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함께 일하는 로봇, 미국 제조현장으로 확산


미국 제조업계에서 생산인력 부족과 인건비 상승이 이어지면서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작업할 수 있는 협동로봇(Collaborative Robot, 코봇)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기존 산업용 로봇은 일반적으로 안전 펜스를 설치해 작업자와 공간을 분리해야 하지만 코봇은 힘과 속도를 제한하고 충돌 감지 기능을 적용해 작업자 가까이에서 조립, 용접, 검사, 포장 등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설치공간이 비교적 작고 작업 변경도 쉬워 대규모 자동차 공장뿐 아니라 다품종 소량생산을 하는 중소 제조업체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북미 로봇 시장은 제조업 전반의 자동화 수요 확대에 힘입어 성장세를 보였다. 미국자동화협회(Association for Advancing Automation, A3)에 따르면 2025년 북미 지역의 로봇 주문량은 전년 대비 6.6% 증가한 3만 6,766대로 202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주문액은 22억 5,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0.1% 증가했다.


이 가운데 코봇 주문량은 7,212대, 주문액은 2억 4,100만 달러로 전체 로봇 주문량의 19.6%, 주문액의 10.7%를 차지했다. 특히 2025년 4분기 주문량은 2,953대로 A3가 코봇을 별도로 집계하기 시작한 같은 해 1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6년 1분기에도 코봇 주문량과 주문액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5.6%, 78.2% 증가하며 수요 확대가 이어졌다.


(단위: 대, US$ 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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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문량은 실제 설치량이 아닌 해당 분기에 접수된 로봇 주문 대수 의미

[자료: 미국자동화협회(Association for Advancing Automation, A3), 2026.2.]


안전성과 생산성의 균형이 코봇 보급의 관건


코봇은 작업자와 생산공간을 공유하기 때문에 사람과 로봇 사이의 거리, 로봇의 이동 속도, 충돌 시 전달되는 힘과 압력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대표적인 안전 방식으로는 로봇의 힘과 출력을 제한하는 ‘동력 및 힘 제한(Power and Force Limiting, PFL)’과 작업자와의 거리에 따라 속도를 조절하는 ‘속도 및 이격거리 모니터링(Speed and Separation Monitoring, SSM)’이 있다.


동력 및 힘 제한 방식(PFL)은 로봇의 관절이나 말단부에 장착된 센서가 비정상적인 접촉을 감지하면 로봇을 감속하거나 정지시키는 방식이다. 속도 및 이격거리 모니터링(SSM)은 레이저 스캐너나 3차원 카메라로 작업자의 위치를 확인해 사람이 멀리 있을 때는 정상 속도로 작업하고 가까워지면 속도를 낮추거나 멈춘다. 이를 통해 작업자가 없는 동안에는 생산속도를 높이고 사람이 접근할 때는 안전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힘·토크 센서는 코봇이 외부와의 접촉을 감지하고 작업에 필요한 힘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힘은 물체를 누르거나 당기는 힘을, 토크는 관절이나 공구에 가해지는 회전력을 의미한다. 코봇은 관절에 내장된 센서나 로봇팔 끝에 장착된 6축 힘·토크 센서를 통해 여러 방향으로 작용하는 힘과 회전력을 측정한다.


이러한 센서는 충돌 감지뿐 아니라 조립, 연마, 디버링(가공 후 남은 돌기나 거친 부분을 제거하는 작업), 품질 검사 등에도 활용된다. 부품을 조립할 때는 발생하는 저항을 감지해 위치를 미세하게 조정하고 표면을 연마할 때는 공구가 제품을 누르는 힘을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돕는다. 이처럼 힘·토크 센서는 접촉 정보를 바탕으로 코봇의 안전한 작동과 정밀한 작업을 지원한다.


미세한 위치 차이까지 감지하는 힘·토크 센서


실제 미국 제조현장에서는 힘·토크 센서를 활용해 코봇의 위치 오차를 보정하고 작업 실패를 줄이고 있다. 시카고 지역의 다이캐스팅 업체 RCM 인더스트리즈(RCM Industries)사는 소비자용 배관부품 생산공정에 UR10e 코봇을 도입했다. 코봇 1대가 복합 CNC 선반 2대에 소재를 투입하고 가공이 끝난 제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소재를 선반의 척(가공물을 고정하는 장치)에 정확히 장착해야 하므로 소재나 고정구의 미세한 위치 차이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RCM 인더스트리즈사는 코봇에 내장된 힘·토크 센서로 소재가 척에 닿을 때 발생하는 힘의 변화를 감지해 장착 위치를 미세하게 조정하도록 했다. 소재가 변형됐거나 제대로 장착되지 않은 경우에는 이를 감지해 해당 소재를 배출한다. 업체의 의견에 따르면 코봇 도입 이후 해당 공정의 처리량은 약 15% 증가했으며 투자비는 1년 이내에 회수됐다. 또한 사전 위험성 평가를 거쳐 별도 안전펜스 없이 작업공간을 구성했으며 장착 오류가 발생하면 작업자가 해당 소재를 제거한 뒤 설비를 다시 가동할 수 있도록 해 현장에서 발생하는 오류에 대응하기도 용이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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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RCM Industries사 제공]


도입 성패 가르는 작업 신뢰성과 기존 설비 호환성


코봇의 안전성이 확보되더라도 실제 생산공정에서 작업을 안정적으로 수행하지 못하면 도입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작업 오류가 반복될 경우 불량과 생산라인 중단으로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에 기업들은 코봇 도입을 검토할 때 초기 구매가격과 투자비 회수기간뿐 아니라 기존 설비와의 호환성, 작업의 정확성과 안정성, 유지관리 및 사후지원 체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미국 로봇기업 A사 관계자는 KOTRA 시카고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투자비 회수기간도 중요하지만 고객들이 실제로 중요하게 보는 것은 기존 설비와의 호환성과 신뢰성”이라며 “새로운 기능 자체보다 현재 공정보다 더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지와 작업 성공률이 어느 정도인지를 평가한다”고 밝혔다.


실제 생산현장에서는 작업 속도뿐 아니라 정확성과 안정적인 작동이 중요하게 평가된다. 공정마다 필요한 가반하중과 작업 속도는 다르지만 작업 오류에 따른 불량과 생산중단은 도입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A사 관계자는 “제조기업들은 속도가 다소 느리더라도 작업을 정확하게 완료하기를 원한다”며 “코봇의 실패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먼저 계산하기 때문에 안전성과 정밀도를 중요하게 본다”고 설명했다.


코봇을 기존 설비와 연동하는 작업도 주요 과제다. CNC 장비, 컨베이어, 생산관리 소프트웨어 등이 코봇과 원활하게 정보를 주고 받기 위해서는 통신 방식을 맞추고 필요한 경우 프로그램을 수정하거나 설비를 개조해야 한다. 또한 그리퍼(로봇팔 끝에 장착해 제품을 잡고 옮기는 장치)와 카메라, 안전 스캐너 등 주변 장치를 함께 연결하고 제어해야 하므로 도입 비용 검토 시에는 코봇 본체 가격 뿐만 아니라 시스템 통합에 소요되는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A사 관계자는 “코봇을 실제 생산현장에 적용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은 기존 설비와 공정에 맞추는 작업”이라며 “공급 기업은 내부적으로 충분히 시험했더라도 실제 현장의 운영 방식을 확인하고 기존 생산을 방해하지 않도록 코봇의 동작과 주변 장치를 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머신비전과 피지컬 AI, 정해진 동작 반복에서 상황 대응으로

생산 현장에서 수시로 달라지는 부품의 위치와 작업조건에 대응하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제다. 기존 코봇은 작업자가 미리 설정한 이동 경로와 동작을 반복하는 교시재생(teach-and-playback) 방식으로 주로 작동한다. 이러한 방식은 부품의 위치와 작업 조건이 일정한 공정에 적합하지만 부품이 예상과 다른 위치에 놓이거나 일부가 가려지면 정상적인 작업이 어려울 수 있다. 또한 생산 품목이나 공정이 바뀔 때마다 프로그램을 수정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머신비전과 힘·토크 센서, AI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피지컬AI가 주목받고 있다. 머신비전은 카메라와 센서로 수집한 영상에서 작업자와 부품의 위치, 방향, 형상을 판별하고 피지컬AI는 해당 정보를 바탕으로 로봇의 이동경로와 작업 방식을 조정한다. 로봇이 사전에 입력된 동작만 반복하는 대신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변화에 대응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특히 3차원 카메라와 깊이 센서를 적용하면 코봇이 무작위로 쌓인 부품의 위치와 높이를 파악해 필요한 부품을 집어 올리는 빈 피킹(Bin Picking)을 수행할 수 있다. 최근에는 로봇팔에 카메라를 부착해 작업 중에도 부품의 위치를 계속 확인하고 이동 경로를 수정하는 방식이 개발되고 있다. AI 기반 로봇 비전기업 인볼트(Inbolt)사의 AI 빈 피킹 시스템은 로봇팔에 장착된 3차원 카메라를 이용해 부품과 상자의 위치가 달라져도 실시간으로 부품을 잡는 위치와 로봇팔의 이동 경로를 조정한다. 인볼트사에 따르면 실제 현장에서 작업 1회당 1초 미만, 최대 95%의 작업 성공률을 기록했다.


미국 로봇기업 A사 관계자는 “머신비전과 스마트 그리퍼도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최근 고객들이 가장 관심 있게 보는 분야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로봇이 대응하도록 하는 피지컬AI”라며 “기존의 교시재생 방식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작업 환경이 달라져도 로봇이 상황을 판단하고 작업을 완료하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시사점


미국 코봇 시장은 제조업의 인력 부족과 자동화 수요 확대에 힘입어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규모 자동화 설비에 투자하기 어려운 중소 제조업체나 생산품목이 자주 바뀌는 다품종 소량생산 공정에서 코봇의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코봇 제조기업 유니버설로봇(Universal Robots)사에 따르면 미국 오하이오주 금속가공업체 레이매스(Raymath)사는 코봇 도입 이후 용접과 머신 텐딩(가공 장비에 소재를 투입하고 가공이 끝난 제품을 회수하는 작업) 공정 생산량이 각각 200%, 600% 증가했으며 투자비를 1년 이내에 회수했다. 향후 코봇 도입은 이러한 장비 관리 작업을 비롯해 용접, 조립, 검사 등 반복 작업이 많거나 작업자의 신체적 부담이 큰 공정을 중심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봇 활용 공정이 확대되면서 가반하중(로봇이 들어옮길 수 있는 최대 무게)과 작동속도뿐 아니라 안전성, 작업 정밀도, 설치와 운용의 편의성도 주요 경쟁요소가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작업자의 위치를 감지하는 안전 센서, 작업에 필요한 힘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힘·토크 센서, 부품의 형태와 위치를 인식하는 AI 머신비전, 제품 특성에 맞춰 잡는 힘을 조절하는 스마트 그리퍼 등 관련 기술과 부품의 중요성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기업은 완성형 코봇과 함께 이러한 센서와 비전 장치, 정밀감속기, 모션 제어기, 그리퍼, 툴 체인저 등 핵심부품 분야에서도 미국 시장 진출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주요 로봇 플랫폼과의 호환성을 확보하고 현장에서 사용하는 설비의 통신방식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실제 제조 공정에 적용한 사례를 통해 안정적인 작업 수행과 생산성 개선 효과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안전규격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 미국 로봇 안전표준인 ANSI/A3 R15.06-2025는 산업용 로봇의 안전설계와 시스템 통합에 활용되는 주요 기준이다. 안전성 평가 시에는 로봇 본체뿐 아니라 그리퍼와 공구, 가공물, 주변 설비, 작업자의 접근 방식 등 실제 작업 환경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사람과 로봇이 작업공간을 공유하는 경우에는 적용하는 안전 방식에 따라 충돌 시 전달되는 힘과 압력, 안전정지 기능, 작업자와의 거리에 따른 감속 기능 등을 검증해야 한다.


특히 날카로운 가공물을 취급하거나 용접, 절삭 공구 등을 사용하는 공정에서는 로봇이 저속으로 움직이더라도 화상, 절단, 끼임 등의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우리 기업은 미국 현지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실제 적용 공정의 위험성을 평가하고 안전 기능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제품 기술력을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공정 특성과 안전 요건을 함께 고려해야 하며 이러한 현장 대응 역량이 미국 코봇 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자료: 전문가 인터뷰, 미국자동화협회, 국제로봇연맹, 유니버설로봇(Universal Robots), 레이매스(Raymath), 인볼트(Inbolt), RCM Industries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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