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는 원자력을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에너지 안보 확보를 위한 핵심 전원으로 보고, 중장기적으로 원자력 발전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기존 두코바니(Dukovany)와 테멜린(Temelín) 원전의 최대 80년 장기운전을 위한 현대화 투자를 추진하는 동시에 한국수력원자력(KHNP)이 참여하는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 건설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도 올해 들어 보다 구체화되면서 체코 원전산업 범위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전력 수요 증가 대응… 기존 원전 수명연장 및 현대화 지속
탈석탄 기조에 따라 석탄 발전 비중이 줄어드는 가운데, 원자력이 체코 전력생산에서 핵심 발전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체코 에너지규제청(ERÚ)에 따르면 2025년 원자력 발전량은 전년 대비 8% 증가한 총 32.1TWh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전체 전력생산의 42%로 발전원 중 가장 높은 비중을 나타냈다. 반면, 2018년 전체 발전의 46%를 점유하며 최대 비중을 기록했던 석탄은 2025년 비중이 34.5%까지 감소했다. 향후 전력소비 증가와 산업 전기화, 디지털화 및 AI 확산 등에 대응하기 위해 체코 정부는 재생에너지와 더불어 안정적인 저배출 전원인 원자력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2025년 체코 발전원별 총발전량 비중>
(단위: %)

[자료: 체코 에너지규제청(ERU)]
체코 정부는 신규 대형원전과 SMR이 순차적으로 도입되기 전까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기존 원전의 장기운전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체코에서는 ČEZ(체코전력공사)가 두코바니 4기와 테멜린 2기, 총 6기(총 4346MWe)의 원자로를 운영하고 있다. 체코 정부는 2026년 4월 1980년대 가동을 시작한 두코바니 원전을 최대 80년까지 운영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어 7월에는 2000년과 2002년에 가동을 시작한 테멜린 원전도 최대 80년 장기운전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일괄적으로 80년으로 확정된 수명연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향후 원전 설비의 기술상태와 안전성, 경제성 등에 대한 지속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ČEZ는 기존 원전의 안전성과 성능을 향상하기 위해 연간 약 70억 코루나(약 3억3350만 달러)를 투입해 현대화를 지속해 왔다. 설비 현대화를 통해 두코바니의 호기당 설치용량은 당초 440MWe에서 현재 524MWe로, 테멜린은 1000MWe에서 1125MWe로 확대됐다. 장기운전을 위해 앞으로도 상당한 규모의 설비 교체와 현대화가 이어질 전망이다. 두코바니에서는 터빈계통 일부와 발전기, 제어·안전시스템 등의 교체 및 현대화가 검토되고 있으며, 테멜린에서도 발전기를 비롯한 대형설비와 일부 배관·밸브, 전기설비 및 제어·안전시스템의 현대화가 추진될 예정이다.
<체코 기존 원전 운영 현황 및 장기운전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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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
설치용량* |
최근 동향·계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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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코바니 1~4호기 |
총 2,096MWe (4 x 524MWe) |
최대 80년 장기운전 추진, 설비 현대화·교체 및 안전성 평가 지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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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멜린 1~2호기 |
총 2,250MWe (2 x 1,125MWe) |
최대 80년 장기운전 추진, 발전기, 배관, 밸브, 전기설비 등 현대화 |
*주: 설치용량은 2025년 말 기준
[자료: ČEZ, 체코 산업부]
한수원 참여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 본계약 넘어 실무 건설 단계로
기존 원전의 장기운전과 함께 신규 두코바니 원전 2기 건설도 본격적인 사업 준비 단계에 들어섰다. 체코 사업 시행사 EDU II는 2025년 한국수력원자력과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계약 체결 이후 2026년에는 실제 건설을 위한 설계와 부지조사 등이 진행되고 있다.
2026년 2월에는 신규 두코바니 원전 사업을 조율하기 위한 한·체코 장관급 운영위원회가 출범했다. 이어 6월 열린 제2차 한·체 원전건설 장관급 운영위원회에서 양국은 사업이 예정된 일정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건설부지의 대규모 지반조사가 완료됐고, 개념설계 II(Conceptual Design II)도 제출됐다. 또한 체코 원전 설계·엔지니어링 기업 Energoprojekt Praha와 한국전력기술(KEPCO E&C)은 프로젝트 문서 작성 관련 기술지원 계약을 체결했으며, Energoprojekt는 신규 원전 핵심구역의 100개 이상 설계 대상 시설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러한 설계, 조사 및 현지 협력 작업을 바탕으로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는 2029년까지 건설에 착수하고, 첫 번째 호기는 2036년 말까지 시험운전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형원전 이어 SMR까지… 체코, 3개 부지 최대 3GW 도입 구상
체코는 대형원전 확대와 함께 소형모듈원자로(SMR) 도입도 추진 중으로, SMR을 향후 대형원전과 재생에너지를 보완하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체코 정부는 2034년까지 첫 SMR 건설에 필요한 여건을 마련할 계획이며, 첫 SMR 건설은 2030년대 후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체코의 SMR 도입은 ČEZ와 영국 롤스로이스 SMR(Rolls-Royce SMR)의 협력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ČEZ는 2024년 롤스로이스 SMR을 전략적 파트너로 선정한 데 이어 2025년 지분 투자를 통해 롤스로이스 SMR의 지분 약 20%를 확보했다. 이에 따라 ČEZ는 단순한 SMR 수요자를 넘어 기술 개발과 사업 준비에도 참여할 수 있는 전략적 투자자가 됐다. 롤스로이스 SMR은 470MWe급 SMR을 개발 중으로, 부품의 90%를 공장에서 사전 제작해 현장에 설치하는 방식으로 건설 효율성을 높이고 공사기간을 단축할 계획이다.
2026년 4월에는 ČEZ와 롤스로이스 SMR이 테멜린에 건설할 체코 최초 SMR 사업을 위한 초기작업계약(Early Works Contract)을 체결하면서 사업이 한 단계 진전됐다. 이번 계약에 따라 양사는 환경영향평가(EIA)를 비롯해 원자력 및 건설 관련 인허가 서류와 부지별 설계 및 기술문서 작성에 착수했다. 또한, 체코 정부와 ČEZ는 SMR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별도의 협력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실무그룹을 구성해 사업의 투자자 구조와 재원조달 방식, EU 집행위원회 관련 절차, 규제·법제 지원, 영국과 체코 간 정부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SMR 개발 범위는 테멜린 이외 지역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2026년 7월 체코 산업통상부와 ČEZ, 롤스로이스 SMR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북서부 투시미체(Tušimice)와 북동부 데트마로비체(Dětmarovice)를 추가 SMR 후보지로 검토하기로 했다. 두 지역은 기존 석탄발전소 부지라는 점에서 SMR 입지에 유리한 것으로 평가되며, SMR에서 생산되는 열을 인근 도시의 지역난방에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현재 구상대로라면 테멜린을 포함한 3개 부지에 장기적으로 최대 6기의 롤스로이스 SMR이 건설돼 총 발전용량은 약 3GW에 이를 수 있다. 다만 이는 장기 구상 규모로, 테멜린 이후 추가 SMR의 건설 여부와 일정은 2028년 결정될 예정이다.
사업이 구체화되면서 기자재 공급망 구축도 시작됐다. 롤스로이스 SMR은 지난 5월 두산에너빌리티와 체코 원전기업 Škoda JS를 핵심 원전 기자재의 전략적 공급업체로 선정했다. 두 기업은 원자로압력용기 본체를 포함한 주요 설비를 대상으로 사전 생산준비, 설계 최종화 및 제조 준비 등을 수행할 예정이다. 체코 기업의 SMR 공급망 참여도 구체화되고 있다. 2026년 6월 열린 SMR 공급망 설명회에는 60개가 넘는 체코 기업이 참가했으며, 롤스로이스 SMR은 향후 프로젝트 일정, 향후 수요 품목 및 분야 등을 소개했다. 펌프와 밸브, 열교환기, 탱크와 용기, 터빈 아일랜드, 토목 및 건설 등 주기기 외 분야에서도 조달 수요가 예상되며, 회사는 체코와 영국을 중심으로 공급망 현지화와 추가 공급업체 발굴을 이어갈 계획이다.
시사점
체코 원전시장은 한수원이 참여하는 신규 두코바니 건설뿐 아니라 기존 원전의 장기운전과 현대화, 향후 SMR 공급망까지 사업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기존 원전 현대화와 대형 신규 원전, SMR의 추진 시기와 필요한 기자재가 서로 다른 만큼 체코 원전시장의 수요도 유지보수, 교체설비에서 대형 EPC, 원전 기자재까지 점차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체코 정부는 이러한 원전 확대 과정에서 자국 산업의 참여를 중요한 정책 목표로 두고, 신규 두코바니 및 SMR에서는 체코 기업의 참여를 높이고자 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체코 원전시장에서는 기술과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체코 현지기업과의 협업, 유럽 규격과 원전 품질요건 대응, 현지 생산 및 서비스 역량 등이 공급망 진입의 주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지 에너지 기업 A사 관계자도 KOTRA 프라하무역관과 인터뷰에서 한국 에너지 기술의 품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공급업체 선정 시 유럽시장 경험과 현지기업과의 협력, 장기적인 사후서비스 등 장기적인 협력 역량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국기업은 두코바니 프로젝트를 통해 형성되는 한-체 원전산업 협력을 기반으로 현지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확대하는 한편, 기존 원전용 교체·정비 기자재와 SMR 관련 기자재, 엔지니어링, 건설 및 서비스 분야 등으로 참여 가능성을 넓혀볼 수 있다. 특히 원전 품질인증과 유럽 규격 대응, 현지 기술지원 및 서비스 체계를 함께 갖추는 중장기적인 접근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자료: 체코 산업부(MPO), 체코 에너지규제청(ERU), CEZ, Rolls-Royce SMR, E15, Hospodarske noviny 및 KOTRA 프라하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