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테크(FoodTech)는 식품의 생산, 가공, 유통 및 소비를 최적화하기 위해 생명공학, 인공지능, 자동화 및 빅데이터와 같은 기술을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전 세계적으로 확장 중인 산업으로, 글로벌 푸드테크 시장은 2032년까지 약 4443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남반구라는 칠레의 전략적 위치와 길게 뻗어있는 국토의 생물다양성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역계절 식품 생산과 다채로운 식품 연구를 가능케 한다. 이러한 경쟁 우위를 바탕으로 칠레의 푸드테크 산업은 초기 단계이지만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칠레 푸드테크 생태계

칠레 푸드테크 생태계는 긴밀한 산학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먼저 공공 부문에서 칠레 생산진흥청(Corfo)은 ‘스타트업 칠레(Start-Up Chile)’와 같은 엑셀러레이터를 통해 혁신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칠레 농업혁신재단(FIA)는 농식품 분야 특화 사업에 투자하며 신기술 도입을 촉진하고 있다. 농식품 관련 협회‧단체로 대표적인 농업기술협회(AgroTech Chile), 칠레식품협회(ChileAlimentos) 등은 공공 부문과 협조하고 업계를 대변함으로써 식품 혁신과 지속가능성, 수출 증진 관련 이니셔티브를 주도하고 있다.

민간 부문은 혁신 솔루션을 직접 개발하고 상용화하여 업계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낫코(NotCo), 프로테라(Protera), 던 프로펄리(Done Properly) 등 푸드테크 스타트업들은 생명공학, 인공지능, 대체 원료 기반 솔루션을 선보이고 있으며, 특히 낫코는 2021년 기업 가치 15억 달러를 달성하며 칠레 최초의 푸드테크 '유니콘' 기업이 됐다.

<낫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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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칠레 투자청(InvestChile), 2020]

규제 프레임워크

칠레의 식품 규제 프레임워크는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 근간인 식품 위생 규정(Reglamento Sanitario de Alimentos)은 생산 및 수입부터 가공, 포장, 보관 및 유통에 이르는 전체 공급망의 위생 및 안전 조건을 설정한다.

한편, 식품 기업들의 실질적 원료 혁신을 이끈 규제로 2016년부터 시행된 '영양성분 표시법(Ley de Etiquetado Nutricional)'이 있다. 설탕, 나트륨, 포화지방, 칼로리 고함량 제품에 전면 경고 라벨('ALTO EN') 부착을 의무화하고, 미성년자 대상 광고를 제한함으로써 기업들이 라벨을 피하고자 자발적으로 성분을 개선하도록 유도했다.

<'고함량(ALTO EN)' 경고 라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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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칠레 보건부(MINSAL), 2016]

식품 자체에 대한 규제는 아니지만 그 포장과 밀접하게 관련된 규제로 2016년 제정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Responsabilidad Extendida del Productor, REP)가 있다. 제품을 생산하거나 수입하는 기업에 제품 사용 후 발생하는 폐기물의 회수, 재활용, 처리에 대한 법적·재정적 책임을 전가하는 환경 규제로, 포장재 부문은 2023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관리 의무가 시행됐다. REP 제도의 2030년 목표인 '포장재 내 재활용 원료 사용 비중 25% 확대'를 이행하기 위해 식품 업계는 패키징 혁신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칠레는 산업 전반에 적용되는 인센티브를 통해 식품 기업의 연구개발과 시장 진출을 보조하고 있다. 일례로 생산진흥청의 인증을 받은 프로젝트는 지출액의 35%를 세액공제받을 수 있다. 지식재산권 측면에서는 환경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혁신 기술을 위한 '녹색 특허 신속 심사 제도(Proceso Acelerado de Patentes Verdes)'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EU·스위스·브라질과 체결한 유기농 동등성 협정(Acuerdo de Equivalencia de Productos Orgánicos)을 통해 칠레산 유기농 제품은 추가 인증 없이 해당 시장의 유기농 라벨을 부착하여 판매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전반적인 규제 프레임워크나 인센티브 제도에도 불구하고, 신흥 기술 분야에는 여전히 모호한 영역이 존재한다. 곤충 단백질이나 새로운 유기질 비료와 같은 일부 혁신 기술은 규제 장치가 미흡하며, 이는 초기 실험적 시도를 가능케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사업 불확실성 요인이 될 수 있어, 업계 전문가들은 칠레가 중남미에서 앞서 나갈 제도 구축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소비 및 기업 트렌드

칠레 식품 시장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초가공식품을 멀리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으며, 성분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첨가물을 최소화한 제품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식단 관리를 통한 질병 예방에 대한 인식도 크게 높아져 칠레의 기능성 식품 및 영양제 시장은 연평균 약 9%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식이섬유, 프로바이오틱스, 오메가-3가 함유된 제품의 수요가 높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업계는 필수 영양소를 강화하고, 자연에서 추출한 천연 보존료와 색소를 사용하는 등 제품 성분 리뉴얼에 집중하고 있다.

지속가능성 또한 핵심 구매 결정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업계는 친환경 포장재로 제품 디자인을 개편하는 등 시장의 요구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기업 내에서도 푸드테크 신기술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혁신 사례인 더 라이브 그린(The Live Green)는 방대한 식물 및 영양 데이터를 학습한 자체 AI 플랫폼을 통해 기존 가공식품에 들어가는 화학 첨가물이나 인공 향료, 동물성 성분을 천연 식물성 원료로 대체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특히 기존 제품과 동일한 맛과 식감을 유지하면서도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최적의 원료 배합을 단기간에 찾아냄으로써, 현재는 칠레를 넘어 글로벌 식품 대기업들의 성분 리뉴얼을 돕는 B2B 파트너로 활약하고 있다.

전통 식품 대기업들의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도 한층 강화되는 추세다. 아그로수퍼(Agrosuper), 호르티프룻(Hortifrut) 등은 스타트업과 손잡고 자동화, 디지털 전환, 데이터 분석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신기술 도입과 운영 효율성 제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는 최근 몇 년간 이뤄진 대규모 산업 투자에서도 드러나며, 일례로 글로벌 식음료 제조기업 프루셀바(Fruselva)는 2025년 칠레에 고부가가치 영유아식 및 식물성 음료를 위한 대규모 첨단 생산 거점을 새롭게 구축했다.

성장 및 투자 유망 분야

1. 대체 단백질 및 차세대 식품

윤리적이고 효율적인 단백질 공급원 개발에 초점을 두며, 특히 식물성 원료 기반 제품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해당 분야 스타트업인 프로테라(Protera)는 딥러닝을 통해 기능성 단백질을 설계하고 있으며, 푸드 포 더 퓨처(Food For the Future)는 곤충 단백질을 활용한 동물용 사료 및 분말을 생산하고 있다.

2. 기능성 원료 및 천연 첨가물

마키(Maqui), 무르타(Murta), 칼라파테(Calafate) 등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칠레 토종 슈퍼푸드에서 고부가가치 화합물을 추출하는 기술이 대표적이다. 해조류를 활용한 고순도 카라기난, 알긴산, 오메가-3 생산 등 해양 자원 활용도 활발하다.

<칠레 토종 슈퍼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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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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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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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라파테

[자료: Diario Fruticola, 2024]

3. 애그리테크(AgriTech) 및 정밀 농업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 농업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환경 훼손을 줄이는 분야다. 혁신 사례로는 합성 화학물질 없이 수출용 과일의 저장 기간을 늘려주는 폴리내추럴(PolyNatural)의 100% 식물성 코팅제 쉘라이프(Shel-Life)가 있다. 또한, 칠레가 세계 2위 연어 생산국인 만큼, 머신비전으로 어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실시간으로 사료 공급량을 조절하는 정밀 양식업 기술도 고도화되고 있다.

4. 순환 경제 및 폐기물 자원화

REP 제도의 시행이 촉발한 분야로, 농수산 폐기물을 새로운 자원으로 탈바꿈시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동시에 지속가능성 목표에 발맞춰 친환경 포장재도 빠르게 도입되고 있으며, 대표적으로 칠레의 CMF 패키징(Envases CMF)은 네슬레(Nestlé)와 협업해 100% 단일 소재로 재활용 가능한 아이스크림 용기를 개발했다.

향후 과제

칠레의 푸드테크 생태계는 역동적이지만,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다.

첫째는 운영의 파편화다. 칠레 스타트업 간의 공동 협력 체계가 미흡하여, 특정 분야에서 얻은 노하우와 지식이 생태계 전반으로 공유되지 못하고 개별 기업 단위에서 중복 개발되는 경향이 있다.

둘째는 자본 구조의 불균형이다. 식품 산업이 요하는 바이오테크 기반의 혁신 기술은 상용화까지 보통 5~10년의 긴 성숙 기간이 필요하다. 초기 시드 단계에 대한 칠레 내 자금 지원은 탄탄한 편이지만, 본격적인 상업화 및 확장에 필요한 지원이 부족하여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기업들은 구조적인 공백기를 겪게 된다. 한편, 역설적으로 이 시기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진 외국 자본이 진입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스타트업의 기술 검증이 이미 이뤄져 사업 실패 리스크는 낮아진 시기이므로, 이때 투자하면 유망한 기업을 유리한 조건에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는 인프라 및 첨단 제조 시설의 부재다. 칠레에는 대규모 바이오리액터(bioreactor)나 발효 공장이 부족하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 연구개발을 성공적으로 마친 기업들조차 실제 제품 생산은 유럽이나 미국 시설에 위탁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칠레에 대규모 공장을 설립할 수 있는 기업에는 조기 투자 및 선점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넷째는 규제 및 정책적 불확실성이다. 대체 단백질의 경우와 같이 많은 혁신 기술이 명확한 규제 없이 운영되고 있으며, 이는 초기 기술 실험에는 유리할 수 있으나 장기적인 스케일업 과정에서는 신규 규제 적용이나 돌발 변수 발생 시 리스크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마지막으로, 대부분의 정부 지원과 인프라, 투자 자원이 수도인 산티아고에만 쏠려 있는 지역적 편중이 있다. 실제 농업 현안은 대부분 지방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지방에서의 창업 및 기술 개발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이는 역으로 현장 밀착형 솔루션을 보유한 기업에는 진입 기회가 될 수 있다.

전문가 인터뷰

KOTRA 산티아고 무역관은 칠레 푸드테크 시장의 전망에 대해 잇노바(EatNova)의 파블로 푸엔테알바 최고전략책임자(CSO)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잇노바는 천연 원료를 바탕으로 딥러닝과 생명공학을 활용해 기능성 식품인 '하이퍼푸드(hyperfoods)'를 개발하는 현지 스타트업이다.

<잇노바(EatNova)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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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기업 홈페이지, 2026]

푸엔테알바 책임자는 칠레가 역내 푸드테크 분야에서 부상할 수 있었던 이유로 탄탄한 과학기술 인프라, 우수한 대학 및 연구기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농식품 산업, 생산진흥청 등 공공기관이 주도하는 창업 지원 생태계를 지목했다. 다만, 주요 장벽으로는 '기술 개발'과 '산업적 스케일업' 사이의 간극을 꼽았다. 실제로 많은 기업이 상용화 단계에서 자금 및 인프라 확보, 파트너십 구축에 난항을 겪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신기술을 기꺼이 검증해 줄 초기 고객 확보가 성장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을 비롯한 외국 기업들에는 공동 연구개발, 기술 라이선싱,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 도입, 스타트업 투자 등 폭넓은 협력 기회가 열려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기업은 스케일업 역량, 첨단 제조 기술, 글로벌 시장 접근성을 제공할 수 있으며, 칠레는 우수한 과학 인재와 잠재력을 지닌 기술을 제공함으로써 상호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향후 소비 트렌드에 대해 푸엔테알바 책임자는 검증된 기능성 식품, 천연 원료, 지속가능한 생산 공정, 원산지 투명성에 대한 수요가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맞춤형 식단 솔루션, 바이오 기술 기반 제품, 건강‧지속가능성‧품질을 모두 아우르는 대체 식품에 대한 관심이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시사점

칠레 푸드테크 생태계는 제조 스케일업 역량과 첨단 생산 인프라를 갖춘 우리 기업이 위탁생산(CMO)이나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진출할 수 있는 유망한 틈새시장으로서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특히 현지 스타트업의 원천 기술에 한국의 상용화 역량을 결합하는 공동 연구개발 및 기술 라이선싱 기반의 제품화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농축수산업의 실질적 거점인 지방 단위에서 유력 파트너를 선점하여 현장 밀착형 기술 실증으로 신뢰를 구축하고, 이를 발판 삼아 전국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방안도 전략적으로 검토해 볼 만하다.

자료: 칠레 환경부(MMA), 칠레 투자청(InvestChile), 생산진흥청(Corfo), 칠레 국회도서관(BCN), ScienceDirect, Diario Fruticola, Reporte Agricola, La Tercera, Pais Circular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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