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 롱제비티(Skin Longevity)는 최근 글로벌 뷰티시장에서 기존 안티에이징 이후의 흐름을 설명하는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이미 나타난 주름 등 노화 징후를 개선하는 데 집중하기 보다 피부가 건강한 상태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개념이다. 스위스에서는 이러한 개념과 맞닿은 과학 기반 안티에이징·셀룰러 스킨케어가 일찍부터 발달해 왔다. 1931년 몽트뢰(Montreux)에서 시작된 클리닉 라 프레리(Clinique La Prairie)의 세포요법 연구에서부터 식물세포를 활용한 기능성 화장품 원료, 최근의 미토콘드리아 연구를 활용한 롱제비티 바이오테크에 이르기까지 피부 노화와 장기적인 피부 건강에 과학적 접근을 접목한 제품과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해왔다.
이는 한국 화장품 기업에도 의미가 있다. 스위스 소비자는 과학적 근거와 기능성을 앞세운 고가 스킨케어에 비교적 익숙한 반면, 그만큼 제품 효능과 가격의 근거를 비교하는 시장이기도 하다. 유럽 진출을 준비하는 한국 기업이 독일·프랑스와 같은 대형 시장뿐 아니라 스위스를 시장 검증 단계에서 검토할 수 이유다.
스위스 뷰티업계에서도 화두로 떠오른 ‘롱제비티’
스킨 롱제비티가 스위스에서 단순히 글로벌 트렌드를 소개하는 수준에 머무는 것은 아니다. 올해 취리히에서 열린 뷰티 전문 행사에서도 롱제비티가 주요 주제로 잇따라 등장했다. 지난 4월 18일 취리히 Marriott Hotel에서 열린 ‘BEAUTY FORUM Day Zürich 2026’에서는 ‘화장품 분야의 롱제비티(Longevity in der Kosmetik)’가 별도 발표 주제로 다뤄졌다. 행사 주최 측은 2026년 스위스 뷰티업계를 관통하는 주요 흐름으로 롱제비티, 피부장벽 강화, 자연과 첨단기술의 결합을 제시했다. 발표에서도 단기간의 외관상 변화보다 지속적인 피부 건강과 피부장벽의 유지·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이어 9월 9~11일 취리히 Five Hotel Zurich에서 열린 INNOCOS Summit Zurich 2026은 행사 핵심 주제인 ‘Longevity in Beauty, Wellness & Across Consumer Brands’에 대해 다뤘다. 이 행사에는 뷰티 브랜드뿐 아니라 바이오테크, 클리닉, 진단기술, 소비자 헬스 분야, 투자업계 관계자 등이 참여해 롱제비티 과학의 제품화와 소비자 적용, 과학적 효능 근거, 클리닉과 브랜드 간 협력 등을 논의했다. 주최 측은 스위스 바이오테크 기술이 프레스티지 뷰티 분야로 진입하고, 진단기술을 통해 생물학적 변화를 측정하는 흐름을 주요 산업 변화로 소개했다. 두 행사는 스킨 롱제비티가 단순한 글로벌 마케팅 용어를 넘어 스위스 현지 뷰티업계에서도 제품 개발과 비즈니스 전략의 주제로 논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료: INNOCOS Summit Zurich 2026 홈페이지]
식물 줄기세포에서 미토콘드리아·피부 진단까지 확장되는 롱제비티 뷰티 생태계
스위스의 과학 기반 스킨케어는 완제품 브랜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화장품 원료와 바이오테크 분야에서도 피부 노화와 장기적인 피부 건강을 겨냥한 기술이 지속적으로 개발돼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위스 화장품 원료기업 미벨 바이오케미스트리(Mibelle Biochemistry)다. 이 회사는 2008년 식물 세포 배양기술 PhytoCellTec™*을 활용해 희귀 스위스 사과 품종 ‘우트빌러 슈패트라우버(Uttwiler Spätlauber)’*에서 유래한 활성원료 PhytoCellTec™ Malus Domestica를 출시했다. 미벨 바이오케미스트리는 이를 화장품 시장에 출시된 최초의 식물 줄기세포 기반 원료로 소개하고 있다. 해당 원료는 피부 줄기세포의 활력과 노화 관리에 초점을 맞췄으며, 관련 기술은 스위스와 EU,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특허를 확보했다.
*PhytoCellTec™: 식물 조직 일부를 배양해 ‘캘러스(callus)’라 불리는 미분화 세포를 만든 뒤, 이를 바이오리액터에서 대량 증식해 화장품용 활성성분을 생산하는 Mibelle Biochemistry의 식물세포 배양기술이다. 희귀 식물을 반복 채취하지 않고도 계절·재배환경에 영향을 덜 받는 표준화된 조건에서 원료를 생산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Uttwiler Spätlauber: 오랜 기간 저장해도 잘 무르지 않고 신선함을 유지하는 스위스 희귀 사과 품종
Mibelle의 사례가 식물세포를 활용한 화장품 활성원료 개발의 흐름을 보여준다면, 최근에는 스위스 롱제비티 바이오테크 기술이 글로벌 화장품 기업의 제품 전략과 직접 연결되고 있다. 2026년 2월 랑콤(Lancome)은 스위스 롱제비티 바이오테크 기업 타임라인(Timeline)과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타임라인이 개발한 Mitopure®의 핵심 성분은 Urolithin A로, 손상되거나 기능이 저하된 미토콘드리아를 제거·재활용하는 세포 과정인 미토파지(mitophagy)와 관련된 연구를 기반으로 한다. 랑콤은 타임라인과의 협력을 자사의 ‘Longevity Integrative Science™’ 전략의 한 축으로 제시하며, 피부의 겉모습뿐 아니라 세포 에너지와 활력 유지까지 스킨케어 연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로레알은 한국 바이오·진단기업 나노엔텍(NanoEnTek)과 공동으로 ‘Lancôme Cell BioPrint’를 개발했다. 셀 바이오프린트(Cell BioPrint)는 나노엔텍의 미세유체(microfluidics) 기반 랩온어칩 기술과 로레알의 프로테오믹스 연구를 결합해 5개의 단백질 바이오마커를 약 5분 안에 분석하는 피부 진단기기다. 피부의 생물학적 상태와 노화 경향을 분석하고 특정 활성성분에 대한 개인별 반응 가능성을 파악하는 데 활용된다. 특히 로레알은 셀 바이오프린트를 자사의 Longevity Integrative Science™를 구현하는 대표적인 진단기술 가운데 하나로 설명하고 있으며, 한국 나노엔텍의 기술을 공식적으로 핵심 파트너 기술로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스킨 롱제비티가 단순히 새로운 크림이나 세럼을 개발하는 수준을 넘어 기능성 원료–바이오테크–화장품 완제품–피부 진단기술이 연결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료: L'Oréal 홈페이지]
스위스에서는 미벨레와 같은 원료기업이 식물세포 기반 활성원료를 상용화해 왔고, 최근에는 타임라인과 같은 바이오테크 기업의 미토콘드리아 연구가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의 제품 전략에 접목되고 있다. 여기에 한국 나노엔텍의 피부 진단기술까지 더해지면서 롱제비티 뷰티의 범위는 ‘무엇을 바를 것인가’에서 ‘피부 노화를 어떻게 이해하고, 측정하고, 관리할 것인가’로 넓어지고 있다.
한국기업 입장에서도 시사점이 있다. 향후 스킨 롱제비티 시장에서는 특정 성분을 포함했다는 점만 강조하기보다 그 성분이 어떤 기능과 연결되는지, 이를 뒷받침할 시험 근거가 있는지, 나아가 개인별 피부진단과 맞춤형 관리로 어떻게 확장할 수 있는지가 차별화 요소로 중요해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 현지 바이어의 관심도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 KOTRA 취리히무역관이 접촉한 현지 화장품 바이어에 따르면, “최근 바이어들은 단순히 새로운 성분이 들어갔는지를 보기보다, 제품이 어떤 피부 고민을 해결하고 어떤 근거를 갖고 있는지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 특히 안티에이징과 피부장벽·민감성 케어를 결합하거나 전문 에스테틱 관리와 홈케어를 연결할 수 있는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전했다. 이렇듯 최근 스위스 시장에서는 레티날, PDRN, 엑소좀, 펩타이드, 바쿠치올 등 고기능성 성분을 활용한 안티에이징·피부 컨디션 관리 제품과 함께 민감성 피부, 피부장벽, 트러블 케어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단일 성분이나 즉각적인 외관 개선만을 강조하기보다 피부과·더마 기반의 전문성과 비건 포뮬러 등 차별화 요소를 함께 갖춘 브랜드에 대한 선호가 확인된다. 미세침, 고주파, 초음파 등 전문 에스테틱 시술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나 살롱 관리와 홈케어를 연계한 제품군에 대한 수요도 나타나고 있다. 이는 현지 시장에서 롱제비티가 단순한 ‘안티에이징’ 제품군에 머무르기보다, 피부 노화 관리와 피부장벽 강화, 피부 회복력 유지, 전문 관리와 일상적인 홈케어를 연결하는 방향으로 범위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체된 전체 시장, 온라인에서 확대되는 스킨케어 수요
스위스 화장품 시장은 전체 규모의 빠른 확대보다는 높은 소비수준과 프리미엄 수요가 특징이다. 스위스 화장품·세제협회(SKW)가 NielsenIQ 소매·프레스티지 패널을 바탕으로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스위스 화장품 시장 규모는 소비자가 기준 약 20억4530만 스위스프랑(CHF, 약 3조 2,852억 원)으로 집계됐다. 인구 약 900만 명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1인당 연간 화장품 지출액은 약 220 스위스프랑(CHF, 약 35만 원)이며, 품목별로는 페이스케어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단위: 백만 스위스프랑(CH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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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 |
2023년 |
2024년 |
2025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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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케어 |
375.2 |
367.4 |
36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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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케어 |
322.6 |
319.9 |
32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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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
326.6 |
324.4 |
325.1 |
|
색조 |
292.9 |
287.4 |
27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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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케어 |
240.7 |
251.3 |
25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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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계 |
2,057.3 |
2,046.4 |
2,045.3 |
주1: 소비자가 기준, NielsenIQ 소매·프레스티지 패널 추산치. 전체에는 구강·세정·유아 등 기타 품목 포함
주2: 표 CHF 1 = KRW 1606.23(2026.10.12.)
[자료: 스위스 화장품·세제협회]
전체 시장은 최근 3년간 큰 변화 없이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페이스케어 시장도 소폭 감소했다. 반면 온라인 채널에서는 다른 흐름이 나타난다. 스위스 온라인 유통업체 Galaxus에 따르면 자사 뷰티제품 판매량은 2022~2024년 120% 증가했다. 2024년에는 페이스크림과 세럼 판매량이 각각 77%, 70% 증가했고, 2025년에도 두 제품군의 판매량이 전년 대비 약 3분의 2 늘었다. Galaxus는 젊은 성인층이 이전 세대보다 이른 시기부터 피부관리를 시작하고 관련 지출을 확대하고 있는 점을 주요 배경으로 분석했다. 제조 현장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확인된다. 스위스 최대 유통그룹 Migros의 자체브랜드 제품을 생산해 온 Mibelle은 페이스케어 분야에서 성장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자외선 차단 기능을 포함한 데이크림과 활성성분 함량이 높은 가벼운 제형의 세럼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제품의 존재감이 두드러지는 분야 중 하나는 선케어다. Galaxus는 2025년 상반기에 이미 전년도 연간 판매량에 해당하는 규모의 자외선차단제를 판매했다. 판매 1위는 한국 브랜드 Beauty of Joseon의 페이스 선크림이었으며, 상위 10개 제품 모두 SPF 50 이상의 제품으로 나타났다. 이는 높은 자외선 차단지수와 함께 가벼운 사용감과 스킨케어 기능을 결합한 한국식 제형이 스위스 소비자에게도 수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스위스 스킨케어 시장은 전체 시장 규모의 확대보다는 온라인 채널과 세럼, 고SPF 데일리 크림 등 특정 제품군을 중심으로 소비가 이동하고 있다. 고농도 세럼, 가벼운 선케어, 피부장벽 관리 제품 등 한국 화장품 기업이 경쟁력을 가진 분야와도 상당 부분 맞닿아 있다.
EU의 대체 시장이 아닌 검증 시장으로서의 스위스
유럽 화장품 시장을 규모로만 보면 독일·프랑스·이탈리아가 우선적인 진출 대상이다. 규제 측면에서도 스위스가 EU보다 진입이 쉽다고 보기는 어렵다. 스위스 법령상 화장품에 대한 CPNP 사전 신고 의무는 없으나, KOTRA 취리히무역관이 상담한 현지 수입·유통업체 대다수는 CPNP 신고를 완료한 브랜드를 거래조건으로 요구하고 있어 실제 거래에 필요한 규제 준비 수준은 EU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한국기업이 검토해야 할 것은 EU와 스위스 가운데 어느 시장을 선택할 것인지보다, EU 수준의 규제 준비를 갖춘 제품을 유럽 내 어느 시장에서 먼저 어떤 포지션으로 선보일 것인지에 가깝다. 이러한 관점에서 스위스는 다음과 같은 활용 가치를 갖는다.
① EU 수준의 준비자료를 활용할 수 있는 시장
EU 시장에서는 제품 출시 전에 EU 역내 책임자(Responsible Person)를 지정하고 CPNP에 제품을 신고해야 한다. 다만 CPNP 신고는 시장 출시를 위한 규제 절차로, 신고 완료가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에서 실제 유통망을 확보하거나 판매를 개시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EU 화장품 규정을 충족하고 EU에서 적법하게 유통되는 화장품은 Cassis de Dijon 원칙에 따라 원칙적으로 스위스에서도 별도 승인 없이 판매할 수 있다. 관세 측면에서도 큰 추가 부담은 없다. 스위스는 2024년 1월 1일부터 공산품 수입관세를 원산지와 관계없이 철폐했다. 다만 스킨케어·메이크업 제품이 속한 HS 3304호는 EU에서도 기본관세가 0%이므로, 관세는 주변 EU 시장 대비 차별요인이라기보다 유사한 조건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스위스에서 판매하기 위해서는 규정 준수 책임을 부담하는 현지 수입자 확보, 공용어 표시, 현지 당국 요청 시 제품정보 제출 등이 요구된다. 따라서 유럽 진출을 위해 CPNP와 제품정보파일(PIF)을 이미 준비한 기업이라면 기존 규제자료를 상당 부분 활용할 수 있으며, 스위스 진출 여부는 추가적인 규제 부담보다는 시장성·유통 파트너·제품 포지셔닝 등을 고려한 상업적 판단에 가깝다.
② 높은 구매력보다 중요한 것은 기능성 제품의 가격 수용도
스위스의 1인당 실질 GDP는 EU 평균의 1.6배 수준이며, 국민 1인당 화장품 지출도 연간 약 220 스위스프랑(CHF, 약 35만 원)에 달한다. 앞서 살펴본 셀룰러 스킨케어의 발전과 프리미엄 제품 수요를 고려하면, 과학적 근거와 기능성을 갖춘 중고가 제품의 가격 수용도를 확인하기에 적합한 소비 기반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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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목 |
스위스 |
독일 |
프랑스 |
이탈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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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실질 GDP 지수 (EU27=100) |
157 |
115 |
98 |
9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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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소비 물가수준지수 (EU27=100) |
171.3 |
108.3 |
110.3 |
97.1 |
주: 2025년 잠정치
[자료: Eurostat]
다만 높은 구매력이 모든 K-Beauty 제품의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은 제품은 스위스 온라인 시장에서도 독일과 비슷하거나 더 낮은 가격으로 판매되는 사례가 있다. 예를 들어 Beauty of Joseon 선크림 50ml는 2026년 9월 조회 기준 독일 dm에서 18.95 유로(EUR), 스위스 Galaxus에서는 2개 구매 시 개당 12.40 스위스프랑(CHF, 약 2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따라서 기존 인기제품과 유사한 제품군과 가격대로 진입하는 후발 브랜드는 스위스에서도 주변국과 동일한 가격경쟁에 직면할 수 있다. 스위스의 높은 구매력이 보다 의미 있게 작용할 수 있는 분야는 롱제비티·기능성 등 기존 인기제품과 차별화되고 효능 근거를 갖춘 중고가 제품군으로 볼 수 있다.
③ 대형 유통사 PB 경쟁 이전 단계의 K-Beauty 유통
독일에서 K-Beauty는 이미 주요 드럭스토어의 상시 품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dm은 온라인몰에서 별도의 한국 스킨케어 카테고리를 운영하고 있으며, Rossmann은 2025년 10월 한국에서 개발·생산한 자체브랜드(PB) K-Beauty 제품군을 출시한 뒤 상시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독일에 신규 진입하는 한국 중소 브랜드는 기존 한국 브랜드뿐 아니라 현지 대형 유통사의 PB 제품과도 경쟁해야 한다. 스위스에서는 백화점 Manor가 2025년 K-Beauty 셀렉션을 새로 선보였고 Globus와 Galaxus 역시 별도 카테고리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현재 입점 브랜드는 Beauty of Joseon, Medicube, SKIN1004, Dr. Althea 등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인지도를 확보한 브랜드가 중심이다. 주요 유통채널이 K-Beauty 브랜드와 제품을 선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규 브랜드가 기능성과 브랜드 차별성을 바탕으로 바이어를 설득할 여지는 남아 있다. 반면 이미 입점한 한국 브랜드와 제품군이 유사한 경우 바이어의 비교 기준은 핵심 성분과 효능 근거, 디자인, 가격, 공급조건 등으로 보다 구체화될 수 있다. 스위스 시장에서의 과제는 단순히 ‘한국 화장품’을 알리는 데서 나아가, 다수의 한국 브랜드 가운데 해당 제품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를 명확히 제시하는 것이다.
④ 한 국가 안에서 언어권별 반응 비교 가능
스위스는 독일어·프랑스어·이탈리아어권이 한 국가 안에 공존한다. 각 언어권 소비자가 독일·프랑스·이탈리아 소비자를 그대로 대표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제품명과 핵심 효능, 사용법, 패키지 메시지가 서로 다른 언어·문화 환경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한 시장 안에서 비교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화장품의 경고문과 사용법은 최소 하나의 공용어로 표기해야 하므로, 초기 단계부터 다국어 표시를 고려하면 향후 주변 유럽시장으로 확대할 때에도 활용할 수 있다.
시장 규모보다 ‘검증의 밀도’
스위스는 인구 약 900만 명, 연간 화장품 소매시장 약 20억 스위스프랑(CHF, 약 3조 2,125원) 규모의 비교적 작은 시장이며 인건비·물류비·다국어 표시 등에 따른 비용 부담도 크다. 이미 인지도가 높은 제품과 유사한 가격대로 진입할 경우 주변국 대비 뚜렷한 이점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반면 EU 수준의 규제 준비를 갖춘 기업이 효능 근거가 있는 기능성 제품을 중고가로 포지셔닝하려는 경우에는 의미가 다르다. 기존 규제자료를 활용하면서 높은 구매력을 가진 소비자를 대상으로 제품의 가격 수용도와 메시지 전달력, 바이어의 유통조건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위스는 EU를 대체하는 시장이라기보다, 향후 유럽시장 확대에 앞서 제품의 가격과 포지셔닝을 정밀하게 검증할 수 있는 시장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취리히 중앙역 BeautyExpo, 한국 화장품 22개사의 세 가지 테스트
오는 11월 5일, 취리히 중앙역에서 BeautyExpo Zurich 2026가 개최된다. 이 전시에서 KOTRA 취리히무역관은 한국 화장품 기업 22개사 제품을 전시하고, 현지 소비자 테스트와 바이어 상담을 병행한다. 이번 행사의 특징 중 하나는 개최 장소다. 스위스 최대 교통거점인 취리히 중앙역은 통근객과 여행객, 관광객이 교차하는 공간으로, 업계 관계자가 주로 방문하는 전문 전시회와는 성격이 다르다. 한국 브랜드에 대한 사전 인식이나 구매목적이 없는 일반 소비자의 반응까지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품의 첫인상과 메시지 전달력을 점검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첫째, 성분은 이름 자체보다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는 기능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스위스 소비자는 과학 기반 피부관리 개념에는 익숙하지만 한국에서 유행하는 모든 원료명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PDRN 함유’처럼 성분명만 제시하기보다 해당 제품이 어떤 피부 고민을 겨냥하고 어느 단계에서 사용하는지를 간결하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가격은 단순한 선호도보다 실제 구매의향 가격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품 사용감에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만 예상 구매가격이 기업의 희망 판매가보다 크게 낮다면 가격 포지셔닝이나 브랜드 메시지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신규 브랜드임에도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수용한다면 중고가 또는 프리미엄 포지셔닝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셋째, 유통 상담은 제품에 대한 관심에서 실제 거래조건으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최소주문수량(MOQ), 납기, 다국어 표시 대응, 제품정보파일(PIF) 제공 가능 여부, 현지 마케팅 지원범위 등을 확인해야 한다. 신제품 출시주기가 빠른 K-Beauty의 특성은 소비시장에서는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수입업체 입장에서는 주력제품의 안정적인 공급과 관련 서류 관리가 중요한 거래조건이 될 수 있다.
스위스 진출 시 주요 체크 포인트
스위스는 화장품에 대한 사전 신고제도가 없는 대신, 시장에 제품을 공급하는 주체가 안전성과 표시 적합성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스위스 연방식품안전수의청(BLV)에 따르면 모든 화장품에는 제품정보파일(PIF)이 필요하며, 의학적·치료적 효능을 암시하는 표현은 허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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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목 |
스위스 요건 |
우리기업 확인 사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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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정보파일(PIF) |
제품별 필수. 안전성 보고서, 제조방법, GMP 준수 선언 등 포함 |
EU용 PIF·안전성 평가 보유 여부, 미보유 시 작성주체와 비용 확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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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P |
ISO 22716 기준 |
제조사(OEM 포함)의 ISO 22716 준수자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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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능 표현 |
VKos 부속서 6 기준 준수, 의학적·치료적 효능 표현 금지 |
효능 문구별 시험근거 확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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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주체 |
제조자·수입자가 규정 준수 책임, 스위스 내 대리인 지정 가능 |
스위스 수입자와 책임범위 및 서류제공 방식 협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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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신고 |
없음(CPNP 미적용) |
현지 바이어 다수가 CPNP 신고를 거래조건으로 요구하고 있어 사전 준비 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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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시 언어 |
경고문·사용법은 최소 1개 공용어로 표기 |
판매지역을 고려한 독어·불어·이탈리아어 표시 검토 |
[자료: BLV, Coslaw, Obelis]
특히 스킨 롱제비티를 전면에 내세우는 제품일수록 효능 표현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세포 재생’, ‘노화 치료’, ‘염증 개선’ 등 의약품 효능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는 표현은 피하고, 보습, 피부장벽 관리, 탄력 유지, 피부 컨디션 개선 등 화장품으로 입증 가능한 범위 안에서 메시지를 설계해야 한다. 또한 Cassis de Dijon 원칙에도 예외가 존재하므로 EU 규정에 맞는 제품이라도 실제 스위스 판매 전에는 현지 바이어나 규제 전문가를 통해 관련 요건을 재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사점
스위스는 최근 등장한 스킨 롱제비티라는 용어 자체의 발상지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과학 기반 안티에이징과 셀룰러 스킨케어가 오랜 기간 발전해 온 시장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전통 위에 과학 기반 활성성분, 프리미엄화, 지속가능성, 피부 건강을 중시하는 글로벌 뷰티 트렌드가 겹치고 있다. 한국기업에는 세 가지 대응이 필요하다.
첫째, 롱제비티를 소비자가 매일 사용하는 기능으로 번역할 필요가 있다. 스위스 고가 브랜드와 동일한 표현으로 경쟁하기보다 보습·장벽·진정·자외선 차단 등 한국 스킨케어의 강점을 장기적인 피부 건강 관리와 연결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가격은 현장 데이터로 확인해야 한다. 스위스 프리미엄 브랜드와 이미 현지에 진출한 K-Beauty 사이에서 어느 가격대가 수용되는지를 소비자의 구매의향 가격을 통해 확인하고, 이를 바이어 상담과 현지 가격전략에 활용할 수 있다.
셋째, 스위스 진출 준비를 유럽시장 확대와 연계할 필요가 있다. 스위스 화장품 규정은 EU 제도와 상당 부분 조화돼 있는 만큼 PIF, 안전성 평가, 효능 근거, 다국어 표시 등을 초기부터 유럽시장까지 고려해 준비하면 향후 주변국 진출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다.
11월 5일 취리히 중앙역 BeautyExpo는 참가기업의 시장 성공 여부를 하루 만에 판단하는 자리가 아니다. 어떤 제품 설명이 현지 소비자에게 전달되고, 어느 가격이 받아들여지며, 바이어가 실제 거래를 위해 어떤 조건을 요구하는지를 확인하는 시장 테스트의 기회다. 스킨 롱제비티와 과학 기반 스킨케어에 익숙한 스위스 소비시장에서 확보한 반응은 한국 화장품 기업이 이후 스위스는 물론 다른 유럽시장 전략을 조정하는 데 참고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자료: Euromonitor, 스위스화장품·세제협회(SKW)/NielsenIQ, Galaxus, SECO, BLV, Clinique La Prairie, Mibelle Biochemistry, Globus, dm, Rossmann, KOTRA 취리히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