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EFE통신은 8월 31일 기사에서 쿠바 전역으로 확산 중인 태양광 충전소 '솔리네라(Solinera)'를 "정전에 맞선 쿠바인들의 발명품"으로 소개했다. '솔리네라'는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로 구성된 독립형 충전 시설로, 전기차나 전기오토바이 충전과 함께 휴대폰, 선풍기, 전기밥솥 등 생활기기 충전을 제공한다. 하루 20시간 이상, 심하면 며칠씩 정전이 이어지는 쿠바에서 '솔리네라'는 사실상 '전기 오아시스'로써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올해 4월 5일 첫 개소 이후 비야클라라 주에서만 46개소가 운영 중이며, 9월중 13개 시군으로 추가 확대될 예정이다. 대표적 사례로 8월 11일 산타클라라 인근 국도에 쿠바 최초의 '초고속' 민간 태양광 충전소가 오픈했고, 8월 17일에는 아바나 동부에도 새로운 '민간 솔리네라'가 영업을 시작했다. 운영 주체의 상당수는 국영 기업이 아닌 민간 중소기업(MIPYMES)으로, 국가 전력망이 무너지는 위기 속에 민간 태양광 사업자들이 그 공백을 메우기 시작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2026년 심각해진 쿠바의 전력 위기와 민간 자가발전 확산


쿠바의 국가전력망(SEN)은 2026년 한 해에만 이미 6차례의 전면 붕괴를 겪었다. 전력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9월 3일의 경우, 피크타임 수요는 3,250MW였으나 공급가능량은 990MW에 그치면서 전국의 70%가 전력 부족을 겪을 것으로 전망되었다. 최근 들어 주간 평균 부족량은 1,400MW, 야간 평균 부족량은 2,000MW 수준으로 전력 부족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러한 전력 위기의 구조적 원인은 ① 40년 이상 가동해온 화력발전소들의 유지보수 적체 만성화, ② 쿠바산 중질유 사용에 따른 기계부식으로 설비수명 단축, ③ 송배전망 노후화로 인한 높은 전력손실(16%), ④ 지불능력 제한 및 제재 등에 따른 SEN 재건비용(약 100억 달러 추산) 확보 난항 등이다.


이에 따른 정전 피해가 심각해지고, 구조적인 개선 가능성도 낮은 상황에서는 민간의 자가발전 설비 수요가 폭증할 수밖에 없다. 이미 민간 자가발전은 530MW에 달해, 국가전력망 설비용량 기준의 절반이 넘는 규모이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들은 단기적인 해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민간 자가발전 시장은 제재 완화 여부와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9월 3일, 쿠바 전력공사(UNE) 2,090MW에 달하는 피크타임 전력 차단영향 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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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쿠바전력공사(UNE)]

정부의 대응 : 국영 공급의 한계와 민간 개방으로의 선회


쿠바 정부는 연료난과 국가전력망 붕괴 앞에서 태양광 발전을 제도화해 나가고 있으며, 국영 부문에서도 태양광 키트를 보급하는 등 재생에너지 확산을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국영 부문의 전력키트 공급 실태를 보면, 시장이 왜 민간으로 쏠리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국영기업 COPEXTEL이 의사/교사 등 우대 부문에 보급하는 태양광 기본 키트의 가격은 800W급(58,000CUP; U$85.3)과 1,200W급 (75,200CUP; U$110.59)이다. 이는 쿠바 평균 월급(6,830CUP)의 1년치에 가까운 가격임에도, 성능은 제한적이다. 하이브리드 기능이 없어 가정 배선에 연결이 불가능해 전기 연장선으로만 사용 가능하고, 계통 충전이 없어 태양광만으로 충전해야 한다. 800W는 조명과 선풍기, TV, 전기밥솥 연결이 한계이며, 1,200W급은 여기에 저소비 냉장고를 더한 수준이다. 말 그대로 응급 수단이며, 1톤 에어컨의 기동 피크(약 2,000W)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선풍기와 기초 냉장 등에만 한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덥고 습한 열대기후의 쿠바에서 지속 가능하다고 보기 어렵다.

한편, 국영 우체국(Correos de Cuba)에서 판매 중인 완제품 키트의 경우 3kWh급(253만CUP; U$3,720), 5kWh급(318만CUP; U$4,676), 10kWh급(385만CUP; U$5,662) 수준에 판매하고 있다. 이는 10kWh급 기준으로 쿠바인 평균 월급의 50년치에 달하는 엄청난 가격이다. 정부가 보조금 등을 통해 기초 품목을 저렴하게 또는 무상으로 제공하는 사회주의 국가 쿠바에서, 수십 년 치 월급을 일시불로 지급해야 하는 태양광 키트는 오히려 쿠바인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현재 쿠바 정부 차원의 태양광 자가발전 전환은 송금 등 외화 접근이 가능한 계층에 한정된 조치로, 대부분의 쿠바인들은 수십 년 치 월급에 달하는 국영 키트 가격과 달러화된 민간 시장 사이에서 취약한 국가전력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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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국영우체국 SNS]

제도의 변화 : 법제화에도 구체적 시행규정은 일부만 공표, 불확실성 여전


태양광과 관련된 제도의 변화는 관보(GACETA)에서 확인 가능하다.


먼저 7월 28일 GACETA 62호에 게재된 법령 (Decreto) 160/2026은, 2024년의 법령 Decreto 107을 폐지·대체하고 민간기업·MIPYMES·비농업협동조합·자영업자의 불허·조건부 활동을 재정의했다. 또한 관계 부처의 세부 시행규정을 7일 내로 공표할 것을 의무화해 법제화에 속도감을 부여하고 있다. (최종규정 제2항) 동시에 획일적 금지목록 대신 부속서에 없는 활동을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리스트를 채택했고(제3조), 유추·확대해석을 금지했다(제5조). 특히 에너지 분야에서 중요한 변화는 부속서 21항인데, 국가전력망 관리를 국가가 계속 수행하도록 유보하되 "재생에너지원에 의한 발전과 그 판매는 비국영 경제주체가 수행할 수 있다"고 명문화했다. 동시에 재생에너지 엔지니어링도 전문서비스 허용 명단에 포함(46항)되면서, 태양광 분야의 민간 개방이 법적으로 현실화되었다.


또한, 8월 7일 GACETA 66호에 게재된 결의안 (Resolución) 179/2026에서는 재생에너지 전력의 국가전력망(SEN) 매입단가 (90 CUP/kWh)의 적용 범위를 모든 재생에너지원·주거/비주거 생산자·전 시간대로 확대했고, 같은 관보에 게재된 결의안 (Resolución) 180/2026에서는 재생에너지 세제·관세 인센티브의 통합 규범을 마련하였다.


<쿠바 결의안 180/2026 내 재생에너지 세제 인센티브 통합규범 주요 내용>

인센티브

내용

기한·조건

관세 면제

태양광 시스템·핵심 부품(60개: PV모듈 8541.43, 인버터류 8504, 리튬이온 배터리 8507.60, LED 9405 등) 및 투자 프로젝트용 자재(121개).

재생에너지 기반 EV 충전기, 태양열온수기, PV펌프, 소형풍력 등 포함

2027.12.31까지,

모든 경제주체

판매세 면제

재생에너지 기술·시스템 도소매 판매수익

발효일(8.7)부터 1년

이윤세·소득세 면제

자가소비·경제활동·SEN 공급용 설비 투자 시 투자액만큼 공제

투자회수 기간, 최대 8년

가격 규제

'비수익적 가격' 원칙 : 원가 대비 이윤 상한 최대 25%

상시. 전기차 관련 가격은 별도 규정 예정

하지만 9월 4일 현재까지도, 비국영 주체의 발전·판매에 대한 에너지광업부(MINEM)의 구체적 시행규정 (허가(라이선스) 절차, 요건, 감독 방식) 은 아직 공표되지 않았다. 법령 (Decreto) 160 최종규정 제2항이 관계부처 시행규정 공표 기한을 7일 이내로 정했음에도, 관세·세제·매입단가 등 재무 분야만 공표되고 사업 인가에 관한 내용은 비어 있는 것이다. 세제 혜택도 자동 적용이 아니다. 국가합리적에너지사용청(ONURE)의 에너지 감정서를 받고 국세청(ONAT)의 심사(최대 60일)를 거쳐야 하며, "기술적 불이행"이 확인되면 행정 재량으로 혜택이 언제든 취소될 수 있다.


여기에 정책 변동성도 겹친다. 비야클라라 등 5개 주는 6월 개혁으로 폐지됐던 식품 가격상한제를 두 달 만인 8월 9일 재도입했고, 이는 관련 제품의 즉각적인 품귀를 불렀다. 쿠바의 개혁은 '개방과 통제의 동시 진행'이며, 이윤 상한 25% 설정 및 전기차 가격의 별도규정 유보 역시 개방과 통제를 동시에 진행하는 쿠바식 개혁의 특징이다.

<식품 가격상한제 재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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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독립언론 CiberCuba 소셜미디어]

(현장의 소리 ) 태양광 시스템 설치 중소기업


KOTRA 아바나무역관은 쿠바 내 빠르게 확산중인 태양광에너지 분야 현장의 생생한 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아바나 지역의 태양광 설치업체 E사 및 충전소 사업자 F사를 대상으로 8월 말 인터뷰를 실시하고, 민간 판매채널의 가격조사 및 '솔리네라' 현장 실태조사를 병행하여 쿠바 태양광 시장에 대한 종합적인 상황을 점검했다.


전기기술 민간중소기업(MIPYME) E사의 대표이자 전기기술자인 Mario씨는, 최근 1년 반 동안 태양광 수요가 "현기증 나도록 (vertiginoso) 성장"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수요의 질도 달라졌다고 했다. 과거에는 정전 몇 시간을 버틸수 있는 소형 백업이 주류였는데, 이제는 국가전력망에서 완전히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자립형 시스템 수요가 주류라고 밝혔다. 특히 냉방·냉장 등 더위를 견디기 위한 필수 품목에 기꺼이 고액 지출을 감수하는 수요층이 많아지고 있어, 수요의 질이 확연히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가장 수요가 높은 시스템은 5~12kW급이며, 향후 2~3년 내로 6~16kW급 완제품 중심으로 수요가 옮겨갈 것으로 예측했다. 인기가 높은 품목은 완제품 패키지, 하이브리드 인버터, LiFePO4 배터리이고, 고객의 70~80%는 기존 고객의 추천으로 유입되고 있으며, WhatsApp이나 Telegram, Facebook과 같은 디지털 채널의 영향력도 매우 높다고 전했다.


한편, Mario씨는 태양광 제품이 "중국산 위주의 비공식 유통망"으로 공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은 달러 및 유로화만 취급하며, 기자재는 소규모 민간 수입상이나 개인에게서 조달하는 방식이고, 대부분 중국산이며 미국·파나마를 경유해 유입된다. 중국 브랜드를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브랜드가 중국 제품 뿐'이라고 답했다. 잦은 품귀현상으로 재고·가격 모두 불안정한 상황이며, 정품 검증 수단도 없고 수리부품을 구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따라서 고장 발생시 수리비는 고객이 부담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한, 중소기업 또는 개인 설치업자들은 여유자금이 없기 때문에 고객이 선수금을 납부하면 그것으로 기자재를 구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했다. 완제품 시스템 가격은 용량 등에 따라 2,500달러에서 10,000달러 수준이고, 설치비는 200~800달러, 마진은 25~30% 사이가 일반적이라고 전했다.


<쿠바 내 태양광 제품 유통채널 및 주요상품>

채널(민간)

대표 상품

가격

Suncar

기본 키트(패널 제외)~고급형(5kW 인버터 2기+600W 패널 16장)

1,410~14,330 USD

Aeroenvio

7.168kWh 시스템

3,281.38 USD

Panavana

6kW 구성 / Amiba 10kW

4,450 / 7,150 USD

Katapulk

3kW 인버터 / LiFePO4 100A 배터리 / 충전 컨트롤러

674 / 377 / 182 USD

Paketea

PowMr 5kW 솔루션

1,800 USD

Enersol

Must 인버터 통합 키트

3,180 USD~

인터뷰 과정에서, Mario씨는 인증·교육·품질 면에서 구조적 공백을 지적했다. 쿠바에는 공식 전기설치업자 전문교육 과정이 없어 대부분 독학이나 온라인 강의 등으로 기술을 익히고 있다고 했다. 특히 시스템 설계나 용량 산정에 대한 역량 개발이 가장 시급하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무자격 시공업자들이 난립하면서 시장의 신뢰를 훼손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게다가 기존 주택의 불안정한 배선과 무접지 시공 관행, 정전이 반복되면서 생기는 계통 전압의 급변동 등이 고가의 인버터·배터리를 파손시키는 사례도 잦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공식 인증제' 도입으로 품질과 고객 신뢰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 제안했다. 국가에서 의욕적으로 추진중인 '잉여 생산전력의 매입' 제도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는데, kWh당 90페소(약 180원) 매입가격은 충분한 유인책이 되지 못한다고 밝혔다.

(현장의 소리 ) 태양광 충전소 인프라 사업자


KOTRA 아바나무역관은 국영 관광 서비스기업의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고속도로 및 관광지 등에 전기차 충전소망을 구축하는 프로젝트에 참여중인 태양광 충전 인프라 분야 사업자 F사의 대표를 만나 현장의 분위기를 들어보았다.


F사가 꼽은 최대 장애물은 자금도 설비도 아닌, 법제도였다. 그는 법령(Decreto) 160/2026 등을 통해 재생에너지 관련 제도가 속속 발표되고 있지만, "실제 운영에 필요한 법적 틀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결의안(Resolución) 180 제8항 b는 전기차 관련 가격을 "별도 규정으로 정할 예정"으로 남겨두었고, 재생에너지 관련 세부 규정을 결정하는 쿠바 에너지부(MINEM)의 허가절차 지침도 아직 미공표 상태이다. 원칙적인 허용에도 불구하고, 실제 운영규정과의 사이에는 공백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F사에게 '솔리네라'형 사업의 필요 요건을 묻자, ① 패널 설치용 대규모 부지, ② 기상 변동 대비 충분한 배터리 저장용량, ③ 급속충전 지원, ④ 안전하고 신뢰성 있는 요금 징수체계 등 네 가지를 제시했다. 투자 구조에 대해서는 "현시점 가장 유망하고 안전한 방식은 100% 외국자본 기업"이라고 설명하면서, "재무적 독립성이 보장되고, 국영·민간과 건별 계약으로 협력하되, 외부 개입으로부터 보호받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비록 쿠바에서 '솔리네라' 사업이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실제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사업모델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부지 확보, 저장장치, 충전속도, 결제방법이라는 네 가지의 장애물과 관련 규정의 공백을 먼저 극복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한국 기업에 대한 시사점


현재 한국 기업에게 가장 유망한 품목은 에너지 저장장치이다. 불안정한 국가 전력망이 쿠바 에너지 전환의 최대 장애물인 만큼, BESS(에너지저장장치) 및 스마트 리튬 배터리의 전략적 가치가 높다고 볼 수 있다. 태양광 1,000MW 설치당 최소 100MW의 배터리 조정 용량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는데, 특히 하이브리드 인버터, LiFePO4 배터리, 5~16kW급 완제품 패키지는 현장의 수요와도 일치하는 품목들이다. 게다가 위 품목들은 최근 개혁조치의 일환으로 발표된 결의안 180/2026의 관세 면제 품목이기도 하다. 또한 재생에너지에 기반한 EV 충전기도 면세 대상으로, 급속 충전기와 패널, ESS, 결제시스템에 이르는 '솔리네라형 통합 패키지'는 아직 공급자가 없는 영역이다. 비록 저가형 기본 기자재는 중국산이 장악했지만, 최근 들어 외화 접근이 가능한 수요층이 고효율·고신뢰 설비를 기꺼이 검토하고 있어 우리 기업에 기회가 될 수 있다.


또한, 저가형 위주의 단순한 제품 판매 방식보다는 복합적인 진입 모델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① 위탁판매 방식을 고려해볼 수 있다. 위탁판매는 여유 자금이 없는 쿠바의 설치업자들이 가장 원하는 방식이며, 현금매입 중심의 중국산 유통과 차별화 포인트가 된다. 한 설치업자는 "쿠바의 MIPYME가 성장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위탁판매"라고 밝혔고, 앞서 인터뷰한 E사 역시 "조건만 맞는다면 특정 브랜드와 전속 협력할 의향이 100%"라고 말했다. 단,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인지 다각적인 검증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② 공인 설치업자 네트워크 구축, 교육·인증 프로그램의 제공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공식 교육과정이나 브랜드 인증 등이 전무한 시장에서, 한국의 체계적인 전문 교육과정이나 인증제도 운영 자체가 브랜드 신뢰도와 맞물려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③ 저가 제품이 장악한 상황에서, 고마진 프리미엄 전략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규정상 이윤 상한이 25%를 초과할 수 없으며, 현지의 낮은 구매력과 중국산 위주의 제품 가격대까지 고려하면 큰 차이가 나도록 가격을 설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품 및 서비스(교육 및 유지보수) 패키지 방식의 통합 가격 설계가 필요하다. 동시에 관세 및 판매세, 이윤세 등의 면제가 공표된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 포지셔닝 전략이 중요할 것이다.


④ 결제 조건을 보수적으로 설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현재 태양광 시장은 달러 현금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설치업자가 기자재를 구입하도록 선수금을 청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시장 진출에 관심있는 한국 기업은 소액·단기 거래로 시작하고 결제 조건도 외화 중심으로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등 리스크를 최소화하여야 한다.


(참고) 쿠바와의 거래 리스크 점검


쿠바와의 거래 방식은 다른 국가와의 거래와 크게 다르므로, 제재를 비롯해 여러 가지 리스크를 유념해 두어야 한다.


먼저 수익금의 반출 및 환전의 어려움이다. 쿠바는 특히 국영부문과 거래할 경우 현지화 거래가 필수인데, 외화 부족으로 환전이 어렵고 국외 송금도 여러가지 현실적인 장벽이 존재한다. 비록 지난 6월 경제개혁 조치로 조만간 민간 환전소와 민간 은행의 설립이 허가될 것으로 보이나, 중앙은행 승인 방식이고 아직 본격적인 설립 이전 단계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특히 환율이 급격하게 폭락(평가절하)되고 있는 바, 반드시 외화 기반의 거래구조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국가 지불능력과 다자금융 배제 상황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쿠바는 외화 부족으로 인한 지급 능력의 제한으로 인해 지불 연체 및 미수금 발생이 흔하고, 국가 프로젝트 발주 시에도 정부의 예산을 투입하기 어렵다. 또한 IMF, 국제개발은행 등 다자금융 차입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프로젝트 파이낸싱 방식의 진출도 어렵다. 쿠바내 인프라 사업을 고려한다면 양허성 차관이나 파이낸싱을 활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며, 초기 투자비용에 대한 부담이 존재한다.


최근 광범위한 개혁 조치에도 불구하고, 규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시장이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쿠바는 국가 통제 기반의 시장으로, 결의안 또는 법령에 정의된 세제 혜택조차 쿠바 국세청(ONAT)의 심사 (최대 60일)가 필요하며, 행정적 판단에 따라 얼마든지 취소될 수 있다. 이 점을 간과하고 수익을 설계할 경우 피해를 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노후한 국가전력망도 리스크다. 송배전 손실률이 16%에 달하기 때문에, 이에 연계하려면 추가 설비가 필수적이다. 국가전력망 붕괴에 따른 전압 급변동은 인버터나 배터리의 파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현재로써는 계통 연계형보다 독립형·자가소비형이 더 안전하다.


마지막으로 미국 제재는 쿠바 진출에 심대한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제재가 유례없이 강화되는 추세이며, '26.5월 행정명령 E.O.14404는 지금까지의 대쿠바 제재의 틀을 완전히 재편하였다. 그 외에도 복합군수기업 GAESA, 수입대행 지주사 GECOMEX, 해운항만그룹 GEMAR, 관광부(MINTUR) 등이 미 제재 대상에 올랐으며, 거래정리 유예기간도 대부분 만료되어 신규 거래를 개시하는 데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수입대행기관 사용이 의무인 쿠바에서, 수입대행 지주사 GECOMEX의 제재명단 신규 등재는 우리 기업이 부지불식간에 제재 대상과 거래할 수 있는 리스크가 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제재 준수를 위해, 쿠바측 수출입 상대방 및 모기업의 제재대상 여부 사전 점검이 필요하다. (https://sanctionssearch.ofac.treas.gov/) 결제 전 과정에서 미국 금융망을 사용하지 않도록 유의하고, 연료 봉쇄에 따른 물류 지연 등도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불확실한 점이 있다면 제재 관련 전문 법률자문을 받거나 미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컴플라이언스 핫라인, 또는 KOTRA에 문의할 것을 권한다.

결론


쿠바의 태양광 에너지 분야는 역동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기증 나는'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자세히 살펴보면 무자격 설치업자들이 전문 설치업자들과 뒤섞여 제3국 경유 중국산 기자재를 설치하는 각개전투 양상을 띠고 있다. 고객은 과거 임시방편적 조치가 아닌, 상당한 비용을 투자해 국가전력망과 분리된 자가발전형 태양광 시스템을 설치하는 추세이지만, 브랜드 선택권이 제한적이고 품질에 대한 보증이 없으며 잘못된 설치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애로사항이 있다. 관련 법과 제도는 분명 개선되고 있으나, 아직 개혁 초기에 머물러 있어 세부 규정이 공표되고 현장에서 안착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쿠바의 태양광 에너지 시장의 변화 양상을 보려면, 단기적으로는 쿠바 에너지부(MINEM)의 세부 허가절차 규정 및 전기차 충전요금 규정에 대한 공표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중장기적으로는 향후 2~3년 사이 6~16kW급 완제품 중심의 성장세를 확인함과 동시에, 전반적인 재생에너지 분야 정책방향(인센티브 강화, 규제완화) 점검도 유의미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현장의 소리를 종합하면, 쿠바 태양광 시장을 단순히 가격 시장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쿠바에서는 단순한 태양광 장비 판매자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현지 민간 중소기업(MIPYMEs)에 위탁판매를 통한 물량공급, 신뢰도 제고를 위한 인증제도 운영 및 파트너 대상 전문교육 제공, 브랜드 가치와 인지도를 높이는 부품공급 및 사후 서비스 보장 등, 현재 쿠바에 존재하지 않는 통합 기술 파트너 모델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제품만 파는 것이 아닌, 룰 세터(Rule Setter)를 지향한다는 의미이다. 쿠바의 노후한 화석연료 방식 발전설비가 수년 내 획기적으로 개선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전에 이러한 종합 기술파트너 방식 또는 일부 부문에서의 진출을 검토하면서 시장 동향을 계속 면밀히 지켜보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태양광 설치업자들이 쿠바 아르테미사주의 한 가정집 지붕에 패널을 설치 중>

ACN - Cuba

[사진: 관영언론 ACN(Agencia Cubana de Noticias)]


자료: 쿠바 대통령실(쿠바 경제사회 개혁 23개분야 176개 조치 원문), 쿠바공화국 관보 62호(각료회의 법령 Decreto 160/2026, '26.7.28), 쿠바 관보 66호(재정물가부 결의안 179/2026, 180/2026, '26.8.7, 쿠바 관영매체 Cubadebate 및 공산당 기관지 Granma, 미 재무부 OFAC 발표 E.O.14404('26.5.1.) 원문, 미 CNN, 스페인 통신사 EFE, 스페인 Infobae, 독립언론 OnCubaNews 및 CiberCuba, 쿠바 태양광 설치 중소기업 E사 및 태양광 인프라 F사 인터뷰(8/24~28실시), KOTRA 아바나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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