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미 투자한 외국 조선소서 해군 함정 건조 초기 두 척까지 가능"

미 조선산업이 국가안보와 공급망 강화를 위한 전략 산업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최근 미국이 동맹국을 활용한 전략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백악관은 지난 8월 13일 해군 조선 및 조선산업 기반 재건을 위한 대통령 메모를 발표했다. 메모에 따르면 미국에 투자한 외국의 조선 기업에 한해 해당 업체의 본국에서 미 해군 선박 두 척을 건조할 수 있다. 이후에는 미국에서 건조해야 한다.

이전부터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해양산업 경쟁력 확대와 자국 조선산업의 생산능력 저하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올해 2월에는 아메리카스 마리타임 액션플랜(America’s Maritime Action)을 통해 미국 내 상업∙군용 선박 건조 기반 재건을 위한 종합 계획을 제시했다. 하지만 미국 내 선박 건조 인프라와 기술력, 전문 인력 부족 등으로 사실상 미국 내 선박 건조는 상당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어왔다.

미 투자 기업에 예외 조항을 둔 이번 조치는 미국이 조선산업을 단기간에 자급자족하는 방식보다 동맹국의 자본과 기술을 활용해 미국 내 생산기반을 확대하는 방식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 정부는 해외에서 해군 선박을 건조하는 국제조달 모델 추진과 관련해 여러가지 조건을 함께 제시했다. 해외기업의 미국 조선소 투자, 미국인 근로자 고용 및 숙련 인력 교육∙훈련, 조선 기술∙생산기법∙기술 및 지식재산의 미국 내 이전, 미국 내 유지보수∙건조를 위한 현지 공급망 구축 등이 그 조건이다. 이후에는 미국 내 조선소를 중심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것이 궁극적인 정책의 방향이다.

이번 조치는 현재 미국의 조선산업이 단순히 ‘메이드인USA(Made in USA)’ 방식으로 재건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동맹국의 조선 역량을 활용해 자국 산업기반을 보완해온 기존 협력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8월 12일 백악관의 메모 발표에 앞서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미국 조선업의 한계를 보완하고 동맹국과 협력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발전 모델로 네 가지 핵심 경로를 제시한 바 있다. CSIS가 분석한 모델은 ①동맹국의 미국 조선소 인수 및 직접 투자 ②모듈형 건조나 그린 헐(Green hull: 해외 조선소에서 선체(Hull) 구조 전체를 건조하여 물에 띄운 뒤, 이를 미국의 조선소로 예인해 와서 내부 시스템 의장 작업(Outfitting)을 거쳐 최종 완성) 방식을 적용한 함정 공동생산 ③동맹국 조선소로부터 직접적인 완제품 함정 구매 ④ 해외 MRO 협력 확대를 통한 미국 내 수리 조선소의 신조 설비 전환이다. CSIS는 이 모델들이 함정 인도 속도, 비용 절감 효과, 그리고 미국 자체 조선역량 제고 측면에서 저마다 확실한 트레이드 오프를 지닌다고 분석했다. 이번에 백악관이 발표한 바와 같이 초도함은 해외에서 신속히 도입하되 외국 기업의 미국 내 조선소 투자와 근로자 기술 교육을 패키지로 묶는 하이브리드 협력 모델에 대해서는 단기적인 해군력 공백을 메우면서도 장기적으로 미국의 국내 생산 역량을 지속 가능하게 재건할 수 있는 정교하고 현실적인 타당성을 지닌다고 평가했다.


협력 모델

[성과 기준] 건조·인도 기간 단축

[성과 기준] 초기 투자 및 생산 비용

[성과 기준] 미국 내 조선 역량 확충

[실행 기준] 동맹국 기업의 의지 및 역량

[실행 기준] 미국 내 정치·규제적 수용성


1. 미국 조선소 인수·합작(JV) 및 지분 투자


생산성 향상을 위해 조선소 현대화, 야드 확장, 인력 숙련도 제고 기간이 선행되어야 함. 글로벌 표준 생산 방식을 도입할 경우 건조 속도를 획기적으로 개선 가능.

야드 업그레이드에 정부 직접 보조나 확실한 발주 물량 보장을 통한 초기 자본 투자가 필수적임. 미국의 함정 조달 체계를 글로벌 모범 관행에 맞출 경우 대규모 원가 절감 가능.

신규 야드 건설(Greenfield), 유휴 조선소 재가동(Brownfield), 수리·해양플랜트 야드의 군함 건조 전환은 미국의 전체 생산 역량을 대폭 확대함. 기존 군수 조선소 인수 시에도 공정 효율화를 통한 역량 개선 가능.

한국 기업들은 매우 적극적임(MASGA 이니셔티브가 대미 투자 유인을 제공). 일본은 미 해군 MRO 계약 수주에 더 집중. 유럽 기업들은 연안전투함(LCS) 및 차세대 호위함(ASC) 사업 참여 이력을 보유함.

연방 의원, 지방정부, 지역사회 전반에서 환영받는 분위기(호주 Austal, 이탈리아 Fincantieri, 한국 한화 등). 유휴 야드 재가동 및 신규 투자가 가장 우호적이며, 기존 조선소 인수는 초기 기업문화 및 노사 관계 갈등 가능성이 존재함.


2. 한·미 조선소 간 함정 공동 생산


해외 동맹국의 여유 도크와 첨단 제조 공정을 활용해 건조 속도를 크게 단축할 수 있음. '선체(Green Hull) 해외 선제작 후 본국 의장' 방식은 인도는 빠르나, 후속 개조·재작업으로 인해 추가 시간과 비용이 발생할 수 있음.

본격적인 원가 절감 효과를 거두기 전, 설계 표준화 및 야드 간 공정 조율에 초기 투자가 필요함. 선체 블록(모듈) 제작 초기에는 학습 비용이 발생하므로 안정적인 발주 수요 보장이 필수적임.

모듈형 분할 건조 방식은 선도 조선사와의 협업을 통해 기술 이전과 미국 내 기술 인력 숙련도 제고를 동시에 달성 가능. 반면 단순 선체 제작 방식은 미국의 자체 신조 역량 강화 효과가 제한적임.

동맹국 조선사들은 모듈형 블록 제작 및 선체 건조에 풍부한 실적을 보유함. 참여 기업의 경제적 유인은 해외 생산분이 현지 부가가치 창출로 얼마나 인정받는지에 따라 좌우됨.

미국 군함의 해외 건조를 제한하는 번즈-톨레프슨(Byrnes-Tollefson) 수정안의 대통령 적용 면제(Waiver)가 필수적임. 국제무기거래규정(ITAR)이 기술 공유를 제약할 수 있으며, 해군 건조 표준의 개정도 요구됨.


3. 동맹국 조선소로부터의 완제품 직도입 (직접 구매)


미 해군 함정의 동맹국 파생형 모델을 건조할 때 인도 기간과 건조 속도가 가장 우수함. 동맹국의 검증된 독자 설계를 도입하는 것이 가장 신속하며, 미군 원설계를 해외에서 건조하거나 공동 설계를 진행할 경우 학습 곡선에 따른 지연 리스크가 있음.

초기 설비 투자 및 규제 준수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음. 미국 내 직접 건조 대비 원가 절감률은 미군 설계 기반 해외 건조 시 약 20%, 동맹국 현지 개량 모델 구매 시 최대 약 65% 수준으로 추정됨.

직도입 물량이 미국 조선소의 기존 일감을 잠식하면 역량 위축을 초래할 수 있으나, 미국 야드의 고부가가치 공정 재편을 유도한다면 긍정적임. 동맹국 함정에 미국산 하부 시스템을 탑재할 경우 미국 부품 공급망 강화에 기여함.

한국, 일본, 유럽 조선소 모두 미 해군 함정(특히 군수지원함·보조함) 건조 수주에 매우 높은 의지를 보임. 다수의 아시아 및 유럽 야드가 우방국 군함 수출 및 건조 경험을 이미 입증함.

자국 건조를 고수하는 미국 내 조선업계와 노조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함. 국방수권법(NDAA)은 원칙적으로 미국 내 건조 함정에만 예산 집행을 허용하므로, 대통령 예외 승인 및 군사 지식재산권(IP) 공유를 위한 신규 제도 마련이 필수적임.


4. 해외 MRO 협력 확대를 통한 미국 내 수리 조선소의 신조 설비 전환


함정의 수리 및 작전 배치 가용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음. 다만 수리 전문 야드에 대규모 신조 설비 투자가 수반되지 않는 한, 신규 함정 인도 물량 자체를 늘리지는 못함.

군함의 유지보수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음. 반면 미국 내 수리 조선소를 군함 건조 야드로 전면 전환하려면 전체 운영 시스템 개조를 위한 대규모 자본 지출이 필요함.

기존 수리 야드를 군함 신조 야드로 전환하는 경제성은 유휴 공장(Brownfield)을 재개발하는 수준과 유사함. 그러나 신규 장비 도입, 라인 재구축, 인력 재교육이 전부 수반되어 난이도가 매우 높음.

한국과 일본 조선소는 이미 미 해군 함정의 MRO 사업을 수주하여 수행 중임. 특히 한국 기업들은 정비(MRO) 실적을 고부가가치 함정 건조 시장 진입을 위한 교두보로 삼고자 함.

해외 조선소에서의 미 해군 함정 정비 제한 규정을 완화해야 함. 연방정부 차원의 자금 지원이 병행될 경우 미 의회의 입법적 조치가 수반되어야 함.

[자료: CSIS]

글로벌 조선사의 투자 본격화 전망

백악관의 이번 결정은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조선 관련 기업에게 미국 현지 투자와 함정시장 진출을 촉진하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미국에 진출해 미국 조선업 재건에 발빠르게 대응한 한화오션과 HD현대는 물론 이탈리아와 일본 등 주요 조선 강국들도 미국 조선산업에 대한 투자와 협력 기회를 모색하면서 글로벌 조선기업 간 미국 시장 선점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조선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춘 한화오션은 이미 지난 2024년 미국의 필리 쉽야드(Phily Shipyard)를 인수한 데 이어 2025년 50억 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를 결정했다. 이를 통해 조선소의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고용을 늘리는 동시에 공급업체와 연결되는 미국 내 조선 공급망을 확대할 계획이다. 한화는 또 최근 호주 조선기업 오스탈(Austal) 미국 사업부인 오스탈 USA를 1조7000억 원에 인수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오스탈 USA는 미 해운과 해안경비대 선박을 건조하는 업체로, 인수가 성사될 경우 한화의 미국 내 군용∙상업용 조선 생산기반을 추가로 확대할 수 있다.

<한화가 인수한 필리 조선소 전경>

[자료: 한화그룹]

HD현대그룹은 미국 정부의 조선업 재건 정책 및 해군 시장 진출에 발맞춰 기술∙엔지니어링 수출, 미 해군 유지∙보수∙정비(MRO) 자격 획득, 현지 합작 법인 및 펀드 조성 등을 통한 투자확대 전략을 펴왔다. 2024년 팔란티어와 AI무인합정 개발 및 국내 최초 미 해군 함정 MRO 자격 획득을 시작으로, 2025년에는 미국 서버러스 캐피탈과 손잡고 50억 달러 규모의 한미 조선 협력펀드 조성을 추진하며 현지 인프라 현대화 발판을 마련했다. 올해는 미 조선업체인 프레이저(Fraser)와 양해각서(MOU) 체결을 통해 조선소 현대화를 지원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미국 현지 자회사 법인인 HD현대 USA를 새로 설립해 향후 미 해군 수주 및 현지 조선소 인수∙직접 투자를 본격화할 전력적 거점을 확보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한국 기업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조선기업인 핀칸티에리(Fincantieri)는 이미 미국 조선소에 대한 선제적 투자를 통해 현지 생산기반을 구축하고 미 정부 조달 시장에 참여하는 등 대표적인 투자 사례로 꼽힌다. 핀칸티에리는 지난 2009년 1월 매니토웍 마린 그룹(Manitowoc Marine Group) 인수를 완료하고 위스콘신 주에 있는 마리넷 마린(Marinette Marine) 등을 확보했다. 지난 4월에는 미 해군의 미디움 랜딩 쉽(Medium Landing Ship) 사업에 초기 4척 건조를 위한 3000만 달러 규모 계약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미국 내 현지 생산체제를 구축해 미 해군 사업에 진입한 전략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일본 역시 미 조선산업 진출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일본은 지난해 미∙일 통상협상에서 미국에 5500억 달러 투자 프레임에 조선산업을 주요 투자 대상 분야로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일부 조선업계 관계자들이 미국을 방문해 투자와 협력 가능성을 활발하게 모색 중이다. 특히 일본은 자국 내 조선소를 활용한 미 해군 함정 MRO협력을 기반으로, 향후 현지 조선소 투자와 공동 건조 등 보다 폭 넓은 조선산업 협력으로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전망 및 시사점

미국의 이번 발표는 한국 기업의 대미 진출 방식에도 변화를 요구한다. 한국의 생산 기술과 자본을 미국 현지 생산 기반과 결합하는 방식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정부가 외국 조선업체에 요구하는 미국 내 투자, 인력 양성, 기술 이전 및 공급망 현지화는 한국 기업에게 기회인 동시에 새로운 진입조건이 될 수 있다. 미국 A 씽크탱크의 연구관은 KOTRA 뉴욕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조선업 재건에 따른 한국 기업의 기회는 크게 조선기자재, 조선소 자동화∙스마트화, MRO 분야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미 정부가 공급망의 자국 내 조달 확대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단순 수출보다는 현지 조선소와의 장기 공급계약, 기술협력, 현지 파트너십 등을 포함한 투자∙협력 모델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에 따라 관련 기업은 미국 조달∙보안∙인증 및 외국인 투자 심사제도를 사전에 검토해야 한다.


한편 이번 조치의 실제 이행 과정에서는 해외 건조 함정의 무기체계·전투시스템 통합과 유지·보수 체계 구축 등 기술적 과제뿐 아니라, 미국 내 조선산업 보호와 일자리 문제를 둘러싼 정치권 및 업계의 반발도 예상된다. 이에 따라 우리 기업은 향후 미 의회의 입법 논의와 관련 조달·보안 기준의 변화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자료 : White House, Breaking Defense, Naval News, Marine News Magazine, HD현대, 한화, CSIS 및 KOTRA 뉴욕무역관 보유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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