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롱제비티 테크(Longevity Tech) 시장이 새로운 성장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롱제비티 테크는 단순히 인간의 수명을 연장하는 기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한 상태로 생활할 수 있는 기간인 ‘건강수명(Healthspan)’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춘 기술과 서비스를 포괄한다. 웨어러블 기기, 건강 데이터 분석, 인공지능(AI), 혈액검사, 디지털 헬스케어 및 예방의료 서비스 등이 대표적인 분야다.
과거 롱제비티는 주로 바이오테크와 의학 연구 영역에서 다뤄졌으며, 고소득층이나 전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소비되는 분야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건강관리 기술이 소비자 시장으로 빠르게 확대되면서 일상생활에서 자신의 건강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관리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웨어러블 기기의 보급과 AI 기술의 발전으로 소비자가 직접 자신의 건강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서 롱제비티가 대중적인 소비자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측정에서 해석으로 변화하는 롱제비티 테크
롱제비티 테크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데이터의 단순 수집에서 데이터의 통합과 해석으로 시장이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초기 웨어러블 기기는 걸음 수, 심박수, 수면시간, 칼로리 소모량 등 특정 건강 지표를 측정하고 이를 사용자에게 보여주는 역할이 중심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수년간 축적된 생체 데이터에 혈액검사, 의료기록, 운동 및 식습관 등 다양한 정보를 결합해 개인의 건강 상태를 종합적으로 파악하려는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특히 AI의 발전은 이러한 변화를 가속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개인이 직접 수많은 건강 데이터를 해석하기는 어렵지만, AI를 활용하면 여러 데이터를 한꺼번에 분석하고 장기간의 변화와 패턴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롱제비티 테크 기업들은 새로운 센서 추가뿐 아니라 기존에 수집된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해 소비자에게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할 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Vogue Business는 이러한 변화를 ‘신체를 측정하는 단계에서 신체를 해석하는 단계’로의 이동으로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단순한 건강 수치보다 자신의 건강 상태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실제 생활에서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개인화된 정보를 요구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웨어러블 기기의 역할 확대
웨어러블 기기는 이러한 롱제비티 테크 생태계의 핵심적인 데이터 수집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스마트워치와 스마트링은 사용자가 별도의 검사를 받지 않아도 일상생활에서 지속적으로 생체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장기간의 데이터는 특정 시점에 실시하는 건강검진과 달리 개인의 평소 상태와 변화 추이를 파악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최근 기업들은 웨어러블 기기를 단순한 피트니스 제품이 아니라 개인 건강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수면이나 운동량을 기록하는 기능에서 나아가 혈압, 심혈관 건강, 스트레스, 회복 상태 및 생리적 연령 등 다양한 지표를 분석하고 있으며, 여기에 AI를 활용한 개인 맞춤형 조언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웨어러블 시장의 경쟁 기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에는 센서의 정확도, 배터리 수명, 디자인 등 하드웨어 사양이 주요 경쟁 요소였다면, 앞으로는 수집한 데이터를 얼마나 정확하게 분석하고 소비자가 실제 건강관리에 활용할 수 있는 정보로 전환하는지가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Oura와 WHOOP의 데이터 기반 건강관리 확대
Oura와 WHOOP은 이러한 시장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두 기업 모두 웨어러블 기기를 기반으로 성장했지만 최근에는 하드웨어 자체보다 소프트웨어, AI 및 건강 데이터 분석 기능을 확대하면서 개인 건강관리 플랫폼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Oura는 스마트링을 통해 수면, 심박수, 체온, 스트레스 및 회복 관련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수집해 왔다. 최근에는 Oura Advisor라는 AI 기능을 통해 사용자가 자신의 건강 데이터에 대해 질문하고 이에 대한 개인화된 설명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혈액검사 결과를 앱에서 확인할 수 있는 Health Panels를 도입하고, 미국 이용자의 경우 전자의료기록(EHR)을 연결해 진단, 복용약, 알레르기 및 검사 결과 등을 건강 데이터와 함께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자료: Oura Ring]
WHOOP 역시 피트니스와 회복 분석 중심의 서비스를 넘어 건강관리 영역으로 확대하고 있다. WHOOP은 혈액검사를 통해 심혈관, 대사 건강 및 운동 관련 바이오마커를 분석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2026년에는 미국 이용자가 전자의료기록을 WHOOP 앱에 연결할 수 있도록 했다. 연결된 의료기록에는 진단, 약물, 시술 및 혈액검사 결과 등이 포함되며, WHOOP AI가 이러한 정보를 일상적인 생체 데이터와 함께 활용할 수 있다.

[자료: Whoop]
이처럼 웨어러블 기업들은 기기를 통해 얻은 데이터와 의료 데이터를 연결하면서 기존 피트니스 트래커와 의료 서비스 사이의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WHOOP은 2026년 5월 앱에서 의료진과 직접 상담할 수 있는 기능과 AI 기반 건강관리 기능도 발표하며 지속적으로 축적된 생체 데이터와 임상 정보를 연결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젊은 소비층으로 확대되는 롱제비티
롱제비티 테크의 소비자층 역시 기존의 중장년층에서 젊은 세대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Z세대(Gen Z) 중심으로 웨어러블 기기와 웰니스 서비스가 일상적인 건강관리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서 롱제비티에 대한 관심도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
Vogue Business가 인용한 미국 병원 환자 3,021명 대상 연구에 따르면 Z세대의 웨어러블 기기 보유 비율은 71%로 밀레니얼세대 69%, X세대 65%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는 웨어러블 기기가 특정 연령층을 위한 피트니스 기기를 넘어 젊은 소비자들의 일상적인 건강관리 도구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젊은 소비자층의 관심 역시 단순한 운동 기록을 넘어 수면, 스트레스, 영양, 호르몬 및 장기적인 건강관리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자신의 데이터를 직접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생활습관을 조절하려는 소비자가 늘면서 건강관리가 의료기관 방문 이후에 이루어지는 활동이 아니라 일상적인 소비와 생활습관의 일부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롱제비티 테크 기업에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건강관리 서비스를 단순히 의료적인 기능으로만 접근하기보다 패션, 웰니스, 피트니스 및 뷰티와 결합해 소비자에게 친숙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벤처투자 확대와 롱제비티 산업의 성장
롱제비티 테크에 대한 투자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조사기관 Dealroom 자료에 따르면 관련 분야 벤처투자는 2016년 약 5억 달러에서 2026년 약 80억~90억 달러 규모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관련 벤처투자는 2030년까지 연간 200억~250억 달러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투자금은 바이오테크나 신약 개발에만 집중되지 않고 소비자용 웨어러블, AI 기반 건강관리 플랫폼, 예방적 건강검진, 혈액검사 및 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분야로 유입되고 있다. Oura와 WHOOP과 같은 웨어러블 기업과 Neko Health와 같은 예방의료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면서 롱제비티 테크가 하나의 독립적인 소비자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시장의 성장 과정에서 AI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강 데이터의 양이 증가할수록 소비자가 직접 모든 정보를 이해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다양한 데이터를 통합하고 개인에게 필요한 정보를 선별해 제공하는 AI 기술의 중요성이 높아질 수 있다. 이에 따라 향후 경쟁은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는 것뿐 아니라 확보한 데이터를 얼마나 정확하고 유용하게 해석할 수 있는가를 중심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전망 및 시사점
미국 롱제비티 테크 시장은 웨어러블을 통한 건강 데이터 수집에서 AI를 활용한 데이터 분석과 예방적 건강관리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특히 웨어러블 데이터에 혈액검사, 의료기록 및 생활습관 정보를 결합하면서 개인의 건강 상태를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맞춤형 관리 방향을 제시하는 서비스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현지 헬스케어 업계 관계자는 KOTRA 로스앤젤레스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미국 소비자들은 단순히 자신의 건강 수치를 확인하는 것보다 여러 데이터를 종합해 현재 건강 상태를 이해하고 앞으로 무엇을 관리해야 하는지 알고 싶어 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미국에서는 웨어러블, AI, 디지털 헬스케어 및 예방의료가 결합된 건강관리 생태계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기업도 웨어러블 기기와 센서 등 하드웨어뿐 아니라 건강 데이터 분석, AI 기반 개인화 서비스, 디지털 진단 및 예방의료 관련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 시장 진출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 특히 소비자가 일상적으로 축적한 데이터를 실제 건강관리로 연결하는 서비스가 중요해지고 있어, 제품의 기능뿐 아니라 데이터의 활용성과 개인화된 사용자 경험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자료: Vogue Business, Oura Ring, Whoop, Dealroom, Neko Health, KOTRA 로스앤젤레스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