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제조업이 본격적인 자동화 국면에 들어섰다.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와 생산연계인센티브(PLI) 제도,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에 힘입어 공장 신·증설이 이어지면서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기 위한 로봇·자동화 설비 수요가 커지고 있다. 다만 주요 제조국에 비해 자동화 수준이 여전히 낮아 성장 여력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봇 신규 설치 2년 새 70% 증가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인도의 산업용 로봇 신규 설치 대수는 2022년 5353대에서 2023년 8510대로 59% 늘었고, 2024년에는 9120대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4년 설치 대수는 중국, 일본, 미국, 한국, 독일에 이어 세계 6위로 전년(7위)보다 한 계단 올랐다. 공장에서 가동 중인 로봇 수도 2024년 5만 2570대로 늘어 세계 10위권에 진입했다.

성장을 이끈 것은 자동차 산업이다. 2023년 자동차 부문 설치 대수는 3551대로 139% 급증했고, 2024년에는 4070대(15% 증가)로 전체의 45%를 차지했다. 2024년에는 완성차 업체(1980대, 3% 감소)보다 부품업체(2100대, 40% 증가)의 로봇 도입이 두드러졌다. 같은 해 플라스틱·화학(600대, 33% 증가)과 금속(420대, 30% 증가) 부문도 빠르게 늘었다.

구분

2023년

2024년

2024년 증감률

신규 설치 대수

8,510대

9,120대

7%

- 자동차 부문

3,551대

4,070대

15%

신규 설치 세계 순위

7위

6위

-

누적 가동 대수

44,958대

52,570대

16.9%

[자료: 국제로봇연맹(IFR) World Robotics 2024·2025]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모도인텔리전스(Mordor Intelligence)는 인도 산업자동화 시장이 2025년 172억8000만 달러에서 2031년 287억3000만 달러로 연평균 8.41%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이맥(IMARC)그룹은 산업용·서비스 로봇을 포함한 인도 로봇 시장이 2025년 19억8000만 달러에서 2034년 73억8000만 달러로 연평균 15.74%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인건비 상승·품질 요구·물류 혁신이 수요 견인

저임금 노동력에 기반한 원가 경쟁력은 조직화된 제조업을 중심으로 점차 약해지고 있다. 임금 외에도 복리후생, 교육, 결근과 이직에 따른 비용이 커지면서 용접, 전자 조립, 품질검사 같은 반복·정밀 공정에서 자동화의 경제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부 산업단지에서는 서비스업과 플랫폼 노동으로 인력이 빠져나가면서 생산직 구인난도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에 편입된 인도 제조업체들이 자동차 품질경영시스템(IATF 16949) 등 국제 기준과 이력 추적 요구에 대응해야 하는 점도 자동화를 재촉하고 있다. 전자상거래와 제3자 물류(3PL)가 성장하면서 플립카트, 아마존 인디아, 델리버리(Delhivery) 등 물류 기업의 자동 분류기, 자율이동로봇(AMR), 자동창고(AS/RS) 도입도 늘고 있다. 대형 신규 공장보다 기존 라인을 부분 개조하는 리트로핏(retrofit) 수요가 커지는 것도 특징이다. 모도인텔리전스는 2년 이내 투자비 회수가 가능한 PLC, 인간-기계 인터페이스(HMI), 엣지 기반 제조실행시스템(MES) 수요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PLI·반도체 투자로 넓어지는 수요처

정부 정책도 간접적인 수요원이다. 14개 업종을 대상으로 한 PLI 제도는 전자, 자동차, 의약품 등의 생산능력 확충을 지원하고 있으며, 인도 전자정보기술부(MeitY)는 연구개발, 우수센터(CoE) 설립, 규제 샌드박스 등을 담은 '국가 로봇 전략(National Strategy on Robotics)' 초안을 공개했다. 구자라트주 사난드(Sanand)의 마이크론 반도체 조립·테스트(ATMP) 공장과 돌레라(Dholera)의 타타일렉트로닉스 반도체 팹 등은 고정밀 이송·검사 장비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 모도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이들 지역의 반도체 프로젝트 관련 자동화 계약 규모는 이미 5억 달러를 넘어섰다.

지역별로는 마하라슈트라, 구자라트, 타밀나두, 카르나타카 4개 주가 2025년 산업자동화 지출의 55~60%를, 우타르프라데시와 하리아나 등 북부가 약 25%를 차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첸나이와 호수르를 낀 타밀나두는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으로 꼽힌다. 동부는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지만 오디샤의 철강·금속, 서벵골의 엔지니어링 산업을 중심으로 공정 자동화와 설비 모니터링 수요가 생겨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의 현지 생산도 늘어, 슈나이더일렉트릭은 2026년까지 320억 루피(약 3억 8000만 달러)를 들여 서벵골, 오디샤 등 8개 주에서 생산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이 주도, 인도 기업은 창고자동화 등 틈새 공략

모도인텔리전스는 지멘스, ABB, 슈나이더일렉트릭, 로크웰오토메이션, 하니웰 5개사가 2025년 인도 산업자동화 시장 매출의 45~50%를 차지한 것으로 추정했다. 로봇 분야에서는 화낙, 야스카와, 쿠카, 유니버설로봇 등이 판매·서비스망을 운영하고 있다. 인도 기업은 타타그룹 계열 TAL의 산업용 로봇 '브라보(BRABO)', 노이다 소재 애드버브(Addverb)의 AMR·창고자동화 솔루션처럼 특정 분야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기업

본사

주요 제품·솔루션

ABB

스위스

산업용·협동로봇, 드라이브, 자동화 시스템

화낙(FANUC)

일본

산업용 로봇, CNC, 공장자동화

야스카와(Yaskawa)

일본

모토맨 로봇, 서보드라이브, 모션제어

쿠카(KUKA)

독일

산업용 로봇, 자동화 생산설비, 이동형 로봇

유니버설로봇(Universal Robots)

덴마크

UR 시리즈 협동로봇

지멘스(Siemens)

독일

PLC, 산업용 소프트웨어, 디지털트윈, 공정제어

슈나이더일렉트릭(Schneider Electric)

프랑스

저압 제품·시스템, 산업자동화·제어, 배전자동화

로크웰오토메이션(Rockwell Automation)

미국

PLC, 산업용 드라이브·모터, 센서, HMI

미쓰비시전기(Mitsubishi Electric)

일본

PLC, 스카라 로봇, 서보 시스템

오므론(Omron)

일본

컨트롤러, 협동·이동형 로봇, 센서

요코가와(Yokogawa)

일본

분산제어시스템(DCS), SCADA, 공정계측

[자료: 각 사 홈페이지, Mordor Intelligence 종합]

높은 초기비용·인력난·부품 수입 의존은 과제

성장세에도 자동화 수준은 아직 낮다. IFR에 따르면 2023년 제조업 종사자 1만 명당 로봇 수(로봇 밀도)는 한국이 1012대로 세계 1위이고 세계 평균은 162대다. 인도의 누적 가동 대수는 약 200만 대인 중국의 3%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가

로봇 밀도(제조업 종사자 1만 명당, 대)

한국

1,012

싱가포르

770

중국

470

독일

429

일본

419

미국

295

세계 평균

162

[자료: 국제로봇연맹(IFR) World Robotics 2024]

중소기업(MSME)에는 로봇 본체에 제어기, 말단장치, 안전설비, 시스템 통합 비용까지 더한 초기 투자가 큰 부담이다. 로봇은 일반 기계설비와 달리 담보·잔존가치 평가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아 금융 조달도 쉽지 않고, 서비스형 로봇(RaaS)이나 리스 모델은 아직 초기 단계다. 로봇 프로그래밍, 시스템 통합, 머신비전을 아우르는 전문 인력이 부족하고 시스템 통합(SI) 업체 간 역량 편차가 커서 설치 후 재작업이 발생하기도 한다. 구형 설비와의 연동과 운영기술(OT) 보안 문제도 걸림돌이다. 감속기, 서보모터, 엔코더, 모션컨트롤러 등 핵심부품은 대부분 일본, 독일, 중국 등에서 수입해 환율과 물류비, 조달 기간에 따른 부담도 크다.

현지 산업자동화 기술기업 에이오닉스 리서치 앤드 이노베이션(Aeonix Research & Innovation LLP)의 아얀 데이(Ayan Dey) 공동창업자 겸 이사는 KOTRA 콜카타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2020년만 해도 인도 제조업체 대부분은 수작업과 전통적인 설비 통합 방식에 의존해 자동화 수요가 낮았지만, AI와 반도체 기술이 발전하면서 관심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상당수 공장이 여전히 반자동 단계에 머물러 로봇 도입은 제한적이며, 특수 부품의 국내 공급망이 비어 있어 자동화 장비와 정밀부품을 중국 등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며 "정부 지원과 함께 국내 생산과 현지 공급망 육성이 병행돼야 성장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망 및 시사점

IFR은 인도의 로봇 설치가 2025년에도 늘어날 것으로 보면서도, PLI 제도가 종료되는 2026년에는 일시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전기차·배터리 등 장기 투자 프로젝트가 이후 수요를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된다. 타타모터스, 마힌드라, 현대자동차 인도법인의 전기차 생산 확대와 폭스콘, 딕슨테크놀로지스 등의 전자제품 생산 확대도 자동화 수요를 키울 요인이다. 중장기적으로는 RaaS·리스 모델 확산, AI 기반 머신비전과 손쉬운 프로그래밍 기술 보급, 협동로봇 가격 하락이 중소기업의 도입 문턱을 낮출 전망이다.

한국 기업은 산업용·협동로봇 완제품은 물론 감속기, 서보모터, 머신비전, 그리퍼 등 핵심부품과 2차전지·반도체 공정 자동화 분야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다. 현지 제조업체들이 통합 품질에 대한 우려로 검증된 공급업체를 선호하는 만큼, 현지 SI 기업과의 협력과 원격 모니터링 기반의 유지보수 체계를 갖추는 것이 효과적인 진입 전략이 될 수 있다.

자료: 국제로봇연맹(IFR), Mordor Intelligence, IMARC Group, 인도 전자정보기술부(MeitY), 인도 정부 보도자료(PIB), Schneider Electric, DT Next, The Economic Times, KOTRA 콜카타 무역관 인터뷰 및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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