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칠레의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은 지난 10년 동안 약 30% 감소했다. 이처럼 전반적인 주류 소비가 줄어드는 추세에서, 최근 Z세대와 여성을 중심으로 웰빙을 중시하는 문화가 확산되며 NoLo(무알코올 및 저알코올) 음료와 목테일(Mocktail) 트렌드가 부상하고 있다. 특히 목테일은 일반 칵테일과 동일한 수준의 맛, 디자인, 고객 경험을 선사하는 카테고리로 발전했으며, 기업은 더 창의적인 제조 방식과 고품질 재료로 시각·후각·미각적 요소를 극대화하고 있다.

<목테일 음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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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Wikimedia Commons, 2020]

품질 고도화와 문화적 저변 확대


목테일 및 NoLo 음료는 단순히 주스나 탄산음료를 섞던 수준에서 벗어나 더 정교하게 발전하고 있다. 바텐더들은 완성도 높은 맛을 구현하기 위해 정제, 인퓨전(infusion), 발효 등 다양한 기법을 활용하고 있으며, 동시에 허브 등 신선한 재료와 고품질 토닉 워터를 사용하여 오리지널 칵테일과 견줄 만한 맛과 향의 무알코올 버전을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품질 향상 노력은 음료에 칠레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부여하려는 움직임으로도 이어진다. 현지 미식계는 볼도(boldo), 킬야이(quillay), 산고수(cilantro de monte)와 같은 허브나 나무껍질, 차냐르(chañar), 칼라파테(calafate), 마키(maqui), 석류 등의 과일을 활발히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재료들은 다양한 향과 맛을 더해 알코올의 부재를 보완할 뿐만 아니라 토종 식재료로서 고유함을 부여한다.

<칠레 토종 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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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도

킬야이

[자료: 칠레 국립자연사박물관(Museo Nacional de Historia Natural), 2015]

목테일 및 NoLo 음료의 발전은 보다 유연하고 의식적인 음주 문화를 장려하는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 운동이 맞닿아 있다. 술을 완전히 끊는 사람들, 음주량을 조절하거나 알코올과 무알코올 음료를 번갈아 마시려는 사람들, 단순히 선택의 폭을 넓히고자 하는 사람들 모두 ‘소버 큐리어스'의 범주 안에 들어간다. 덕분에 무알코올 칵테일은 포용성의 의미를 띠게 됐으며, 운전자나 임산부 등 알코올 섭취가 불가능한 소비자들도 주스나 탄산음료 같은 단조로운 선택지에서 벗어나 술자리 특유의 분위기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제품 및 기업 동향

목테일 및 NoLo 음료 시장에서 프레젠테이션, 맛, 주문 경험은 알코올 유무만큼이나 핵심적인 경쟁력으로 부상했다. 바와 레스토랑은 물론 슈퍼마켓에서도 무알코올 라인업에 대한 소비자 기대치가 높아짐에 따라, 업계는 단순 대체재를 넘어 칵테일, 와인, 맥주, 사이더 및 기능성 음료로 제품군을 전방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현지 스타트업부터 대기업 및 전통 와이너리까지 폭넓게 나타나며, 수요 타깃 역시 가정 내 일반 소비(B2C)를 넘어 전문 외식 채널(B2B)로 확장되는 추세다.

칵테일 및 목테일 부문에서는 현지 스타트업 클럽 레알(Club Reale)의 혁신과 채널 전략이 돋보인다. 목테일을 단순 주류 대체품이 아닌 웰빙 및 프리미엄 소비 경험과 직결된 카테고리로 포지셔닝하여, 2026년 2월 동결건조 마키와 수용성 프리바이오틱스 식이섬유로 만든 피냐 콜라다(Piña Colada)와 상그리아(Sangría)를 선보였으며, 이어 7월에는 전 공정을 칠레에서 진행한 무알코올 피스코 사워(Pisco Sour, 남미 전통 칵테일)를 출시했다. 또한 대형 브랜드와의 직접 경쟁을 피하기 위해 이커머스를 비롯해 토스트닷씨엘(TOST.cl), 바라스제로(Barrazero), 톱 드링크(Top Drinks) 같은 웰빙 전문 매장을 적극 활용하며 바와 호텔 등 전문 채널로 입지를 넓히고 있다.

<클럽 레알 무알코올 피스코 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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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기업 홈페이지, 2026]

와인 업계는 2025년 전통 와인 판매량이 7% 감소한 시장 환경에 대응하여, 기존 카테고리를 유지하면서도 탈알코올 및 저도수 라인업을 적극적으로 추가하고 있다. 주류 기업 코메르시알 디와이피(Comercial DYP)는 자사 브랜드 신세로(Sinzero)를 통해 탈알코올 까르메네르(Carmenère) 레드 와인을, 비냐 발디비에소(Viña Valdivieso)는 완전 무알코올 스파클링 와인 ‘발디비에소 제로(Valdivieso Zero)’를 출시했다. 미겔 토레스 칠레(Miguel Torres Chile)는 국내 최초 100% 소비뇽 블랑 탈알코올 와인 세레나(Serena)를 개발했다.

콘차 이 토로(Concha y Toro) 등 주요 와이너리를 중심으로 젊은 소비자를 겨냥한 제품 혁신도 활발하다. 비냐 산 페드로 타라파카(Viña San Pedro Tarapacá, VSPT)가 스파클링 및 스틸 와인을 혼합해 선보인 5.5도 저칼로리 칵테일 ‘돈날루나(Donnaluna)’는 3천 명의 투표를 거쳐 2026년 칠레 올해의 상품(Producto del Año Chile)으로 선정됐다. 비냐 산타 리타(Viña Santa Rita) 역시 멜론, 딸기, 복숭아 맛의 스위트 스틸 와인 ‘산타 리타 120 사보레스(Santa Rita 120 Sabores)’를 대용량으로 출시하며 트렌드에 합류했다.

<비냐 산 페드로 타라파카 ‘돈날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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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칠레 올해의 상품(Producto del Año Chile) 홈페이지, 2026]

무알코올 및 저도수 맥주 부문에서는 대기업과 글로벌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제품 다각화가 뚜렷하다. 칠레 대기업 콤파니아 세르베세리아스 우니다스(Compañía Cervecerías Unidas, 이하 CCU)는 2025년 맛 보존력을 높인 신규 탈알코올 공법으로 쿤스트만(Kunstmann) 무알코올 맥주를 리뉴얼했으며, 쿤스트만 라들러(Kunstmann Radler), 베라노 프람부에사(Verano Frambuesa), 애플 필스(Apple Pils) 등 가향 라인업을 확대했다. 이와 더불어 하이네켄 0.0(Heineken 0.0), 크리스탈 제로(Cristal Cer0), 로얄 가드 0.0(Royal Guard 0.0), 코로나 제로(Corona Zero) 등 대형 브랜드들 역시 공격적인 마케팅을 앞세워 슈퍼마켓을 비롯한 대중 소비 채널로 유통망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이 밖에도 수입 브랜드 레코더릭(Rekorderlig)이 배, 베리류, 패션프루트 등 다양한 맛을 내세워 가향 사이다라는 소규모 틈새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로컬 브랜드 콤부차차(Kombuchacha)를 필두로 갈리(Ghali), 닥터 콤부(Dr. Kombú) 등이 이끄는 콤부차 및 RTD(Ready-To-Drink) 차 시장도 전통 주류의 대안으로 떠오르며 기능성 음료 영역을 넓히고 있다.

현장에서 바라본 목테일 트렌드의 잠재력과 과제

KOTRA 산티아고 무역관은 칠레 바(Bar) 전문 콘텐츠 크리에이터이자 플랫폼 '라 루타 델 바(La Ruta del Bar)'의 운영자인 이시도라 아리에타와 인터뷰를 진행하여 목테일 및 NoLo 트렌드의 핵심 인기 요인과 시장 잠재력을 함께 살펴봤다.

<라 루타 델 바에서 소개하는 바와 음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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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라 루타 델 바 소셜 페이지, 2026]

아리에타는 팬데믹 이후 목테일의 인기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에 주목하며, 이를 신체 활동, 웰빙,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관심 증가와 연관 지었다. 해당 음료군의 주요 장점으로는 주류 문화 특유의 사회적 요소를 유지하게 해준다는 점을 꼽았다. 무리 중 한 명이 일반 탄산음료나 주스를 선택할 때 종종 소외감을 느낄 수 있는데, 기존 칵테일에 견줄 만한 제조 수준과 시각적 매력을 갖춘 목테일을 제공함으로써 이러한 소외감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아리에타는 커피, 와사비 등 독특한 재료를 포함하거나 현지 정체성이 담긴 식재료를 활용하고, 전통 제조법을 재해석한 목테일이 큰 잠재력을 가진다고 분석했다. 더불어 알코올 성분에 따른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무알코올 피스코 사워의 개발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며, 단순한 주스 혼합 음료와 차별화하기 위해서는 시각적 매력, 즉 프레젠테이션이 핵심 요소임을 역설했다.

한편, 무역관은 세계 10대 바 및 5성급 호텔 등 고급 업장 경험을 보유한 유럽 인증 바텐더 카를라 크리스티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크리스티는 칠레 내 무알코올 및 NoLo 카테고리의 상업적 성장에 대해 다소 신중한 시각을 보였다. 그녀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절제된 음주에 대한 개방성이 커지고 있으나, 여전히 전통적인 주류에 대한 선호도가 강하게 나타난다고 언급했다.

크리스티는 목테일 대중화의 주요 진입 장벽 중 하나로 가격을 꼽았다. 목테일 음료가 일반 음료보다 훨씬 비쌀 경우, 소비자는 맛이나 제조 방식, 프레젠테이션에서 명확한 차별점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 가격 차이를 지불할 가치가 있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무알코올 음료 뒤에 숨겨진 가치를 소비자가 온전히 이해하고, 그 정교한 공정에 상응하는 가격을 지불할 의향을 갖게 만드는 것이 해당 카테고리의 주요 과제라고 평가했다.

크리스티의 관점에서 현 목테일 트렌드는 웰빙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반영한 것이기는 하나, 언론에서 다뤄지는 빈도가 실제 바에서의 매출 규모를 온전히 대변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향후 성장은 결국 진정으로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제품을 선보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알코올 모히토, 무알코올 피스코 사워, 시그니처 목테일 같은 카테고리에서 확실한 시장 기회를 포착할 수 있으며, 고단백 등 새로운 식생활 트렌드와 접목한 레시피를 개발하여 웰빙과 영양에 대한 소비자의 커지는 관심과 목테일을 연결할 여지가 충분히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마무리

칠레의 목테일 및 NoLo 음료 시장은 단순한 '알코올 대체' 논리에서 벗어나 창의성, 수준 높은 제조 공정, 그리고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최우선으로 하는 방향으로 확실히 진화했다. 이제 무알코올 대안을 갖추는 것은 새로운 소비 습관에 대한 일시적 대응을 넘어, 대중을 사로잡고 경쟁력을 입증하는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시장의 다각화는 칠레 진출을 모색하는 우리 기업에게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그간 K-팝과 K-드라마의 영향으로 칠레 내 소주, 막걸리 등 한국 주류 문화에 대한 인지도가 꾸준히 쌓여온 만큼, 이를 기반으로 '무알코올 막걸리'나 '저도수 가향 소주' 같은 대안을 선보인다면 절제된 음주를 지향하는 새로운 소비층을 빠르게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유자, 매실, 오미자 등 한국 고유의 다채로운 식재료를 접목한 목테일 베이스나 RTD 음료는 이색적인 웰빙 제품에 기꺼이 지불할 의향이 있는 현지 수요를 정확히 겨냥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대중 소비 채널은 물론 고급 바와 레스토랑 등 프리미엄 B2B 영역으로까지 한국 제품의 입지를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료: 세계보건기구(WHO), El Mostrador, Tost.cl, FoodieCL, Radio Concierto Chile, Chef & Hotel, Revista Jengibre, ADN Radio, Líquidos.cl, La Cuarta, ADN Radio, Salud Local 등 현지 언론 및 플랫폼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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