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적 소비가 키운 프리미엄 PB 시장
영국에서는 유통업체 자체브랜드를 ‘own label’ 또는 ‘own brand’라고 부른다. 과거 자체브랜드는 제조사 브랜드보다 저렴한 대체재로 인식됐지만, 최근에는 원재료와 원산지, 조리 편의성, 맛과 풍미를 강조한 프리미엄 제품군이 주요 성장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영국 통계청(ONS)에 따르면, 2026년 6월 영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했다. 식품·비주류음료 물가는 1.7% 상승한 반면 음식점·숙박서비스 부문은 4.4% 올랐다. 음식점·숙박서비스에는 숙박비도 포함돼 있어 외식물가와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외식 관련 비용이 식료품 물가보다 상대적으로 빠르게 상승하면서 가정 내 식사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생활비 부담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소비자는 모든 품목에서 최저가만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가격을 중시하면서도 맛과 품질이 중요한 일부 품목에는 추가 비용을 지불하는 소비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소비 변화는 프리미엄 자체브랜드(PB) 시장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NIQ*가 2026년 3월 22일부터 6월 13일까지 12주간 영국 가구의 식료품 구매를 분석한 결과, 전체 자체브랜드 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5.4%, 판매량은 0.3% 증가했다. 같은 기간 프리미엄 자체브랜드는 판매액이 9.1%, 판매량이 6.2% 증가해 전체 자체브랜드보다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프리미엄 자체브랜드의 판매량 증가율이 전체 자체브랜드 판매량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다는 점은 프리미엄 PB의 가격 상승뿐 아니라 판매 물량도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 NIQ(NielsenIQ): 미국 시카고에 본사를 둔 글로벌 소비자·유통시장 조사기관
저가 상품과 프리미엄 상품을 한 장바구니에
영국의 주요 식품 유통업체들은 저가 상품으로 기본 장바구니 가격을 낮추는 동시에 간편식, 델리(deli)*, 소스, 디저트 등 맛과 식사 경험이 중요한 품목에서는 프리미엄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 영국 슈퍼마켓에서 조리육, 치즈, 올리브, 안티파스토, 샐러드 등 바로 먹거나 간단히 준비해 먹을 수 있는 식품군
Sainsbury’s는 2025/26 회계연도 프리미엄 자체브랜드 Taste the Difference의 연간 판매액이 20억 파운드(약 3조 8,400억 원)*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또한 고객의 69%가 한 장바구니에 Aldi Price Match(할인마트 알디의 가격에 맞춰 자사 상품 가격을 인하해 판매하는 가격 보장 제도) 상품과 Taste the Difference 상품을 함께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필수품에서는 가격을 중시하면서 일부 품목에서는 프리미엄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 행태를 보여준다.
* GBP 1 = 1,921.14원(2026. 8. 5. 우리은행 최초고시 환율 기준)
Tesco도 2026/27 회계연도 1분기에 Finest 판매액이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220개 이상의 Finest 제품을 새로 출시하거나 개선했으며, Finest 델리 제품군도 역대 최대 규모로 개편했다.
Waitrose는 2024년 자체 프리미엄 브랜드인 No.1을 600개 이상의 제품으로 재정비하고, 간편식·소스·디저트·베이커리 제품군을 강화했다. 2025년 2월 발표 기준, No.1 간편식 판매액은 전년 대비 86% 증가했다.
한편 Marks & Spencer(M&S)는 별도의 프리미엄 PB 브랜드를 운영하기보다 식품 사업 전반을 고품질 자체브랜드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품질 향상과 신제품 개발을 통해 다른 유통사와 차별화하고 있으며, 2025/26 회계연도 식품 매출은 전년 대비 7% 증가했고, 식품 시장점유율은 전년 대비 0.17%포인트 상승한 4.1%를 기록했다.
이들 유통사의 공통점은 단순히 고급 원재료를 강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둘이 즐기는 저녁식사나 파티 등 구체적인 식사 상황에 맞춘 상품을 제안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전채요리, 주요리, 사이드 메뉴, 디저트 등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이며 소비자가 집에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식사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영국 주요 슈퍼마켓의 프리미엄 자체브랜드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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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사 |
프리미엄 자체브랜드(PB) |
최근 공식 발표 내용 |
주요 전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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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sco |
Finest |
- 2026/27 회계연도 1분기 판매액 9% 증가 - 220개 이상 신제품 출시 또는 개선 |
델리와 간편식 제품군 확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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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sbury’s |
Taste the Difference |
- 연간 판매액 20억 파운드 초과 - 고객 69%가 Aldi Price Match 상품과 함께 구매 |
가격 경쟁력과 프리미엄 제품의 병행 강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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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itrose |
No.1 |
- 프리미엄 브랜드 No.1을 600개 이상 제품으로 재정비 - 2025년 초 간편식 판매액이 전년 동기 대비 86% 증가 |
원산지·풍미·편의성을 강조한 프리미엄 제품군 강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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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s & Spencer |
M&S Food |
- 2025/26 회계연도 식품 매출 7% 증가, 식품 시장점유율 4.1% 기록 |
식품 사업 전반을 고품질 자체브랜드 중심으로 운영 |
[자료: Tesco, Sainsbury’s, Waitrose & Partners, Marks & Spencer 홈페이지, 런던무역관 종합]
한국 식품기업의 기회, 소스·간편식·핑거푸드
NIQ에 따르면 밸런타인데이가 포함된 2026년 2월 8일부터 14일까지 일주일간 영국 소비자는 자체브랜드 냉장 간편식에 5,850만 파운드(약 1,124억 원)를 지출했으며, 이 가운데 프리미엄 제품이 45%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아시아풍 조리소스 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9%, 냉장 핑거푸드(finger food) 판매액은 32% 증가했다. 기념일이 포함된 단기 판매 기준이라는 한계는 있지만, 밸런타인데이와 같은 특별한 식사 상황에서 프리미엄 간편식과 다양한 풍미의 제품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국내기업은 고추장, 간장 등 발효 풍미를 활용한 소스·양념, 냉장·냉동 간편식, 파티용 핑거푸드 등을 우선 검토할 수 있다. 다만 한국에서 판매하는 완제품을 그대로 제안하기보다 목표 유통사의 판매가격, 용량, 조리시간, 유통기한과 기존 PB 구성을 분석해 유통사 요구에 맞는 전용 제품을 개발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제품 제안서에는 ‘한국식’이라는 원산지 이미지뿐 아니라 제품이 어떤 식사 상황을 해결하는지, 기존 상품과 무엇이 다른지, 반복 구매가 가능한 가격인지까지 포함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고추장을 단독 상품으로 제안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육류·채소에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양념소스나 간편식용 조리소스로 개발하면 현지 소비자의 사용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품목별로 브랜드 제품과 PB의 경쟁 구도가 다른 만큼, 목표 시장의 기존 상품 구성과 소비자 구매 기준을 사전에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인증과 공급 역량이 PB 진출의 핵심
PB는 유통사 브랜드로 판매되는 만큼 품질 문제가 발생하면 유통사의 신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영국 유통사는 제품 경쟁력뿐 아니라 식품안전 관리체계와 안정적인 공급 역량도 주요 평가 요소로 보고 있다. 영국(GB)에서 판매되는 사전포장 식품에는 식품명, 원재료, 알레르기 유발물질, 순중량, 소비기한 또는 품질유지기한, 영양정보, 식품사업자 주소 등을 표시해야 하며, 필요한 경우 보관조건과 조리·사용방법 등도 표시해야 한다. 또한 식품을 판매하는 사업자가 영국에 소재하지 않은 경우 영국 내 수입자의 주소를 표시해야 한다.
식품안전 인증과 품질관리 자료도 사전에 준비할 필요가 있다. BRCGS*의 식품안전 표준(Global Standard Food Safety)은 주요 글로벌 브랜드와 유통업체가 공급업체의 식품안전 및 품질관리 체계를 평가하는 데 활용하는 대표적인 국제 표준이다. 다만 유통사마다 요구하는 인증과 심사 기준이 다를 수 있으므로 목표 유통사의 공급업체 요건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이와 함께 원재료 추적관리, 리콜 대응 체계, 알레르기 관리, 생산 배치별 품질관리 자료 등을 갖추면 바이어 상담 과정에서 공급업체로서의 신뢰도를 높이고 후속 심사에도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다.
* BRCGS(Brand Reputation through Compliance): 식품안전 등을 포함한 글로벌 표준과 인증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는 민간 조직
공급 조건도 중요한 평가 요소다. PB는 유통사의 목표 판매가격과 마진을 고려해 기획되므로, 공급가격뿐 아니라 최소주문수량(MOQ), 납기, 유통기한, 포장 규격 변경 비용, 판촉 지원, 영국 내 물류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특히 유통기한이 짧은 제품은 처음부터 전국 매장 입점을 추진하기보다 현지 수입업체나 생산·포장 파트너와 협력하고, 목표 유통사와 협의해 일부 매장이나 온라인 채널 등을 통한 단계적 시장 진입을 검토할 수 있다.
시사점
영국 프리미엄 PB 시장의 성장은 단순히 고가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생활비 부담을 관리하면서도 맛과 품질, 편의성이 중요한 식사에는 추가 비용을 지불하려는 선택적 소비가 시장 확대를 이끌고 있다. 이에 국내 중소·중견 식품기업은 자체 제품 개발과 품질관리 역량을 바탕으로 유통사의 상품 구성과 소비자 수요에 맞는 전용 제품을 제안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바이어 제안 시에는 제품의 특징과 차별점뿐만 아니라 목표 소비자가격, 최소주문수량(MOQ), 생산능력, 납기, 유통기한, 판촉계획, 품질관리 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목표 유통사의 PB 포트폴리오, 현지 소비자의 이용 상황과 선호에 맞춰 맛, 용량, 조리방식, 포장 규격 등을 조정할 수 있는 기업의 경우 PB 공급 기회를 확보하는 데 더 유리할 것이다.
자료: 영국 통계청(ONS), NIQ, Tesco, Sainsbury's, Waitrose & Partners, Marks & Spencer, 영국 정부(GOV.UK), KOTRA 런던무역관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