폐기물 발생을 줄이고 자원을 경제활동 안에서 순환시키는 '순환경제(Circular Economy)'로의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기존의 대량생산 및 대량소비에서 대량폐기로 이어지는 선형경제에서 벗어나 자원의 효율적이고 순환적인 이용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3R(Reduce, Reuse, Recycle)이 폐기물 감축 등 환경 활동에 무게를 두었다면, 순환경제는 제품의 설계 및 생산 단계부터 재이용과 재생원료 활용을 고려하고 이를 새로운 산업과 부가가치 창출로 연결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 정부는 순환경제 국내 시장규모가 2050년 120조 엔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 KOTRA 후쿠오카무역관 번역 및 재구성
[자료: 일본 경제산업성 자원에너지청]
이러한 변화 속에서 플라스틱은 주요 순환자원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에서는 그동안 폐플라스틱을 회수·재활용해 다시 제품의 원료로 활용하는 자원순환이 확대돼 왔다. 대표적으로 사용한 PET병을 다시 PET병 원료로 활용하는 ‘Bottle to Bottle’ 방식과 더불어 식품용기와 물류용 팔레트 등에서도 재생 플라스틱이 활용되고 있다. 특히 전국청량음료연합회는 2030년까지 사용 후 PET병을 다시 PET병으로 재생하는 Bottle to Bottle 비율을 50% 이상으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제시하는 등 민간에서도 재생 플라스틱의 활용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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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일본 전국청량음료연합회]
일본 재생 플라스틱 시장 현황
야노경제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2025년 일본 국내 재생 플라스틱 수요량은 약 59만6000톤으로 추산된다. 여기에는 폐플라스틱을 분리, 파쇄, 세척하여 다시 원료로 사용하는 마테리얼 리사이클(MR)과 폐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분해해 원료, 모노머 등으로 되돌리는 케미컬 리사이클(CR)이 모두 포함된다.
용도별로는 음료용 PET병이 약 26만 톤, 식품용기가 약 16만 톤으로 두 분야만 합쳐 전체 수요의 약 70%를 차지한다. 그 외에는 물류용 팔레트가 약 6만 톤, 자동차 약 4만 톤, 가전제품 약 3만 톤, 기타 약 3만 톤으로 추산된다. 즉 일본의 재생 플라스틱 시장은 PET병이나 식품용기, 팔레트 등이 중심인 것을 알 수 있다.

주: KOTRA 후쿠오카무역관 번역 및 재구성
[자료: 야노경제연구소]
재생 플라스틱도 '양에서 질로', 고품질 재생재 확보 나선 일본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시장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단순히 폐플라스틱의 재활용량을 늘리는 것을 넘어 자동차나 가전 등 높은 품질을 요구하는 산업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재생 플라스틱을 확보하는 것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와 가전제품에 재생 플라스틱을 적용하려면 보다 엄격한 품질관리가 필요하다. 서로 다른 종류의 플라스틱이나 이물질이 섞일 경우 물성과 내구성 등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어려워 적용할 수 있는 제품이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폐플라스틱의 선별·세척과 불순물 제거, 재생공정 고도화를 통한 품질 향상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도 재생 플라스틱의 양적 확대와 함께 품질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경제산업성은 자동차용 재생 플라스틱 시장 구축을 위한 액션플랜을 통해 2030년에는 연간 2만1000톤의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후 단계적으로 확대해 2041년 이후에는 연간 20만 톤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와 함께 재생재의 품질 향상과 편차 억제, 안정적인 공급 기반 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일본 정부는 2028년도부터 자동차 부품 등에 사용할 수 있는 고품질 재생 플라스틱 원료를 대상으로 별도의 입찰 체계를 신설해 3만 톤 규모로 시작하고, 2030년도에는 10만 톤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고품질 재생재 생산에 따른 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기존 재활용 방식과의 비용 차이를 보전하는 지원책도 검토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재생 플라스틱 활용 확대
정부의 움직임에 맞춰 자동차 업계에서도 재생 플라스틱 활용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현재 20~25% 수준인 차량의 재생재 사용 비율을 2030년 이후 출시하는 신형차에서 중량 기준 평균 30% 이상으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철과 알루미늄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부품에서도 재생재 적용을 확대하고 있으며, 폐차에서 회수한 플라스틱을 다시 자동차 소재로 활용하는 ‘Car to Car’ 재활용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도요타통상과 고지마산업이 출자한 재생 플라스틱 제조기업 PLANIC은 자동차 파쇄잔재(ASR)와 폐가전 등에서 회수한 플라스틱을 원료로 고품질 재생 플라스틱을 생산하고 있다. PLANIC이 생산한 재생 플라스틱은 실제 도요타의 ‘크라운 스포츠’ 부품에 적용된 데 이어, 신형 ‘RAV4’의 차체 하부 보호용 커버(언더커버)에도 채택되었다. 도요타는 이와 함께 차량 설계 단계부터 재활용을 고려하는 등 재생재 활용을 위한 체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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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 플라스틱 원료 |
[ASR 유래 재생 플라스틱 원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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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원료가 사용된 부품 |
[차체 하부 보호용 커버(언더커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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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차종 |
[모델명: RAV4] |
[자료: 일본경제신문]
고품질 재생 플라스틱을 위한 민간 투자도 확대
자동차 등으로 재생 플라스틱의 활용처가 확대되면서 품질 향상을 위한 민간기업의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오카야마시의 다이세이에콜로지는 약 8억 엔을 투자해 오카야마현 세토우치시에 폐플라스틱 전용 세척공장을 신설하고 2026년 7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폐플라스틱을 파쇄·세척해 불순물을 제거함으로써 기존의 재생 플라스틱보다 품질을 높이고 그 활용처를 확대하는 것이 목적이다.

[자료: 다이세이에콜로지 공식 사이트]
시사점
일본 정부가 재생 플라스틱의 공급 확대와 함께 자동차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고품질 재생재 확보를 추진하고, 민간에서도 세척·선별 등 품질 향상을 위한 투자가 이어지면서 일본 재생 플라스틱 시장의 품질 고도화 움직임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동차 등으로 적용 분야가 확대될수록 단순한 폐플라스틱 처리뿐만 아니라 불순물 제거와 품질 안정화 등 수요기업이 요구하는 수준의 재생재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과 설비의 중요성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다이세이에콜로지의 다카다 요시타카 사장은 “세척을 통해 품질이 크게 향상되면 일회용 제품 이외로도 용도를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중동 정세의 혼란으로 버진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기존에는 상대적으로 고가로 인식됐던 재생재도 가격 측면에서 매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일본 재생 플라스틱 시장 진출을 검토하는 우리 기업은 재생 플라스틱 자체뿐만 아니라 선별·세척 및 재생공정 관련 기술·설비 등 고품질 재생재 생산과 관련된 시장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재생재의 경쟁력이 품질뿐만 아니라 버진재와의 가격 차이에도 영향을 받는 만큼, 원료 가격 변화와 재생공정 비용 등 가격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동차나 가전 등으로 재생재 활용처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일본 수요기업이 요구하는 품질 수준과 용도별 요구사항에 대응할 수 있는 제품 및 기술 경쟁력 확보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자료: 야노경제연구소, 일본 경제산업성 자원에너지청, 일본경제신문, 일본 전국청량음료연합회, 각 기업 홈페이지, KOTRA 후쿠오카무역관 자료 종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