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안보 이유로 폴리실리콘 수입규제 강화


지난 8월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따라 폴리실리콘과 태양광 셀·모듈 등 관련 제품에 최저수입가격을 도입하고 폴리실리콘 잉곳과 관련 파생제품에 추가 15% 종가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했다. 원료 폴리실리콘은 파생제품에 해당하지 않아 15% 종가관세 대상에서는 제외되지만 킬로그램당 21달러의 최저수입가격이 적용된다. 실제 수입가격이 최저수입가격 보다 낮을 경우 양 가격 간 차액에 해당하는 종량관세가 부과되며 해당 조치는 2026년 12월 4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미국의 폴리실리콘 및 파생제품 수입규제>

(단위: US$/kg, US$/W(와트))

연번

대상 품목

HTSUS

최저수입가격

232조 관세

1

폴리실리콘

2804.61.0000

$21/kg

미적용

2

폴리실리콘 잉곳·웨이퍼

3818.00.0020

3818.00.0040

3818.00.0045

3818.00.0050

3818.00.0091

$100/kg

15%

3

태양전지

8541.42.0010

8541.42.0080

$0.22/W

15%

4

태양광 모듈

8541.43.0010

8541.43.0080

$0.38/W

15%

[백악관]


폴리실리콘은 태양전지와 반도체용 웨이퍼를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고순도 실리콘 소재이다. 태양광 제품은 폴리실리콘을 녹여 잉곳 형태로 만든 뒤 이를 얇게 절단해 웨이퍼로 가공하는 과정을 거친다. 웨이퍼에 전기적 특성을 부여해 태양전지를 만들고 여러 태양전지를 연결 및 조립하여 태양광 모듈이 완성된다.


<폴리실리콘에서 태양광 모듈까지의 주요 제조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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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


미국 정부는 폴리실리콘을 반도체와 태양광 산업의 공급망을 뒷받침하는 핵심 소재로 평가하고 관련 제품이 방위산업과 인공지능(AI) 산업에도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세계적인 생산 확대와 공급과잉으로 저가 제품의 유입이 증가하면서 미국 내 생산기반은 약화된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에 따르면 전 세계 폴리실리콘 생산량은 2020년 이후 270% 이상 증가했으며 2024년 말 재고는 역대 최대 수준인 약 40만 톤에 달했다. 반면 그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약 50%에서 2024년 2% 미만으로 하락했다. 미국의 세계 반도체 웨이퍼 제조능력 비중도 1990년 37%에서 2024년 10%로 낮아졌으며 태양광용 잉곳·웨이퍼·태양전지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높은 순도와 기술력이 요구되는 반도체급 제품은 세계 폴리실리콘 생산량의 약 2.4%에 불과하다. 미국 정부는 수요가 큰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을 대규모로 생산해야 전체 생산비용을 낮추고 반도체급 폴리실리콘의 생산기반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조치는 2026년 2월 종료된 태양전지·모듈 세이프가드를 대체하면서 규제 범위를 공급망 상류로 확대했다. 기존 세이프가드는 태양전지와 모듈을 중심으로 적용됐지만, 새로운 조치는 원료인 폴리실리콘부터 잉곳, 웨이퍼, 태양전지, 모듈까지 태양광 공급망 전반을 포괄한다.


<2024년 중국산 없이 충족 가능한 태양광 부품별 세계 수요 비중>

(단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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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막대는 중국 외 지역의 2024년 생산능력이 중국을 제외한 세계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비중을 나타낸다. 하늘색 점은 현재 정책이 유지되는 시나리오에서 예상 생산능력이 2030년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비중이다. 중국 외 생산시설은 설계상 최대 생산량의 85%를 실제로 생산하는 것으로 가정했다.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


가격 미달 시 차액만큼 관세…가격 증빙 의무도 강화

이번 조치에 따라 수입자는 통관 과정에서 제품의 수입 신고가격이 품목별 최저수입가격 이상이고 미국 내 최초 독립거래 역시 해당 가격 이상으로 이뤄진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서류를 미국 세관국경보호국(U.S. Customs and Border Protection, CBP)에 제출할 수 있다. 수입 신고가격이 최저수입가격보다 낮을 경우에는 그 차액에 해당하는 종량관세가 부과된다.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면 가격 차액이 아닌 품목별 최저수입가격 전액에 해당하는 종량관세가 적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태양광 모듈의 수입신고 가격이 $0.30/W라면 최저수입가격인 $0.38/W와의 차액인 $0.08/W가 종량관세로 부과된다. 이와 별도로 해당 모듈에는 15% 종가관세가 적용된다. 다만 2026년 8월 6일 이전에 체결된 일정 기간의 고정가격 계약에 따라 미국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미국 내 최초 독립거래가격과 관련한 일부 요건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미국 세관국경보호국은 수입자가 제출한 가격 자료와 인증 내용의 정확성을 검증할 예정이다. 제출 자료에 중대한 오류가 있거나 인증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것으로 판단될 경우, 해당 수입자와 계열사는 폴리실리콘 및 관련 파생제품의 미국 수입이 영구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수입자는 통관가격뿐 아니라 미국 내 판매가격과 거래조건 등을 입증할 수 있는 관련 자료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한국산 제품도 적용 대상…일반관세와 합산해 15%

한국산 폴리실리콘과 파생제품도 이번 규제의 적용 대상이다. 다만 한국산 잉곳·웨이퍼·태양전지·태양광 모듈은 기존 일반관세율과 이번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율을 합한 세율이 15%가 되도록 조정된다. 예를 들어 기존 일반관세율이 0%인 제품에는 15%의 232조 관세가 부과되고, 일반관세율이 5%라면 232조 관세는 10%가 적용되는 방식이다. 같은 방식은 일본, 대만, 스위스, 리히텐슈타인 및 유럽연합 회원국 제품에도 적용되며, 영국산 파생제품에는 10%의 별도 관세율이 적용된다.

이러한 국가별 관세율 조정은 15% 종가관세에 관한 것으로 최저수입가격 제도까지 면제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한국산 제품도 품목별 최저수입가격을 충족해야 하며, 기준가격에 미달할 경우 차액에 해당하는 종량관세가 추가될 수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기본 관세가 면제되는 제품도 이번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와 최저수입가격 제도의 적용 여부를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이번 조치에 따른 관세는 적용 대상이 겹치는 경우 반덤핑관세·상계관세와 다른 추가 관세에 더해 부과될 수 있다. 특히 태양전지와 태양광 모듈은 생산국과 공급망에 따라 기존 수입규제의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기업은 최종 생산국뿐 아니라 폴리실리콘의 원산지와 가공 과정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미국 내 생산 투자와 연계한 관세 혜택 마련

미국 정부는 수입규제와 함께 자국 내 생산 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현지생산 투자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이에 따라 미국 상무부(U.S. Department of Commerce)는 폴리실리콘, 잉곳, 웨이퍼 또는 태양전지 생산시설을 미국에 신설하거나 기존 시설을 증설 및 개보수하려는 기업으로부터 회사별 현지생산 계획을 접수해 승인할 수 있다. 태양광 모듈 생산시설은 포고문에 명시된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 상무부는 현지생산 계획을 심사할 때 착공 예정일, 사업 일정과 주요 단계의 실현 가능성, 예상 연간 생산량, 투자비용 및 생산 전망 등을 고려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승인받으려는 기업은 2029년 1월 20일까지 시설 공사를 시작하겠다는 내용을 계획에 포함해야 한다.

계획이 승인되면 해당 기업은 신규 투자 규모에 상응하는 물량의 생산설비와 관련 제품을 232조 관세 없이 수입할 수 있다. 다만 혜택은 시설 건설 기간 동안으로 한정되며 기업이 승인된 계획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을 조건으로 한다. 수입 제품에 미국산 폴리실리콘이 사용됐는지에 따라서도 혜택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승인된 계획은 미국 상무부의 감독 대상이 된다. 상무부는 기업에 이행보고서 제출과 외부 감사를 요구할 수 있으며 기업이 약속한 투자와 생산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관세 혜택을 중단하거나 철회할 수 있다. 구체적인 신청 절차와 운영 기준은 미국 상무부가 후속 규정이나 지침을 통해 마련할 예정이다.

미국 정부는 조치 시행 전 규제 대상 제품을 미리 대량 반입하는 재고 비축 행위도 감시한다. 미국 상무부가 특정 기업의 수입을 재고 비축으로 판단할 경우 세관국경보호국과 협력해 해당 기업과 계열사의 수입을 제한하도록 포고문에 규정했다. 다만 재고 비축 판단을 위한 물량·기간 기준과 구체적인 제한 방식은 제시되지 않아 관련 후속 규정 및 지침을 지속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시사점

이번 조치는 관세 부담뿐 아니라 미국 내 판매가격에 대한 증빙 의무까지 수반한다는 점에서 국내 수출기업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기업은 우선 수출 제품이 포고문 부속서에 규정된 미국 품목분류번호에 해당하는지 확인하고, 최저수입가격 미달 여부와 15% 종가관세 적용 여부를 각각 검토해야 한다.

한국 수출기업과 미국 수입자는 수입 신고가격, 미국 내 최초 독립거래가격, 판매계약 및 거래 당사자 간 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사전에 준비할 필요가 있다. 제품에 사용된 폴리실리콘의 원산지와 공급 경로를 파악하고 기존 반덤핑·상계관세 등 다른 수입규제와의 중첩 여부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한, 미국 내 생산시설 투자를 추진하는 기업은 현지화 계획을 통한 관세 혜택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최저수입가격의 적용과 인증 방식, 재고 비축 판단 기준, 현지화 계획 신청 절차 등 일부 사항은 후속 지침을 통해 구체화될 예정이므로 미국 상무부와 세관국경보호국의 발표를 지속해서 확인해야 한다.

자료: 백악관, 국제에너지기구(IEA),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 KOTRA 시카고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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