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품목 : 헬륨(HS Code : 280429)
헬륨, 아무나 생산할 수 없는 희소 자원
헬륨은 풍선이나 비행선에 사용되는 가벼운 기체로 잘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반도체, 의료, 항공우주 등 첨단산업에서 폭넓게 활용되는 핵심 산업용 가스다. 특히 반도체 제조공정의 냉각 및 불활성 가스, MRI 장비의 초전도 자석 냉각 등 대체가 어려운 분야에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헬륨은 대기 중 농도가 매우 낮아 경제적인 대량 생산이 어렵고, 주로 헬륨을 함유한 천연가스에서 별도의 공정을 통해 추출한다. 이에 따라 상업적 생산이 가능한 국가와 시설이 제한돼 공급망이 소수 생산국에 집중돼 있다.
최근 전 세계에 불고 있는 AI 붐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반도체 수출이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있는데, 헬륨은 이를 위해서도 중요한 자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헬륨은 다른 산업용 가스와 다르게 원하는 곳에서 직접 생산할 수 있는 자원이 아니다. 헬륨은 지하 천연가스 등에 포함된 극소량의 헬륨을 별도의 공정을 통해 추출해야 한다. 또한, 이를 상업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설비가 제한적이다. 이로 인해 헬륨 공급국은 소수의 생산국과 대규모 생산시설에 집중돼 있다.
<전 세계 헬륨 매장량 및 생산량>
|
국가 |
헬륨 매장량* |
2025년 생산량 |
세계 생산 비중 |
|
미국 |
85억㎥ |
8100만㎥ |
42.6% |
|
카타르 |
대규모 |
6300 만㎥ |
33.2% |
|
러시아 |
17억㎥ |
1800 만㎥ |
9.5% |
|
알제리 |
18억㎥ |
1100 만㎥ |
5.8% |
|
캐나다 |
자료 없음 |
600 만㎥ |
3.2% |
*현재의 경제기술 조건에서 회수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규모
자료: 미국 지질조사국(USGS), Mineral Commodity Summaries 2026
글로벌 공급망을 뒤흔든 지정학적 리스크
위 표에서 알 수 있듯, 미국, 카타르, 러시아 등은 글로벌 공급망 시장에서 헬륨의 주요 공급국이다. 하지만 최근 중동 정세에 따른 주요 공급국의 공급 차질과 중국의 헬륨 수출 일시 제한 등이 겹치면서 글로벌 헬륨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상무부와 해관총서는 2026년 7월 10일 공동 공고를 통해 헬륨 수출을 일시적으로 제한했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중국은 헬륨의 주요 수입국이며, 국내 공급을 보장하기 위해 일시적인 수출금지 조치를 단행했다. 카타르 또한 2026년 3월 이란의 군사공격으로 Ras Laffan 산업단지가 공격을 받았다. 당시 QatarEnergy가 LNG 생산을 중단하여 헬륨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바 있다. 당시 언론은 카타르가 세계 헬륨 공급의 약 30% 수준을 차지하고 있어 생산 차질이 글로벌 헬륨 공급에 상당한 충격에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2026년 8월 기준, 이 사태가 세계 경제에 큰 타격을 미치지 않은 듯 하지만, 헬륨이 의료장비 등 핵심 산업의 생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목받는 러시아의 헬륨
이러한 가운데 세계 주요 헬륨 생산국 중 하나인 러시아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 대규모 가스처리시설을 기반으로 헬륨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러시아의 헬륨산업은 크게 서부의 기존 생산거점인 오렌부르크 헬륨공장과 극동 지역의 아무르 가스처리 공장(Amur GPP)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러시아 오렌부르크와 아무르주의 위치>

자료: Google Earth
비록 지난 6월 우크라이나가 오렌부르크 공장을 드론으로 공격하며 헬륨 현물 가격에 변동이 있었지만, 다시금 안정을 되찾았다. 러시아는 극동에 위치한 아무르 가스 처리 공장(Amur GPP)을 중심으로도 헬륨 생산 및 가스화학 산업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생산된 헬륨의 상당 부분을 해외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러시아산 헬륨의 주요 수요처로 부상하면서 러시아산 헬륨을 둘러싼 아시아 지역의 공급망 변화에도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러시아의 헬륨 생산 능력은?
러시아는 전 세계 헬륨 생산량의 9.5%를 차지하는 3대 헬륨 생산국이다. 러시아 연방 에너지부 산하의 에너지청(REA) 연료,에너지 복합단지 중앙관제센터에 따르면, 2025년 기준 러시아 국내 생산량의 34.3%가 내수 시장에 공급됐고, 65.7%가 수출됐다. 주요 고객은 단연 중국이다.
이는 2024년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헬륨의 직접 수입을 금지한 것과도 관련이 있다. 비록 러시아가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역외 국가에 대한 헬륨 수출을 2027년까지 허가제로 전환했지만, 중국의 러시아산 헬륨 수요는 높아지고 있다. 닛케이 아시아에 따르면, 중국은 헬륨 수요의 약 15%만을 자체적으로 조달 중이며, 나머지 85%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2025년에는 러시아가 중국의 전체 해외 헬륨 구매량의 절반 이상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러시아는 아무르주 스보보드니 인근에 가스 처리 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연간 설계 용량이 420억㎥ 가 되는 세계 최대의 천연가스 처리 공장 중 하나이다. 이 공장의 운영 주체는 러시아 가스프롬이며, 오렌부르크에도 처리 공장을 가지고 있다. 이 외에도, 이르쿠츠크 석유회사가 보유한 야락틴스코예(Ярактинское) 가스·콘덴세이트전 내 헬륨 생산시설이 바이칼호수 북부 동시베리아에 위치해 있다.
가스프롬 기업자료인 'Gasprom in Figures'에 따르면, 가스프롬 그룹은 2025년 헬륨 생산량을 전년 대비 약 1/3을 늘려 1,661만㎥까지 끌어올렸다. 제품 판매 분야에서는 액체 헬륨의 판매량이 증가했다. 반면 기체 헬륨의 판매량은 비교적인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으며, 194만㎥로 전년 대비 6%가 감소했다.
안정적인 헬륨 공급처로서의 러시아
2026년 러시아 극동 사할린에서 에너지 포럼이 개최됐다. 비탈리 마르켈로프 가스프롬 경영이사회 부회장은 동 포럼에서 러시아가 세계 시장에 안정적으로 헬륨을 공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르켈로프 부회장은 "아무르 가스 처리 공장은 2021년부터 생산을 단계적으로 늘리고 있다. 이 공장은 러시아에서 가장 최신식 가스 처리 공장이며, 올해부터 러시아 Sibur사가 운영하는 아무르 화학단지에 가스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Sibur는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가스 처리 및 화학 클러스터 내에서 생산을 하고 있다."라고 강조하며, "아무르 가스 처리 공장은 첨단 기술 생산에 필수적인 헬륨 뿐만 아니라, 에탄, 프로판-부탄 등을 생산 중이며, 특히 중동 위기로 인해 헬륨 수요가 최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헬륨 공급처이다."라고 밝혔다.
<2026년 사할린 에너지 포럼>

자료: gas-forum.ru
실제로 러시아는 아무르 가스 처리 공장을 활용하여 헬륨의 생산과 수출을 늘리고 있다. 이 공장은 Sibur사가 운영하는 석유화학단지에 원료를 공급하며, 지역 내에서 고부가가치 사슬을 직접 구축하고 있다. 아무르 가스화학단지의 발전은 러시아의 주요 가스 생산 중심지인 사할린 섬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025년 러시아 헬륨 생산 통계>
|
지표 |
2025년 실적 |
|
총 헬륨 생산량 |
1661만㎥ |
|
액체 헬륨 판매량 |
2,323톤 |
|
기체 헬륨 판매량 |
194만㎥ |
|
수출 비중 |
65.7% |
|
내수 비중 |
34.3% |
자료: pravda.ru
위 통계와 같이, 러시아는 세계 3대 헬륨 생산국이다. 하지만, 최근의 카타르의 공급 차질로 인해 세계 시장에서 헬륨 부족 현상이 발생하자, 러시아는 지난 4월 예방적 차원에서 2027년말까지 헬륨 수출에 대한 허가제를 도입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 조치가 일시적일 것이라 전망했다.
러시아 경제일간지 코메르산트에 따르면, 러시아 가스 공장의 설계 용량은 현재의 헬륨 생산량보다 높다. 가스프롬의 아무르 가스처리공장과 오렌부르크 처리 공장은 연간 최대 각각 6천만㎥와 5백만㎥의 가스 생산이 가능하다. 이르쿠츠크 석유회사가 운영하는 야락틴스코예 가스·콘덴세이트전 헬륨 생산시설의 연간 생산 가능 용량은 7백만㎥이다. 코메르산트는 가스프롬 측에 '설계 용량이 생산 능력을 상회함에도 불구하고 일시적 허가제를 도입한 이유'에 대한 설명을 요청했으나, 가스프롬은 논평을 거부했다. 러시아의 민간 컨설팅 회사인 NEFT Research는 정부의 결정을 "매우 논란의 여지가 있다."라고 평가 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시장에서 헬륨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다며, 이는 생산량이 소비량을 거의 4배 상회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수출하는 것 외에 이 잉여 물량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알렉산드르 타라셴코 분석가에 따르면, 러시아 국내 헬륨 수요는 증가할 가능성도 있는 반면, 높은 자금조달 비용으로 인해 생산능력 확대 속도는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다른 전문가인 드미트리 아레스토프는 "세계 헬륨 시장이 불안정하고 해외 수요가 높은 상황에서, 러시아 내 생산시설이 이제 막 본격적인 규모로 가동되기 시작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국내 수요에 대비해 헬륨을 비축하려는 것일 가능성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시사점
러시아는 가스프롬 및 이르쿠츠크 석유회사 등을 중심으로 헬륨 생산시설을 확대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헬륨 시장의 주요 공급국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아무르 가스 처리 공장 등 주요 생산시설의 설계 생산능력이 현재 실제 생산량을 크게 상회하고 있어 향후 생산 확대 여력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생산능력 확대가 곧바로 수출 증가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러시아 정부는 2026년 4월부터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역외 국가에 대한 헬륨 수출을 허가제로 전환하고, 이를 2027년 말까지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향후 러시아의 헬륨 해외 공급량은 생산능력뿐만 아니라 정부의 수출 정책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한편 2026년 카타르의 헬륨 공급 차질로 글로벌 헬륨 공급망의 높은 특정 국가 의존도가 부각되면서 공급처 다변화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 역시 헬륨 수입의 약 65%를 카타르에 의존하고 있어 공급망 충격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구조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한국 기업의 헬륨 조달 다변화를 위한 잠재적 대체 공급원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만 러시아의 수출허가제, 물류 및 결제 여건 등을 고려할 때, 단기간 내 러시아산 헬륨으로 공급망을 전환하기보다는 러시아산 헬륨의 생산 확대 및 수출정책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중장기 공급계약 가능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러시아산 헬륨의 공급 확대 가능성을 평가할 때, 생산능력뿐 아니라 액체 헬륨 운송용 특수 컨테이너 확보, 극동지역 물류 인프라, 운송거리 및 결제 여건 등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자료: USGS, 가스프롬, 코메르산트, NEFT Research, Reuters, 중국 상무부, 해관총서, KOTRA 블라디보스톡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