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스라엘 수입 규제 개요
이스라엘 정부는 2025년부터 수입 규제를 개편해 EU(유럽연합) 기준을 자국 수입제도의 핵심 기준으로 도입했다. '유럽에 좋은 것은 이스라엘에도 좋다(What is Good for Europe is Good for Israel)'는 정책 아래, EU 기준을 충족한 제품은 별도의 이스라엘 인증 없이 수입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대부분의 제품이 이스라엘 국가표준에 따른 시험과 인증을 거쳐야 했지만, 이제는 EU 인증만 있으면 상당 부분 절차가 면제된다. 이에 따라 EU 인증이 사실상 이스라엘 시장 진입의 핵심 기준이 되고 있다.
적용 대상은 소비재, 전기·전자, 화학, 생활용품 등으로 확대됐으며, 일부 저위험 제품은 신고만으로 통관이 가능하다. 이로 인해 기업의 행정 부담이 줄고 시장 진입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이번 제도를 통해 수입 경쟁을 늘리고, 소비자 선택 확대와 물가 안정, 행정 효율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동시에 EU와 규제를 맞추면서 중동 내 'EU 기준 시장'으로 자리잡으려는 전략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안보와 공급망이 중요한 분야에서는 오히려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다. 예를 들어 방산기업 엘빗시스템즈(Elbit Systems)가 중국산 차량을 업무용에서 제외한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이스라엘의 수입제도는 '규제 완화'와 '안보 강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2. 상세 규제 내용
1) European Route 도입: EU 기준의 제도적 수용
이번 제도 개편의 핵심은 EU 기준을 충족한 제품을 인정하는 European Route(유럽 트랙)의 도입이다. 이는 단순히 인증 절차를 간소화한 것이 아니라 EU 규제체계를 이스라엘 수입제도의 공식 기준으로 수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에 따라 EU 시장에서 적법하게 판매되는 제품은 원칙적으로 동일한 안전성과 품질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인정받으며, 별도의 국가표준 시험 없이 이스라엘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기존 포지티브 리스트(Positive List)* 제도에서 한 단계 발전한 형태다. 과거에는 정부가 지정한 일부 품목에 대해서만 해외 규격을 인정했지만, European Route는 EU 규정을 충족하는 제품을 원칙적으로 인정하는 체계로 확대됐다.
*정부가 개별적으로 목록에 올린 일부 품목만 해외 규격을 인정, 이외에는 이스라엘 자국 기준으로 시험·인증 필요
2) 신고 기반 수입체계로 전환
일부 품목은 기존 사전승인 방식에서 신고(Declaration) 중심 체계로 전환됐다. 수입자는 제품이 관련 규정을 충족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선언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게 되며, 이에 따라 통관 절차와 행정 부담이 크게 줄어들었다. 특히 저위험 소비재와 반복 수입 품목은 통관 기간이 단축되면서 시장 진입이 한층 용이해졌다. 다만 사전 심사가 축소된 만큼 수입자의 자체 품질관리와 관련 규정 준수 책임은 이전보다 커졌다.
3) 위험도 기반 규제체계 운영
European Route(유럽트랙)는 제품 위험도에 따라 서로 다른 절차를 적용하는 위험 기반(Risk-based) 관리체계를 운영한다. 저위험 제품은 제조사의 적합성 선언만으로 수입이 가능하지만, 위험도가 높아질수록 CE(유럽 적합성 표시, Conformité Européenne) 기술문서 제출이나 EU 공인 인증기관(Notified Body)의 인증이 요구된다. 특히 매우 고위험 제품은 EU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이스라엘 당국이 추가 자료 제출이나 사후 점검을 요구할 수 있다.
<유럽 트랙 위험도 기반 4단계 분류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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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도 |
구분 |
요구 절차 |
통관 방식 |
특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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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
저위험 (Low Risk) |
제조사 자체 적합성 선언 |
신고만으로 통관 |
가장 간단한 절차, 시험·인증 불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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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
중위험 (Medium Risk) |
CE 기술문서 (Technical File) 보유 |
사후 점검 가능, 통관은 간소화 |
문서 관리 책임 증가, 절차는 단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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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
고위험 (High Risk) |
EU 공인기관 (Notified Body) 인증 필수 |
NB 인증을 동등 인정, 추가 시험 없음 |
안전성 확보 중심, 인증 비용 및 시간 증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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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단계 |
매우 고위험 (Very High Risk) |
EU 기준 + 이스라엘 당국 추가 감독 가능 |
사후 검사·자료 제출 요구 가능 |
수입자 책임 강화, 규제 리스크 가장 높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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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분야 |
EU CE 인증 체계가 적용되는 일반 산업 제품군 (대부분 공산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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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무역관 종합, 2026.8월]
4) 적용 제외 분야 및 잔존 규제
EU 기준 수용이 모든 품목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식품, 의약품, 의료기기, 동물성 제품, 농산물, 방산·보안 제품, 특수 화학물질 등 안전과 보건,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분야는 기존 승인과 검역, 검사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의료기기와 의약품은 보건부(MOH)의 승인 절차가 필요하며, 육류와 유제품 등 동물성 식품은 농업부(MOA)의 검역 규정을 충족해야 한다.
또한 자동차 안전부품, 가스기기, 엘리베이터 설비, 고전압 전기설비 등 일부 안전 관련 품목은 EU 기준을 인정받더라도 현지 기술기준이나 추가 검사 요건이 적용될 수 있다. 따라서 CE 인증만으로 모든 규제 요건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며 품목별 세부 규정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유럽 트랙 적용 예외 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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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
적용 규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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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
MOH(보건부) 별도 식품 수입 규정 운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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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의료기기 |
MOH·AMAR 별도 승인 체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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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성 제품(육류·유제품 등) |
농업부(MOA) 검역 규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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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보안 관련 제품 |
안보·수출통제 규정 적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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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식물류 |
식물검역 별도 체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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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 화학물질 |
위험물 규제 적용 |
[자료: 무역관 종합, 2026.8월]
5) 식품 분야의 EU형 위험 기반 규제 도입
이스라엘은 공산품에 이어 식품 분야에서도 EU식 위험 기반 규제체계를 확대 적용하고 있다. 식품은 위험 수준에 따라 저위험부터 매우 고위험까지 구분되며, 위험도가 낮은 제품일수록 신고 중심의 간소화된 절차가 적용된다. 저위험 식품은 제조사의 적합성 선언과 기본 서류만으로 수입이 가능해 시장 접근성이 크게 개선됐다. 반면 육류와 유제품 등 고위험 식품은 위생증명서와 생산시설 인증, 검역 절차가 필요하며, 유아식과 특수의료용 식품은 사전 수입허가와 강화된 관리 대상에 포함된다.
6) 사후관리 중심의 규제체계 전환
이번 제도 개편의 특징은 사전 승인 중심에서 사후관리 중심으로 규제 방식을 전환한 것이다. 수입자는 제품이 EU 기준을 충족한다는 사실을 시험성적서와 기술문서 등으로 입증해야 하며, 규정 위반이나 안전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한 책임도 직접 부담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사전 심사를 최소화하는 대신 사후 점검과 시장 감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관리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시장 접근성을 높이면서도 제품 안전성과 규정 준수를 확보하기 위한 정책 방향으로 평가된다.
<이스라엘 수입 정책 기조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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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무역관 종합, 2026.8월]
3. 현지 업계 반응
1) 통관 간소화와 시장 경쟁 확대에 대한 기대
이스라엘 업계는 EU 표준을 기반으로 한 이번 수입 규제 개편을 전반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EU 인증 제품의 통관 절차가 간소화되면서 인증 비용과 행정 부담이 줄어들고, 신규 수입업체의 시장 진입도 한층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 역시 수입 경쟁 확대를 통해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고 물가 안정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EU 시장에서 이미 유통 중인 제품의 수입이 용이해지면서 품목 다양성과 공급 안정성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2) 단기적인 정책 효과에는 신중한 시각
반면 규제 완화가 단기간에 소비자 체감 효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스라엘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은 국가로 최근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에 따른 물류비와 보험료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인증 절차 간소화로 절감되는 비용이 실제 판매가격 인하로 연결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3) 시장 구조에 따른 한계
시장 구조 역시 정책 효과를 제한할 수 있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대형 수입업체와 유통기업 중심의 집중도 높은 시장 구조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규제 완화만으로 경쟁이 크게 확대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번 제도 개편은 시장 접근성을 높이는 기반은 마련했지만, 경쟁 활성화 효과는 산업별 시장 구조에 따라 차이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4. 미국 인증 제품, 유럽 인증 제품과 같은 절차가 적용될까?
1) 유럽 트랙이 부각된 배경
이스라엘 정부가 먼저 이름을 붙여 홍보한 제도는 'European Route(유럽 트랙)'이다. 2025년 1월부터 EU 표준 43개를 공식 목록화하며 시작했고, 이후 지속 확대를 거쳐 2025년 8월 기준 약 69개까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유럽에 좋은 것은 이스라엘에도 좋다"라는 슬로건까지 붙여 하나의 개혁 프로그램으로 패키징한 것이 특징이다. 반면 미국 인증(FDA, UL, FCC 등)은 처음에는 이런 식의 이름 붙은 개혁안으로 묶여 발표되지 않았다. 미국 표준 인증은 각 규제기관(AMAR, SII, MoC)이 오래전부터 개별적으로 운영해 온 승인체계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에는 이스라엘 정부가 미국 버전 개혁을 별도로 이름 붙여 추진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2) 품목별 실제 절차 차이
(1) 전기·전자제품은 이스라엘표준원(SII) 국가표준이 오랫동안 유럽 CENELEC(전기기술 표준위원회) 체계 기반으로 만들어져 왔기 때문에, EU CE 인증 제품은 추가 절차 없이 이스라엘 표준으로 적용된다. 반면 미국 UL 인증 제품은 표준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CB Scheme이라는 국제 상호인정 절차를 통해 "동등한 수준의 안전성을 갖추었다"는 판단을 한 번 더 받아야 한다. 최종적으로는 EU 제품과 미국 제품 모두 통관이 가능하지만, EU 표준은 바로 인정되는 반면 미국은 동등성을 별도로 확인하는 과정이 있어 실무상 한 단계가 더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미국 UL 인증(Underwriters Laboratories, 전기·전자제품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민간 인증 기관), CB Scheme(국제전기기술 위원회(IEC) 기반 국제 인증 상호인정 제도)
(2) 통신·무선기기는 상황이 다르다. EU 무선기기 지침(EU RED)이나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등 해외 인증을 보유하더라도 이스라엘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이스라엘 통신부(MoC)의 별도 승인 절차를 확인해야 한다. 이 분야에는 형식승인(Type Approval) 또는 적합성 승인(Conformity Approval) 절차가 적용되며, 통신부는 무선기기에 대해 지속형·일회성·분류형 형식승인 신청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또한 무선기기 승인 신청 시 제품의 주파수 범위, 송신출력, 대역폭, 변조방식 및 적용 표준 등을 포함한 기술자료를 제출하고, 이스라엘의 관련 법규 및 기술기준 충족 여부를 확인한다. 따라서 통신·무선기기의 경우 해외 인증의 보유 여부 자체보다 이스라엘 통신부가 요구하는 형식승인·적합성 요건을 충족하는 것이 핵심이다.
(3) 의료기기는 오히려 결이 다르다. 이스라엘 보건부 산하 의료기기 부서(AMAR)는 의료기기 등록 과정에서 해외 규제기관의 승인 및 해당 국가에서의 판매 이력을 활용하고 있다. 보건부가 2013년 해외 제조업체·수입업체에 안내한 자료에는 등록 신청 시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 영국 및 EU에서의 등록 관련 정보와 국가별 판매량, 해당 국가에서의 의료보험 적용 여부 등을 제출하도록 명시되어 있다(이스라엘 보건부, Medical Device Department, 2013). 또한 이스라엘의 「Medical Equipment Law 2012」 관련 정부 자료에는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및 EU 주요 회원국 등이 ‘인정 국가(Recognized Countries)’로 규정되어 있다. 특히 2024년 AMAR의 Fast-Track 등록절차에서는 의료기기의 위험등급과 해외 규제기관의 승인 여부, 인정 국가에서의 판매기간을 기준으로 신속등록 경로를 구분하고 있다.
(4) 식품은 원산지와 무관하게 동일한 절차를 밟는 분야다. 미국 FDA 승인 식품이든 EU 인증 식품이든 이스라엘에 들어올 때는 보건부의 별도 심사, 성분·첨가물 기준, 영양성분 표시, 알레르기 정보, 히브리어 라벨링 확인을 똑같이 거친다. 다만 코셔(Kosher) 인증 여부는 원산지와 상관없이 유통 단계에서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별도의 변수다.
3) 최신 동향
정리하면, 이스라엘 정부가 한동안 EU 인증을 유독 더 많이 홍보하는 것처럼 보였던 이유는 실제 규제 실무의 차이라기보다 정책을 알리는 방식의 시차에 가깝다. EU는 이스라엘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고, 그래서 정부가 EU 표준 채택을 이름 붙은 개혁 정책으로 먼저 만들어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반면 미국 표준에 대한 인정은 오랫동안 각 규제기관이 개별적으로 운영해 온 절차 속에 머물러 있어, EU 트랙만큼의 정책적 주목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시차는 이미 좁혀졌다. 2025년 3월 이스라엘 경제산업부가 미국 표준 인정 확대 계획을 공식 발표한 데 이어, 경제산업부 장관이 발의한 "미국에 좋은 것은 이스라엘에도 좋다(What's Good for the US is Good for Israel)" 개혁안이 2026년 7월 크네셋 2·3차 독회를 통과하며 최종 제정됐다. 이 개혁안은 미국 연방 규제기준을 충족한 제품이 이스라엘 고유 표준이나 별도 행정절차 없이 제조·수입·판매될 수 있도록 하는, 기존 유럽 트랙과 사실상 동일한 구조의 미국판 개혁이다. 시행은 유럽 트랙과 같은 단계적 방식을 따르며, 1단계는 2027년 초 발효 예정으로 유아용품, 장난감, 젖병 등 수유용품, 아기침대·유모차·바운서, 자전거, 세제류가 우선 적용 대상이다. 앞선 유럽 트랙에서는 품목별로 최대 45%(식기세척기)에 달하는 가격 인하와 수입업체 수 증가 효과가 확인된 바 있어, 미국 트랙에서도 유사한 효과가 기대된다.
5. 규제를 넘어선 안보 리스크 대응 사례
최근 글로벌 통상환경은 경제, 기술, 안보를 함께 고려하는 '지경학(Geoeconomics)'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주요국들은 가격 경쟁력 중심의 공급망에서 벗어나 공급망 안정성, 기술 주권, 데이터 보안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전환하고 있으며, 이스라엘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시장 개방과 국가안보를 병행하는 통상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방산 분야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최근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 방산기업 엘빗 시스템즈(Elbit Systems)는 업무용 차량 운영 대상에서 중국산 차량을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특정 국가를 배제하기 위한 조치라기보다 공급망의 신뢰성과 데이터 보안을 우선 고려한 결정으로 해석되며, 정부의 공식 규제 조치가 아닌 민간 기업 차원의 자발적 리스크 관리 사례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는 이스라엘 국방부와 IDF(이스라엘 방위군)가 앞서 자국 군 시설에서 중국산 차량 반입을 제한하고, 방산기업들의 장비·차량 조달 과정에서도 유사한 제한을 적용해온 흐름을 뒤따른 것으로, 안보 우려가 공공 영역을 넘어 민간 방산기업으로까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군과 방산 분야에서 운용되는 차량은 위치정보, 운행기록, 통신정보 등 다양한 데이터를 생성·저장할 수 있어 사이버보안과 정보보호가 핵심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보다 보안성과 신뢰성을 우선하는 경향을 보이며, 이는 미·중 기술 경쟁 심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맞물리면서 조달 기준 자체가 보안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이와 같은 기조는 한국 및 유럽 기업 등에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들 국가의 제품은 이스라엘에서 품질과 신뢰성을 인정받고 있어, 공공조달과 기업 구매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례는 이스라엘이 일반 소비재 분야에서는 시장 개방을 확대하면서도 국가안보·전략산업에서는 공급망 안정성을 우선하는 이원적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앞으로는 방산을 넘어 첨단기술, 통신장비, 반도체, 전기차 등 안보와 연계된 산업 전반으로 이 흐름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6. 시사점
이스라엘의 수입 규제 개편에서 가장 눈에 띄는 흐름은 통상 환경이 점차 EU 중심의 규범 체계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이다. 주변 중동 국가들도 유럽 인증 체계를 확대해온 만큼, 중동 지역 전반에서 유럽 표준이 사실상의 국제 표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기업들은 이제 개별 국가별 대응을 넘어 EU 기준을 중심으로 한 인증 전략을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하며, CE 인증 확보 여부가 시장 진입 속도와 비용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주목할 부분은 미국 인증 전용 트랙의 신설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관련 개혁안을 크네셋에서 최종 통과시켰고, 2027년 초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미국 인증 제품이 EU 인증 제품과 동일한 구조의 공식 수입 경로를 갖추게 되면, 특정 국가 기준만 충족하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 결국 기업은 EU·미국 기준을 동시에 충족하는 이중 인증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는 관련 기술·품질·인증 역량을 이미 보유한 한국 기업에는 오히려 시장 진출 기회를 넓히는 계기가 된다. CE 인증의 핵심적 위상은 유지되지만, 미국 인증의 전략적 비중도 함께 커지는 만큼 한국 기업의 선택지와 진입 속도 모두 개선될 여지가 있다.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시장 진입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도 짚어야 한다. 이스라엘 사례에서 확인되듯 공급망 신뢰성, 데이터 보안, 기술 통제 가능성 같은 비가격 요소가 이미 주요 평가 기준으로 자리 잡았고, 이 흐름은 방산을 넘어 첨단기술·통신·전기차 등 전략 산업 전반으로 번져가는 중이다.
결국 이번 변화는 한국 기업에 기회와 부담을 동시에 안긴다. 기술력과 품질 면에서는 경쟁 우위를 살릴 수 있지만, 그만큼 인증·보안·공급망 관리 역량도 함께 요구되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이 EU 인증 확보에 더해 보안성과 신뢰성까지 아우르는 종합적 경쟁력 강화 전략을 갖춘다면, 가격 경쟁력을 넘어 규제 적합성과 공급망 안정성까지 충족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 시장에서 유리한 자리를 선점할 가능성이 확대 될 것이다.
자료: Ministry of Economy and Industry, Ministry of Health, Ministry of Communication, Ministry of Transportation, Ministry of Health, Standards Institution of Israel (SII), U.S. Department of Commerce, Federation of Israeli Chambers of Commerce (FICC), 현지 언론(Calcalistech, Globes, JPos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