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가 이끄는 로봇 수요, 베트남도 빠르게 합류

세계 산업용 로봇 수요의 무게중심은 아시아에 있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2025년 아시아에 새로 설치된 산업용 로봇은 45만 7000대로 전년보다 약 14% 늘며 2015년 이후 가장 많았다. 같은 해 유럽의 신규 설치가 7만 3000대로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베트남도 이 흐름에 빠르게 올라타고 있다. IFR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베트남의 산업용 로봇 설치는 약 27% 늘어, 역내에서 매우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수입 통계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된다. 2025년 베트남의 산업용 로봇 수입액은 2억 달러를 넘어서며 최근 7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인건비 상승에 인력난까지, 자동화 셈법이 바뀐다

수요를 끌어올리는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인건비다. 베트남은 지역의 경제 여건에 따라 최저임금을 4개 지역으로 나눠 적용한다. 베트남 정부는 시행령 293/2025/ND-CP에 따라 2026년 1월 1일부터 지역별 최저임금을 평균 7.2% 인상했다. 하노이·호치민 등 대도시가 속한 1지역은 월 531만 동(약 207달러), 다낭 도심이 포함된 2지역은 월 473만 동(약 185달러)이다. 1지역 기준으로 보면 2022년 7월 468만 동에서 3년 반 사이 약 13.5% 오른 셈이다. 내무부(MOHA)는 2027년에도 평균 7.8% 추가 인상안을 내놓은 상태다.

사람을 구하는 일 자체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호치민시 고용서비스센터에 따르면 2025년 호치민 기업들의 구인 수요는 31만 3681개였지만 구직자는 19만 1790명에 그쳤다. 지원자 수만의 문제도 아니다. 기계 조작과 생산 공정에 익숙하고 교대 근무에 적응할 수 있는 인력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다낭도 사정이 비슷하다. 후에, 꽝응아이 등 인근 지역에 산업단지가 늘면서 고향 근처에서 일자리를 찾는 근로자가 많아졌고, 다낭으로 들어오는 노동력은 줄어드는 추세다. 다낭의 한 외국인투자 전자기업은 현지 인력만으로 수요를 채우지 못해 2026년 들어 인근 지역까지 채용 범위를 넓혔고, 그만큼 교통·숙소 지원 비용이 늘었다. 인력 확보가 어려운 섬유·의류 업계에서는 자동화와 로봇 도입을 서두르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인건비가 해마다 오르는 데다 필요한 인력을 제때 구하기도 어려워지면서, 생산 인력을 늘리는 것과 설비를 자동화하는 것 사이의 셈법이 달라지고 있다. 로봇 도입의 투자 회수 기간을 다시 따져보는 제조기업이 늘어나는 이유다.


베트남 지역별 월 최저임금 추이(1·2지역)>

(단위: 만 동)

적용 시점

1지역

2지역

2022.7.1.

468

416

2024.7.1.

496

441

2026.1.1.

531

473

[자료: 베트남 정부 시행령 38/2022/ND-CP, 74/2024/ND-CP, 293/2025/ND-CP]


로봇, 국가 전략기술로 지정

정책 환경도 우호적으로 바뀌었다. 베트남 정부는 2026년 4월 총리 결정 21/2026/QĐ-TTg를 공포하고 7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 결정은 로봇·자동화 기술을 국가 10대 전략기술 분야 가운데 하나로 지정하고, 자율이동로봇과 산업용 로봇을 이미 시장이 형성되어 경제에 직접 파급효과를 낼 수 있는 전략기술 제품으로 분류했다. 로봇이 국가 차원의 육성 대상으로 명시된 만큼 관련 연구개발과 현장 실증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 공장 넘어 식품·물류 현장으로

그동안 베트남에서 산업용 로봇은 주로 대형 외국인투자 전자기업의 조립·검사 라인에 집중되어 있었다. 최근에는 식품, 섬유, 정밀기계, 물류·전자상거래 기업은 물론 주방용품 같은 생활용품 제조 분야로도 관심이 넓어지는 모습이다. 금속 판재를 누르고 자르고 용접한 뒤 포장하는 공정이나, 창고 내 적재·운반처럼 반복적이면서 일정한 품질이 요구되는 작업일수록 로봇 도입 효과가 크다. 2026년 7월에는 산업용 로봇과 공장 자동화, 스마트 제조를 전문으로 다루는 전시회 'ROBOTEX 2026'이 새로 출범하기도 했다.

새로운 수요층의 진입 문턱을 낮추는 것은 협동로봇과 자율이동로봇(AMR)이다. 기존 산업용 로봇은 설비 가격이 높고 안전 방호 공간과 전문 엔지니어가 필요해 중소 제조기업에는 부담이 컸다. 반면 협동로봇은 사람 곁에서 작업하도록 설계되어 기존 공정 배치를 크게 바꾸지 않고도 일부 작업에 먼저 투입해 볼 수 있다. IFR은 2025년 세계 산업용 로봇 신규 설치 가운데 협동로봇 비중이 약 11%에 이른다고 밝혔다. 물류 분야에서는 스스로 경로를 판단해 물건을 옮기는 자율이동로봇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실제 도입을 검토하는 현장에서는 장비 가격 못지않게 운영과 사후 지원 여건을 꼼꼼히 따지는 분위기다. 다낭 소재 제조기업 J사 N매니저는 KOTRA 다낭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공정 라인은 갈수록 작업자를 구하기 어려워 로봇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제품 규격이 다양하고 주문에 따라 생산 품목이 자주 바뀌어 그때마다 설정을 바꿔야 하는데, 이를 맡을 기술 인력이 회사 안에 없다"며 "고장이 났을 때 인근에서 바로 대응해 줄 업체가 있을지도 걱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공정에 맞춰 시범 운영을 해보고 직원 교육과 유지보수까지 함께 맡아 줄 공급업체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도입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로봇 본체 공급을 넘어 설치, 교육, 유지보수까지 함께 제공하는 시스템통합(SI) 업체의 역할이 커지는 이유다.


수입 2억 달러 돌파, 최근 7년 중 최고치

베트남에서 쓰이는 산업용 로봇은 상당 부분 완제품 수입에 의존한다. 글로벌 무역통계(GTA)에 따르면 2025년 베트남의 산업용 로봇(HS 8479.50) 수입액은 2억 898만 달러로 전년 대비 53.8% 늘었다.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8586만 달러까지 줄었던 것과 비교하면 5년 새 두 배 이상 커졌다.

공급국 구성을 보면 동북아시아 국가들의 비중이 높다. 상위 3개국이 전체 수입의 약 88%를 차지했으며, 한국은 1278만 달러로 3위를 기록했다. 한국산 수입액은 2023년 950만 달러에서 2년 연속 늘었다. 덴마크, 독일, 오스트리아 등 유럽 국가들도 꾸준히 공급하고 있다.

베트남 산업용 로봇(HS 8479.50) 국가별 수입 동향>

(단위: US$ 천, %)

순위

국가

2023

2024

2025

2025 비중

전체

135,162

135,851

208,983

100.0

1

중국

70,277

76,586

130,012

62.2

2

일본

31,041

28,629

40,730

19.5

3

한국

9,500

12,092

12,783

6.1

4

대만

2,745

2,984

5,563

2.7

5

미국

1,340

38

4,089

2.0

6

독일

3,881

5,772

3,555

1.7

7

덴마크

1,857

1,232

1,388

0.7

8

태국

557

51

1,016

0.5

9

오스트리아

611

1,687

686

0.3

10

프랑스

31

477

458

0.2

[자료: Global Trade Atlas(2026.10.1.)]


글로벌 기업 일찍부터 진출… 중부 지역 협력도 시작

베트남 시장에는 글로벌 로봇 기업들이 일찍부터 자리를 잡았다. ABB는 1993년, 화낙(FANUC)은 2002년, 야스카와(YASKAWA)는 2010년 베트남에 진출해 현지 법인을 중심으로 판매와 기술 지원을 해왔다. 쿠카(KUKA)는 2018년 하노이와 호치민에 사무소를 열었고, 협동로봇 분야의 유니버설로봇(Universal Robot)은 2016년부터 현지 유통·시스템통합 업체를 통해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들의 거점은 대부분 북부 하노이·박닌과 남부 호치민에 몰려 있다. 그런 가운데 중부 지역에서도 변화가 시작됐다. 쿠카 베트남은 다낭과기대(다낭대학교 과학기술대학)와 손잡고 중부 지역 최초의 산업용 로봇·AI 연구·응용센터를 열었다. 쿠카는 2025~2030년 이 센터에 전문가를 파견하고 실습용 장비와 기술을 제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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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쿠카 베트남]


현지 기업들의 도전도 시작됐다. 베트남 최대 민간기업인 빈그룹은 2024년 말부터 산업용 로봇과 휴머노이드를 개발하는 자회사들을 잇달아 세웠다. 이 가운데 산업용 로봇을 맡은 빈로보틱스(VinRobotics)는 회사 측에 따르면 핵심 기술의 약 90%를 자체 확보했으며, 계열사인 빈패스트(VinFast)와 약 520억 동(약 203만 달러) 규모의 로봇 공급 계약을 맺었다. 휴머노이드 분야에서도 2025년 시제품을 공개한 데 이어 2026년 6월에는 미국 법인에 1275만 달러를 투자해 연구개발 거점을 마련하기로 했다. 아직 상용화 초기 단계지만, 현지 대기업이 로봇 개발에 직접 뛰어들면서 베트남의 로봇 생태계도 함께 넓어지는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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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빈그룹]


베트남 내 주요 글로벌 산업용 로봇 기업 진출 현황>

기업명

본사 소재국

진출 연도

진출 형태

비고

ABB

스위스

1993년

현지 법인

호치민(본사, 로봇·자동화 솔루션센터), 하노이(대표사무소), 박닌(로봇 기술·서비스센터)

화낙(FANUC)

일본

2002년

현지 법인

호치민(본사), 하노이(지점), 응에안(사무소)

야스카와(Yaskawa)

일본

2010년

현지 법인

호치민(본사), 하노이(기술센터), 박닌(사무소)

유니버설로봇 (Universal Robots)

덴마크

2016년

현지 파트너

하노이·호치민 소재 유통·시스템통합 업체를 통해 공급

쿠카(KUKA)

독일

2018년

현지 법인

하노이·호치민 사무소, 다낭과기대와 로봇·AI 연구센터 협력

[자료: 각 사 홈페이지 및 언론 보도 종합]


전망 및 시사점

인건비 상승과 인력난이 구조적인 흐름으로 굳어지고 정부의 육성 의지도 분명해진 만큼, 베트남의 산업용 로봇 수요는 당분간 확대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대형 전자기업 중심이던 수요가 중소 제조기업과 비전자 업종으로 넓어지는 과정에서, 작은 규모로 시작할 수 있는 자동화 솔루션의 기회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장이 커지는 만큼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일본과 유럽의 글로벌 로봇 기업들은 수십 년간 현지 거점을 다져왔고, 다양한 국가의 제품이 가격과 성능을 앞세워 시장에 들어오고 있다. 우리 기업으로서는 기술 신뢰성과 사후 지원 역량을 중심으로 차별화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새로 자동화에 나서는 현지 기업 상당수가 로봇 운영 경험이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지 시스템통합 업체와 협력해 설치부터 교육, 유지보수까지 연결된 형태로 접근하는 편이 유리할 수 있다. 아울러 인력난이 깊어지는 가운데 로봇 인력 양성 기반이 생기기 시작한 중부 지역도 중장기적으로 관심을 둘 만한 시장으로 판단된다.


자료: 베트남 정부, 베트남 내무부(MOHA), 호치민시 고용서비스센터, 국제로봇연맹(IFR), RMIT Vietnam, Global Trade Atlas, 현지 언론, 기업 홈페이지, KOTRA 다낭무역관 인터뷰 및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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