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중 경제협력 중심의 제11회 동방경제포럼 성과


제11회 동방경제포럼이 9월 초 블라디보스톡에서 개최됐다. 동방경제포럼은 2015년 이후 매년 극동의 수도인 블라디보스톡에서 진행되는 국제행사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아시아의 정상급 인사가 참여해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하기 전인 2020년 전까지 대통령, 국무총리 등 고위급이 동 포럼에 참석했으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발발하며 그 이후 고위급 인사를 파견하고 있지 않다. 사태를 반영하듯, 2026년의 동방경제포럼은 러시아와 중국의 경제협력 성과가 주를 이뤘다. 중국 기업은 극동 러시아에 다양한 투자를 약속했으며, 러시아도 중국 측에 북극항로, 인프라 개발 등 극동 전략사업 참여에 러브콜을 보내는 모양새다. 러·중 경제협력과 중국기업의 투자진출 케이스를 기반으로 한국의 러시아 투자진출 여건을 확인하고자 한다.


중국기업, 물류에서 첨단제조까지 연해주 투자 확대


러시아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교역 거점인 연해주에서는 최근 중국기업의 투자가 물류, 제조업, 첨단기술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러시아 정부가 극동지역 개발을 위해 선도개발구역(ТОR) 등 투자우대제도를 운영하는 가운데 중국기업들이 이러한 제도를 활용한 현지 투자에 나서는 모습이다. 한국기업 역시 연해주의 투자우대제도를 활용할 가능성이 있으나, 투자 여건은 중국기업과 동일하지 않다.


한국은 러시아 정부가 지정한 ‘비우호국’에 포함돼 있어 일부 자산·금융거래 등에 별도의 절차가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기업의 최근 투자 사례와 연해주의 투자지원제도를 살펴보고, 한국기업이 현지 투자 검토 시 확인해야 할 사항을 알아본다.


대륙

국가/지역명

미주, 카리브해 등

미국, 캐나다, 바하마 등

유럽

영국, 유럽연합(EU), 우크라이나, 알바니아, 안도라,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모나코, 몬테네그로,

노르웨이, 산마리노, 북마케도니아, 스위스 등

아시아

대한민국, 일본, 싱가포르, 대만

오세아니아

호주, 뉴질랜드, 미크로네시아

[자료: 러시아 정부령 제430-r호]


러시아는 극동지역 투자 유치를 위해 선도개발구역(TOR, Территория опережающего развития)을 운영하고 있다. 러시아 극동북극개발공사에 따르면 2026년 기준 극동·북극권 TOR에서 979개 투자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으며, 실행된 투자액은 약 4조3195억 루블에 달한다.


TOR 입주기업에는 일정 요건에 따라 세제 및 행정상 혜택이 제공된다. 극동북극개발공사가 안내하는 주요 혜택에는 최초 이익 발생 후 5년간 법인세율 0%, 5년간 재산세율 0% 등이 있으며, 사업 추진을 위한 토지 및 인프라 확보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자체 투자 프로젝트에 필요한 최소 자본투자액은 50만 루블이다. 세부 혜택은 지역과 사업 형태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연해주에서는 TOR ‘프리모리예’, ‘미하일롭스키’, ‘나홋카’, ‘볼쇼이카멘’ 등이 운영되고 있다. 특히 중국과 육상으로 인접하고 블라디보스톡항 등 주요 항만을 보유한 연해주의 입지적 특성을 활용해 물류·제조업 분야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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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Yandex Maps]


2026년 들어 연해주에서는 중국기업이 참여하는 신규 투자 프로젝트가 잇따라 발표됐다. 대표적으로 TOR ‘미하일롭스키’ 입주기업인 ‘졸로타야 가반(Золотая Гавань)’은 연해주에 4억3540만 루블을 투자해 1만6000㎡ 이상의 물류창고단지를 건설할 예정이다. 냉장·상온 창고, 야외 보관장, 하역구역 등이 들어서며, 2029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 극동개발공사에 따르면 현재 연해주 ТОР 입주기업들이 운송·물류 분야에서 추진하는 프로젝트는 41개다.


제조업 투자도 확인된다. 2026년 동방경제포럼에서는 극동북극개발공사 연해주 지사와 중국 Tongyu Qianyu Concrete Mixing사가 연해주 아르툠시에 콘크리트 공장을 건설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민간 투자액은 4억 8000만 루블이며, 2026~2029년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극동북극개발공사는 프로젝트 문서 작성뿐 아니라 블라디보스톡 자유항 입주자격 취득과 공장 건설용 부지 확보 등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다른 중러 협력 지대인 '우수리스크 경제무역협력지구'


우수리스크 경제무역협력구는 러시아 연해주 우수리스크시에 위치한 중국의 해외 경제무역협력단지로, 2006년 중국 상무부와 재정부가 승인한 최초의 해외 경제무역협력구 중 하나다. 중국 헤이룽장성 둥닝(东宁)의 지신공무그룹(吉信工贸集团) 등이 출자해 설립한 캉지국제투자유한회사(康吉国际投资有限公司)가 투자·개발했으며, 중국 기업의 러시아 시장 진출과 현지 생산을 지원하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단지의 계획 면적은 228만㎡이며, 목재가공, 경공업, 기계·전자, 건축자재, 신발, 가구, 포장재 등의 업종을 중심으로 조성됐다.


동 협력구는 러시아 정부가 지정하는 선도개발구역(TOR)이 아니라 중국의 해외 경제무역협력구 정책에 따라 조성된 산업단지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단지는 우수리스크 시내에 위치하며,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생산시설뿐 아니라 물류·창고, 사무공간, 기업등록 등 현지 진출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우수리스크는 중국 헤이룽장성과 인접하고 철도·도로 교통망을 통해 중국과 연해주 주요 도시를 연결할 수 있어 중국 기업의 러시아 극동지역 진출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기존 경공업·가공업 중심에서 첨단 제조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2026년 동방경제포럼에서 캉지국제투자사는 러시아 극동북극개발공사 측과 우수리스크의 기존 ‘캉지’ 산업단지를 기반으로 약 30억 루블 규모의 ‘캉지 즈롄(Канцзи Чжилиэнь)’ 테크노파크를 조성하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다. 신규 테크노파크에는 산업용 및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시설과 연구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으로, 기존 소비재·가공산업 중심이던 중국 기업의 연해주 투자가 첨단 제조 분야로 확대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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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Yandex Maps]


위 지도에서 알 수 있듯, 우수리스크 경제무역협력지구는 중국 동닝시에서 가까운 러시아 우수리스크시 인근에 조성돼 있다. 중국은 동 경제무역협력지구를 활용하여 제품을 제조하고, 이를 한국과 일본에 수출할 계획도 지니고 있다. 2026년 초, 중국 동닝시의 관계자가 KOTRA 무역관을 방문하여 한국기업의 동 협력지구 참여 및 투자를 요청한 적이 있을 정도다. 당시 무역관에 한국어가 유창한 중국 동포출신의 동닝시의 국제협력관이 직접 방문하여, 동 협력지구에 대한 홍보와 관심을 요청했다.


다양한 산업으로 확대되는 중국 기업


중국기업의 진출 분야는 전통적인 물류·건설 분야를 넘어 첨단산업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같은 달 중국 Kangji International Investment와 극동북극개발공사는 연해주에 첨단기술 테크노파크를 조성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과 극동지역 제조기업의 자동화를 주요 목표로 한다. 이처럼 최근 사례를 보면 중국기업의 연해주 투자는 단순 교역이나 원자재 확보를 넘어 현지 물류 인프라 구축과 제조·첨단기술 분야로 범위가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분야

투자 내용

규모/특징

물류

미하일로프스키 물류창고단지

4억 3540만 루블, 2029년 가동목표

건자재

아르툠 콘크리트 생산공장

4억 8000만 루블, 블라디보스톡 자유항 입주 지원 예정

첨단산업

첨단기술 테크노파크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 및 제조업 자동화

[자료: 러시아 극동북극개발공사]


우리나라도 연해주에 국내 기업의 진출 거점을 마련하기 위한 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한 바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신북방정책의 일환으로 2018년부터 연해주 나데진스카야 선도개발구역(TOR) 내 ‘한·러 경제협력 산업단지’ 조성을 검토했다. 이후 2019년 12월 LH와 러시아 극동개발 관련 기관 간 예비시행협정이 체결되면서 사업이 구체화됐다. 대상지는 블라디보스톡 국제공항에서 약 15km 떨어진 나데진스카야 TOR 내 약 50ha 규모로, 한국 기업의 러시아 극동 진출을 위한 전용 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구상이었다.


사업은 LH가 러시아 측으로부터 부지 사용권을 확보해 산업단지를 개발·관리하고, 한국 기업에 산업용지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계획됐다. 러시아 측은 도로·전력 등 외부 기반시설 조성을 지원하고, 입주기업은 TOR 입주에 따른 세제 및 행정상 혜택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협력 모델이었다. 특히 자동차부품, 농수산물 가공 등 연해주 지역의 산업·물류 여건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한국 기업의 현지 생산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었다. 2020년 12월에는 LH와 러시아 극동개발공사가 사업 이행약정을 체결했으며, 2021년에는 LH가 블라디보스톡에 현지법인을 설립하는 등 사업 추진을 위한 준비가 이어졌다.


그러나 코로나19에 이어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와 대러 제재 등으로 사업 여건이 크게 변화하면서 산업단지 조성은 당초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실제 착공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한국 기업의 연해주 현지 생산거점 구축 구상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한편, 나데진스카야 TOR는 이후 구역 확대와 함께 ‘프리모리예 TOR’로 명칭이 변경됐다. 이에 따라 한·러 경제협력 산업단지 사업은 한국이 러시아 극동지역에 기업 전용 생산거점을 구축하고자 했던 대표적인 협력 사례인 동시에, 최근 변화한 대외 여건으로 인해 실질적인 사업 추진에는 제약이 발생한 사례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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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LH 공식 보도자료]


중국과 한국기업의 러시아 투자 여건은 어떻게 다른가


중국기업의 투자 사례를 한국기업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가장 큰 제도적 차이 가운데 하나는 러시아 정부의 비우호국 지정 여부다. 러시아 정부는 2022년 3월 정부령 제430-р호를 통해 한국을 ‘러시아에 비우호적 행동을 하는 국가 및 지역’ 목록에 포함했다. 중국은 해당 목록에 포함돼 있지 않다. 비우호국 지정이 한국기업의 러시아 투자를 일률적으로 금지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비우호국과 관련된 개인·법인이 참여하는 일부 거래에는 중국기업과 다른 추가 규제가 적용될 수 있다. 러시아 연방세무청에 따르면 2022년 대통령령 제81호에 따라 비우호국과 관련된 개인·법인이 관여하는 일부 증권 및 부동산 매매에는 특별 허가절차가 도입됐다. 또한 대통령령 제95호에 따라 비우호국 채권자에 대한 일정 규모 이상의 채무 이행에는 루블화 기반의 ‘C형 계좌(счёт типа C)’를 활용하는 특별절차가 마련돼 있다. 다만 이후 별도의 예외규정도 도입돼 실제 적용 여부는 거래 형태별 확인이 필요하다.


구분

중국기업

한국기업

러시아 비우호국 지정

미지정

지정

선도개발구역 투자우대제도

요건 충족 시 신청 가능

비우호국 지정만으로 선도개발구역 입주가 일률적으로 배제된다는 규정은
러시아 극동북극개발공사 공개 입주요건에서 확인되지 않음

일부 증권·부동산 거래

일반적인 외국인 관련 규정 검토

거래 구조에 따라 비우호국 관련 특별 허가절차 적용 가능

금융·자금거래

비우호국 특별조치 직접 대상 아님

일부 거래에 C형 계좌 등 특별절차 적용 가능

투자 시 주요 확인사항

일반 외국인투자 규제 및 사업별 인허가

러시아 투자제도와 함께 비우호국 관련 규제 및 한국의 대러 제재·수출통제 등 확인 필요

[자료: 러시아 정부, 러시아 연방세무청, 러시아 극동북극개발공사]


블라디보스톡 무역관이 2026년 초 만났던 연해주 개발공사와 극동북극개발공사도 선도개발구역 및 블라디보스톡 자유항 입주에 있어 비우호국인 점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한국기업의 적극적인 투자 유치를 요청했다. 실제로 블라디보스톡 자유항 자격으로 현지에서 영업활동을 하고 있는 국내 H사도 동일한 세제혜택을 적용받지만, 금융, 자금거래나 일부 법령에서 비우호국 지위로 인해 일부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기업에 주는 시사점


최근 중국기업의 투자 사례는 연해주에서 물류·창고, 건설자재 및 첨단제조 등의 신규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중국기업이 TOR 및 블라디보스톡 자유항과 같은 투자우대제도를 활용해 현지 생산·물류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은 연해주 투자환경을 파악하는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한국기업도 사업 요건을 충족할 경우 TOR 등 투자우대제도의 적용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중국과 달리 한국은 러시아의 비우호국으로 지정돼 있어 현지 법인 설립뿐 아니라 지분 취득, 부동산 거래, 투자자금 이동 및 투자금 회수 등 구체적인 거래 단계에서 별도의 허가나 절차가 필요한지 사전에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관련 규정은 거래 유형과 지분구조 등에 따라 예외가 존재하므로 개별 투자 프로젝트를 기준으로 검토해야 한다.


또한 중국기업의 현지 투자 확대를 반드시 직접투자 경쟁의 관점에서만 볼 필요는 없다. 물류센터와 생산공장 등 신규 프로젝트가 늘어나면 설비·부품·소재 및 관련 서비스 수요가 함께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기업은 직접적인 현지 투자 뿐 아니라 현지 프로젝트에 대한 기자재 공급이나 기술·서비스 협력 등 다양한 참여방식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품목과 거래방식에 따라 한국의 대러 수출통제와 국제제재 적용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료: 극동북극개발공사, 러시아 연해주 주정부, 중국 동닝시 보도자료, KOTRA 블라디보스톡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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