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의 날(Prinsjesdag), 예산의 날(Budget Day)
네덜란드에서는 매년 9월 셋째 주 화요일을 '왕자의 날(Prinsjesdag)'로 기념한다. 이날 빌렘 알렉산더(Willem-Alexander) 국왕의 의회 개시 연설(Troonrede)로 공식 의회 회기가 시작되며, 연설을 통해 다음 해 정부의 국정 방향이 제시되어 '예산의 날(Budget Day)'이라고도 불린다. 국왕 연설 직후, 재무장관이 정부의 수입과 지출 계획을 설명하는 핵심 문서인 예산 각서(Miljoenennota)와 국가 예산안(Rijksbegroting)을 하원(Tweede Kamer)에 공식 제출한다. 2026년 9월 15일 발표된 2027년 예산안은 네덜란드 정부가 '다시 번영을 창출한다(Welvaart opnieuw verdienen)'는 청사진 아래 수립한 재정 운용 및 국가 구조개혁 추진 계획을 담고 있다.

[자료: koninklijkhuis.nl]

[자료: koninklijkhuis.nl]
네덜란드 경제 현황
네덜란드 경제는 최근 글로벌 경제 충격과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견조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2027년 실질 GDP 성장률은 1.2%로 전망된다. 정부는 생산성 저하와 대외 경쟁 심화에 대응해 연 1.5% 수준의 구조적 경제성장을 목표로 혁신·투자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 지출의 증가에 비해 공공 및 민간 부문의 투자는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는 실정이다. 특히 네덜란드의 민간 투자는 유로존 평균을 밑돌고 있어, 장기적인 국가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한 투자 환경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를 위해 정부는 규제 완화, 전력망 혼잡(netcongestie) 해소, 인허가 절차 단축 등 기업 투자의 걸림돌을 제거하고 혁신 및 인재 투자를 활성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또한 생산성 증가세 둔화와 고령화에 대응하여 사회보장 및 보건 체계의 개혁을 추진함으로써 고용 참여율을 높이고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국제 환경 측면에서는 지정학적 긴장과 무역 불균형에 대응하여 유럽 단일시장 강화, 자본시장 통합, 무역 관계 다변화, 전략적 의존성 축소, NATO 기준에 부응하는 안보 강화를 추진한다.
2027년 정부 예산안, 5,168억 유로 세출
2027년도 네덜란드 정부의 총지출 예상액은 5,168억 유로이며, 총수입은 4,812억 유로로 집계되었다. 예산상 총지출과 총수입의 차이는 356억 유로이며, 유럽 경제통화동맹(European Economic and Monetary Union, EMU) 기준 정부 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GDP 대비 2.9%로 유럽연합(EU)의 재정 준칙 기준인 3.0% 이내를 준수한다. 국가 부채 비율은 GDP 대비 2026년 45.6%에서 2027년 46.9%로 증가하며, 이후 2028년 47.4%, 2029년 48.3%, 2030년 48.9% 수준으로 계속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나 EU 기준선(60%)을 대폭 밑도는 건전한 재정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다.
주요 지출 항목을 살펴보면, 사회보장 및 노동시장 분야에 가장 많은 1,324억 유로가 배정되었으며, 보건·의료 분야가 1,256억 유로로 뒤를 이었다. 이어서 지방교부세 및 부가세 보전기금 597억 유로, 교육·문화·과학 584억 유로, 국방 285억 유로, 법무·공공안전 265억 유로, 외교·개발협력 198억 유로, 국토교통·수자원 154억 유로 순이다.
정부 총수입 4,812억 유로의 핵심 세원은 근로 및 소득세 1,164억 유로와 부가가치세(BTW) 935억 유로이다. 이외에도 건강보험료 656억 유로, 법인세 513억 유로, 국민보험료 497억 유로, 근로자보험료 483억 유로, 소비세 113억 유로 등이 주요 수입원을 구성한다.
(단위: € 억)
|
세출 |
세입 |
||
|
합계 |
5,168 |
합계 |
4,812 |
|
사회 보장 및 노동시장 |
1,324 |
근로소득세 |
1,164 |
|
보건·의료 |
1,256 |
부가가치세 |
935 |
|
지방교부세 및 부가세 보전기금 |
597 |
건강보험료 |
656 |
|
교육·문화·과학 |
584 |
법인세 |
513 |
|
국방 |
285 |
국민보험료 |
497 |
|
법무 및 공공안전 |
265 |
근로자보험료 |
483 |
|
외교 및 개발 원조 |
198 |
개별소비세 |
113 |
|
국토교통 및 수자원 |
154 |
이전세 및 보험계약세 |
101 |
|
내무 및 왕실 관계 |
130 |
환경세 |
78 |
|
국채 이자비용 |
129 |
배당세 |
69 |
|
산업·경제 및 기후 |
92 |
수입 관세 |
66 |
|
기타 |
67 |
자동차세 |
57 |
|
기획재정 |
44 |
증여 및 상속세 |
45 |
|
농수산·식량안보 및 자연보호 |
42 |
사행행위세 |
12 |
|
|
|
승용차 및 이륜차 취득세 |
7 |
|
|
|
기타 소비세 |
7 |
|
|
|
금융세 |
6 |
|
|
|
기타 |
4 |
[자료: rijksfinancien.nl]
2027년 주요 정책 방향 및 핵심 대책
1.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위한 3대 핵심 과제 추진
2027년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위해 투자 확대, 제도 개혁, 국민 및 기업 부담 완화를 중심으로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주택 건설과 인프라, 혁신, 에너지 등 핵심 분야에 대한 공공·민간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생산성 저하와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사회협약(Sociaal akkoord) 추진 기반을 마련하고 노동시장 참여를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혁신 중소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을 비롯해 항공세 인하와 휘발유·디젤 유류세 감면 연장 등을 통해 기업과 국민의 부담을 완화하고 경제 활력과 물가 안정을 도모할 계획이다.
2. 효율적이고 정예화된 정부 구현
한편, 효율적이고 정예화된 정부 운영을 위해 공무원 조직 규모를 축소하고 행정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불필요한 규제 부담을 완화할 예정이다. 행정 분야의 소비성 지출을 축소하고 이를 투자성 지출로 전환하는 등 정부 재정의 효율적 운용에도 중점을 둘 계획이다.
3. 국민 생활 안정 및 사회보장 안전망 조정
국민 생활 안정과 사회보장 측면에서는 의료보험 및 복지제도의 조정이 추진된다. 2027년 의무 건강보험 자기부담금(eigen risico)은 물가 상승을 반영해 400유로로 인상될 예정이며, 사회보장 분야의 기존 감축 조치는 일부 완화하여 취약계층 보호와 사회적 안정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인프라, 에너지 및 혁신 분야 세부 추진계획
1. 인프라: 유지·보수 중심의 대규모 재편
2027년 예산안에서 인프라 정책은 신규 건설보다 노후 인프라의 유지·보수 및 개보수에 우선순위를 둔다. 2040년까지 총 51억 유로가 모빌리티기금에 추가 투입되며, 이 가운데 15억 유로는 도로·교량·터널·수로·수자원 시설 등의 대규모 유지·보수에 배정된다. 이는 1960~1970년대에 건설된 시설의 노후화에 대응하고, 기존 인프라의 안전성과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아울러 지역 도로 및 대중교통 등 지방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매년 3억 유로가 추가 투입된다. 한편, 항공 및 해양 안보 인프라 측면에서는 독일과의 경쟁력을 고려해 장거리 노선 항공세를 인하 조정하고, 지속가능항공연료(SAF) 확대 지원을 위해 스키폴 공항과 공동으로 9,000만 유로 규모의 기금을 추진한다(정부 4,500만 유로 부담, EU 집행위 승인 필요). 이와 함께 북해 전력·데이터 케이블 및 해상풍력 보호를 위해 연간 7,800만 유로와 국가 해양안보센터(National Maritime Security Center, NMSC) 설립을 지원한다.
2. 에너지: 전력망·해상풍력·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수소·원전 산업 지원
2027년 에너지 안보 및 지속가능성 관련 보조금으로 총 60억 유로가 마련된다. 이 중 재생에너지 및 CO₂ 감축에 16억 유로, 에너지 다소비 산업 전기요금 보전(IKC ETS)에 5억7,400만 유로, 기업 기후 투자 촉진(VEKI)에 7,700만 유로, 주택 에너지 효율 개선 및 재생에너지 설비 지원 사업(ISDE)에 4억9,900만 유로가 배정된다. 해상풍력 구역 전력망 구축에 2031년까지 3억6,000만 유로를 투입하며, 2027년 해상풍력 4GW 규모 입찰 사업을 위한 예산을 확보했고, 위트레흐트 도시의 전력망 혼잡 대응 방식을 타 지역으로 확산하기 위해 1,150만 유로가 배정된다. 또한 탈탄소화 및 가스 수급 안정을 위해 북해 해저 고갈 가스전 CO₂ 저장 프로젝트에 13억 유로, 수소 저장시설에 2억4,500만 유로, 원자력 발전 기반 확충에 총 2억 유로(2027년 1,200만 유로)가 투입된다. 이와 함께 단기 가스 수급 안정을 위해 네덜란드 국영 에너지공사(EBN)에 80억 유로 규모의 대출을 지원한다.
3. 혁신: 국가 투자기관·시장화 기관·AI 집중 지원
스케일업 및 성장기업 자금 공급을 위해 국립투자기관(NII)을 신설하고 33억 유로를 배정한다. 정부는 연구기관과 기업이 개발한 새로운 기술이 실제 제품과 서비스로 이어지도록 국가혁신청(NADI)을 설립하고 5억 유로를 투입할 계획이다. 국가혁신청은 아직 시장에서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혁신 기술을 정부가 먼저 구매하거나 시범적으로 사용하는 초기 구매자(launching customer) 역할을 함으로써, 기업이 고객을 확보하고 기술을 상용화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와 함께 자체 신기술을 개발하는 중소기업을 위한 혁신소득공제 적용 한도를 기존 2만5,000유로에서 10만 유로로 대폭 확대하며, 국가성장기금에는 3억7,500만 유로의 신규 재원이 투입된다. AI 분야의 유럽 공동이익 중요프로젝트(IPCEI) 참여를 위해 1억2,000만 유로를 투입하고, 차세대 슈퍼컴퓨터와 아인슈타인 망원경(ET) 등 국가 연구 인프라 확충을 위해 매년 4억2,800만 유로를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아울러 유럽과 아시아를 북극해 경유로 연결하는 신규 해저케이블의 네덜란드 지선 구축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 해저 지질조사에 1,800만 유로를 배정하여 AI와 첨단 연구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국제 데이터·통신망의 다변화와 디지털 인프라의 회복력을 높이고자 한다.
시사점
2027년 네덜란드 예산안은 재정적자를 GDP 대비 2.9%로 관리하고 국가채무비율도 46.9%로 유지해 EU 재정 기준을 준수하는 한편, 단순한 소비성 지출보다 장기적인 경제성장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투자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특히 전력망 혼잡, 노후 인프라, 규제 및 인허가 지연 등 기업 활동의 주요 병목을 해소하려는 정책은 한국 기업에 전력기기, 인프라 유지·보수, 에너지 전환 및 첨단기술 분야에서 협력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네덜란드 정부가 전략적 의존성 축소와 공급망 안정성 강화를 중시하고 있는 만큼, 한국 기업은 단순한 제품 수출에 그치기보다 네덜란드 기업·연구기관과의 공동 연구개발, 기술 실증 및 현지 공급망 참여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시장 진입을 모색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자료: Rijksfinancien, Miljoenennota 2027, Rijksoverheid, koninklijkhuis.nl, NOS, FD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