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생산 중심에서 설계·IP·테스트로 전략 확장


유럽연합은 2023년 European Chips Act를 통해 반도체 공급망의 안정성과 회복력을 높이고 역외 의존도를 줄이는 것을 핵심 목표로 제시했다. 초기에는 제조시설 유치와 생산능력 확대에 상대적으로 더 큰 무게를 두었지만, 이후 논의에서는 첨단 제조뿐 아니라 유럽 내 설계·IP·EDA 도구·장비 등 설계 생태계 전반을 강화하는 방향이 점차 부각되고 있다. 최근 유럽의회 브리핑과 산업계 논의에서는 Chips Act 2.0이 제조 역량 확대에 더해 설계, 첨단 패키징, AI 수요 대응, 포토닉스·양자 등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포함한 가치사슬 전반의 경쟁력을 함께 강화하는 방향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유럽이 공장 유치에 그치지 않고 후공정을 포함한 반도체 가치사슬 전체를 아우르며, 설계·IP·검증·응용과 같은 고부가가치 영역까지 자립 기반을 넓히려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AI 확산으로 반도체 수요 구조가 빠르게 바뀌는 가운데, 생산능력 확보만으로는 기술주권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정책권과 산업계 전반에서 확산되고 있다.


AI, 반도체 설계·테스트 방식을 바꾸는 개발 도구로 부상


유럽 연구기관과 반도체 업계에서는 AI를 더 이상 단순히 최종 응용 칩 수요를 뜻하는 개념으로 보지 않고, 칩 설계와 검증 방식을 바꾸는 개발 도구로 인식하고 있다. 프라운호퍼 IIS·IAF는 AI 기반 설계 자동화를 통해 복잡한 설계 프로세스의 효율성과 최적화를 높이는 연구를 수행하며, ‘AI for Chips’와 ‘Chips for AI’를 함께 추진하고 있다. 또한 바이에른 칩 디자인 센터(BCDC)는 2026년 ‘Artificial Intelligence in Chip Design’ 심포지엄을 개최해 AI 지원 설계 도구, 실제 활용 사례, 검증 및 신뢰성 확보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러한 사례는 AI가 회로 설계 지원과 검증 자동화 등 반도체 설계 전반에서 핵심 지원 기술로 자리 잡으며 활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바이에른, AI 기반 칩 설계·인재 생태계 구축 가속


바이에른은 단순한 제조 거점을 넘어 설계·인재·응용 생태계를 함께 육성하는 방향으로 반도체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바이에른 경제부와 Bavarian Chips Alliance가 공동 개최한 2026년 Bavarian Semiconductor Congress(뮌헨, ’26. 7. 6.)에서는 ‘포토닉 집적회로(Photonic Integrated Circuits)’와 함께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분야의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in Microelectronics)’을 핵심 의제로 다루며, 산업·학계·정책·행정 관계자를 한자리에 모아 최신 기술 동향과 산업 과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행사에서는 유럽이 AI 팩토리와 최대 5개의 AI 기가팩토리를 구축해 데이터센터·AI 인프라를 확대하고, 반도체 수요와 설계·검증 수요를 동시에 창출하려는 계획도 소개됐다. 현장에서 만난 Bavarian Chips Alliance 관계자는 “바이에른은 공장 유치뿐 아니라 설계·테스트·인재를 아우르는 ‘완결형 반도체 생태계’를 지향하고 있으며, AI 칩 설계와 관련 인력 양성이 향후 10년간 지역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축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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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바이에른주 경제·지역개발·에너지부 홈페이지]


이 같은 방향성은 후속 프로젝트에도 반영되고 있다. 바이에른 주정부는 뮌헨 공과대학을 중심으로 AI 반도체 연구와 인재 양성을 위한 MACHT-AI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산업 파트너와 협력해 AI 칩 설계 연구와 전문 인력 양성을 추진하고 있다. 뮌헨 공과대학 발표에 따르면 바이에른 주정부는 MACHT-AI에 약 447만5000유로를 지원하며, 향후 5년간 300명 이상의 학생과 연구자가 AI 칩 설계 및 개발 역량을 습득할 수 있도록 교육·연구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Bavarian Chips Alliance는 유럽 내 다른 클러스터와도 연계되며, 지역의 기업·연구기관·스타트업을 묶는 협력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바이에른은 반도체 설계·AI·인재를 묶어 하나의 생태계로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유럽 연구기관, AI 칩 설계와 엣지 AI 테스트 기반 강화

유럽 연구기관은 AI 칩 개발뿐 아니라 설계·평가·테스트 기반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프라운호퍼 IIS·IAF는 2026년 독일 하일브론의 Innovation Park Artificial Intelligence(IPAI) 내에 Chip AI 연구센터를 출범시키고, AI를 위한 칩 설계(Chips for AI)와 AI를 활용한 설계 방법론(AI for Chips)을 함께 연구하고 있다. 이 센터는 IPAI와 연계해 산·학·연 협력 구조를 바탕으로 산업 적용을 목표로 한 연구·실증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EU Chips Joint Undertaking의 지원을 받는 NeAIxt 프로젝트에는 55개 이상의 유럽 파트너가 참여해 엣지 AI용 메모리, AI 기능을 갖춘 마이크로컨트롤러, 테스트칩 등을 개발하고 있다. 프라운호퍼 IPMS는 이 프로젝트에서 X-FAB의 CMOS 공정을 활용한 엣지 AI용 비휘발성 메모리 기반 테스트칩 개발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는 유럽이 설계와 테스트를 포함한 엣지 AI 반도체 기술 기반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한국 기업에 열리는 협력 기회


유럽이 반도체 공급망을 제조 중심에서 설계·검증·응용 분야까지 확대하면서 한국 팹리스, EDA, 테스트 기업에는 새로운 협력 기회가 열리고 있다. 특히 AI 기반 설계 자동화, 회로 검증, 테스트 솔루션 등 설계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독일 및 바이에른의 연구기관·기업과 공동 연구, PoC, 파일럿 프로젝트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차량용·산업용·엣지 AI 반도체 분야의 국내 팹리스는 바이에른의 자동차 및 산업 생태계와 연계한 응용 중심 협력을 모색할 수 있다. 차량용 MCU, AI 프로세서, 센서, 보안 반도체 등 분야에서 현지 기업과 공동 설계 및 검증 체계를 구축한다면 유럽 시장 진출 기반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반도체 테스트·검사 자동화 기업 역시 유럽 내 설계 역량 확대에 따른 후공정 검증, 신뢰성 평가, 테스트 자동화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 유럽은 완전한 자급체계보다는 기술주권을 확보하면서도 캐나다·한국·일본 등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국가와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을 지향하고 있어, 한국 기업은 유럽을 단순한 반도체 판매 시장이 아니라 설계·검증·응용 분야에서 함께 일할 수 있는 파트너 시장으로 바라보는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자료 : 바이에른주 경제·지역개발·에너지부, Bavarian Chips Alliance, 프라운호퍼 IIS·IAF·IPMS, 뮌헨 공과대학(TUM)등 독일 정부·연구기관 공개자료 및 KOTRA 뮌헨무역관 보유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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