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도미니카공화국은 의약품 수입 의존도가 높은 시장이다. 도미니카공화국 관세청(Dirección General de Aduanas, DGA)에 따르면 2025년 의약품(HS 30류) 수입액은 약 10억8000만 달러에 달했다.
최근 현지 의약품 유통업체들은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주로 거론되는 분야는 항암제·바이오의약품·희귀질환 치료제 등 고가 치료제, 그리고 피부 건강을 내세운 더모코스메틱·스킨케어 제품이다. HS코드로는 완제의약품(HS 3004), 혈액제제·백신·면역물품(HS 3002, 일부 바이오의약품 포함), 미용·피부관리용 제품(HS 3304)이 여기에 해당한다.
완제 항암제와 희귀질환 치료제 상당수가 포함된 완제의약품(HS 3004)의 2025년 수입액은 9억79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9% 늘었다. 혈액제제·백신·면역물품(HS 3002)은 7.1% 증가한 1억1529만 달러를 기록했다. 2026년 1~8월 수입액은 각각 6억6012만 달러, 6794만 달러다.
미용·피부관리용 제품(HS 3304)의 2025년 수입액은 7775만 달러로 전년 대비 0.4% 줄어 큰 변동이 없었다. 다만 더모코스메틱 등 피부관리용 제품이 포함된 HS 3304.99는 같은 기간 약 5130만 달러에서 5320만 달러로 늘었다. HS 3304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5.7%에서 68.4%로 높아졌다.
(단위: 백만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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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 |
HS코드 |
2024 |
2025 |
2026(1~8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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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제의약품* |
3004 |
891.2 |
907.9 |
660.1 |
|
혈액제제·백신·면역물품 |
3002 |
107.7 |
115.3 |
67.9 |
|
미용·피부관리용 제품 |
3304 |
78.1 |
77.8 |
56.8 |
주: *완제의약품(HS 3004)에는 일부 항암제, 희귀질환 치료제 등이 포함됨
자료 : 도미니카공화국 관세청(DGA)
두 분야는 시장 성격이 다르다. 고가 치료제는 병원 진료와 정부의 고가 치료 지원 제도에 따라 수요가 움직인다. 반면 더모코스메틱은 약국과 소매점을 중심으로 피부 건강·셀프케어 수요를 겨냥한 별도 시장을 이루고 있다.
다만 두 분야 모두 기존 범용 의약품 중심에서 벗어나 새로운 품목과 해외 공급선을 찾는 현지 유통업체의 포트폴리오 다변화 흐름과 맞닿아 있다.
공공부문이 이끄는 고가 의약품 수요
도미니카공화국 정부는 고가 의약품 지원 프로그램(Programa de Medicamentos de Alto Costo, PMAC)을 통해 중증·만성질환 등 고난도 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치료비를 지원하고 있다. 지원 대상은 암, 자가면역질환, 퇴행성 질환, 이식 관련 질환, 희귀질환 등의 환자다.
PMAC 규모는 최근 몇 년간 크게 늘었다. 도미니카공화국 대통령실에 따르면 2025년 약 1억2260만 달러를 투입해 환자 8283명의 치료를 지원했고, 신규 지원 대상자 1980명을 추가했다. 국가사회보장위원회(CNSS)도 2026년 2월 보조금형 건강보험의 보장 범위를 루푸스, 류마티스관절염, 혈우병, 면역결핍증 등 고가 치료가 필요한 일부 비(非)암 질환까지 넓힌다고 발표했다. 공공부문의 고가 치료 수요가 암을 넘어 다른 질환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PMAC는 환자 지원 제도인 만큼, 공급업체는 실제 구매기관과 조달 절차별 요건을 따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현지 유통업체가 해외 제조사와 기관 구매자 사이를 잇고, 제품 등록부터 수입·공급까지 실무를 맡는다.
현지 의약품 유통업체 D사 관계자는 KOTRA 산토도밍고 무역관과의 면담에서 고가 의약품을 다루는 유통업체에 정부 조달은 중요한 판로라고 설명했다. 다만 공공입찰에서는 인도·파키스탄 업체들이 매우 낮은 가격을 제시하고 있어 가격 경쟁이 주요 과제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성분이 차별화된 제품이 특정 치료 수요에 맞고 기술 요건을 충족한다면 가격이 높더라도 더 유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특정 의약품이 필요하거나 공급 가능한 업체가 제한적인 경우 구매기관이 제조사나 공식 유통업체에 직접 연락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제조사와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유통업체가 이런 수요에 대응하기 유리한 이유다.
항암제 분야도 사정이 비슷하다. 유통업체 B사 관계자는 KOTRA 산토도밍고 무역관과의 면담에서 항암제 수요의 90% 이상이 공공기관과 비영리기관을 거쳐 공급되는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공식 통계가 아닌 업체 경험에 근거한 추정치이지만, 그만큼 항암제 시장에서 기관 구매자의 비중이 크다는 의미다.
따라서 한국 제약사는 진출 대상을 좁혀 접근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자사 제품에 맞는 치료 수요가 있는지, 해당 품목의 기관 구매 경로는 어떤지, 유통 파트너가 그 치료 분야 경험을 갖췄는지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격 경쟁이 심한 분야일수록 제품 차별화가 중요하지만, 제품 등록, 조달 규격 충족, 안정적 공급은 기본 전제다.
항암제에서 바이오·희귀질환 치료제로 넓어지는 관심
현지 유통업체들의 관심은 공공조달 품목에 그치지 않는다. KOTRA 산토도밍고무역관의 최근 면담 결과, 항암제는 여전히 핵심 관심 분야였고 바이오의약품과 희귀질환 치료제 등도 신규 해외 파트너를 물색할 때 검토 대상에 오르고 있었다.
B사는 항암제 공급선을 추가로 찾고 있으며, 특히 품질이 검증되고 해외 인허가 경험이 있는 제조사에 관심을 보였다. D사 역시 항암제에 관심을 나타냈고, 바이오의약품과 희귀질환 치료제도 추가 검토 분야로 꼽았다. 범용 의약품 위주였던 일부 현지 유통업체가 고난도 치료 영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셈이다.
정부 정책도 같은 방향이다. 보건부는 2026년 7월 PMAC에 등록된 척수성 근위축증 환자의 치료제 구매에 3억 도미니카페소(약 500만 달러)를 배정했다고 발표했다. 희귀질환 치료에 공공 재원을 직접 투입한 사례다.
현지 유통업체는 고가 치료제의 사업성을 판단할 때 실제 치료 수요가 있는지, 공공·기관 재원이 뒷받침되는지, 제품 등록이 가능한지를 따진다. 고가 의약품 전반이 고르게 성장한다기보다는, 수요에 맞는 제품과 인허가 대응 역량을 갖춘 제조사에 기회가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약국 유통망으로 들어오는 더모코스메틱
포트폴리오 다변화는 소비자 시장에서도 나타난다. 일부 현지 의약품 기업은 미용과 피부 건강의 중간 영역인 더모코스메틱·스킨케어로 취급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살펴본 HS 3304.99 수입 증가 외에 최근 업계 행사와 유통업체 문의에서도 이런 흐름이 확인된다.
2026년 7월 바렌츠 도미니카나(Barentz Dominicana)와 크로다 뷰티(Croda Beauty)는 피부·모발 관리용 고기능 원료, 바이오기술, 차별화 제형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같은 달 그루포 마옌(Grupo Mallén)은 피부과 전문의와 해외 브랜드가 참여한 ‘스킨 사이언스 서밋(Skin Science Summit)’을 개최해 피부 건강과 임상 스킨케어 동향을 공유했다. 현지 업계의 관심이 효능과 원료, 전문 피부관리로 모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행사들이다.
의약품 유통업체에서도 같은 움직임이 보인다. D사는 의약품·바이오의약품과 함께 더모코스메틱·스킨케어 분야에서도 한국 기업과 협력하고 싶다며 KOTRA 산토도밍고 무역관에 먼저 문의해 왔다. D사는 인허가, 수입, 유통, 마케팅을 직접 맡고 있으며 약국, 의사 네트워크, 주요 소매점을 판로로 두고 있다. 기존 의약품 유통업체도 한국 스킨케어 제품의 현지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 스킨케어 제품은 이미 현지 소매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D사 사례는 여기에 의약품 유통망이라는 또 하나의 경로가 더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뷰티 전문점뿐 아니라 약국과 의료계 네트워크를 가진 유통업체를 통해서도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다만 경로에 따라 준비할 것이 다르다. 약국 판매를 목표로 하는 스킨케어 제품은 뷰티 전문점 판매 제품과 비교해 제품 자료, 홍보 방식, 전문가 협업 측면에서 요구 사항이 다를 수 있다. 제품 포지셔닝을 먼저 정한 뒤, 잠재 파트너의 유통망과 마케팅 역량이 이에 맞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현지 유통업체가 보는 것은 제품 차별화와 인허가 준비도
현지 유통업체들은 신규 해외 파트너를 고를 때 제품 못지않게 제조사의 인허가·사업화 지원 역량을 따진다. 제품 등록, 기술자료 준비, 현지 기관 협의를 미리 챙겨야 하는 고가 치료제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B사 관계자는 고가 치료제를 검토할 때 미국·유럽 등 주요 시장의 허가 이력을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고 설명했다. 기술자료가 빠짐없이 갖춰졌는지, 제조사가 현지 제품 등록을 얼마나 뒷받침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B사 경험상 제품 등록에는 제품과 절차에 따라 12~18개월가량 걸린다. 공식 처리 기한이 아닌 업체 경험에 따른 추정치다.
D사도 인허가 준비 수준을 주요 평가 요소로 꼽았다. 중남미 등 스페인어권 시장 경험이 있는 제조사는 라벨과 서류가 이미 역내 요건에 맞춰져 있을 수 있어 협력이 수월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역내 경험이 없더라도 현지 요건을 이해하고, 필요한 서류를 제공하며, 심사 과정의 수정·보완 요구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허가 사전 준비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의약품·식품·보건제품총국(DIGEMAPS)은 2026년 6월 결의안 DG-0003-2026을 발표했다. 해외 제조 의약품의 등록 신청자와 등록 보유자에게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검증 요건을 확대 적용하는 내용이다. 제조사는 RED PARF 실사 지침의 검증 체계에 따라 세계보건기구(WHO) 기술보고서 제32호·제37호의 GMP 기준, 또는 DIGEMAPS가 인정하는 동등 이상의 기준을 준수하고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위 결의안의 시행 일정은 확정됐다. 6월 발표 당시에는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 일정을 정할 예정이었으나, DIGEMAPS는 이후 공개한 결의안 질의응답 자료에서 2026년 9월 1일과 2027년 1월 1일을 확정 일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26년 9월 1일 이후 접수된 등록 신규·갱신·변경 신청은 GMP 기준 충족을 입증해야 하고, 2027년 1월 1일부터는 수입 시점에도 입증이 필요하다. 기존 등록은 영향을 받지 않지만 갱신 때는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한국 제약사의 해외 인허가 경험과 잘 갖춰진 서류는 현지 유통업체와 협력할 때 강점이 될 수 있다. 특히 같은 자료의 부속서(Anexo I)는 GMP 인증서를 결의안 기준과 동등 이상으로 인정하는 규제기관 목록에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MFDS)를 포함했다. 다만 이는 GMP 증빙으로 인정된다는 의미로, 제품 등록 심사 자체가 생략되거나 단축된다는 뜻은 아니다. 제출 서류의 세부 요건은 DIGEMAPS나 현지 대리인을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시사점
도미니카공화국 의약품 유통업체들의 포트폴리오 다변화는 한국 기업에 두 갈래의 진출 경로를 열어주고 있다. 병원·공공기관 수요를 겨냥한 고가 치료제와 약국·소매 유통망을 통한 더모코스메틱·스킨케어 제품이다. 두 분야는 맞는 파트너도, 갖춰야 할 요건도 다른 만큼 각각 따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고가 치료제 분야에서는 먼저 구체적인 치료 수요를 확인하고, 자사 제품이 기존 제품보다 분명한 강점이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면담에서 항암제·바이오의약품·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한 관심은 확인됐지만, 공공입찰의 가격 경쟁이 치열하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다. 치료 용도가 차별화되고 구매기관의 기술 요건과 안정적 공급을 충족하는 제품이라면 경쟁할 여지가 있다.
파트너는 목표 판매 경로에 맞춰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기관 구매자를 겨냥한다면 유통업체의 해당 치료 분야 경험, 제품 등록 실적, 공공조달 참여 경험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민간시장이 목표라면 의사·병원·약국 네트워크와 함께 출시 이후 꾸준히 유통을 이어갈 역량이 있는지가 관건이다.
인허가 준비는 거래 조건을 확정하기 전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지 대리인과 GMP 증빙자료, 기술자료, 스페인어 라벨 요건을 미리 협의하고, 등록 기간을 출시 일정에 반영해 둘 필요가 있다. B사가 언급한 12~18개월은 일정 수립 시 참고할 만하지만 실제 소요 기간은 제품과 절차에 따라 달라진다. 신속 등록이나 해외 인증 인정 가능성은 DIGEMAPS에 직접 확인해야 한다.
더모코스메틱·스킨케어 분야는 D사처럼 협력 의사를 밝힌 유통업체와 이미 현지에서 판매 중인 한국 제품을 파트너 발굴의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다. 자사 제품이 약국, 뷰티 전문점, 일반 소매점 중 어디에 맞는지 먼저 판단하고, 파트너와 포지셔닝·제품 자료·홍보 역할 분담을 협의하는 순서가 바람직하다. 제품별 분류, 등록, 라벨 요건도 사전에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
자료 : 도미니카공화국 관세청(DGA), 대통령실, 국가사회보장위원회(CNSS), 보건부, DIGEMAPS, 업계 행사 자료, KOTRA 산토도밍고 무역관 인터뷰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