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센토의 발상지, 나고야
일본의 대중목욕 문화는 전통적으로 도시 골목에 위치한 일반 목욕탕, 즉 ‘센토(銭湯)’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하지만 자가용의 보급 확대와 외식 및 레저 시장의 다변화, 그리고 노후한 도시형 목욕탕들의 경영난이 이어지면서 1980년대 후반에는 '슈퍼센토(スーパー銭湯)'로 불리는 대형 목욕 시설이 새롭게 등장하기 시작했다.
‘슈퍼센토’라는 용어를 처음 도입한 곳은 1989년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모리야마구에 문을 연 ‘류센지의 탕(竜泉寺の湯)’이다. 이 시설은 원래 레저시설 내의 작은 목욕탕에서 출발했으나, 넓은 주차장과 교외형 입지를 바탕으로 식음료와 휴게 공간을 추가해, 슈퍼센토의 초기 사업모델을 정립하였다. 2000년에는 인공 탄산 온천을 도입했고, 여러 차례 리모델링을 통해 지금과 같은 대규모 복합 목욕 시설로 성장하게 되었다. 슈퍼센토라는 이름은 '기존의 범주를 뛰어넘은・고급화된'을 뜻하는 영어 슈퍼(Super)와 대중목욕탕을 의미하는 일본어 센토(銭湯)의 합성어이다.
<류센지의 탕 정면 사진>

[자료 : 류센지의 탕 홈페이지]
시장 규모 및 동향
코로나19로 한동안 침체됐던 일본 목욕 시설 시장이 최근 점차 회복세를 띄고 있다. 제국데이터뱅크 조사에 따르면, 해당 시장 규모는 코로나19 발생 이전 약 1200억 엔 수준에서 2020년에는 약 900억 엔으로 줄었으나, 이후 이용객과 이용 금액이 모두 증가해 2025년에는 다시 1200억 엔대에 근접한 것으로 집계됐다.
나고야를 포함한 도카이 지역은 일본 내에서 슈퍼센토가 특히 많이 모여 있는 곳으로 꼽힌다. 2025년 CBC텔레비전 보도에 따르면, 아이치현·기후현·미에현 등 도카이 3현에서 현재 180곳이 넘는 슈퍼센토가 영업 중이다. 이 지역은 자동차 이용이 일반적이고, 교외 상업시설이 잘 발달해 있어 넓은 부지와 대형 주차장이 필수인 슈퍼센토가 정착하기에 매우 유리한 환경이라고 볼 수 있다.
<일본 대중목욕탕 시장 규모>

[자료 : 대중목욕탕 업계 동향조사, 나고야무역관 정리]
사우나 열풍이 이끄는 슈퍼센토의 변화
슈퍼센토 변화에 영향을 끼치는 주요 흐름 중 하나는 바로 사우나 열풍이다. 일본에서는 사우나를 즐기는 행위를 일컫는 ‘사카츠(サ活, 사우나활동)’와, 사우나와 냉탕, 휴식을 반복해 개운함을 느끼는 상태를 의미하는 ‘토토노우(ととのう, 정돈되다)’라는 표현이 일상적으로 쓰일 만큼 사우나가 하나의 여가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에 슈퍼센토들도 단순히 사우나실을 갖추는 것에 그치지 않고, 로류(Löyly, 열을 가한 돌에 물을 부어 증기를 내는 방식), 직원이 수건 등으로 뜨거운 공기를 퍼뜨리는 아우프구스, 자동으로 물을 분사하는 로류 등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사우나 후 쉴 수 있는 야외 공간 마련도 중요해지고 있다. 의자, 선베드, 잔디 등 여러 공간을 준비해 사우나–냉탕–휴식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동선을 제공하는 곳이 많아졌다.
사우나 이용자 타깃의 식음료 서비스도 확대됐다. 비타민, 탄산, 전해질 음료를 비롯해 ‘사우나 후 식사’라는 개념의 별도 메뉴를 제공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사우나가 이제 식음료 매출을 견인하는 핵심 서비스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슈퍼센토에서 제공하는 공간>

[자료 : 기난 온천 홈페이지]
식음료 강화로 넓어지는 슈퍼센토의 수익원
이용객들의 체류 시간이 길어지면서 식음료가 점점 더 중요한 수익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도카이 지역 일부 슈퍼센토에서는 한산한 이른 아침 시간대의 방문객을 늘리기 위해 조식 메뉴를 새롭게 도입했다. 또한 나고야 권에서는 아이치, 기후, 미에 등지에서 생산된 농수산물과 디저트를 판매해 각 지역의 특색을 살린 메뉴 운영 사례가 확산되고 있다.
메뉴 역시 과거에는 우동이나 라면 위주로 단조로웠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외식 메뉴와 인기 캐릭터 등과 협업한 한정 디저트 등으로 폭이 넓어지고 있다. 특히 사우나 이용자를 겨냥해 전해질 음료나 단백질 함량을 강조한 식음료도 등장하며 변화가 두드러진다.
이러한 흐름은 국내 식품업계에도 새로운 진출 기회가 될 수 있다. 단순히 일반 유통매장에 상품을 납품하는 방식보다는, ‘사우나 후에 마시기 좋은 음료’, ‘휴식 공간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음식’, ‘인기 콘텐츠와 연계한 한정 메뉴’ 등, 실제 이용 상황에 맞춰 제안하는 전략이 더욱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슈퍼센토 내부의 식당>

[자료 : 캐널리조트 홈페이지]
젊은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IP 협업
젊은 소비자층을 겨냥해 애니메이션, 게임 등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협업은 슈퍼센토가 주력하는 핵심 마케팅 전략 중 하나다.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슈퍼센토 브랜드인 RAKU SPA는 다양한 인기 콘텐츠와의 협업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캐릭터를 테마로 한 특별 목욕탕, 한정 메뉴, 음료, 다양한 상품 등을 선보였으며, 2024년부터 2026년까지 ‘귀멸의 칼날’, ‘주술회전’, ‘약사의 혼잣말’, ‘윈드브레이커’ 등 여러 작품과 협업 이벤트를 진행했다.
특히 협업이 단순한 기념품 판매에 그치지 않고, 시설 내부의 장식부터 목욕탕, 음식, 음료, 상품 등 전체 공간을 특정 테마로 꾸미는 점이 큰 특징이다. 방문객들은 시설 곳곳에서 다양한 작품의 매력을 자연스럽게 체험할 수 있게 되었고, 이로 인해 전반적인 고객 경험도 한층 풍성해졌다. 또한, 동일한 작품과 반복적으로 협업하는 사례도 늘면서 슈퍼센토는 단순한 목욕 시설을 넘어, 고객이 좋아하는 캐릭터와 작품을 색다른 방식으로 만날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확고히 자리 잡고 있다.

[자료 : RAKU SPA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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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텐츠명 |
협업 시기· 형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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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멸의 칼날 |
2025.08, RAKU SPA GARDEN 名古屋 4탄 캠페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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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회전 |
2026.04~05, 매장 한정 마프라타올· 굿즈· 메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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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의 혼잣말 |
2025.05~06, 캠페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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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원암귀 |
2025년 하반기, 콜라보 탕 운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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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드브레이커 |
2024.08, 한정 테이크아웃 메뉴· 콜라보 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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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 잘 치는 도련님 |
2026.06, 한정 굿즈· 콜라보 메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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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천사님 |
2026.02~03, 「방과후 온천」 캠페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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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츠바키시 건설중 |
2025.05, 스페셜 음성 가이드· 굿즈· 콜라보 음료 |
[자료 : RAKU SPA 홈페이지, 나고야무역관 정리]
시사점
최근 일본의 슈퍼센토는 단순한 목욕 시설을 넘어, 다양한 즐길 거리와 콘텐츠, 사우나, 식음료 서비스를 결합해 방문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방향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제 슈퍼센토는 목욕뿐만 아니라 식사, 휴식, 여가 활동까지 아우르는 복합 소비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이용객 구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나고야무역관이 현지 슈퍼센토 관계자를 인터뷰한 결과, "과거에는 40대 이상 남성 이용자가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에는 카페와 대형 만화 코너, 리클라이너 의자 등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시설을 확충하고, 오랜 시간 머물 수 있는 여가 공간으로 운영 방식을 전환하면서 젊은 이용객의 유입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슈퍼센토의 경쟁력이 단순히 목욕 시설에만 있지 않고, 다양한 고객층의 수요에 부합하는 콘텐츠와 서비스 제공에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러한 흐름은 국내 기업에도 새로운 진출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현지 업계가 젊은 층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기업은 한국이 강점을 가진 콘텐츠, 식품, 미용 분야를 중심으로 협업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높은 인지도를 가진 한국 콘텐츠를 활용한 한정 상품과 메뉴, 사우나 이용 전후에 적합한 음료와 간편식, 장시간 머무는 고객을 위한 미용 또는 생활용품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단순히 일반 유통매장에 제품을 공급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슈퍼센토의 이용 환경과 고객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제안이 요구된다. 콘텐츠와 연계한 상품, 사우나 이용자를 겨냥한 식음료, 시즌 한정 메뉴 등 현지 시설의 운영 방식과 최근 소비 트렌드에 부합하는 접근이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 슈퍼센토의 발상지이자 관련 시설이 밀집한 아이치, 기후, 미에 등 도카이 지역은 이러한 변화를 직접 확인하고 진출 가능성을 모색하기에 적합한 시장이다. 국내 기업은 현지 운영사와 공동으로 상품을 기획하거나, 일정 기간 시험 판매를 통해 소비자 반응을 확인한 후 성과에 따라 일본 내 타 지역으로 사업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전략도 고려할 수 있다.
자료 : 제국데이터뱅크, 야노경제연구소, CBC텔레비전, 류센지의 탕, RAKU SPA, 캐널리조트, 기난온천 등, KOTRA 나고야무역관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