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선도하는 글로벌 전고체 배터리 시장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전기차 대중화와 함께 빠르게 성장해왔다. 국제 에너지 기구(IEA)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신차 판매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5%를 넘어섰는데, 이는 2020년의 5% 미만과 비교하면 대폭 늘어난 수치다. 특히 중국에서는 지난해 신규 차량 판매의 50% 이상이 순수 전기차 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였을 만큼 전동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전기차 한 대당 배터리 원가 비중이 30~40%에 달하는 만큼, 전기차 판매 확대는 곧바로 배터리 수요 확대로 직결된다. 이러한 가운데 배터리 업계는 전해질 종류에 따라 기술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있다.

<배터리 유형별 비교>

구분

내용물 (전해질)

현재 상황

리튬 이온 배터리

액체

현행 타입으로 시판 EV에 널리 탑재. 중국이 세계 점유율 70% 이상으로 압도적.

반고체 배터리

액체 + 갤(Gel) 상태의 고체

WeLion 제품이 NIO에서 2024년부터 실운용.

전고체 배터리

완전히 고체

시작 단계. 일본이 기술적으로 선도, 양산은 2027년~2028년 목표.

[자료: KOTRA 후쿠오카무역관 종합]

리튬이온 배터리가 이미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은 가운데, 반고체 배터리는 그 과도기적 대안으로 일부 중국 업체가 상용화를 시도하고 있고, 전고체 배터리는 아직 실증 단계이지만 안전성·에너지밀도·충전속도 면에서 가장 근본적인 개선을 약속하는 '완성형' 기술로 꼽힌다.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양극과 음극 사이 이온을 전달하는 매개체인 전해질을 액체 대신 고체로 대체한 배터리다. 액체 전해질은 가연성이 높아 외부 충격이나 과열 시 화재·폭발 위험이 상존하지만, 고체 전해질은 이 위험을 근본적으로 낮출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에너지 밀도를 끌어올리고 충전 속도를 대폭 단축할 수 있어, 업계에서는 전고체 배터리를 리튬이온 배터리의 한계를 넘어설 차세대 배터리이자 전기차·로봇·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 평가한다.

이러한 잠재력 때문에 전고체 배터리는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국가 차원의 산업 패권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완성차·배터리 기업뿐 아니라 각국 정부가 보조금과 공급망 정책을 통해 직접 개입하고 있으며, 누가 먼저 양산 체제를 완성하느냐에 따라 2030년 이후 배터리 산업의 서열이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고체 배터리 출원인 국적별 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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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일본 특허청, KOTRA 후쿠오카무역관 재구성]

이 경쟁에서 가장 앞선 나라로 꼽히는 곳이 일본이다. 일본은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서 특히 강점을 보이고 있으며, 2013년~2021년 2개국·지역 이상에 출원된 '국제전개 발명건수(国際展開発明件数)' 기준으로 일본 국적 출원인의 비중이 전체의 48.6%로 1위를 차지했다. 특허 다출원 상위 20개사 중에서는 파나소닉(1위)·도요타자동차(2위)를 포함해 14곳이 일본 기업이었다.

<전고체 배터리 글로벌 스코어 특허종합력 상위 5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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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Patent Result]

특허 리서치 전문기관 Patent Result가 특허분석 툴 'Biz Cruncher'를 활용해 집계한 2025년 1월 기준 글로벌 종합 특허력 순위에서도 1위 도요타자동차, 2위 파나소닉그룹, 3위 후지필름 순으로 나타났으며, 4위 이데미츠코산, 5위 무라타제작소까지 상위 5개사 전체가 일본 기업으로 채워졌다. 특허 건수만이 아니라 개별 특허의 질적 경쟁력까지 반영한 스코어링 방식에서도 일본 기업이 상위권을 독식하고 있다는 점은, 일본의 특허 경쟁력이 양적·질적 양면에서 모두 앞서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글에서는 이러한 특허 경쟁력을 바탕으로 일본 정부의 전고체 배터리 관련 정책 기조 변화, 도요타·닛산·혼다·파나소닉 등 주요 기업의 기술 개발 및 상용화 동향, 그리고 이러한 흐름이 한국 산업에 주는 시사점을 순서대로 살펴본다.

일본 정부의 차세대 배터리 육성 방향

일본 경제산업성은 2026년 6월 2일, 2022년 8월에 수립했던 '축전지 산업전략'을 개정한 '축전지·전원산업전략(蓄電池・電源産業戦略)'을 제8회 축전지산업전략추진회의에서 공개했다. 개정 배경에는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기반 EV 지원책이 잇달아 폐지·변경된 점이 있다.

<축전지·전원산업전략의 3가지 목표>

목표

내용

추진 방향

국내 제조 기반 확립

차량용·정치용(가정용·산업용 고정형)에 필요한 제조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2030년부터 2030년대 중반까지 축전지·부소재·제조장치의 국내 제조 기반 150GWh/년(마더 공장) 확립

- 다각적인 경쟁력 향상 및 전원 시스템 전체의 최적화를 촉진

- 수요·공급 양면에서 공급망 전반의 강화

국제적 입지 확보

일본 기업의 기술력과 강점을 살려 성장성이 기대되는 시장을 중심으로, 경쟁력이 뛰어난 축전지 중심의 종합적인 축전 솔루션을 제공

축전지 셀을 제조하는 일본 기업의 축전지 관련 매출액(셀·팩·모듈·축전 시스템 등)을 3배로 성장

차세대 배터리 시장 선점

선진 액체계 LIB(리튬 이온 배터리) 및 전고체 배터리를 비롯해 기술적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차세대 배터리로 시장을 선점

특히 전고체 배터리는 2030년경 본격 실용화를 목표로 함과 동시에, 2030년대 중반을 향해 수요 규모에 대응하는 제조 기반을 확립하고, 해외 시장 진출까지 염두에 두고 시장 선점을 목표

[자료: 일본 경제산업성, KOTRA 후쿠오카무역관 재구성]

<일본 축전지 기술 전환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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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일본 경제산업성, KOTRA 후쿠오카무역관 재구성]

이번 개정에는 축전지의 기술 전환을 국가 전략 차원에서 촉진하려는 의도가 뚜렷하게 반영돼 있다. 세 번째 목표에 새롭게 추가된 '선진 액체계 LIB'가 대표적인데, 이는 현행 액체계 배터리에서 전고체 배터리로 넘어가는 중간 단계로 자리매김한 항목으로, 에너지밀도와 고출력을 동시에 끌어올려 AI 데이터센터·드론·도심항공교통(eVTOL) 등의 수요를 겨냥한다. 공교롭게도 이는 중국이 강점을 보이는 반고체 배터리와 상당 부분 겹치는 영역이어서, '반고체'라는 명칭을 쓰지 않으면서도 실질적으로 같은 시장에 대응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결국 일본은 현행 액체계 배터리 → 선진 액체계 LIB → 전고체 배터리 → 진화형 전고체·혁신형 배터리로 이어지는 단계적 기술 전환을 유도하고, 각 단계에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을 이번 개정에 담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일본 정부는 이번 개정을 통해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서 국내 생산기반 확충과 소재 공급망 강화를 동시에 추진하려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경제안보기금을 통해 축전지·부소재·제조장치 설비투자를 지원하고, 신규 공급확보계획 공모를 통해 생산기반 확충 사업을 지원하며, JOGMEC을 통한 자원 확보 사업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정책적 뒷받침 아래, 실제 현장에서는 일본 3대 완성차 기업인 도요타·닛산·혼다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전고체 배터리 개발과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제 이들 기업이 어떤 파트너십과 로드맵으로 전고체 배터리 실용화에 접근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도요타자동차 × 이데미츠코산: 완성차·정유사 협업의 대표 사례

완성차 기업 도요타와 정유·에너지 기업 이데미츠코산은 2023년 10월 12일 BEV용 전고체 배터리 양산화 협업을 공식화했다. 황화물계 고체전해질을 이데미츠코산이 개발·양산하고, 도요타가 이를 탑재한 전동차를 2027~2028년 상용화한다.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사업 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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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이데미츠코산, ‘2025년도 제3분기 결산설명자료’]

이 로드맵대로 진행되면 2027~2028년 도요타의 전고체 배터리 탑재 BEV 실용화 시점에 맞춰 소재 공급 체계가 갖춰지며, 이후에는 대형 파일럿 라인에서 확보한 실적을 발판으로 본격적인 상업 양산 단계로 이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극재 분야에서는 도요타와 스미토모 금속광업이 2025년 10월 8일 공동개발계약을 체결해 내구성이 우수한 양극재를 별도로 개발 중이며, 도요타의 목표 성능은 충전 10분 이내·항속거리 1,200km 초과로 제시되고 있다.

닛산자동차: 요코하마 공장 파일럿 라인, 2028년도 실용화 목표

<요코하마 공장 내 건설 중인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생산 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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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닛산자동차 홈페이지]

완성차 기업 닛산은 2018년부터 배터리 연구를 시작해 2022년 시제품 생산설비를 가동했다. 2024년 4월 16일에는 요코하마 공장 내에 건설 중인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생산라인을 처음 공개했다. 이 라인은 기존 엔진·서스펜션 등을 제조하던 기계공장 건물에 조성되며, 길이 약 135m·안길이 약 75m, 약 1만㎡ 규모로 전극재 공정부터 전극·셀·모듈/팩 공정, 화성(化成) 공정까지 전고체 배터리 제조의 전 공정을 검증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2024년 8월부터 설비 반입·설치를 시작해 2025년 3월 가동을 목표로 했으며, 이후 2026년 일반도로 주행시험을 거쳐 2028년도 실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전지 사양은 고체전해질은 황화물계, 음극은 리튬(Li) 금속, 양극은 하이니켈 삼원계(NMC)를 채택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대비 약 2배의 에너지밀도, 대폭적인 충전시간 단축, 저렴한 소재 조합에 따른 배터리 비용 절감이 기대된다고 닛산은 설명했다.

혼다기연공업: 도치기 사쿠라 파일럿 라인, 2020년대 후반 상용화 목표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 레이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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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혼다기연공업]

완성차 기업 혼다는 2024년 11월 21일, 혼다기술연구소 도치기현 사쿠라시 부지 내에 건설한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공개했다. 연면적 2만7,400㎡ 규모로, 전극재 계량·혼련, 도공, 롤프레스, 셀 조립, 화성, 모듈 조립까지 각 공정을 검증할 수 있는 설비를 갖췄으며, 2025년 1월 가동을 시작했다. 혼다 전고체 배터리의 특징은 제조방식에 있다. 기존 액계 리튬이온 배터리 공정을 기반으로, 고체전해질층을 치밀화하는 롤프레스 방식을 도입해 전극 계면 밀착성과 생산성을 동시에 높였다. 혼다는 이 파일럿 라인을 통해 양산 프로세스 확립을 위한 기술 검증과 병행해 배터리 셀의 기본 사양을 결정하고 있으며, 2020년대 후반 전동차 탑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아울러 자사가 축적해온 태양전지·연료전지 개발·양산 노하우도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사점 및 일본 시장 진출 시 유의사항

일본은 도요타·닛산·혼다 3사가 각각 소재기업 협업, 실차 성능 검증, 제조공정 최적화라는 다른 방식으로 2027~2028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향해 가고 있으며, 그 배경에는 압도적인 특허 경쟁력과 차세대 배터리 단계별 기술 전환을 명시한 국가 전략이 자리한다. 일본 정부는 미국의 EV 정책 후퇴와 중국의 수출관리 강화라는 대외 변수에 대응해 2026년 6월 축전지 산업전략을 개정하면서도, 전고체 배터리 관련 목표와 일정은 그대로 유지하며 소재·완성차 간 협력 체계를 경제안보 정책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다만 2027~2028년의 '양산'은 초기 소량 생산 단계이며, 실질적 대중화는 2030년 전후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일본 내부에서 통용되고 있다.

한국 기업이 일본 전고체 배터리 시장에 진출할 때는 몇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첫째, 도요타는 황화물계 고체전해질처럼 상용화 유망 분야의 특허를 집중적으로 확보해, 후발 기업의 진입 자체를 차단하는 '특허 장벽' 전략을 쓰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배터리 업계는 도요타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 별도의 조성·공정 경로로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특허를 둘러싼 한일 관계가 항상 대립적인 것만은 아니다. 파나소닉과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배터리 업체 선와다 전자(Sunwoda)의 특허 침해에 대해 특허관리 전문업체 '튤립이노베이션'을 공동으로 활용해 대응한 사례가 있다. 이는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서는 특허를 둘러싼 경쟁 관계가 이어지더라도, 이해관계가 겹치는 사안에서는 별도의 협력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둘째, 시장 표준화 이전의 '틈새 타이밍'을 노려야 한다. 전고체 배터리는 아직 상용화 전 단계라 리튬이온 배터리처럼 '완성차→셀 메이커→소재사'로 이어지는 표준화된 3단계 공급망이 자리 잡지 않았다. 이 때문에 완성차 업체가 독보적 셀 메이커를 거치지 않고 소재사와 직접 계약해 기술 주도권과 공급망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유인이 커진 상태다. 실제로 국내 소재 기업 포스코퓨처엠은 이런 배경에서 일본의 한 완성차 업체와 전고체 배터리용 양극재 단독 개발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를 통해 독점 납품권을 사전에 확보하고 경쟁 소재사보다 앞서게 됐다.

셋째, 가격보다 검증된 실적으로 신뢰를 쌓아야 한다. 일본 완성차들은 투자결정·생산능력을 단계별로 공개하며 신뢰를 확보하는 만큼, 한국 기업도 파일럿 단계의 샘플 공급·품질 인증 실적을 적극적으로 축적·공개할 필요가 있다.

결국 전고체 배터리 시장은 아직 표준과 공급망이 확립되지 않은 초기 단계인 만큼, 특허 전략과 초기 협력 네트워크, 실증 실적을 선점하는 기업이 향후 일본 시장에서도 경쟁우위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료: IEA, 일본 특허청, Patent Result, 일본 경제산업성, 이데미츠코산, 닛산자동차, 혼다기연공업, 각 기업 홈페이지, KOTRA 후쿠오카무역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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