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자동차산업이 단순 조립 및 하청 생산 중심에서 고부가가치 제조, 전동화, 배터리, 자동화 중심의 산업 생태계로 전환하고 있다. 2026년 6월 케니트라에서 개최된 ‘SCIA 2026’은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행사로, 모로코 정부와 업계는 현지 조달 확대, 전기차 전환, 로봇화 및 산업 경쟁력 강화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한국 기업에는 자동차 부품, 전장부품, 배터리 소재·장비, 자동화 설비, 품질검사 장비,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분야에서 진출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KOTRA 카사블랑카무역관은 동 행사에 참가해 주요 포럼 및 세미나에서 논의된 내용, 주최자 인터뷰를 통해 도출한 유망분야 및 시사점을 정리했다.

모로코 대표 자동차산업 전시회 SCIA 2026 개최

2026년 6월 24일부터 26일까지 모로코 케니트라에서 ‘제8회 자동차산업 경쟁력 전시회(SCIA 2026, Salon de la Compétitivité Industrielle Automobile)’가 개최됐다. 이번 행사는 모로코 자동차산업협회(AMICA)가 주최했으며, 모로코 산업통상부와 투자수출개발청(AMDIE)이 협력기관으로 참여했다. 행사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SCIA는 자동차산업의 단순 전시회를 넘어 모로코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현지 조달, 기술 고도화, 전동화 전환을 논의하는 산업 플랫폼을 목표로 하고 있다.

SCIA는 과거 ‘자동차 하청 전시회(SSAT, Salon de la Sous-Traitance Automobile)’로 알려져 있었으나, 이번 회차부터 자동차산업 경쟁력 전시회라는 성격을 더 전면에 내세웠다. 이는 모로코 자동차산업이 더 이상 저임금 기반 하청 생산에만 머물지 않고, 산업 전반의 경쟁력, 혁신, 부가가치 창출을 핵심 의제로 삼고 있음을 보여준다. 원문 보고서도 SCIA 2026이 전통적 하청 중심 모델에서 포괄적 산업경쟁력, 혁신, 고부가가치 창출 중심으로 전환하는 전략적 변화를 반영한다.

이번 전시회에는 모로코를 포함해 독일, 사우디아라비아, 벨기에, 중국,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루마니아, 스리랑카, 튀니지 등 12개국 기업과 기관이 참가했다. 참가 분야도 완성차와 부품에 국한되지 않고 엔지니어링, 기술 연구, 장비 제조, 운송·물류, 포장, 인증·시험, 재활용, 전문 서비스, 스타트업, 교육기관 등 자동차 밸류체인 전반을 포괄했다.

행사 주최 측은 약 200개 기업이 참가했으며, 3일간의 B2B 상담과 신규 파트너십 논의를 통해 10억 모로코 디르함 이상의 비즈니스 기회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물류 서비스, 플라스틱 사출·스탬핑 등 산업용 툴링, 산업 유지보수, 포장 솔루션 분야에서 실질적인 상담 수요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했다.

자동차산업, 모로코 최대 수출산업으로 성장

모로코 자동차산업은 지난 10여 년간 빠르게 성장하며 모로코 제조업의 대표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르노의 탕헤르 공장, 스텔란티스의 케니트라 공장, 카사블랑카 SOMACA 공장을 중심으로 완성차 생산이 확대됐고, 이들 생산거점을 따라 배선, 시트, 내장재, 금속가공, 플라스틱 사출, 물류, 포장 등 부품·서비스 생태계도 함께 성장했다.

모로코 자동차산업의 현지 조달률은 전국 평균 약 69% 수준이며, 르노와 스텔란티스 등 일부 완성차 생태계에서는 80% 수준의 통합률을 보이고 있다. 이는 모로코가 단순 조립기지를 넘어 일정 수준 이상의 현지 부품 공급망을 갖추고 있음을 의미한다. 모로코 정부는 2030년까지의 국가 산업전략 차원에서 전기차 부품의 현지화까지 포함한 추가적인 조달률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생산능력 측면에서도 모로코의 위상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모로코 자동차산업의 국가 생산능력은 연간 약 100만 대 수준으로 평가되며, 자동차산업 고용은 28만 명 이상으로 집계된다. 자동차산업 수출은 2025년 기준 약 154억 달러에 달해 모로코의 대표 수출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모로코 자동차 생산량>

(단위: 천대)


[자료: 모로코 투자수출개발청(AMDIE)]


모로코 자동차산업의 지리적 구조는 비교적 명확하다. 탕헤르는 르노 멜루사 공장을 중심으로 한 완성차 및 부품 클러스터이며, 카사블랑카는 SOMACA를 중심으로 한 전통적 자동차 생산거점이다. 케니트라는 스텔란티스 공장과 애틀랜틱 프리존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전기차 배터리 프로젝트까지 더해지면서 차세대 자동차산업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케니트라의 스텔란티스 생산단지는 2025년 12억 유로 이상의 투자로 생산능력을 크게 확대했으며, 인근에는 Gotion의 전기차 배터리 기가팩토리 프로젝트도 추진되고 있다.

케니트라, 전기차·배터리 중심지로 부상

SCIA 2026이 케니트라에서 개최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케니트라는 라바트-살레-케니트라 지역에 위치한 산업도시로, 스텔란티스 공장과 애틀랜틱 프리존을 중심으로 자동차산업 생태계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과거 모로코 자동차산업의 상징이 탕헤르 르노 공장이었다면, 최근에는 케니트라가 전동화 전환과 신규 투자 측면에서 핵심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케니트라 공장에서 시트로엥, 오펠, 피아트, 푸조 등 그룹 내 여러 브랜드 차량을 생산하고 있다. 2025년 발표된 12억 유로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케니트라 공장의 생산능력은 연간 약 53만 5000대 수준으로 확대됐으며, 연간 35만 대 규모의 엔진 조립능력도 도입됐다. 또한 소형 전기차 생산은 기존 연 2만 대에서 7만 대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는 Gotion High-Tech의 투자가 상징적이다. Gotion High-Tech는 케니트라 인근에 아프리카 최초의 전기차 배터리 기가팩토리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총 투자 규모는 약 64억 달러로 제시됐다. 1단계 투자 규모는 약 13억 달러, 초기 연간 생산능력은 20GWh로 알려졌으며, 향후 100GWh까지 확대 가능한 구조로 설명됐다. 이 프로젝트는 모로코가 단순 완성차 생산을 넘어 전기차 배터리 밸류체인으로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모로코가 배터리산업에 관심을 갖는 배경에는 인산염 자원도 있다. 모로코는 세계적인 인산염 보유국으로, LFP 배터리 소재 분야에서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양극재, 전구체, 재활용, 충전 인프라 등 관련 분야에서 중국 기업의 진출이 확대되는 가운데, 향후 한국 배터리 소재·장비 기업에도 협력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

정부와 업계가 제시한 핵심 화두는 자동화·로봇화·수출시장 다변화

SCIA 2026의 공식 행사에서 가장 반복적으로 등장한 키워드는 경쟁력, 자동화, 로봇화, 탈탄소화, 인공지능이었다. 모로코 산업통상부의 리야드 메주르 장관은 개막식에서 이번 제8회 행사를 자동차산업의 전략적 전환점으로 평가했다. 그는 모로코 자동차산업이 하청 중심 모델에서 벗어나, 전기차와 커넥티드카로 대표되는 글로벌 산업 전환에 맞춰 종합적인 산업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주르 장관은 SCIA 2026이 모로코의 신개발모델과 글로벌 전기차·커넥티드카 전환 흐름에 부합하는 행사라고 언급했다.

모로코 정부는 이번 행사에서 세가지 메시지를 발표했다. ‘첫째, 유럽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아프리카, 중동, 중남미 등 신흥시장으로 수출시장을 다변화, 둘째, 생산도구의 자동화와 로봇화를 가속화, 셋째, 저임금 기반 경쟁력에서 벗어나 근로자 1인당 창출가치, 혁신, 나아가 자체 브랜드 경쟁력으로 전환’ 이다.

이는 모로코 자동차산업이 직면한 구조적 과제를 반영한다. 모로코는 유럽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 자유무역협정 네트워크, 탕헤르메드항을 중심으로 한 우수한 물류 인프라, 젊은 노동력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향후 경쟁은 단순한 생산비용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유럽의 탄소규제, 공급망 재편, 전기차 전환, 자동화 생산비중 확대, 중국과 동유럽·튀르키예 등 경쟁국의 부상은 모로코 자동차산업에 새로운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모로코 자동차산업의 주요 리스크로는 중간재 수입 의존, 반도체 등 글로벌 밸류체인 충격, 물류비 변동성, 에너지 전환 실행 리스크, 동유럽 및 튀르키예와의 니어쇼어링 투자 유치 경쟁, 낮은 아프리카 역내 교역 비중 등이 꼽힌다. 특히 모로코가 조립단계에서는 높은 현지 조달률을 보이고 있으나, 반도체와 일부 원자재 등 핵심 중간재에서는 여전히 수입 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향후 부가가치 확대의 과제로 남아 있다.


< SCIA 2026 부대행사 전경 >


[자료: 카사블랑카무역관]

르노·스텔란티스 중심 생태계, 공급망 고도화 단계 진입

모로코 자동차산업의 성장은 르노와 스텔란티스를 중심으로 설명할 수 있다. 르노는 탕헤르와 카사블랑카에서 생산기지를 운영하며 모로코 자동차산업의 초기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스텔란티스는 케니트라 공장을 통해 모로코 자동차산업의 새로운 축을 형성하고 있으며, 전기차와 소형차 생산 확대를 통해 케니트라 지역 생태계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르노는 모로코의 대표적인 자동차 제조기업이자 최대 민간 고용기업 중 하나로, 탕헤르 멜루사 공장과 카사블랑카 SOMACA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2025년 르노 모로코는 약 39만 4000대의 차량을 생산했으며, 르노와 다치아를 합산해 모로코 내수시장에서 38%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또한 탕헤르와 카사블랑카 생산량의 약 82%를 수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르노는 2025~2030년 투자협정을 통해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 생산, 엔지니어링·R&D센터 설립, 약 7500개의 직·간접 일자리 창출을 추진할 계획이다.

르노 측은 SCIA 2026에서 모로코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르노 관계자는 “오늘날 모로코는 르노 그룹의 글로벌 산업 네트워크에서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모로코가 르노 그룹의 두 번째 생산국으로 부상했으며,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르노 차량 6대 중 1대가 모로코에서 생산된다고 설명했다. 르노의 모로코 공급업체 수도 2016년 26개에서 현재 약 90개로 증가해 현지 조달과 공급망 통합이 빠르게 진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변화는 한국 기업에 두 가지 시사점을 준다. 첫째, 모로코 자동차산업은 이미 단순 조립기지를 넘어 일정 수준의 현지 공급망을 형성했기 때문에 단품 수출만으로는 진입이 쉽지 않다. 둘째, 현지 공급망이 고도화될수록 품질검사, 자동화, 금형, 사출, 스탬핑, 전장, 배터리, 친환경 소재 등 고부가가치 분야에서 새로운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

전문가 인터뷰: “한국 기업, 품질은 강점이나 가격·납기 대응력이 관건”

행사 주최기관인 AMICA 관계자는 KOTRA 카사블랑카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자동차 제조, 첨단기술, 전자, 산업혁신 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모로코 자동차 생태계와 협력 잠재력이 크다”고 평가했다. 또한 향후 SCIA 행사에 한국 기업의 참여가 확대되기를 희망하며, 필요시 현지 자동차 생태계 안내, 관련 기관 및 기업 연결, 네트워킹 지원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모로코 자동차 부품 조달시장에서 한국 공급업체의 존재감은 아직 제한적이다. 현지 Tier 1·Tier 2 공급업체들은 짧은 납기와 이미 구축된 물류망을 이유로 유럽 공급업체를 주로 활용하고 있으며, 가격 민감도가 높은 품목은 중국산을 조달하는 경우가 많다.

AMICA 관계자는 “한국 기업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거나 납기 대응력을 개선할 수 있다면 모로코 시장에서 훨씬 매력적인 공급처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유럽 내 창고나 물류거점을 활용해 모로코 기업의 긴급 수요에 신속히 대응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진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SCIA 2026 행사 전경 >


[자료: 카사블랑카무역관]

한국 기업 유망 분야는 전장·배터리·자동화·품질관리

SCIA 2026에서 확인된 모로코 자동차산업의 전환 방향을 고려할 때 한국 기업에는 전장부품, 배터리 소재·장비, 자동화 설비, 품질검사 장비,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분야에서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모로코는 전기차 수출 비중 확대와 배터리 밸류체인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완성차 및 부품기업들은 생산성 향상과 품질 안정화를 위해 자동화·로봇화 투자를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전기차용 배선, 커넥터, 센서, 전력제어 부품, 배터리 관련 장비, 비전검사 장비, 예지보전 솔루션, 생산관리 시스템 등은 현지 산업 고도화 과정에서 수요가 발생할 수 있는 분야다. 또한 SCIA 2026에서 물류, 산업용 툴링, 유지보수, 포장 솔루션 분야의 비즈니스 기회도 제시된 만큼, 완성차 부품 외 제조공정 지원 분야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진출 방식은 단순 수출 상담보다 현지 공급망 편입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모로코 자동차기업은 가격뿐 아니라 납기, 품질 안정성, 사후 대응능력을 중요하게 본다. 따라서 한국 기업은 유럽 내 물류거점 활용, 현지 에이전트 또는 기술지원 파트너 발굴, 샘플 테스트 및 인증 대응, 장기 공급 가능성 제시 등을 함께 준비할 필요가 있다. SCIA와 같은 현지 전문 전시회는 AMICA, 완성차 기업, Tier 1·Tier 2 공급업체와 직접 접촉할 수 있는 유효한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다.

아울러 가격 포지셔닝을 명확히 해야 한다. 한국산 제품은 중국산 대비 가격이 높고, 유럽산 대비 물류 접근성이 낮을 수 있다. 따라서 단순 범용부품보다는 품질, 신뢰성, 내구성, 생산성 향상 효과가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품목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사점

모로코 자동차산업은 현재 중요한 전환점에 있다. 기존에는 유럽 인접성, 낮은 생산비, 자유무역협정, 탕헤르메드항 물류 인프라를 기반으로 성장했다면, 앞으로는 전기차, 배터리, 자동화, 탈탄소화, 현지 고부가가치 창출이 경쟁력을 좌우할 전망이다. SCIA 2026은 이러한 전환을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행사였다.

한국 기업에는 분명한 기회가 있다. 모로코는 자동차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고, 현지 조달률을 높이려 하며,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으로 산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또한 자동화와 로봇화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커지고 있어 한국의 산업기술 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다만 모로코 시장은 유럽 공급망과 중국 가격경쟁력 사이에 위치한 시장이다. 한국 기업은 품질만을 앞세우기보다 가격, 납기, 물류, 현지 대응, 장기 파트너십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특히 유럽 물류거점 확보, 현지 파트너와의 협력, SCIA 등 전문 전시회 참가, AMICA 및 현지 산업기관과의 네트워크 구축이 중요하다.

결국 모로코 자동차산업 진출의 핵심은 “제품을 파는 것”을 넘어 “모로코 자동차 생태계 안에 들어가는 것”이다. 모로코가 하청 생산기지를 넘어 전기차·배터리·스마트 제조 허브로 전환하는 현 시점에서, 한국 기업은 부품 공급, 기술협력, 공동개발, 현지화 투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시장 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자료: SCIA 홈페이지, SCIA 2026 컨퍼런스 및 패널토론, 모로코 수출투자개발청(AMDIE), KOTRA 카사블랑카무역관, AMICA 인터뷰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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