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의 셀렉트숍 유통망에서는 한국 브랜드와의 접점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일본의 ‘셀렉트숍(セレクトショップ)’은 바이어와 MD가 매장 콘셉트와 고객층에 맞춰 다양한 브랜드와 상품을 선별해 제안하고, 경우에 따라 별주 상품이나 기간 한정 전개, 상설 코너 운영까지 기획하는 유통채널이다. BEAMS, SHIPS, UNITED ARROWS 등 패션 중심의 대형 셀렉트숍부터 THE CONRAN SHOP과 같은 라이프스타일형 셀렉트숍까지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패션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KOTRA 도쿄무역관 지원기업인 국내 웰니스 뷰티 브랜드 ‘리솔츠’는 일본의 대표적인 라이프스타일 셀렉트숍 THE CONRAN SHOP에 입점해 현지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혔다. 한편 한국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웜그레이테일’은 일본의 주요 패션 셀렉트숍 URBAN RESEARCH를 통해 생활잡화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처럼 한국 브랜드의 일본 셀렉트숍 진출 범위는 패션 기반 셀렉트숍의 라이프스타일 상품군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자료: '히즈'사 제공] [자료: '웜그레이테일'사 제공]
그렇다면 일본의 셀렉트숍은 수많은 한국 브랜드 가운데 어떤 브랜드를 선택하고, 첫 입점 이후 이를 지속적인 거래로 이어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KOTRA 도쿄무역관은 최근 일본 셀렉트숍의 한국 브랜드 취급 확대와 라이프스타일·잡화 분야로의 소싱 다변화에 주목해, 2026년 9월 14일 현지 유통기업 S사와 도쿄 소재 S사 본사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Q1. 일본 셀렉트숍에 소개할 한국 브랜드는 어떤 기준으로 발굴하고 선정하는가?
A. 한국 브랜드 측에서 일본 진출을 문의해오는 경우도 있고, 저희가 직접 한국 시장과 매장을 살펴보며 브랜드를 발굴하기도 한다. 반대로 일본 셀렉트숍 바이어로부터 “한국에서 이런 브랜드나 카테고리의 제품을 찾아달라”는 요청을 받아 브랜드를 찾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일본 바이어와 함께 직접 한국을 방문해 시장을 둘러보며 브랜드를 발굴하기도 하며, 연2회 자체적으로 바이어 대상 전시회를 개최해 발굴한 브랜드를 소개하고, 현장에서의 상담을 실제 수주로 연결하고 있다.
사가 취급 브랜드 소개를 위해 연2회 개최하는 바이어 대상 전시회 현장>

[자료: S사 제공]
브랜드를 검토할 때는 단순히 한국에서의 인지도만을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상품에 명확한 개성이 있는지, 일본의 어느 매장과 고객층에 맞는지, 일본 판매가격이 성립하는지, 기존 브랜드와 차별화되는지, MOQ와 납기·공급 조건이 현실적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본다.
한국에서의 판매실적이나 SNS 팔로워 수, 유명인 착용 사례 등은 바이어가 브랜드에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바이어들도 소셜미디어나 한국의 유명 온라인 쇼핑몰 등을 통해 한국 시장을 직접 살펴보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한국에서의 인기’만으로는 충분한 차별화가 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그 인기가 왜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그 매력을 일본의 어떤 매장과 고객층에 연결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Q2. 한국 브랜드를 일본 주요 셀렉트숍에 연결할 때, 실제 바이어 제안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며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는 무엇인가?
A.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브랜드와 판매처의 매칭이다. 상품, 가격대, 브랜드의 세계관을 보고 ‘이 브랜드라면 이 회사의 이 레이블’, ‘이 상품이라면 이 매장의 이 카테고리’까지 구체적으로 생각한다. 그 다음 일본 내 판매가격, 도매가격, MOQ, 납기, 공급체계 등 사업이 성립하기 위한 기본조건을 확인한 후 바이어에게 제안한다. 처음 브랜드를 설명할 때는 무엇을 판매하는 브랜드인지, 기존 브랜드와 무엇이 다른지, 타깃 고객은 누구인지, 가격대는 어느 정도인지를 짧은 시간 안에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 상품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셀렉트숍에는 매일 수많은 브랜드 제안이 들어오기 때문에 “왜 이 매장이 이 브랜드를 취급해야 하는가”까지 제안할 필요가 있다. 별주 상품이나 한정 컬러 제작이 가능한지, 팝업이나 매장 이벤트를 할 수 있는지, 한국 본사와 연계한 프로모션이 가능한지, 판매가 좋을 경우 추가 발주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지 등을 함께 제안하면 바이어 입장에서도 브랜드를 도입해야 할 이유가 생긴다.
Q3. 한국 브랜드가 일본 셀렉트숍을 통해 유통될 경우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팝업과 정규 입점은 각각 어떤 역할을 하는가?
A. 팝업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일본 시장의 반응을 확인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다만 일본에서는 특히 패션 감도가 높은 소비자의 경우 자신이 평소 신뢰하는 셀렉트숍을 기준으로 상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SNS 등을 통해 브랜드를 알게 되더라도, 소비자에게는 아직 ‘이름을 들어본 브랜드’에 불과할 수 있다. 하지만 평소 자신이 좋아하고 신뢰하는 셀렉트숍에서 해당 브랜드를 발견하면 ‘이 매장이 선택한 브랜드라면 한번 봐야겠다’는 인식이 생길 수 있다. 실제 매장에서 제품을 보고 만져보거나 직원의 설명을 들은 뒤 다시 온라인에서 브랜드 SNS나 본국 EC 등을 찾아보면서 브랜드를 더 깊게 이해하게 된다.
따라서 일본 시장에서는 ‘온라인에서 인지 → 신뢰하는 셀렉트숍에서 실물 경험 → 다시 온라인에서 브랜드를 탐색’하는 흐름이 만들어질 수 있다. 특히 일본에서 아직 인지도가 낮은 브랜드라면 처음부터 자사 점포를 내기보다 일본 유통망 내 좋은 판매처를 먼저 확보하는 전략도 효과적이다. 팝업 역시 한 번의 행사로 끝내기보다 정규 바잉과 지속적인 거래로 연결하기 위한 과정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
Q4. 귀사(S사)가 최근 패션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잡화 분야까지 브랜드 발굴 범위를 확대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A. 가장 큰 배경에는 일본 셀렉트숍의 상품 구성 변화가 있다. 최근에는 의류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잡화, 인테리어, 식품, 기프트 등 생활 전반을 함께 제안하는 매장이 늘어나고 있다. 동시에 한국에서도 그래픽, 캐릭터, 인테리어, 타월, 문구류 등 디자인성이 높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많아지고 있어 일본 시장과 접점이 생기고 있다.
라이프스타일 상품은 의류에 비해 사이즈 문제에서 자유롭고, 남녀 구분 없이 판매하기 쉬우며, 선물 수요가 있고 계절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는 장점도 있다. 패션 매장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매장 등으로 판매처를 넓히기도 쉽다.
다만 상품을 평가하는 기준은 의류와 잡화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의류가 사이즈, 실루엣, 소재, 컬러, 시즌성 등을 중요하게 본다면, 잡화는 용도, 가격, 기프트성, 패키지, 매장에서의 시인성, 제품 크기와 진열방법 등의 비중이 높다.
한편 실제 일본 유통망과 거래하기 위해서는 상품군과 관계없이 현지 유통 오퍼레이션에 대한 대응도 중요하다. JAN코드, 일본어 품질표시, 품목에 따른 케어라벨, 개별포장, 외포장 표시 등 거래처와 상품에 따라 요구되는 사양을 사전에 확인하고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Q5. 실제 일본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는 한국 브랜드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나?
A. 크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는 브랜드 자체의 명확한 개성과 세계관이다. 상품을 봤을 때 바로 그 브랜드라는 것을 알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그 시점의 한국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는 장기적으로 차별화하기 어렵다.
둘째는 일본 유통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다. 가격과 품질뿐 아니라 MOQ, 납기, JAN코드, 품질표시, 포장 등 실제 일본 유통현장에서 필요한 조건을 갖춰야 한다. 한국에서 판매 중인 상품이라도 일본 유통 현장이나 거래처의 납품 기준에 맞추기 위해 추가적인 대응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셋째는 일본 시장과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유연성이다. 초기에는 소량 주문에 대응하거나, 별주와 한정 컬러를 검토하고, 팝업이나 매장 이벤트 등 일본 시장에 맞는 제안을 함께 고민할 수 있어야 한다. 일본 바이어가 요구하는 모든 것을 그대로 수용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어려운 요청에 단순히 “불가능하다”고 끝내기보다 “이 방식은 어렵지만 이런 방식이라면 가능하다”는 대안을 빠르게 제시하는 자세가 거래 신뢰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트렌드에 흔들리지 않는 브랜드의 축’, ‘일본 유통에 대한 대응력’, ‘함께 시장을 만들어가는 유연성’이 중요한 조건이라고 본다.
Q6. 일본 진출을 일회성 입점이 아닌 장기적인 거래로 이어가기 위해 한국 기업이 가장 신경 써야 할 점은 무엇인가?
A. 우리는 첫 발주보다 두 번째 발주로 이어졌는가를 중요하게 본다. 첫 주문은 브랜드의 신선함이나 화제성, 바이어의 기대만으로도 발생할 수 있지만 두 번째 발주는 실제 판매실적을 보고 결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납품했다고 해서 업무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판매가 시작된 후 어느 매장에서 어떤 상품과 컬러가 잘 팔리는지 짧은 주기로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매대 위치나 POP를 바꾸거나 점포 간 재고를 이동하고 SNS·이벤트를 활용해 노출을 늘리는 등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판매가 부진하다고 해서 바로 “일본에서 안 팔리는 브랜드”라고 결론 내리기보다 어디에서, 무엇이, 왜 팔리지 않는지를 파악해 판매기간 중 개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부터 가능한 많은 점포에 입점하는 것을 목표로 삼을 필요도 없다. 브랜드를 제대로 이해해주는 좋은 매장에서 작은 규모라도 실적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브랜드와 궁합이 맞는 판매처를 하나씩 늘려가는 편이 바람직하다. ‘판매점 수를 늘리는 것’보다 ‘좋은 판매점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Q7. 일본 내 현지 인력이나 유통 네트워크가 아직 충분하지 않은 국내 기업은 일본 시장 진출 초기 단계에서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까?
A. 일본 유통 시장은 다른 해외 시장과 비교했을 때 신규 브랜드 도입에 비교적 신중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바로 소통하고 대응할 수 있는 현지 창구가 있느냐에 따라 바이어가 새로운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키워가려는 신뢰감과 추진력에도 차이가 생길 수 있다.
현지 파트너는 바이어와 매장 현장의 세부적인 요청이나 판매 피드백을 브랜드 측에 전달하고, 반대로 브랜드의 상황과 대응 가능 범위를 바이어에게 설명하며 양측을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오프라인 유통에서는 납품 이후에도 실제 매장의 진열 상태와 상품별 반응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음 판매 전략이나 프로모션 방향을 함께 논의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이어주는 것이 현지 파트너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
물론 가격·품질·공급 등 브랜드 측에서 직접 대응해야 하는 부분도 많다. 결국 현지에서 필요한 세부 대응은 파트너가 맡고, 브랜드는 본사가 담당해야 할 부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등 양측이 역할을 적절히 분담하면서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일본 시장에 중장기적으로 안착하는 데 필요하다.
일본 시장에서 단기간에 상품을 투입해 판매 실적을 만드는 것과, 중장기적으로 시장에 정착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것은 서로 다른 과제라고 생각한다. 일본은 유통 구조와 거래 방식, 판매 현장과의 관계 형성 등 고유한 특성이 있는 만큼, 단순히 첫 판매 성과에 그치지 않고 진출 이후에도 시장 특성에 맞춰 대응하며 지속적인 판매 기반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시사점
일본 셀렉트숍을 비롯한 주요 유통망 진출을 위해서는 한국 내 인지도나 SNS 화제성뿐 아니라, 브랜드 고유의 개성과 적합한 고객층을 명확히 하고 일본 유통에 필요한 실무 대응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첫 입점 이후에도 판매 피드백을 반영해 재발주와 지속 거래로 이어가며 현지 유통망의 신뢰와 소비자 인지도를 함께 쌓아야 한다. 현지 유통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은 기업의 경우, 자사 브랜드에 맞는 판매처를 찾는 동시에 바이어와의 소통과 판매 사후관리를 함께할 수 있는 현지 벤더·유통 파트너를 확보하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KOTRA 도쿄무역관에서는 ‘지사화사업’ 등 다양한 지원사업을 통해 일본 주요 유통기업 및 현지 파트너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국내 기업에 적합한 바이어·파트너 발굴 및 매칭, 상담, 후속 커뮤니케이션 등 일본 시장 진출 전반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 시장에서 안정적인 거래 기반을 구축하고 중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하고자 하는 국내 기업들의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활용을 바란다.
자료: 바이어 S사 인터뷰 및 사진 제공, '히즈'사, '웜그레이테일'사 사진 제공, KOTRA 도쿄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