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900만 호 돌파, 방치된 주택 증가가 주요 이슈
일본의 빈집이 900만 호를 넘어서면서 빈집 문제가 주택정책과 관련 시장의 변화를 이끄는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 정부는 관리되고 있지 않는 빈집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기존 주택의 거래와 활용을 늘리기 위한 제도 정비에도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의 주택정책도 새 주택 공급에 무게를 두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이미 있는 주택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다시 활용하는 방향으로 점차 바뀌고 있다.
일본 총무성 통계국의 「2023년 주택·토지통계조사」 확정치에 따르면 2023년 10월 1일 기준 일본의 빈집은 900만 2000호로, 2018년의 848만 9000호보다 51만 3000호 증가했다. 전체 주택에서 빈집이 차지하는 비율도 13.8%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용도별로 보면 임대나 매각, 별장 등의 용도로도 사용되지 않는 빈집은 385만 6000호로 전체의 42.8%에 달했다.
<일본의 빈집 통계(2023년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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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
호수(단위:만 호) |
비중 |
2018년 대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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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용 빈집 |
443.6 |
49.3% |
+10.8만 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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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용 빈집 |
32.6 |
3.6% |
+0.3만 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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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장 등 2차적 주택 |
38.4 |
4.3% |
+3.3만 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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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의 빈집 = 방치형 |
385.6 |
42.8% |
+36.9만 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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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합계 |
900.2 |
100% |
+51.3만 호 |
[자료: 총무성통계국 ‘주택토지통계조사결과 2023’]
이러한 빈집은 2018년보다 36만 9000호 늘어 일본 전체 빈집 증가분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임대용이나 매각용 빈집은 거래를 통해 다시 활용될 가능성이 있지만, 별다른 용도 없이 방치되는 빈집은 장기간 시장에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 빈집 문제가 단순히 빈집 수가 많다는 데 그치지 않고, 방치된 주택을 어떻게 관리하고 다시 활용할 것인가의 문제로 이어지는 이유다.
관리하지 않는 빈집에는 부담은 높이고, 매각과 활용은 지원
빈집이 장기간 방치되는 경우, 세금과 철거 비용, 상속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발생한다.
일본에서는 주택이 들어선 토지에 대해 고정자산세를 줄여주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이 때문에 오래된 빈집을 철거해 빈 땅으로 만들 경우 세금 부담이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 여기에 철거 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므로 소유자가 빈집을 그대로 두는 경우가 적지 않다. 상속 절차가 복잡하거나 소유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매각이나 철거 자체가 어려워지는 문제도 있다.
일본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줄이기 위해 관리되지 않는 빈집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2023년 12월 13일부터 시행된 개정 '빈집 등 대책 추진 특별조치법'은 붕괴 위험 등이 있는 빈집뿐 아니라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상태가 악화될 우려가 있는 빈집까지 관리 대상에 포함시켰다.
<빈집에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사회문제>

[자료: 국토교통성]
지방자치단체가 관리 개선을 권고한 빈집은 일정 요건에 따라 주택용 토지에 적용되던 고정자산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이에 따라 빈집을 관리하지 않은 채 계속 보유할 경우 이전보다 세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반면 빈집을 매각하거나 다시 활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지원책도 함께 시행되고 있다. 일정 요건을 충족한 상속 주택을 매각하면 일정 기간 동안 양도소득에서 최대 3000만 엔을 공제받을 수 있으며, 중앙정부는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빈집 실태조사와 철거, 활용 사업도 지원하고 있다. 2026년도에는 관련 지원사업에 59억 엔의 예산이 편성됐다.
결국 일본의 빈집 정책은 관리하지 않은 채 계속 보유하는 데 따른 부담은 높이고, 매각·철거·재활용을 선택할 경우에는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새로 짓는 주택에서 기존 주택 활용으로
빈집 대책은 일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기존 주택 거래 활성화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일본 정부는 기존 주택이 원활하게 거래될 수 있도록 주택 상태 점검을 활성화하고, 주택 성능을 소비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일정 기준을 충족한 기존 주택의 품질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기존 주택을 사들여 고친 뒤 다시 판매하는 사업에 대한 지원책도 시행하고 있다.
<기존 주택 거래 활성화를 위한 지원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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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
지원 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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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입·재판매 주택 등록면허세 특례 |
등록면허세 원칙 2.0% → 0.3% / 0.1% 감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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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입·재판매 부동산취득세 |
가옥 최대 36만엔 / 토지 4.5만엔 감면 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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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주택 매매하자보험 |
검사·보증 일체형, 매매 후 하자 발견 시 보수비용 지원 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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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at35 리노베 |
5년간 0.5~1.0% 금리 인하 |
[자료: 각종 언론보도 참고하여 나고야무역관 요약]
이 같은 변화와 함께 주택 개보수 시장도 커지고 있다.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일본의 주택 개보수 시장 규모는 2025년 7조 5119억 엔으로 전년보다 2.5% 증가했으며, 2026년에는 7조 7000억 엔으로 1.9%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가 높아진 점도 시장 규모 증가에 영향을 미쳤지만, 노후 주택을 고쳐 계속 사용하려는 수요와 단열 성능 개선을 위한 공사 확대 등도 주택 개보수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주택시장은 새 주택을 공급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이미 지어진 주택을 거래하고, 필요한 부분을 고친 뒤 다시 사용하는 방향으로 점차 변화하고 있다. 빈집 증가가 기존 주택의 관리와 활용을 촉진하는 정책 변화로 이어지고, 다시 주택 거래와 개보수 관련 시장의 확대에도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기존 주택 활용 활성화가 주는 비즈니스 기회
관련하여 가장 유망한 분야는 리모델링에 쓰이는 건축자재 시장이다. 일본 정부가 2026년도에 시행하는 '주택에너지절약 2026 캠페인'은 고단열 창호·문 교체(1가구당 최대 100만 엔 보조)와 단열재 보강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다만 보조금은 사업에 등록된 제품을 사용한 공사만 대상이어서, 외국 제품으로 보조금을 받으려면 일본의 성능 기준(단열 등급 등)을 충족하고 등록 절차를 거칠 필요가 있다. 등록은 ‘주택에너지절약 2026 캠페인(住宅省エネ2026キャンペーン)’ 홈페이지에서 신청 가능하다.
<최근 발생 수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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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 |
일본 시장 상황 |
수요 상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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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호(샷시) |
YKK AP·LIXIL이 양강 구도. 목재 창호는 전체 시장의 1% 미만 규모로 성장 전망 |
등록 요건을 충족하는 고성능 이중창(내창)·수지 창호. 리폼 시장은 창호 교체가 중심이어서 수요가 가장 큰 품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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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열재 |
주택용 단열재 2025년도 1,897억 엔 규모. 일본 단열재 시장은 2035년 80억 8천만 달러로 성장 전망 |
기존 벽을 뜯지 않고 '살면서 시공' 가능한 내장용 단열 복합 패널, 고성능 보드형 단열재에 수요가 집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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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재·벽지·타일 |
수입 의존도가 40~50%에 달하는 품목 |
한국제품도 이미 많이 유통되고 있고 진입장벽이 낮은 품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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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홈·IoT |
노후 주택 관리·돌봄 수요로 리폼과 병행 설치 증가 |
빈집 원격 관리, 헬스케어 연동 기기 등 DX 분야 수요 증가 중 |
[자료: 각종 언론보도 참고하여 나고야무역관 요약]
빈집 활용 대행 서비스와 빈집의 숙박 시설화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사업 모델을 ‘빈집 활용’ 이라는 의미의 아키야카츠요(空き家活用)라고 한다. 사람이 살지 않는 방치된 주택이나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주거, 숙박, 점포, 지역 커뮤니티 등으로 다시 사용하는 총체적인 활동을 말한다. 이는 지자체의 지역재생 모델이 되기도 하나, 기업들에게는 비즈니스가 되기도 한다. 부동산업체 JECT ONE이 2016년부터 운영해온 ‘아키사포(アキサポ)’ 사업은 소유자 대신 전액 비용을 부담해 빈집을 리모델링한 뒤 일정 기간 전대하는 모델로, 단순 임대를 넘어 용도 자체를 다양하게 바꾸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다만 빈집을 활용한 공유숙박(민박) 시장은 초창기 성장 단계를 지나 '선별·재편기'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일본 관광청에 따르면 일본의 외국인 관광객이 연 4000만 명을 넘어가는 호황 속에서도 이러한 공유숙박의 가동률은 45% 수준으로 부진한 편이다. 이는 숙박시설의 위치 문제도 있겠지만, 단순히 빈집을 확보해 숙박시설로 전환하는 것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고 차별화된 운영 노하우와 유동가격제, 관리체계, 다국어지원 등이 필요하다는 점을 의미하기도 한다.
시사점
일본의 빈집 증가는 인구구조 변화와 기존 주택의 누적이 맞물려 나타난 구조적인 현상인 만큼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도 빈집 수 자체를 줄이는 데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방치된 주택이 매각·철거되거나 새로운 용도로 활용될 수 있도록 세금과 관리 제도를 함께 손질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 변화가 이어지면 기존 주택을 거래하기 전에 상태를 점검하는 서비스부터 단열·내진 성능 개선, 노후 설비 교체, 인테리어, 유지·관리까지 주택을 오래 사용하는 데 필요한 관련 수요도 함께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일본 시장 진출을 검토하는 우리 기업도 신규 주택 건설 수요뿐 아니라 기존 주택의 개보수와 유지관리, 에너지 효율 개선 등에서 나타나는 수요 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만 빈집 관련 지원과 세제는 지방자치단체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실제 사업을 추진할 때에는 진출 대상 지역의 제도와 지원 내용을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자료: 일본 총무성 통계국, 일본 국토교통성, 일본 재무성, 야노경제연구소, 언론보도 요약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